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325)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325화 (완결)(325/325)
325. 새로운 시대 (完)
“무엇인가?”
페르난도는 주춤거리면서 되물었다.
설마 라이브 방송에서 ‘조건이 있습니다’ 따위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카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 셰프는 요리도 세계 제일이고, 머리도 좋고, 혁신도 많이 일으키고, 이제는 페르난도의 후계자까지 된 거잖아요?”
“··· 그렇···지?”
“그러면 사실상 세계 최강인데, 제가 어디선가 듣기로는 이거랑 미슐랭 별은 별개라고 하더라고요.”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우리 셰프, 3스타 받을 수 있어요?”
페르난도가 피식 웃었다.
분명 그 녀석이 이 질문을 하라고 시킨 거겠지.
“어쩌면 3스타는 어려울 수도 있네.”
“왜요? 세계 최강인데.”
“3스타의 기준은 서비스의 일관성인데, 이렇게 실험적이고 도전정신이 강한 레스토랑은 쉽사리 3스타까지는 안 줄 가능성이 높거든.”
페르난도의 후계자라면, 아마 높은 확률로 3스타를 받을 거다.
하지만 한길의 경우는 잘 모르겠다.
미슐랭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미식 틀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었으니까.
‘하여간 정말 약아빠진 놈이야.’
이런 대화를 유도하는 이유는 뻔하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이로써 사람들은 페르난도의 후계자 얘기를 할 때, 과연 한길이 3스타를 받을 수 있을지를 물을 거다.
‘페르난도가 인정한 새 시대의 리더인데, 왜 별 3개를 못 받지?’ ‘역시 미슐랭은 이제 한물갔어’··· 같은 대화가 오가겠지.
미슐랭의 발등에 불을 떨어트리는 것이다.
하여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한 놈이다.
“방송은 이만하고, 그 잘난 후계자님 얼굴 좀 볼 수 있겠나. 어찌 코빼기도 안 보이네.”
#
식사를 마친 페르난도는, 3호점 사무실에서 한길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요리는 어떠셨나요?”
“빨리도 묻는군.”
“저도 더 빨리 찾아뵙고 싶었는데, 제가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맞는 말이었다.
한길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선언했다면, 뭔가 연극 같았을 것이다.
“그보다 한길.”
“네?”
“데이터를 모아서 뭘 할 작정이지?”
페르난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한길은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씨익 웃었다.
“들켰나요?”
“역시 그랬군.”
이 레스토랑의 이름은 ‘고르메 랩.’
‘미식 실험실’이라는 의미였다.
남들이 들으면 요리와 조리법으로 실험을 하는 것 같지만. 이 이름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었다.
여기에서 맛보는 손님들도 실험의 일부였으니까.
마치 실험쥐의 반응을 일일이 기록하듯이.
이 녀석은 손님의 반응을 모아서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인 것이다.
“이유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나?”
“별 이유 없습니다. 아직 뭘 할지 정해둔 건 아니라서요. 특이한 재료를 들여올 때 참고하려는 건 있지만요.”
“오늘 맛 본 토마토 같은 것 말인가?”
한길은 이미 너튜브 영상을 통해 이 토마토가 사라지기 직전임을 알려주었다.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지금은 씨앗을 구해야지만 먹을 수 있는 재료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 토마토는 맛이 없는 게 아니었다.
보통 토마토와 다른 맛일 뿐.
과일로서는 역할을 못 하지만, 소스에 사용하기에는 훌륭한 재료였다.
한길은 그걸 알려주고, 선택을 묻고 있었다.
정말 사라져도 되냐고.
“왜, 토마토 장사라도 하려고 그려나?”
“하하, 설마요. 그냥 궁금할 뿐입니다. 사라져야 할 재료라면 사라지는 게 맞겠죠. 저는 그전에 그 재료의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입니다. 선택받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죠. ”
조금 이상한 발언이었다.
마치 자신이 사라지는 재료들의 마지막 파수꾼인 양. 그걸 심판대에 올려놓고 사람들의 선택을 묻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토마토는 그렇다 치고, 그냥 소소한 취향을 수집하는 항목도 있더군. 이것도 의미가 있나?”
“글쎄요. 그냥··· 슬아, 아시죠? 저희 메트로 디. 그 아이가 한 말에 의하면, 여자들이 화장할 때 퍼스널컬러라는 걸 참고한다고 하더라고요. 나한테 가장 잘 맞는 화장품 색상을 알아낸다나?”
