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50)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50화(50/325)
< 50. 지금 한가해? >
“저번 근무지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셨다고요?”
“2년 되었습니다.”
“혹시 왜 그만두셨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저랑은 맞지 않은 곳이어서요. 저는 조금 더 창의적인 요리를 하고 싶었는데, 방향이 다르더라고요.”
한길의 앞에 앉은 남자는 그 이후로도 한동안 전 직장을 헐뜯기에 바빴다.
대화하는 내내 남자의 시선은 한스키친의 구석구석을 훑고 있었다. 그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골목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레스토랑을 연다고?’
새로 여는 레스토랑은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 한스키친에서 면접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을 찾아오는 지원자들의 과반수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불신. 의구심. 실망.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결정되면 이번 주 내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한길은 지원자를 돌려보낸 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벌써 몇 번째 면접인지.
현실로 돌아온 지 사흘.
그동안 적잖은 지원자를 만났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너무 까다로운 건가?’
한길은 지원자의 경력을 크게 따지지 않았다. 양식을 조리한 경험이 있으면 좋겠지만,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얼마나 이름 있는 레스토랑에서 일해왔는지는 중요케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이유는, 비교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투스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은데.’
믿고 등 뒤를 맡길 수 있을 만한 사람.
가능만 하다면, 퀘스트 내에서 타이투스를 소환해 오고 싶을 지경이었다.
“사장님, 면접 다 봤어요?”
면접 동안 잠시 자리를 비워준 슬아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방금 나간 그 사람이에요?”
“응, 그런데 아마 함께할 순 없을 것 같아.”
슬아는 주방을 살짝 기웃거리더니, 근처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직도 시작도 안 하셨네요? 배고픈데.”
“지금부터 만들려고.”
“그래서, 오늘은 뭘 만들어요?”
오늘은 한스키친의 휴무일이다.
그럼에도 슬아가 가게까지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메뉴 테이스팅.
지난 며칠간, 한길은 브레이크타임이나 가게 오픈 전후로 새로 오픈할 레스토랑의 메뉴를 만들어 보고 있었다.
슬아는 손님 입장에서 먹어보고 있었고.
“랍스타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랍스타?”
그 말에 슬아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
“…. 그랬는데 이 주방에서는 힘들 것 같아서. 저녁에 따로 만들려고 쿠킹 스튜디오를 빌렸거든, 어차피 카키에게도 메뉴를 보여줘야 하니까 거기서 만들려고. 저녁까지 있을 수 있어?”
“아, 저녁에는 약속이 있는데….”
슬아가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좌절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단, 지금은 굴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굴은 먹니?”
“어제 튀김으로 주셨잖아요? 익히면 먹어요. 생굴은 못 먹지만.”
“아, 그랬지. 연어는?”
“연어도 생연어는 못 먹어요. 회도 못 먹고요. 먹어 보려고 도전은 몇 번 했는데, 비려서……”
“그런데 랍스타는 먹고?”
“랍스타는 회로 안 먹잖아요?”
이번 퀘스트에서는 해산물을 많이 다뤄왔었기 때문에, 신메뉴도 대부분 해물 요리다.
해물은 호불호가 갈리는데, 그래서 오히려 비린내 내성이 약한 슬아가 실험대상으로는 적합했다.
“잠깐 기다려.”
그 말과 함께 한길은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 만들어볼 요리는 굴구이.
굴을 살짝 익혀서 올리브유와 버터 소스를 곁들여 먹는 요리다.
어제 굴튀김을 만들 때도 슬아의 반응이 좋았으니, 비린 향만 잘 잡아주면 구이도 잘 먹을 터.
한길은 일단 소스를 만들기 위해 소스 팬을 중불에 올렸다. 그리고 올리브유와 버터를 각 세 스푼씩 넣어주고 살짝 녹여주었다.
버터 덩어리가 녹아서 노란 웅덩이를 이룰 때 즈음, 올리브유와 버터가 잘 섞이도록 팬을 살살 흔들어 준다. 그리고 다진 마늘을 넣는다.
치이이익!
마늘은 타지 않게 계속 저어줘야 한다. 타면 쓴맛이 나기 때문에, 소스를 비우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마늘이 노르스름한 색으로 변할 때 즈음, 특유의 진한 향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때 레몬즙, 이탈리아산 고춧가루인 레드 칠리, 다진 파슬리를 넣어주고 불을 끈다. 그리고 팬에 남아있는 열기만으로 안에 있는 재료 맛이 녹아들 때까지 기다린다.
소스를 불에서 내린 후, 한길은 손질해둔 굴을 꺼냈다.
‘신선하네.’
굴은 새벽에 수산시장에서 구매해 왔다.
로마의 굴을 가져올까 고민도 했었지만, 쓸데없는 포인트 낭비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한길이 벌 수 있는 포인트는 제한되어 있으니까.
