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39)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39화(39/325)
< 39. 첫 훈장 >
아직 시간은 10시 50분.
주방이 재료를 전달받은 지는 15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손님이 너무 일찍 와버렸다.
‘밖에서 기다리라고 할까? 아니, 그러면 오히려 기분만 더 상하려나?’
성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손님을 받기로 했다.
“어서 오세요, 세 분이세요?”
“네.”
젊은 여성 세 명은, 들어오자마자 신기하다는 듯, 가게 내부를 훑었다.
“저희 가게는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SNS에서 보고 왔어요.”
“저는 누군지 아시나요?”
“문성윤씨잖아요.”
“아, 아시는구나. 너무 일반인처럼 대하시길래 모르시는 줄 알고!”
성윤은 조금이라도 주방에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자리로 안내한 후에도 대화를 시도했다.
세 명의 여성 중 두 명은 나름 연예인이라고 신기해하며 맞춰주었지만, 한 명은 어딘가 심드렁한 얼굴이었다.
“메뉴는 없어요?”
심드렁한 여자가 용건만 전하는 딱딱한 말투로 재촉하자, 시간을 더 끌지 못하고 메뉴판으로 사용하는 작은 칠판을 들고 왔다.
그 위에 적힌 메뉴는 단 두 개.
비프 웰링턴 세트 1인 8만 원. (최소 2인)
함박 스테이크 세트 1인 3만 원.
“비프 웰링턴이 그거 맞아요? 티비에서 자주 나오는…..”
“네, 맞습니다.”
“이건 꼭 2인 이상 주문해야 하나요?”
손님들의 눈이 가격으로 향했다.
그리고 약간의 망설임.
“2인 세트를 시키면 3센티 두께 소고기 스테이크 같은 게 네 조각 나옵니다. 아마 세 분이 드셔도 충분하실 거예요. 저도 배부르니까요.”
“어떻게 할까…..”
“입에서 아주 그냥 살살 녹아내려요. 롱지꺼보다 더 맛있을걸요?”
손님들 사이에서 조금 대화가 오가고 메뉴가 결정되었다.
“웰링턴 세트 두 개, 함박 세트 하나 주세요.”
주방에 주문을 전달하면 이제부터 또 다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웰링턴이 나올 때까지 40분.
그동안 ‘왜 이리 오래 걸려?’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샐러드입니다.”
첫 번째 요리는 빨리 나왔다.
성윤은 샐러드를 내려놓고 멀찍이서 손님들을 지켜보았다.
“이거, 드레싱이 조금 특이하다?”
“나쁘지 않은데? 처음 먹어보는 향인데?”
“샐러드가 거기서 거기지.”
두 명의 손님은 즐겁게 말을 주고받았지만, 표정이 굳은 여자가 계속 찬물을 끼얹어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심지어 5분 만에 포크를 내려놓기까지.
앞으로 웰링턴이 나오려면 35분.
애피타이저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데…..
결국 성윤이 다시 테이블에 다가갔다.
“맛이 어떤가요?”
“완전 맛있어요. 드레싱이 특이한 것 같은데, 혹시 뭔지 아세요?”
“그건 저희 비밀 재료입니다!”
“아, 그렇구나……”
대화가 끊겨버렸다.
뻘쭘한 분위기.
“원래는 공개하면 안 되지만, 아리따운 분들이 궁금해하시니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당장 가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성윤은 재빨리 주방에 달려가서 한길에게 대답을 듣고 왔다.
“오… 오레가노? 그거랑 타임? 그리고 무슨 세이버리라는 지중해식 허브라고 합니다.”
“세이버리요? 처음 들어보네요.”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 저희 주방장님이 조금 특이한 재료를 쓰시는데, 이거 아는 사람 많지 않죠. 정말 여기서만 먹을 수 있습니다! 이걸 알아보다니, 드실 줄 아는 분이네!”
성윤은 최대한 시간을 끌려고 노력했다.
침묵이 흐르지 않도록.
원래라면 이쯤 애피타이저가 나와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데에는 자신의 책임이 있었으니까.
‘다음은 무슨 말을 꺼내지?’
하다못해 자신의 유행어나 콩트를 조금 재현해 봐야 하나, 고민하는데 심드렁한 여자는 성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오랜만에 손바닥에 땀이 차오르는 순간, 저 멀리서 접시를 들고 다가오는 승호가 보였다.