“그래서?”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MBTI 성격 유형 검사도 좋아하잖아요? 나를 알고, 나한테 가장 잘 맞는 취향을 알아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니까요. 언젠가는 이걸 다 모아서 MBTI처럼, 미식 유형 검사 같은 걸 만들면 재밌겠다고는 생각했는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이 녀석은 정말 아이디어가 마르지 않았다.
분명 앞으로 10년···
아니, 5년···
아니, 3년 내로 전 세계 사람들이 먹는 방식 자체를 바꿔버릴 놈이었다.
성격이 급하고 빨리빨리 움직이는 놈이라 다행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갈 수 있을 테니까.
“자네, 내가 마지막 가속화 지점이라고 했지?”
페르난도는 쓴웃음을 지었다.
“벨트 단단히 동여매게. 앞으로는 또 새로운 부스트를 받게 될 테니까.”
#
페르난도의 후계자 선언은 바로 기사화되었다.
[페르난도, “이한길은 내 후계자.”] [전설적 셰프 페르난도, “한길은 시대의 요리사”] [로부숑에서 페르난도, 이한길까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셰프 특집 ①]페르난도 후로도 ‘고르메 랩’의 셰프 테이블 라인업은 화려했다.
더카스, 람지는 무론, 레드제피, 아카츠, 크렌···
하루를 멀다하고 세계 탑셰프들이 등장했으니까.
그들은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페르난도가 자신의 후계자를 발견했다고 동네방네 떠들던 시절부터.
새로운 요리계의 황제가 어떤 요리를 선보일지, 궁금해서 바로 찾아온 것이었다.
궁금해하는 이들은 셰프만이 아니었다.
대중도 마찬가지였다.
3호점의 예약 경쟁은 치열했다.
고르메 랩의 예약은 1주일 단위로 열렸으니까.
이는 알레한드로의 계략이었는데. 3달, 6달 후에 예약이 열린다고 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식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보다는 매주 로또 당첨을 기대하며 복권을 사듯이, 1주일마다 예약 경쟁을 벌이는 시스템을 마련한 거다.
‘무슨 짓을 하는지 한번 지켜보자’며 팔짱끼던 미식가들도 예약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길의 요리는 그 어느 유형에도 귀속되지 않았다.
때로는 전통에 기반을 둔 요리를 만들고, 때로는 모더니스트 요리도 만들었으며, 때로는 재료의 맛만 극단적으로 살리는 요리. 또 때로는 희귀 재료를 소개하는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어떤 요리든 찬찬히 뜯어보고, 실험하고, 대중과 담론을 나누고, 손님들이 각자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한길의 스타일이었다.
한길의 레스토랑에서는 미식가도, 미식가가 아닌 사람들도. 평등했다.
‘이런 맛을 느껴야 한다’는 부담이나 선입견 없이, 각자의 가치와 취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곳이었다.
한길의 레스토랑은 재밌는 곳이기도 했다.
너튜브에서 항상 즐겨본 사람들과 요리를 편하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또한, 한길의 레스토랑은 창의적인 곳이었다.
매주 새로운 미션이 등장해도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냈고, 겹치는 미션이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이 레스토랑은···
달랐다.
대체 불가능한 곳이었다.
#
한길의 영향력은 자신의 레스토랑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한길의 후계자 계승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뉴욕, 런던, 파리 등지에서 테이크아웃 파인다이닝을 시도하는 셰프들이 생겨난 것이다.
‘접근성을 높여 대중도 일상 속에서 파인 다이닝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는 한길의 전략을 따르기로 한 거다.
이것은 한길 혼자만 움직여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시장이 따라와 줘야 했다.
한길은 사람들이 가볍게 파인 다이닝을 접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1년에 한 번, 특별한 날을 정해서 찾아가는 곳이 아니라···.
기분이 꿀꿀한 날에 특이한 원두커피를 마시고 고급 디저트를 먹듯이. 편하게 셰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입 요리를 맛보기를 원했다.
이미 소비자들은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길은 이미 #솜씻너 챌린지로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이제는 공급자들이 따를 때였다.
그리고 그들은 한길이 제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었다.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파인 다이닝 테이크아웃 지점들이 생겨났다.
호기심에, 혹은 셰프들을 응원하기 위해, 혹은 기분 전환 삼아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런 파인 다이닝 요리를 한번 시식해 보았고.