마지막 퀘스트에서 5만 포인트를 벌긴 했지만, 갈수록 퀘스트 사이의 쿨타임이 길어지고 있었다.
그러니, 포인트를 절약해야 했다.
레저 잣 같은 정말 진귀한 재료 외에는 함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그것이 시스템의 의도일 수도 있고.
생선을 주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거겠지. 처음에 히든 스테이지가 열릴 때도 ‘필요한 경험을’ 채워준다고 했었고.
퀘스트 덕분에 한길도 평소라면 사용해보지 않았을 재료를 만져보고, 새로운 조리법을 알아낼 수도 있었다.
그 경험이 무엇보다 귀했다.
‘제대로 고정이 안 되네?’
굴을 껍데기 채로 그릴에 올리자, 시소에 올린 듯 좌우로 위태롭게 흔들렸다. 이러다 잘못해서 넘어지면, 껍데기 안에 고인 소스가 떨어진다.
결국, 한길은 작은 팬을 가져와서 그 아래에 쌀을 깔았다. 모래사장처럼 팬에 깔린 쌀은, 울퉁불퉁한 굴을 넘어지지 않게 고정했다.
안정적으로 고정한 굴 위에 아까 만든 소스를 조금씩 올려주고, 뚜껑을 덮은 상태에서 구워냈다. 시간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약 5-6분.
잠시 후 확인해 보자, 굴 껍데기 안에는 연한 노란빛의 소스가 고여서 살짝 끓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있는 통통한 굴은,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살짝 그을려서 꽃잎처럼 돌돌 말려 있었다.
다 익은 거다.
“와! 너무 예쁜데요?”
슬아는 완성된 굴을 보자마자 핸드폰부터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한참의 포토타임 후에야 시식을 시작했다.
한 손으로 껍데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포크를 이용해서 굴을 살짝 당기자, 익힌 굴은 큰 저항 없이 껍데기에서 떨어졌다.
굴의 아랫부분은 소스에 잠겨 있었지만, 윗부분은 소스 밖에 떠 있었다. 윗부분도 소스에 잠기도록, 샛노란 소스에 굴을 다시 담가주고 찰박찰박 적신 후에야 입에 넣었다.
“어때?”
“대박! 너무 맛있는데요?”
“안 비려?”
“전혀요! 굴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어요!”
빈말이 아니라 정말이었다.
슬아는 굴을 끓여서만 먹었다. 굴국이나 굴을 넣은 미역국에서 나는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은 좋아했다.
하지만 생굴을 먹을 때의, 그 물컹거리는 식감이 불쾌했다. 비린 향도 싫었고.
그런데 굴구이는 굴 특유의 깊은 맛에다가 부드러운 버터 향, 파슬리 향까지 더해져서 전혀 비리지 않았다.
프랑스 요리 같은 호사스러운 분위기가 났지만, 느끼함은 없었다. 식감도 부드러우면서 질기지 않았고.
굴 초보인 슬아가 먹기에는 딱 좋아 보였다.
“이 소스가 대박이네요.”
슬아는 연달아 굴을 집어먹고서는, 껍데기에 남은 소스까지 후루룹 소리를 내며 마셨다.
“어? 사장님, 또 면접 보기로 했어요?”
한동안 먹방 스타처럼 열심히 먹던 슬아가 갑자기 굴 껍데기를 내려놓더니, 한길에게 물었다.
“아니, 왜?”
“저기…. 밖에서 이상한 사람이 계속 기웃거려가지고요.”
슬아가 말한 방향을 보니, 정말 30대 중후반 정도 되는 남자가 유리문 너머로 기웃거리고 있었다.
남자는 한길과 눈이 마주친 후에도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마음을 먹었는지 한스키친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시죠?”
“저, 한스키친 사장님 되시나요?”
“네.”
“저는 ‘프렌치 랩’의 총주방장 최영국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가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업종 변경을 하기 전에는 ‘뉴욕 브런치’의 주방을 맡기도 했습니다. 결국 둘 다 문을 닫게 되었지만요.”
“뉴욕 브런치?”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한참 기억을 더듬은 후에야 생각이 났다.
자신의 치킨버거를 따라 하던 브런치 가게.
“죄송합니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최영국이라는 남자는 갑자기 상체를 90도로 꺾으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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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개발한 메뉴를 베꼈습니다. 요리하는 사람이, 주방을 이끄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항상 사과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괜찮습니다. 다 지나간 일인데요.”
실제로, 한길은 이미 그때의 일은 잊고 있었다. 이렇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는데.
“조금 더 일찍 찾아뵙고 싶었지만, 아무리 손님이 없는 식당이어도 주방을 비워둘 수는 없어서 이제야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남자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변명은 하지 않았다.
