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52)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52화(52/325)
< 52. 오프닝 — 여기까지 무료입니다 >
공사가 마무리되기까지의 일주일.
한길은 매우 바빴다.
일단, 한스키친의 최종점검을 해야 했다.
한길이 없어도 문제없이 운영되어야 하니까.
오래전부터 모든 작업을 매뉴얼화 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치킨은 튀김기를 이용했고, 튀김 온도도 정해져 있었다. 수란도 수비드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퀄리티는 안정적이다.
한길이 할 일은 타르타르 소스와 샐러드드레싱을 만드는 것뿐. 시간이 날 때마다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된다.
유일하게 변한 메뉴는 샐러드였다.
기존의 루콜라 샐러드를 메뉴에서 빼고, 대신 새로운 샐러드를 추가했다.
포인트를 절약해야 하니까.
같은 포인트로 멸종된 레저 잣을 구매할 수 있는데, 현대에서도 구매 가능한 루콜라에 제한된 포인트를 사용할 수는 없다.
일반 샐러드 채소를 쓰는 대신, 세이버리와 루타를 활용한 샐러드드레싱으로 대체했는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사장님, 내일부터는 저쪽으로 나가시죠?”
한스키친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항상 칼퇴근하는 슬아가 웬일로 뭉그적대며 가게에 남아 있었다.
슬아 역시 새로운 레스토랑에 합류하기로 했지만, 합류 일자가 조금 늦다.
아직 한스키친에서 슬아를 대체할 알바를 못 구한 까닭이다. 사람을 구하고 인수인계를 마치면, 그때 새 레스토랑으로 출근한다.
“사고는 치지 마.”
“안 쳐요. 절 뭐로 보고.”
“그런데 왜 이리 늦게 남아있어?”
“음…..”
슬아는 조금 시간을 끌더니, 가방을 뒤적이며 작은 꾸러미 하나를 꺼냈다.
“이거, 받아요.”
“뭔데?”
“보면 몰라요? 선물이잖아요, 선물. 집에 가서 한번 뜯어보세요.”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상자는 빨간 리본으로 묶여 있었다.
호기심에 리본을 풀자, 슬아가 조금 당황하기 시작했다.
“으악, 지금 뭐하는 거예요?”
“선물이라며?”
“아니, 집에 가서 확인하라니까요?”
선물은 명찰이었다.
사각형 모양의 금빛 명찰.
그 위에 두 줄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
Head Chef
이한길.
“으으….”
슬아는 쑥스러운지 계속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다른 셰프님이 나이가 더 많으니까, 누가 보스인지 모를까 봐…. 그냥 가슴에 달고 있으라고요.”
“그래, 고마워.”
한길은 직접 명찰을 한번 달아보려고 했지만, 고정하는 핀이 너무 작아서 잘 되지 않았다.
“에휴, 이리 줘봐요!”
답답한지, 슬아가 명찰을 낚아채더니 꼼지락대며 명찰을 한길의 가슴팍에 달아주었다.
옷깃이 살결에 스쳐서 제법 간지러웠다.
아니, 어쩌면 기분이 간질간질한 걸 수도.
“계속 쑥쑥 레벨업 하라는 의미인 거 알죠? 사장님이 미끄러지면 저도 미끄러지는 거니까. 리셋되지 말고 잘하라는 의미에서!”
슬아는 멋쩍은지, 탕탕 소리가 날 정도로 한길의 어깨를 거칠게 쳤다.
“그럼 저 먼저 갑니다! 아, 참고로 지금까지 남아있던 시간도 야근 수당으로 쳐줘요!”
슬아가 도망치듯 가게를 벗어나자, 홀로 남은 한길은 거울을 빤히 들여다봤다.
가슴에 달린 명찰이 빛나고 있었다.
그 위에 적힌 글자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헤드 셰프.
소박한 졸업식을 치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졸업식인 동시에 입학식이다.
#
[새로운 식당이 등록되었습니다.]+
식당 이름: 고르메 키친
업종: 양식, 퓨전
위치: 한남동
요리: ???
매출: ???
매력: ???
인지도: ???
+
다음 날 아침.
한길이 레스토랑 앞으로 들어서자마자 새로운 창이 떴다.
<고르메 키친>.
새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카키는 가게 이름을 <한스키친>으로 해도 된다고 했지만, 동업자가 있는데 자신의 이름을 내걸 수는 없었다.
아직 오픈 전이라 그런지, 시스템 창의 항목 대부분이 비어있었다.
저걸 채우는 게 앞으로 해야 할 일…..
“후우….”
한길은 호흡을 다듬으며 레스토랑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작은 창고 크기의 방은 한길의 사무실.
한길은 사무실 안의 사물함에서 유니폼을 꺼냈다.
최셰프가 주문한 의상이다.
자금이 넉넉하다는 것을 알고 그 누구보다 기뻐하던 최셰프는, 전투복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며 주방 유니폼을 주문했다.
하얀 세프 코트는 빳빳하게 다려져 있었다.
공기 순환이 잘되도록 디자인한 것이라고 들었다.
새까만 셰프 바지는 초경량 내염성 소재로 만들어 기름이 튀어도 뜨겁지 않고 불이 붙지 않는다고 했고.
신발도 있었다.
나무 밑창이 있는 장화처럼 생긴 조리화는, 관절과 허리의 부담을 줄여주는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이라고 했다.
특수 고무 재질을 사용하여 미끄러지지 않고, 만에 하나 팬이 발 위에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다.