그 경험이 마음에 든 이들은, 다양한 파인 다이닝 팝업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여겨지던 파인 다이닝이 처음으로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미식은 트렌드. 그리고 트렌드를 넘어선 일상의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모처럼 레스토랑을 차렸는데, 파인 다이닝을 포기하고 장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수많은 요리사가, 한길에게 감사를 올렸다.
한길은 요리사들이 활약할 수 있는 시장을 마련해주고 있었다.
진정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였다.
더불어 한길의 인센티브 제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새로 이 분야에 진입하는 요리사들도, 자신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요리를 만들고. 그로 인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창의적인 시도는 계속 되었고.
한길은···
시장뿐 아니라, 요리사들이 요리를 대하는 태도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방식도 바꾸어 놓았다.
#
하지만 한길의 영향력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한길이 선보인 퍼플 칼라바시 토마토는,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어떤 맛인지 직접 맛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사라지기 전에 맛보고, 정말 이 토마토는 멸종되어도 되는 건지··· 자신의 한 표를 던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퍼플 칼라바시 토마토를 재배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따르기 마련이니까.
한길의 너튜브에서는 수시로 희귀 재료를 소개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가는 재료들이었다.
그 재료들은 수확량이 많지도 않고, 만드는 비용은 비쌌다. 심지어 맛도 요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예쁘게 둥글둥글하게 가공된 맛이 아닌, 어딘가 모난 맛이었으니까.
하지만 한길은···
그 모난 맛의 용도를 알려주었다.
못난 재료도 활용법은 있었다.
빛을 발하는 영역이 있었고.
과연 이런 재료들은 멸종되어도 되는가.
그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연대하여 희귀 재료, 사라져가는 재료를 직접 수확하고 판매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공정무역 커피처럼, 희귀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기구를 만들기로 한 거다.
그리고 그들은 한길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혀 다른···
새로운 운동,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고 있었다.
한길은 요리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그리고 타임즈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상위권이 이름을 올리며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뒤늦게 한길에게 미슐랭 3스타가 주어졌을 때, 놀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앞으로 2달간, 고르메 랩은 문을 닫을 겁니다.
미슐랭 별을 받은 한길은, 돌연 ‘고르메 랩’의 휴식기를 선언했다.
— 이번에는 조금 특이한 지역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려고 하거든요. 다음 달, 칠레에서 레스토랑을 열 예정입니다.
자신의 요리사 군단을 이끌고 남아메리카의 작은 마을에 팝업 레스토랑을 열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 사용해 보고 싶은 재료가 있는데, 국내에 들여오기에는 여러 규제가 있어서 직접 가기로 했습니다. 1달간 재료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 후, 팝업을 열 생각입니다. 저희의 재료 실험은 언제나 그렇듯 너튜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고요.
유랑하는 팝업 레스토랑의 세계 진출이었다.
— 다음은 레바논입니다.
한길의 팝업은, 언제나 그렇듯. 오픈과 동시에 예약이 마감되었다.
한길은 출동하는 곳마다 공항에서부터 귀빈 대접을 받았고. 그의 뒤를 수많은 미식가와 언론이 쫓아다녔다.
한길은 스타 셰프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계속 팝업으로 유랑하실 생각이신가요? 서울 지점 말고 세계 지점, 4호점을 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한 기자의 질문에 한길은 씨익 웃었다.
“사실, 가려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탐구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경험이 누적되어야 제대로 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은 어디를 가실 생각이시죠?”
한길의 시선이 허공의 어딘가를 주시했다.
“이한길 셰프?”
“아, 아닙니다. 어딜 갈지 보는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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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logue.
캄보디아의 한 시골 마을.
시끌벅적한 식당의 한 가운데에 앉아서, 행복에 겨운 얼굴로 식사를 즐기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앞으로 레스토랑 직원이 다가왔다.
“손님, 실례합니다. 일행이라는 분이 계시는데, 혹시 아르고라는 분을 아시나요?”
여자는 눈을 휘둥그레 뜨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자리로 안내된 아르고라는 남자는, 그녀를 보자마자 불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카리테스님.”
“보면 몰라? 밥 먹잖아.”
“그러니까, 차원 #5458848796에 왜 다시 오신 거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여성의 이름은 카리테스.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천상계에서의 정식 명칭은 ‘유희의 여신.’
차원 관리 부서의 이사였다.
그녀는 천상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천재로, 그 능력은 인정받고 있었지만··· 딱 하나의 단점이 있었다.
아니, 사실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신이었다.
그 단점 중 하나가 방랑벽이었다.
