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44)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44화(44/325)
< 44. 뜨거운 맛 좀 볼래? >
‘이건 기회다.’
집사와 대화를 하는 타이투스를 보며, 한길은 직감했다.
총지휘를 맡은 타이투스는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 한길을 제외하고 주방에 있는 요리사와 노예들 모두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피키우스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번에 경험한 주방을 회상해 보면, 아피키우스는 모든 메뉴에 관여했다. 어떤 메뉴가 나올지, 이름은 무엇으로 정할지, 그리고 연출은 어떻게 할지.
직접 조리는 하지 않았고, 주방에 오래 머무르지도 않았지만, 모든 메뉴를 총괄하는 이는 아피키우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피키우스의 지시 없이 연회를 준비해야 한다.
갑자기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
‘하필이면 재료도 없는 날에……’
평소라면 오전부터 각종 육류와 해산물이 준비되어 있겠지만, 오늘은 부산물만 있었다.
뒤늦게 인근 정육점과 양식장에 사람을 보냈지만, 아직은 자투리 부위만 도착하는 상황.
조금 더 기다리면 좋은 재료가 올 수도 있겠지만, 언제 올지 모른다.
무엇보다, 손님이 이미 저택에 도착했으면 지금 당장 요리를 시작해야 한다.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다.
“그 늙은이의 노예들이 이 주방에 들어오는 순간, 아피키우스는 제대로 망신당하는 거니까 어떻게든 해봐.”
집사는 그 말만 남기고 주방을 떠났다.
아피키우스의 명예가 걸려있는 연회.
어떻게 보면 위기이지만, 이 위기를 잘 넘기면 아피키우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한길은 주방의 누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로마의 귀족들은 희귀한 음식을 좋아했다.
맛도 중요했지만, 다른 곳에서 본 적도 없는 진귀한 음식을 먹고 자랑하는 걸 즐겼다.
한길에게는 현대의 조리법이 있었다.
평범한 재료로 로마인들이 처음 보는 음식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뜨거운 요리는 저에게 맡겨주시면 안될까요?”
한길이 입을 열자, 타이투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아, 창자 구이! 그건 눈앞에서 구워줬으니 특이성도 있고 따뜻한 요리니 좋겠군. 루카니아 소시지 대신 그걸로 만들도록.”
하나의 메뉴가 결정되자, 타이투스는 조금씩 침착을 되찾는 듯했다.
“전채와 디저트는 재료 수급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니 그대로 간다. 메인이 문제군. 아티쿠스는 무화과 돼지 간 요리를 만들고, 마르쿠스가 창자 구이, 나는 새구이를 만들도록 하지. 펠릭스는 해산물 담당이다. 양식장에서 재료가 오는 대로 나에게 알려주도록.”
호령이 떨어지자, 멈춰있던 주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이투스의 얼굴에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메뉴 하나가 비었으니까.
다른 코스라면 모를까, 가장 중요한 메인 요리를 네 접시만 올리는 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저한테 메인 하나를 더 맡겨주시면 안 될까요?”
한길이 말을 꺼내자, 타이투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메인 요리를 두 개나 만들겠다고?”
“보셔서 아시겠지만, 창자 구이는 테이블 위에서 완성되는 요리고 준비는 이미 마쳤습니다. 하나 더, 충분히 가능합니다.”
“뭘 만들려고?”
“만두를 넣은 뜨거운 국물 요리요.”
“끄응.”
타이투스는 선뜻 허락하지 않았지만, 한길은 그 심정을 이해했다.
새로 들어온 신입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중요한 자리니까.
“일단 만들어볼 테니 보고 판단해도 좋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마르쿠스는 요리 두 개니까, 마이누스, 자네가 전속으로 붙도록.”
마지막 지시를 내리고 타이투스는 잰걸음으로 자신의 조리대로 향했다.
“일단은 돌판을 찾아주세요. 이만한 크기. 제대로 달궈질 재질이어야 합니다.”
“돌판이요?”
“그 위에 고기를 구울 겁니다.”
한길은 지체 없이 자신의 전속 노예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손짓해가며 설명을 해주는데,
“마르쿠스, 잠깐 뭐 좀 물어봐도 될까?”
뒤에서 루시우스가 한길을 불렀다.
“저번에 우리가 만들었던 요리 있잖아.”
“웰링턴이요?”
“무슨 소리야, 천 겹의 천사 날개 말이야.”
아무래도 웰링턴은 자체 번역이 안 되는 듯했다.