‘벌써 나왔나?’
그제야 마음이 놓이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잠시 후, 다가오는 접시를 본 후에 성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저건, 뭐지?’
#
‘괜히 오자고 했나?’
혜은은 메뉴판을 보자마자 흠칫 놀랐다.
인당 8만 원.
생각보다 높은 금액이다.
혜은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함께 식당을 찾은 친구 두 명 역시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비프 웰링턴이라는 말에 신기해서 얼떨결에 주문을 했지만.
특별한 날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주말 한 끼로 먹기에는 조금 비싼 금액이었다.
‘나중에 나만 욕먹는 것 아냐?’
오늘 이 식당에 오자고 한 건 혜은이었다. 우연히 SNS에서 제작진의 홍보 글을 보고 호기심에 들리자고 한 것.
그런데 주말이라 그런지, 오는 길에 차가 꽤 막혔다. 운전을 한 친구 승희는 식당에 도착하기 전부터 불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가격도 비싸다.
여기에 맛까지 없으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그때, 첫 번째 요리인 샐러드가 나왔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샐러드였지만, 드레싱이 독특했다. 입에 착 감기는 상쾌한 향이 채소의 쌉싸래한 맛을 가려주었다.
‘이 정도면 다른 요리도 괜찮겠지?’ 하는 기대감이 조금 생겼다.
“애피타이저, 토마토 타르타르(tartare)입니다.”
“어머?”
다음으로 등장한 요리는 정말 예뻤다.
보석처럼 빛나는 빨간 케이크.
자세히 보니, 케이크가 아니라 잘게 썬 토마토를 쌓아올린 탑이었다.
토마토는 반질반질 윤이 났다.
그 생생한 색감이, 참치회나 육회에서 보이는 날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타르타르라고 부르는 거겠지만.
토마토 옆에는 토스트와 얇게 잘라낸 치즈, 그리고 바질 이파리가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이건 어떻게 먹는 거예요?”
“빵 위에 토마토를 조금 올리고 바질과 함께, 부르스게타처럼 드시면 된답니다.”
설명대로 토마토 탑을 공략했다. 포크로 살살 긁어내자, 완벽한 덩어리의 일부가 무너져 내려 조금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 예쁜데…..
겉만 살짝 구워진 바게트 빵 위에는 이미 얇게 썬 치즈가 올려 있었다. 그 위에 토마토와 바질 한 잎을 얹고 입에 넣자,
바삭!
바게트가 부서지며, 특유의 고소한 향을 터트렸다. 새콤한 토마토와 향긋한 바질의 향이 그 뒤를 따랐다.
‘이게 토마토라고?’
익숙한 맛이 아니었다.
껍질을 전부 제거해서 과육만 남겨둔 토마토는, 살짝 익힌 상태였다. 씹을 때마다 안에서 진득한 과즙이 쏟아져 나왔다.
올리브유에 구웠을 때 나는 깊은 맛.
어떻게 보면 마르게리타 피자 위에 올라가는 토마토 페이스트와 유사하기도 했지만, 완전히 뭉개진 페이스트와는 달리, 적당히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과육에는 발사믹 식초가 착 엉겨 붙어 있어서 새콤한 맛을 더하고 있었다.
토마토를 덜어내서 빵 위에 올리는 작업은 조금 번거로웠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있었다.
마지막 빵을 입에 넣을 때 즈음, 기다리던 메뉴가 나왔다.
“비프 웰링턴입니다.”
“우와!”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비주얼.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
노릇노릇한 페이스트리는 황금 갑옷 같았다. 그 안에서 육즙을 머금은 핑크빛 소고기가 빛나고 있었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야….”
모두 홀린 듯이 웰링턴을 감상했지만, 감상만 할 수는 없었다.
희미한 버터 향과 잘 구워진 소고기 향이 식욕을 부추기고 있었으니까.
“식기 전에 먹을까?”
너무 서두르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서 한 덩이를 접시로 고이 모셔왔다.
조심스레 포크로 고기를 누르자, 핑크빛 육즙이 조금 새어 나와 접시 바닥을 적셨다. 너무 많은 육즙을 흘리지 않게 주의하면서 칼질을 시작했다.
페이스트리는 선명한 소리를 내며 갈라졌고, 그 안에 있는 소고기도 단 한 번의 칼질에 깔끔하게 썰렸다.