툭하면 쪽지 하나만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지는 바람에, 그녀의 비서인 아르고는 차원을 넘나들며 상사를 찾아다니기 바빴다.
아르고는 뚱한 표정으로 잔소리를 시작했다.
“왜 하필이면 이 곳입니까? 진짜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 나는 곳인데!”
“그야 여기가 제일 재밌으니까.”
이 차원은 아르고에게 끔찍한 기억만을 남긴 곳이었다. 몇 년 전, 카리테스가 돌연 1달간 잠적할 때 생활하던 차원이니까.
그냥 얌전히 놀러 다녔으면 좋았을 것을···
카리테스는 이곳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러버렸다.
“설마··· 또 이상한 앱을 개발하신 겁니까?”
“에이, 그런 거 안 했어.”
자신의 힘을 사용하여 앱을 만들고 유통한 것이다.
사실···
그것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억겁의 시간 동안 존재해온 천상계의 신들은 툭하면 지루함을 느꼈고. 여러 차원을 넘나들며 유희를 즐겼으니까.
고대에는 동물로 변신해 인간들에게 다가가거나, 인간의 모습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심지어 인간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몇만 년의 세월이 지나는 사이, 신들의 놀이도 진화했다.
시간을 조작하는 이들도 생겼고, 호기심으로 사람 한 명을 선정해 다른 차원으로 보내고 관찰하는 이들도 생겼다.
덕분에 회귀자와 빙의자가 생각 이상으로 넘쳐나기도 했고.
최상위 개체들은 이런 유희도 필요하다고 여기며 말리지 않았다. 대신, 유희 반작용 관리 전담부서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카르테스는···
수습이 안 되는 유희를 하고 만 것이다.
시간의 축을 조작하여 같은 차원 내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차원 #5458848796의 인간을 그사이에 오가게 만든 것이다.
“아니 하려고 하면 적당히 할 것이지! 지금 충돌이 일어 나면 어찌될지 아십니까!”
대개 신들의 유희는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래 봐야 불행한 한 사람이 부를 축적하거나, 나라 하나 세우거나 하는 수준의 일이었다.
그건 시말서 한 장만 쓰면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골치 아프게 되었다.
“솔직히 고대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한두 명 죽어야 했을 사람을 살리는 건 문제 없으니까요. 하지만 1536년은 정말!!!!”
차원 내의 역사가 바뀌고 있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할 여왕이, 목숨을 부지하게 된 것이다. 적대국끼리 동맹을 맺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세계랑 연결하면 안 되었던 겁니까! 왜 같은 축 안에 있는 차원을 연결해서!!!!”
과거의 역사가 현재와 비교해 지나치게 틀어지면, 거대한 일럼임이 인다.
그러면 평행을 유지하는 차원이 충돌하고··· 그다음은···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거대한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1745년은 지금 혁명이 사라질 위기인 거 아십니까!!! 그 일렁임은 어떻게 막을 생각이십니까!! 지금 천상계에 비상 걸려서 부서가 새로 만들어진 거 아시죠!!!”
“당연히 알지. 걔들 월급, 내 주머니에서 나가고 있잖아? 그리고 왜 나한테 그래? 나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카리테스는 볼을 부풀리며 접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열심히 입안의 음식을 우물거리고 있는 게 얄미웠다.
“난 그냥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이 먹어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녀도 몰랐다.
설마··· 심심풀이로 만든 시스템에 진짜로 진입할 인간이 있을 줄이야.
심지어 그 한 사람이 이런 괴물일지는 상상도 못했고.
“좋은 말할 때 닫으세요. 큰일 나기 전에.”
“싫어.”
카리테스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녀는 혀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
“놔둬, 재밌잖아? 어떻게든 되겠지.”
후기
안녕하세요.
글망쟁이입니다.
드디어! 이 길고도 긴 여정이 끝났습니다!
이 긴 기간동안 한길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정말··· 항상 하는 얘기지만, 감사드립니다.
이 시간을 그렇게 기다려왔는데···
막상 후기를 쓸 떄가 되니까 뭘 써야할지 모르겠네요.
시원하면서 섭섭하기도 하고···
2년이 넘은 기간이 소요된 게 창피하고 죄스럽기도 하고···
사실은··· 그냥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 2달간, 아침에 눈 뜨면 펑펑 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별은 항상 아프니까요.
아껴왔던 글이었으니 더더욱···
한길아 지못미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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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말하자면, 저는 제가 소설을 쓰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는 소설을 읽는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웹소설, 장르소설은 커녕. 그냥 소설 자체를 안 읽는 인간이었습니다··· 하하하;;;
그런 제가 무려 325편! 250만자가 넘는 소설을 쓰다니!!!!