“그걸 만드는 건 무리려나?”
“그만한 크기의 돼지고기가 없으니까요. 들어올지 모르는 재료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반죽은 지금부터 서두르면 만들 수 있는데…. 그건 반응도 좋았고 아직 소문도 안 퍼졌을 테니 딱 맞거든. 나도 장미 파이는 이미 준비가 끝나서 시간이 남기도 하고.”
“그러면……”
순간 한길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요리가 있었다. 아까 한길이 만든 소시지에 퍼프 페이스트리를 돌돌 말아서 구워내면 만들 수 있는 요리.
소시지 크루아상 (pigs in a blanket).
“일단 반죽을 만드세요. 완성되면 저를 불러주시고요.”
“알았어.”
루시우스는 반죽으로 무엇을 할 건지, 묻지도 않고 바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왜 질문을 안 하지?’라는 의문이 잠시 스쳤지만, 곰곰이 곱씹을 여유는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한길은 서둘러 재료 테이블로 가서 무와 대파, 양파, 버섯 등을 챙겨왔다. 부속물 테이블에는 다행히 닭발도 있었다.
서둘러 재료를 씻어 손질하고 불에 올려서 육수를 끓인 후, 육류가 놓인 테이블을 향했다.
테이블 위에는 돼지고기 몇 덩이가 있었다. 통구이를 할 만큼 커다란 부위는 없고, 여기저기 자투리만 있었지만. 한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길이 생각한 메뉴는 만두전골.
만두에 들어갈 속 재료는 어차피 다져서 사용한다.
“마니우스, 돼지고기를 살만 골라내서 잘 다져주세요.”
지시를 내린 후 한길은 바로 향신료 창고에서 생강을 골라왔다.
생강을 잘게 다지고, 파를 송송 썰어준 후, 움푹한 접시에 담아주고 그 위에 끓인 물을 부었다. 생강 향과 파 향이 잘 배어나도록.
그리고 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익반죽을 만들고 서둘러 만두피를 빚어냈다.
“돼지고기 다 다졌습니다.”
마니우스가 돼지고기를 건네주자마자, 한길은 그 안에 생강과 파물을 넣으며 충분히 섞어주었다.
찰바닥 거릴 정도로 수분기가 많은 만두소였지만, 이 정도가 적당했다.
뜨거운 만두로 유명한 중국의 샤오룽바오에서 착안한 방법이다.
샤오룽바오는 돼지고기의 지방을 젤라틴화 해서 만두소와 함께 쪄내는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이렇게 생강 물을 가득 머금은 만두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만두피 안에 소를 채워 넣고, 살살 접어가며 작은 보자기 같은 만두를 만들었다.
손님이 네 명 뿐인 게 다행이었다.
혼자서 만두 스무 개까지는 빚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마르쿠스, 반죽 되었어.”
“제 옆에 와서 해주세요. 저도 손을 쉴 수는 없어서.”
루시우스가 도착하자, 한길은 옆에서 말로 지시를 내렸다.
퍼프 페이스트리를 기다란 삼각형으로 자르게 하고, 그 사이에 소시지를 넣고 돌돌 말게 했다. 계란물을 바를 즈음, 노예가 주방을 향해 외쳤다.
“손님들이 목욕탕에서 나왔습니다. 오일 마사지한 후에 바로 연회장으로 들어가실 것 같습니다.”
서둘러 요리를 마무리하고, 타이투스의 확인까지 받자,
“메인 조, 준비.”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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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배고픈데.”
“벌써 식사를 하겠다고? 아직 오일마사지도 하지 않았는데.”
“허기가 져서 말이지.”
아피키우스는 의식적으로 얼굴을 당겼다. 조금만 방심하면 미간에 주름이 잡힐 것 같았으니까.
초대장도 없이 찾아온 불청객 주제에.
필록제노스는 염치도 없이 빨리 밥상이나 차리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실물을 만나보니 정말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노인네였다.
“연세가 있으니 빨리 드시고 일찍 주무셔야죠. 기대하세요, 아피키우스의 연회는 정말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맛이니까요.”
그 노인 옆에서 실눈을 뜨며 부추기는 이는, 사위인 세야누스였다.
“저희가 올 때마다 최선의 요리를 마련해 두시거든요. 보시면 놀랄 겁니다.”
욕설을 한바탕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손님 앞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연회장은, 다행히 그럴듯하게 꾸며 있었다.
‘그래도 케이토가 신경을 썼군.’