얼마나 연하면…..
먹기도 전에 머릿속에 그 식감이 그려졌다.
신경을 집중해서 페이스트리와 고기, 그리고 그 사이에 보이는 갈색 크림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포크에 담아 입에 넣었다.
“흐응.”
절로 콧소리가 나왔다.
연해도 너무 연했다. 씹지 않아도 그대로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안심이네.’
식감만으로 알 수 있었다.
소고기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안심이다.
안심은 부드럽긴 하지만, 마블링이 부족해 기름진 맛은 덜하다. 그래서 잘못 조리하면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퍽퍽함은 전혀 없었다.
물을 잔뜩 흡수한 스펀지를 누르는 것처럼, 씹을 때마다 촉촉한 육즙이 흥건하게 나와 혓바닥을 적셨다.
버섯 크림이 풍미를 더해주었다. 은은하게 톡 쏘는 겨자 향이 느끼함을 잡아 주었고. 버터 향이 솔솔 풍기는 페이스트리가 호사스러웠다.
안심의 담백함을 최대한 살리면서, 주변 조연들이 힘을 내는 그런 요리.
여왕님 주변에 화려한 치장을 한 귀족들이 시중을 드는 것처럼. 고급스러운 연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함박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비프 웰링턴의 맛에 흠뻑 빠져있는데, 또 다른 요리가 나왔다.
통실하면서 윤기가 좔좔 흐르는 함박.
‘함박을 먼저 줄 것이지…..’
순서가 조금 아쉬웠다.
방금 먹은 맛의 뒤를 따르면, 비교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바뀌었다.
함박에서 뭔가 구수하고 침샘을 자극하는 향이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함박이라고?’
함박의 맛은 또 달랐다.
웰링턴이 귀족같이 섬세한 요리였다면, 함박은 어딘가 관능적인 요리였다.
오로지 고기 맛으로 승부하는 느낌.
달짝지근하면서 기름진 소고기 향의 육즙이 힘차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동시에, 대파를 구웠을 때 나는, 감칠맛이 터지는 불 맛이 났다.
강렬하고 본능적인 맛.
깨물 때마다 주르륵 육즙이 흘러나왔는데, 한 방울도 허투루 넘길 수 없어 혓바닥 위에 굴리면서 실컷 음미하고 나서야 삼켰다.
“대박.”
순식간에 접시는 비어 버렸다.
어느새 텅 빈 식당도 가득 차 있었다.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친구들과 대화를 잊을 정도로. 먹기에만 바빴던 거다.
“하아…”
배가 부른 게 아쉬웠다.
더 먹고 싶은데……
계산대에 서면서도 미련이 뚝뚝 떨어졌다.
“여기 셰프님이 누구시죠?”
“아, 저희 주방장님은 셰프님은 아니세요. 잘하면 아실 수도 있는데? 카키버거 사장님.”
언뜻 영상에서 본 적이 있다.
이태원의 작은 골목식당 주인이라고 했었나.
“그 식당에 가면 이 메뉴를 먹을 수 있나요?”
“아뇨, 이건 여기에서만 만드는 메뉴라고 들었어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다시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다니.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주차장을 향하는데, 운전기사 역할을 한 승희가 입을 열었다.
“내일 다시 올 사람?”
#
”애피타이저 반응은 어때요?”
“굿!”
은미는 긴장된 얼굴을 하다가, 성윤의 답변을 듣고 나서야 얼굴 근육을 풀었다.
“은미 씨, 아직 한 테이블밖에 안 나갔어요. 다른 테이블 음식도 만들어야죠.”
“사장님은 기쁘지 않아요?”
“손을 움직이면서도 기뻐할 수 있습니다.”
한길은 묵묵히 토마토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은미는, 신기하기만 했다. 순식간에 메뉴 하나를 뚝딱 만들어냈으니까.
재료가 도착하자마자, 한길은 발사믹 식초를 소스 팬에서 졸이기 시작했다.
토마토는 십자 모양 칼집을 내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건져내서 껍질을 벗겼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다시 한번 볶아주고, 네모나게 썰어서 올리브유, 양파, 타임과 함께 버무렸다.
마지막은 쿠키틀을 가져와서 접시 위에 얹었다. 토마토를 한층 깔고, 살짝 졸인 발사믹 식초를 넣어주고, 또 토마토 한 층을 깔고.