제가 가장 믿기지 않습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소설은 아니지만. 글은 항상 써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글은 에세이였지만요.
하지만 그쪽으로는 초보가 진입할 방법을 알지 못했고,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하고 검색하던 와중에 웹소설을 알게 되었죠.
솔직히 말하면, 소설 쓰다가 이름 쌓이면 에세이로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더 컸죠.
어쨌든.
누구나 글을 올려볼 수 있다고 해서 앱을 다운 받고, 웹소설이 뭔가 해서 당시 순위권 최상위에 있던 전지적 독자 시점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와, 소설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죠. 동시에,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턱대고 몇 개의 투베 글을 읽다가 제 첫 소설을 연재하게 되었더랬죠.
그때까지 소설 3개 쯤 읽었을까요?
준비 하나 없이, ‘나도 쓸 수 있는지 보자’ 해서 당일 게시판을 만들고. 스토리도 없는데 아무 프롤로그를 깨작깨작 적어서 올렸더랬죠.
메모장에 적어볼까 하다가.
그러면 파일 찾기 귀찮을 것 같아서 그냥 연재를 했었습니다.
솔직히, 올려도 아무도 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걸 사람들이 읽는 겁니다!
심지어 댓글도 남겨주시고요!
그게 얼마나 신기하고 재밌던지!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어쩝니까?
써야죠.
그렇게 즉석에서 스토리를 짜서 22편 연재한 게 첫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독자님들이 안 계셨다면, 그냥 깨작대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취미 중 하나가 되었을 테죠.
하지만 그걸 읽어주고, 심지어 응원해주시는 독자님이 계셔서··· ‘나도 써볼까?’ ‘공부해 볼까?’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겁니다.
남들은 10년, 20년 열심히 읽어오고 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을 키워온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가벼운 마음이었죠.
과연 이래도 되는 걸까 싶었지만···
페르난도의 모티브가 된 페란도 그렇게 시작했다고 해서 매우 안도했습니다.
네, 열정과 꿈으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냥 재미로 우연히 시작한 사람도 있을 수 있죠.
이제는 그저 행운이었거니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더 잘 쓰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던 중 아카데미 공고글을 보게 되었고, 운이 좋게 합격했으며, 웹소설에 대해 배우게 되었죠.
저는 진짜··· ‘대여점’이나 ‘장르소설’이라는 단어를 첫 수업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ㅋㅋㅋ
뭐라고 할까요···
해리포터 같았습니다.
기차역 벽 너머에, 우리가 전혀 모르는 세계가 오래동안 존재해 오고 있었다!!!
그런 판타지 세계에 빠져든 기분이었죠.
얼마나 재밌고 설레던지요···
어쨌든.
음, 이런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생각없이,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도전하는 사람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시장이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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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얘기를 해볼까요.
사실, 이 소설은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짜두고 쓴 글이 아니었습니다.
과거 요리 중에 재밌는 게 꽤 많고, 유명 셰프들 중에는 과거에서 배우고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고, 평소에 수요미식회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하기도 했고.
그래서 그냥 이것저것 섞어서 ‘이런 건 어때요?’ 하고 던진 걸, 당시 담당자님이 ‘소재 신기한대요?’ 해서 열공을 시작했더랬죠.
아직 제대로 아는 것도 없지만.
‘나는 재밌으니까 독자님들께도 재밌기를.’
그 마음 하나로 최선을 다해 쓴 것 같습니다.
쓰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은 정말 재밌구나···
글은 정말 재밌고 좋구나··· 하고요.
중간에 위기가 오기도 했었죠.
아무래도 공부를 안하고 제 멋대로 쓴 글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거절도 많이 당했거든요. 이례적으로 3번 까였다느니, 어쨌다드니···
이 글은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글이구나 하고 좌절한 기간이 꽤 길었습니다.
이건 지금까지도 제 내면의 가장 큰 어둠이죠.
나는 재밌는데··· 왜 거절당하는 걸까?
아니, 내가 보기에도 뭔가 규격에 어긋나는 글이니까.
공부를 안 했으니 당연하지.
멋 모르고 멋대로 쓰니까 당연하지.
대우 받고 싶었으면 조금 더 팔리는 글을 썼어야지.
하고 저를 자책하는 기간이 꽤 길었던 것 같네요. 지금까지도 저를 괴롭히는 생각이죠.