저택 곳곳이 있는 조각상을 가져와서 배치했는데, 각종 신화 속 영웅들과 신들이 노니는 정원에 들어오는 분위기였다.
소파에 눕자마자 무희들이 나와 손을 씻겨주었다. 숲속 요정처럼 머리에 화관을 쓴 복장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요리.
“전채 요리가 나왔습니다.”
집사의 말과 함께 요리사들이 등장했다.
처음으로 테이블에 올려진 건, 은으로 만든 코끼리 모양의 그릇. 코끼리가 짊어진 은 바구니 안에는 까만 올리브와 녹색 올리브가 담겨 있었다.
“다마스쿠스에서 처음 수확된 올리브를 사해의 바닷물에 절여놓은 올리브입니다.”
연회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카아악.”
노망이라도 났는지, 옆에 누운 필록제노스가 손가락을 입안에 넣더니, 가래 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시 손을 입 밖으로 꺼냈을 때에는, 이상한 물체를 들고 있었다.
“그건 무엇인가?”
“아, 내가 만든 혓바닥 보호대네.”
“보호대?”
“나에게 가장 많은 즐거움을 주는 혓바닥인데, 혹여나 망가지면 내 삶의 유일한 낙이 사라지지 않겠나.”
아피키우스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괴짜였다.
“후추와 잣, 꿀의 정원에서 갓 따온 메추라기 알입니다.”
필록제노스는 뒤이어 나온 메추라기 알을 오물거리더니, 아쉬운 듯 고개를 기웃거렸다.
“여기에는 식초를 더 넣으면 맛이 살아났을 텐데. 아쉽구먼. 내가 가져온 식초 중에 이집트의 무화과를 숙성시킨 기가 막힌 식초가 있거든. 클레오파트라의 정원에서 따온 무화과라는데, 이 색상이 기가 막혀.”
필록제노스가 입맛을 쩝쩝 다시며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저렇게 몇 번 트집을 잡고 자신이 갖고 온 재료를 자랑하다가 노예를 주방으로 보낸다.
적어도 소문에 의하면, 그런 수순을 밟는다고 들었다.
그러기 전에 저놈의 입이 떡 벌어질 요리가 나와야 하는데……
“큐피드의 도시락. 미의 여신 비너스의 옷자락으로 곱게 여민 소시지 요리입니다.”
다음으로 나온 요리를 보고 아피키우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곱게 돌돌 말린 빵은, 이전에도 본 적 있었다.
얇디얇은 반죽을 겹겹이 엮은 천 겹의 날개.
이번에는 더욱 정교하게, 조각 같은 모양을 한 빵은, 통통한 소시지를 속에 품고 있었다.
이런 새로운 요리에 트집을 잡으면 필록제노스만 우스워질 뿐이다. 진귀한 맛을 알아보지 못하는 야만인이 될 테니.
“오, 이건 처음 보는군.”
그걸 아는지, 필록제노스도 호평을 했다.
딱히 맛으로 트집을 잡을 수도 없었고.
부드러운 버터 향이 층층이 입혀진 빵은, 깃털과 같이 가볍게, 입안에서 기분 좋게 흩어졌다. 오도독 소리가 날 정도로 탄력 있게 씹히는 소시지와의 조합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이건 하나 가져가도 되겠나?”
“물론이지.”
필록제노스가 손수건을 꺼내자, 아피키우스의 어깨가 가벼워졌다.
‘역시 루시우스를 데려오길 잘했네.’
성격은 조금 모났지만, 제빵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해줘야 했다.
처음 데려올 때만 해도 흔한 노예였지만, 단 일 년 만에 스스로 제빵을 배우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이 년 만에 자유인이 되었다.
재능 하나만으로.
다른 곳으로 도망갈 생각이 들지 않게. 나중에 선물이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하는데 집사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메인 요리 준비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요리사를 보고, 아피키우스는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몰아서 내쉬었다.
신입 요리사 마르쿠스.
이번에는 커다란 돌판이 테이블 위에 올렸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열기 때문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걸 보니, 돌은 이미 달궈져 있었다. 그 열기를 잃지 않게, 돌판의 아래에는 숯불이 놓여 있었고.
“이번 요리는 올림포스의 소시지구이입니다.”
“이게 소시지라고?”
필록제녹스는 창자를 보자마자 의아한 듯 질문을 했지만,
“신들이 먹는 음식은 조미료 없이도 훌륭하다고 하죠. 사과 하나만 먹어도 꿀이 넘쳐흐른다고 하더군요. 신들의 방식대로, 창자 안에 아무것도 채우지 않고 본연의 맛으로 즐기는 소시지구이입니다.”