그렇게 층층이 탑을 만들자, 완벽한 타이밍에 카키가 구운 빵과 치즈를 들고 나타났다.
얼떨결에 만든 토마토 타르타르였지만, 반응은 좋았다.
“우와! 컴플레인 하나도 없었어!”
“컴플레인은 무슨, 다들 칭찬 일색인데!”
마지막 점심 손님이 나가고, 한동안 축제 분위기였다.
은미와 개그맨 콤비는 손을 부여잡고 깡충깡충 뛰며 기뻐했지만, 한길은 서둘러 볶음밥을 만들고 있었다.
“빨리 먹어야 합니다.”
“네?”
“브레이크 타임은 2시간 반이에요. 빨리 먹고 내일 분 웰링턴을 만들어야죠. 생각보다 많이 나가서 분량을 조금 늘려야 할 것 같아요.”
한길의 말에 모두 어제의 노예생활을 떠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올 노예 생활도.
한길이 뒤를 돌아보자마자 은미가 혀를 내둘렀다.
“나, 연습생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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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내일을 위해 일찍 주무세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한길은 출연진을 서둘러 재웠다.
한길을 포함한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촬영 기간 동안 인근 펜션을 통으로 빌려 사용하고 있었다.
모두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한길은 밖으로 나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 방심했어.’
토마토 타르타르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원래는 병아리콩 허머스를 이용한 미니피자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결국 급하게 메뉴를 변경해야 했다.
‘그래도 어찌 그 순간에 머리가 돌아갔네?’
맛은 기본이고, 시간까지 벌어줄 요리.
갑자기 당면한 상황에서 그걸 생각해낸 자신이 신기하기만 했다.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도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아 잠은 오지 않았다.
‘맥주라도 한잔하면 좋으련만.’
그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이는 노셰프였다.
“사장님, 오늘 사고 터질 뻔했다며? 그래서 신메뉴 하나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노셰프의 손에는 맥주 두 캔이 있었다.
그중 하나를 따서 한길에게 건네준 후, 그는 한길의 옆에 앉았다.
“이럴 때는 한잔 해야지.”
“네?”
“축하해야지, 첫 훈장이잖아?”
“훈장이요?”
노셰프는 아예 편하게 등을 기대며 웃고 있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 파리에서 헤드 셰프로 일할 때였는데, 무슨 유명한 평론가가 온다는 거야. 그런데 그때 만든 메달리온 요리를 후배가 접시에 떨어트려 버렸거든. 먹을 수는 있는데 모양이 다 망가지고, 새로 만들 시간은 없고…..”
“아, 네.”
“그래서 흩어진 고기 완자를 그대로 살리고 그 주위에 소스로 그림을 그렸어. 아마 제목을 ‘맛의 폭발’로 지었을 거야. 지금이야 다들 나를 접시 위의 예술가라고 부르는데, 사실 그거, 실수해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거였거든, 크크.”
노셰프의 눈빛은 어딘가 아련했다.
“식당에서 만드는 요리랑 내 이름을 걸고 만드는 요리는 다르니까. 오늘 사장님 얘기 들으니까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
아무래도 짧은 시간 내에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걸 좋게 본 모양이었다.
“어찌어찌 넘겼네 싶으면서도 신기하고, 이상하게 뿌듯하고. 이 기분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만 알 수 있을걸?”
“그렇군요.”
“20년 동안 그 훈장을 모으면 꼰대가 되어버리지. 팬만 잡고 셰프를 자처하는 놈들 보면 울컥하게 되고. 진짜 셰프는 다른데. 사장님도 20년 동안 훈장 모으다 보면 나 같은 꼰대가 될지도 몰라.”
노셰프는 한길과 대화를 한다기보다, 스스로의 추억을 회상하는 듯했다.
“그럼, 어서 들어가서 쉬어!”
노셰프가 들어간 후에도 한길은 벤치에 홀로 남아 있었다.
‘진짜 셰프라……’
확실히, 한스키친에서 일할 때와는 뭔가 달랐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진짜 셰프가 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두리뭉실하게 윤곽만 보이는 기분……
하지만, 그 윤곽은 갈수록 선명해 지고 있었다.
한길은 진짜 셰프가 될 때까지, 20년이나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오늘 가장 부족한건 역시 그거였지….’
최대한 빨리, 올라가고 싶었다.
왠지 자신도 있었고.
< 39. 첫 훈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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