힘드시면 130화 완결을 내도 된다는 말을 듣고, 그냥 도망칠까 하는 생각도 여러번 했었습니다.
이미 성공할 수 없다고 낙인 받은 글을 쓰는 건 괴롭거든요.
그런데도 계속 이어간 이유는···
제 머릿속에 스카피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하;;;
스카피는 쓰고 싶어!!! 그런데 이탈리아 끝나면 프랑스도 한번은 가봐야지 않을까? 그래도 요리 소설인데···
그렇게 어쩌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매일 ‘나는 왜 이런 글을 쓰는 걸까’ 자책하는 것과 ‘재밌어!!’ 사이를 오가는 혼돈의 시간을 이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힘들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어둠이 있으면 항상 빛이 있으니까요.
앞으로 원고 보내주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정말 독자님들의 목소리에 기울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독자님들은 어떤 부분에서 재밌어 하실지.
어떤 부분을 싫어하실지.
어떤 부분을 원하실지.
정말 미친듯이 고민하고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여럿 얻기도 했고요.
그제야 소설에 대해 배웠죠.
제 자료 속 인물들, 소설 속 인물들에게도 많이 배웠죠. 특히 페르난도한테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창의력은 기계적 노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듣고, 하루를 기계처럼 짜기도 했고요.
지금의 저는, 일어나면 하루에 21개의 태스크를 수행하는 기계입니다.
한길이가 갈수록 기계가 되어가는 게 연관이 없진 않겠죠.
물론, 중간에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것저것 다른 일에 시간도 많이 빼앗겼고.
집안에 여러 일이 터지면서 멘탈이 터지고.
인생을 살면서 가장 드라마틱한 구간을 지나고.
매일 좌절하면서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추스리고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이 재밌다고만 하면, 이상하게 없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이 글이 유입은 많지 않지만, 한번 봐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속 따라와주시는 덕분에 엄청난 연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막되먹은 연재 주기에도···
네자릿수 구매수를 오래 유지하는 기적을 일으키게 된 거죠!
그걸 보면서···
‘그래, 이 글도 존재할 가치는 있어!!’ 하면서 겨우겨우 힘을 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독자님들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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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독자님들께 정말 죄송한 부분도 있죠.
네, 최근에 독자님들 절반 이상이 우르르 떠나가신 에피소드 얘깁니다.
저는 이때 처음으로, 독자님들이 재미 없을 걸 알면서도 글을 썼거든요.
제가 읽기에도 재미 없었고, 심지어 쓰고 싶지도 않은 에피소드였죠.
그런데 필요하다고 여기면서,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매일 맥주로 감각을 마비시키면서 강행했습니다.
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변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 혼자만 알고 있는 한길이의 트라우마가 있는데··· 완결 전에 그걸 해결할 계기라도 던져주고 싶었습니다.
완결 후에 홀로 남겨진 세계에서, 한길이가 그 상태로 남아있을 거라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제가 심어준 트라우마니 제가 해결하고 끝내야죠.
그런데 이 놈이 말 안 듣고 여기 피하고 저리 피하는데, 완결은 빨리 쳐야겠고···
그래서 여러모로 이상한 에피소드가 되었죠.
이상한 얘기지만, 그때는 꼭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 한다면서요. 책임감? 강박증? 그런 상태였죠.
그리고 독자님들의 반응을 보고 나서야 제 실수를 깨달았죠.
항상 ‘나도 재밌는 걸 독자님들도 재밌기를’이라는 생각으로 써왔는데···
저는 그 기대를 배반한 것이었습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죠.
설령 그게 주인공을 위해서였다고 해도 말이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이런 걸 작가병이라고 하는 가요?
허구의 세계에 빨려 들어가서, 현실에서 읽고 계신 독자님들을 외면하고 있었던 거죠.
실망 안겨드린 점, 정말 죄송합니다.
초보 작가의 미숙한 실수였다고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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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웃긴 게···
그 에피소드가 너무 괴롭고, 독자님들이 떠나신 것에 마음도 많이 아팠지만···
그 전보다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그동안 연재주기가 길어졌던 이유를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두려움이 컸거든요.
오직 나만이 이 글을 지킬 수 있다!
지금까지 내 실력 이상을 해왔으니 절대 흠집을 내면 안돼!
그게 너무 두려워서···
도전도 못하고, 썼던 걸 지우고 다시 쓰고··· 또 다시 쓰고··· 너무 두려워서 잠도 안 오고 몸도 망가지고···
이대로 절필해야 하는 건가까지 생각했습니다.