‘다 시켜서 한 일일 텐데……’
직접 뉴욕 브런치의 사장과 대화를 한 적이 있으니, 한길은 알고 있었다.
분명 그 사장이 메뉴를 베끼라는 압력을 줬을 테고,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눈앞의 남자는 시키는 대로 했을 거다. 하지만 남자는 사장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제 어리석은 결정 때문에 사장님께 피해를 주고, 결국 자업자득으로 제 식당까지 이 꼴이 되었네요. 한번은 제대로 사죄를 하고 싶었습니다.”
고집스레 입술을 깨물고 있는 남자를 보며, 한길은 그동안 왜 면접을 보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는지, 알 것 같았다.
지원자들과 타이투스와의 차이점.
지금껏 만나온 지원자들은 모두 혼자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타이투스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이었고.
그리고 눈앞의 남자도, 주방에서 행한 모든 행동은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죄하고 있었다.
그런 점이 싫지 않았다.
“그래서, 그 식당은 어떻게 되었나요?”
“이제 문을 닫았습니다. 저 뿐 아니라 주방에 있던 후배들도 자리를 잃었죠. 처음부터 제가 제대로 했었더라면……”
저런 부분도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후배들?
“그러면 지금은 한가하신가요?”
“네?”
질문의 의도를 몰라 잠시 당황하는 남자를 보며, 한길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실, 제가 새로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이거든요. 사람을 구하고 있었는데, 지금 직장이 있으신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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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떨어질 무렵, 최영국 셰프는 한남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낮에 한스키친에 방문했을 때, 예상치 못하게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 한가하면 저녁에 식당을 보러 와달라는 말을 들었고.
‘이런 곳에서 일할 때가 아니긴 한데……’
솔직히……
망설임은 있었다.
최셰프에게는 아직 어린 딸이 있었다.
벌써부터 아내는 영어 유치원 비용을 알아보고 있었고.
셰프라는 직종은, 경력에 비해 급여가 좋은 편이 아니다. 스타 셰프가 아닌 이상에는, 10년 경력 셰프가 월 300만 원도 못 받는 곳이 허다하다.
그나마 뉴욕 브런치에 있었던 이유는, 월급이 좋았기 때문이다.
총주방장이라는 타이틀도 있었고…..
그 자리가 없어진 이상, 빨리 좋은 자리로 이동해야 했다. 이름난 호텔에 들어가거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등을 찾아야 한다.
작은 골목식당에서 일할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딱 일 년만….’
한스키친의 사장 입장에서도 자신이 꺼림칙한 인간일 텐데, 일자리를 제의한 거면…..
그만큼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서 아닐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조금 경력이 있는 셰프라면, 당연히 모두 이름이 있고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길 희망하니까.
새로운 레스토랑이 자리 잡을 때까지만이라도.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는 게 자신이 해야 할 도리 같았다.
그래야 딸 앞에서 당당해질 수도 있을 것 같고.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다.
“조금 걸어가야 하는데, 가실까요?”
한남역에서 만난 한길은, 최셰프를 보자마자 가벼운 인사를 하고 바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한남동인가요?”
“어쩌다가 이쪽에 자리가 나서요.”
“아는 지인이 예전에 여기서 식당을 했었는데…. 손님은 뜸한데 월세는 비싸서 결국 3년 만에 철수했었죠….”
걸어가는 내내, 최 셰프는 최대한 조심스레 조언하려 했다.
한남동 골목은, 자신이 알기로 그렇게 좋은 상권은 아니었다. 월세도 비싸고.
대로변에 있는 제법 고급스러운 식당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수요가 있었지만. 골목까지 사람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름난 셰프나 유명인이 하는 곳이 아니라면, 찾아서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도착했습니다. 여기입니다.”
“네?”
한길이 멈춘 곳은, 대로변에 있는 한 건물 앞이었다.
공사 중이라는 표시가 적혀 있는 건물.
“어디라고요?”
“여기요.”
최셰프는 다시 주위를 살피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길 건너에는 공영주차장이 보였다. 도보로 이동 가능한 가까운 거리 내에, 커다란 광고 회사도 있었고.
그리고 대로변 1층 건물.
그럴 리가 없는데…..
“들어가시죠.”
한길은 아무 주저 없이, 공사 천막이 켜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더니, 공사하는 사람들과 살갑게 인사까지 나누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릴까요?”
“인테리어는 1-2주면 될 것 같은데, 주방은 직접 지시를 해주셔야 해요. 바닥 공사는 끝났지만, 가전 도구 배치라든지 이제 슬슬 정해야 하거든요.”
에이, 설마……
아직 반신반의하는 최셰프에게, 한길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일하게 될 주방인데, 한번 같이 보실래요?”
< 50. 지금 한가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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