그 말과 함께 마르쿠스는 곱창과 대창을 돌판 위에 올렸다.
치이이익!
조용한 석쇠와 달리, 돌판은 시끄러웠다.
하지만 기분 좋은 소리였다.
그 어떤 음악보다도 더.
지글지글.
이윽고 곱창과 대창 안에 가둬진 기름이 돌판의 바닥에 고이며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거품처럼 톡톡 터지는 기름방울에 곱창과 대창이 갈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질 지경이었다.
곁눈질로 보니, 필록제노스는 그야말로 흥분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저 노친네는 뜨거운 음식을 좋아했더랬지.
돌판에서 바로 구워서 전해주는 요리에 트집을 잡지는 못할 거다.
싹둑.
마르쿠스가 먹기 좋은 크기로 곱창과 대창을 자르자, 그 탄력이 그대로 눈에 보였다.
탱글탱글하게 절단되는 모습을 보니, 방금 전까지 느꼈던 고민이 싹 다 날아갔다.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먹고 싶네.’
이미 그 믿을 수 없는 쫀득함을 경험한 아피키우스는, 입안에 그 식감이 그려져서 더욱 애가 타기 시작했다.
“이제 드셔도 됩니다.”
마르쿠스가 말을 하자마자, 필록제노스의 노예가 이상한 주머니를 가져와서 노인의 손가락에 끼워주기 시작했다.
“손가락 보호대네.”
“손가락 보호대?”
“데이지 않고 뜨거운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내가 개발했지.”
“집게를 주는데?”
“나는 내 손으로 먹는 게 더 좋거든.”
그 말과 함께, 필록제노스는 손으로 돌판 위의 곱창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하나를 먹고, 눈을 감고, 삼키고.
삼키자마자 바로 또 한 점을 주워 먹었다.
한점, 두 점, 세 점.
말없이 다섯 점을 연속으로 먹고 나서야 노인은 입을 열었다.
“식감이 예술이군. 바삭하면서도 기름지면서도 깊이가 있네. 이 대창이라는 건 달달하고 폭신한 게, 씹을 때마다 뜨끈한 기름을 터트리는 게 기가 막히는구먼.”
“이걸 진짜 신들의 방식대로 즐기는 방법이 있지. 파르레니안 와인을 들고 오도록.”
와인이 도착하자마자, 아피키우스는 직접 와인을 희석하기 시작했다.
조금 강하게.
“무슨 와인이 그리 야만스러운가. 호메로스가 말한 최고의 비율은 와인 하나에 물 스물이거늘.”
“그건 인간들이 먹는 와인이고, 지금은 신들의 만찬 아니겠나. 내가 불의 신, 벌칸의 와인 맛을 보여주도록 하지.”
아피키우스는 자신 있게 와인을 권했다.
어느새 평소의 여유가 돌아왔다.
“대창을 한번 씹고 나서 한 번에 쭉 들이키게.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노인은 시키는 대로 대창을 질겅질겅 씹어서 삼키더니, 한 번에 잔을 털어 넣고 불을 뿜어냈다.
“크아! 이런 불맛도 있구먼!”
기름을 날려버리는 마성의 맛.
역시 그 맛을 즐길 정도의 미각은 갖추고 있었다.
“다시 한번! 이거, 더 만들 수는 없나?”
필록제노스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연회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다음 메인 요리입니다.”
마르쿠스가 다시 등장했다.
‘왜 두 개나 맡았지?’ 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동시에 안도감이 찾아왔다. 자신 있게 미소를 짓고 있는 마르쿠스의 얼굴만 봐도, 뭔가 듬직해 보였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노예가 테이블 위에 세팅하는 건, 숯불 통과 냄비였다.
냄비 안에는 각종 채소가 색색이,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윽한 향을 풍기는 수프가 가득 담겨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처음 보는 동그란 빵이 있었다.
“만두전골입니다.”
“만두전골?”
“저 밀가루 보자기 안에 신들의 간식을 조금씩 숨겨 놓았습니다.”
보글보글.
감상하는 동안, 숯의 열기로 냄비 안에 있는 국물이 용암처럼 격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필록제노스의 눈은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한쪽 입꼬리는 반들반들했다.
침이 고이다 못해 새어 나오는데도, 본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 44. 뜨거운 맛 좀 볼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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