‘최선을 다한다’와 ‘두려워서 숨는다’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요. 어느 쪽인지 모를 떄가 많습니다.
그랬는데···
한번 흠집을 내고 나니 오히려 후련하더라고요.
글을 쓰는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아마 그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저는 100편이고, 200편이고. 계속 마음 고생하며 끌려갔을지도 모르지요.
마치 한길이가 이제 그만 되었다고, 그만하면 열심히 했다고, 잘 가라고 등을 떠밀어준 느낌이었습니다 ㅎㅎ
그래서 마음은 아프지만, 후회는 안 됩니다.
정말 중요한 교훈도 배웠으니까요.
독자님들이 먼저!
절대 충성!
망가트릴 걸 두려워하면 쓸 수가 없다!
아프면서 성장하는 거다!
아··· 그런데 너무 아프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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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주절주절이지.
사실은 마지막 글을 올릴 용기가 안 나서 이 시간에 맥주를 마시고 몇 시간째 망설이는 중입니다.
맨 정신으로는 이걸 끝낼 용기가 안 나거든요.
글을 쓰는 경험은 정말 신기합니다.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손전등도 챙기고, 식량도 두둑하게 들고 나서고, 자신만만하죠. 터널 쯤이야!
그런데 갈수록 식량은 바닥이 나고, 배터리는 방전되고, 앞은 안 보이고···
한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출구가 나오겠지 싶다가도. 자고 일어나면 내가 지금 가는 방향이 앞인지 뒤인지 몰라요.
이대로 여기 쓰러져서 굶어 죽는 것 아닌가 싶은··· 그 좌절감이 있어요.
아마 글쟁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본질적인 두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어둠 속에서, 독자님들은 제 등불이 되어주셨습니다.
조금 (많이)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사실인걸요.
저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도. 독자님들의 목소리만 믿고, 눈을 감고 힘겹게 한 걸음 내딛은 것 같습니다.
걸어가지는 못해도, 기어서라도 움직였죠.
그렇게 출구에는 도달했네요 ㅠㅠ
마지막 구간은 눈 감고 달려서 어떻게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멈추다가는 그대로 멈추고 두번 다시 못 움직일 것 같아서···
네, 다시 보지 않고 올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이 글을 아껴주고 응원해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이 아니었으면 진짜 이 글은 없습니다.
몇번을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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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감사할 분들이 계시죠.
우선은 제 가족.
제가 가장 옆에 있어 주어야 할 시기에, 글 때문에 자리를 많이 비웠더랬죠.
그걸 이해해주고 응원해 준 것. 정말 감사합니다.
이건 정말 큽니다.
안 그래도 좌절하는 중에, 가족들까지 바로 옆에서 ‘돈도 안 되는 걸 왜 쓰냐’고 구박한다면 못 썼을 거거든요.
우리 엄마 아빠, 동생들 최고<3
사랑합니다!
그래도···
이제 저도
미련한 짓 그만하고.
철 들고 제 한 몫을 해야죠.
딱 2번만 더 글로 도전해보려 합니다.
이번 글은 안타깝게도 이렇게 끝내게 되었지만··· 다음 글은, 글만 쓰면서 사는 삶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희망을 가져야죠···
그리고 제 담당자님도 계시죠.
제가 한계에 다다랐을때, 제 고민 상담을 들어주기 위해··· 무려 230편이나 되는 글을 읽어주시고! 새로 쓰는 원고도 일일이 읽어주신 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이 안 보일때, 누군가가 사전에 원고를 읽어주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던지··· 그 전에는 진짜 리허설 없이 무대에 올라간 배우가 된 기분이거든요.
이 글은 좋은 글이라고, 더 쓰셔도 된다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 정말··· 최대한 내색 안하려고 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은 거지,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힘이 되어주신 윤피디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유주 작가님.
본인 글 쓰시느라 바쁜 와중에도 저의 글 고민을 들어주시고, 매일 함께 온라인으로 서로 채찍질하며 글도 써주시고···
제가 진짜 너무 도망가고 싶었던 3번의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연중을 막아주신 고마운 분이시죠.
제 글생명의 은인입니다.
저 처럼 미련하게 글을 쓰는 것에도 가치는 있다고, 진심으로 이 시간과 과정에는 가치가 있다고. 항상 조언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는 모든 글쟁이를 통들어 서사를 가장 아끼시는 분! 제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님이십니다.
(물론, 제가 아는 분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ㅎㅎ)
그 외에도···
자료를 항상 물고 와준 구글신? 저에게 깨달음을 준 페르난도?
아침마다 힘든 저를 일으켜세운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그 저자들. 그 책들을 읽어준 리디북스의 최고 직원, 민준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준 수많은 현재와 과거의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진짜, 요즘 느끼는 건데 저희는 너무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각자의 개성을 뽐낼 수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서로 소통도 가능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는 좋은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
사람이 너무 좋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언제나 가장 큰 적은 내면의 적이기 마련인데..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걸 극복하고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음···
벌써 후기가 말도 안되게 길어지고 있네요.
이번에 얻은 배움을 통해,
다음에는 조금 더 독자님들께 많은 만족감을 드릴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정말 사랑합니다!
PS.
1) 외전은 계획에 없습니다.
이 글에는 제가 쏟아부을 수 있는 5000%를 쏟아부었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흠집을 내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이 앞섭니다. 너무 소중하기에, 오히려 이 글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거죠.
아마, 저에게는 아직 다양한 시도를 하고 경험을 쌓을 수행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성장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글을 쓸 수 있을 때가 되면. 언젠가 외전으로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소재가 떨어진 건 아니니까요.
그때가 되어서 이런 미련한 짓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세상이 미련하다고 해도 저는 미련한 제 자신이 싫지 않거든요.
다만, 굶어죽으면서까지 쓸 수는 없기에··· 일단은 잠정 보류라고 할까요. 이건 뭔 소리···
2) 한길이의 연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명절 같아요 ㅎㅎ
‘결혼은 언제 할 거니?’
‘만나는 사람은 없니?’
뭐, 독자님들도 제 친척님들처럼 좋은 의도시겠지만··· 같은 답변을 드립니다.
‘아직은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요.’
더불어 유셰프와의 에피소드가 연애 에피라고 오해하신 분들도 계신데 ㅠㅠ
음, 그런 의도는 없었습니다.
한달간, 링을 세워두고 최셰프도, 노셰프도, 카키도, 알레한드로도, 유셰프도 집어넣고 스파링을 시켜봤거든요.
유셰프가 가장 배려심 없이 강하게 밀고 나가서 선택된 거지,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유셰프의 본질적인 알맹이는 20대의 철없는 제 자신이었기에, 캐릭터를 다루기 쉬워서 다룬 것도 있죠.
둘을 맺어주지 위한 강압적인 세팅은 아니었습니다. (강압적인 것은 맞지만, 로맨스를 강요하는 건 아니었죠) (생각해 보니, 유셰프의 본체가 저랑 닮아 았어서 감정선이 이상했던 것 같기도···)
사실 이건 독자님들보다 제 실력부족이지만.
적어도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3) 글을 쓰다 보면, 그 누구보다 작가 본인이 자신의 부족함을 곱씹게 되어요.
그럴때, 응원 댓글 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되어줍니다.
저도, 어찌보면 초반에 응원 댓글을 남겨주는 독자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글 쓰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앞이 안 보이고 이대로 포기하고 싶어질때, 혼자 울고 있을 때, 독자님들 댓글을 보며 간신히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러니까···
지나가다 다른 작가님의 미숙한 시도가 보여도, 단점 지적보다는 응원을 해주시면 언젠가 독자님들 취향에 맞는 글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이 말을 안 하면 작가가 모를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작가들은 본인 스스로
자신을 의심하고 괴로워하고 있거든요.
그냥 괜한 오지랖을 부려봅니다.
저는 다른 분들도··· 그냥 재미로, 호기심으로 한번쯤 글쓰기에 도전했으면 하거든요.
이 경험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4) 오늘 들었는데, 이 글이 이북으로 분권하면 무려 20권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ㅎㄷㄷ
글자수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막상 들으니까 ‘내가 20권을 썼다고????’ 싶더라고요.
작가의 말을 전부 넣을 수는 없겠지만, 일부 정보는 추려서 권말에 올릴 수 있다고 하셔서.. 으으… 조금이라도 정리해서 실어보려고 합니다.
완결 후에도 손이 많이 가는 글 ㅠ
…이지만 원하시는 독자님들이 계시니… 힘을 조금 더 내서…
다시 일하는 모드 ㅠㅠ
독자님들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조만간, 다른 글로 찾아뵙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저와 함께 이 글을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만 아끼는 내 새끼가 아니라, 다른 분들도 아끼는 게 얼마나 많은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진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