하나하나, 복장을 갖춰 입으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기 전, 기사가 갑옷을 입는 느낌.
화염 내성이 있는 전투복은, 깃털처럼 가벼우면서도 잠옷처럼 편안했다.
앞으로 설 전쟁터인 주방에 들어가자, 가슴이 더욱 벅차올랐다.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한 주방을 살펴보는 도중, 한길의 오른팔이 되어줄 중위가 도착했다.
“일찍 오셨네요.”
“최셰프님이야말로 왜 이리 일찍 오셨어요?”
“할 일이 많으니까요. 애들 오기 전에 와야죠.”
최셰프는 빠릿빠릿한 움직임으로 탈의를 마치고 한길과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기나긴 보고를 시작했다.
“허브는 구하는데 혼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허브 농장 하나를 찾아서 정기적으로 이틀에 한 번 배송받기로 했고, 수산물 쪽은 아침 9시마다 …..”
최셰프는 유능했다.
짧은 기간 동안, 한길이 필요로 하는 까다로운 재료들의 공급처를 찾아냈다.
물론, 아무리 최셰프여도 모든 재료를 구해올 수는 없었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지중해산 붉은 숭어는 일반 도미로 대체하는 등, 약간의 조율이 필요했다.
상점에서만 구매 가능한 재료인 레저 잣은 한길이 따로 가져왔고.
”아, 그리고 앞으로는 저를 셰프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모든 보고를 마친 최셰프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주방에 셰프는 한 명 뿐입니다.”
“그러면 뭐라고 부를까요?”
“수셰프라고 부르십시오.”
“하지만 후배들은 항상 셰프라고 불러왔을 텐데…….”
새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은 모두 최셰프가 데려온 후배들이었다.
그동안 셰프 타이틀을 달다가 갑자기 수셰프로 불리는데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것도 후배들 앞에서……
한길의 생각을 읽었는지, 최수셰프는 씨익 웃었다.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오래 달고 있을 직함은 아니니까요.”
“네?”
“셰프가 다른 식당을 열고 떠나면, 그때는 제가 이곳의 셰프가 되겠죠. 타이틀은 그때 회수하겠습니다.”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쫓아내려고 하시네요.”
“원래,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습니다.”
그리고 약 한 시간 후,
주방에 함께 설 요리사들이 도착했다.
“이쪽은 요리사인 김경우, 강상우, 이호진, 엄민아. 이쪽은 주방보조인 백승재와 정윤자 씨입니다. 이분이 우리 셰프, 이한길 셰프입니다.”
네 명의 요리사와 두 명의 주방보조.
요리사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었다.
수셰프 바로 아래에는 육류 담당(rotisseur)과 해물 담당 (poissonnier).
그 아래가 채소 담당 (entremetier).
고기와 해물을 제외한 모든 사이드 메뉴와 소스를 맡는다.
그 아래는 전채 담당(garde manger)
요리사 중에는 가장 서열이 낮으며 샐러드와 전채요리를 담당한다.
주방보조 두 명은 재료를 다듬는 밑 작업과 설거지를 담당한다.
거기에 수셰프까지.
총 일곱 명의 군단이 생겼다.
앞으로 이 인원을 이끌어야 하지만, 긴장은 되지 않았다.
스무 명도 이끈 적이 있으니까.
“이한길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선, 레시피는 모두 숙지한 거로 들었습니다. 간단한 밑 작업만 하고 바로 손을 맞춰보도록 하죠.”
“예스, 셰프.”
인사는 간단하게 했다.
할 일이 많으니까.
#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예스, 셰프!”
필요한 재료를 손질한 후, 한길은 바로 실전 훈련을 해보기로 했다.
역사에 기록된 미식가인 아피키우스마저, 연회 전에는 리허설을 했다.
처음으로 셰프 자리에 서는 한길이, 오픈 날에 첫 실전을 겪는 건 어리석다.
리허설이 필요했다.
요리사들은 각자의 조리대에 자리를 잡았다.
한길과 최수셰프는 패스(pass) 앞에 섰다.
패스는 주방과 홀 사이에 있는 조리대.
무대에 오르기 직전의 대기공간이다.
“여기, 티켓 있습니다.”
최수셰프는 메뉴 티켓 여러 개를 들고 왔다.
실제 주문이 들어온 것처럼 가상훈련을 해볼 생각이었다.
“시작합니다. 전채, 플래터 하나, 샐러드 하나.”
“예스, 셰프!”
“메인, 웰링턴 하나, 도미구이 하나.”
“예스, 셰프!”
첫 번째 테이블의 주문을 부르자, 얼마 후, 전채와 샐러드가 먼저 나왔다.
세 번째 테이블의 전채를 처리할 때 즈음, 첫 테이블의 메인요리가 나왔다. 다섯 번째 테이블의 전채를 처리할 때, 두 번째 테이블의 메인이 나왔다.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몇 번째 테이블에 무슨 요리가 나오는지 알기 어렵다.
‘로마랑은 역시 다르구나.’
하나의 코스를 준비하는 로마의 주방과는 또 다르다.
고르메 키친의 테이블은 20개다.
4인석 8개, 2인석 8개, 6인석 4개.
아홉 명을 위한 15코스 요리를 준비하는 것과, 20테이블을 위한 3코스 요리를 준비하는 건 다르다.
익숙지 않았지만, 한길은 당황하지 않았다.
티켓을 하나하나 표시하면서 처리해 나가자, 나름의 리듬이 느껴졌다. 속도도 조금 올랐다.
한 시간여가 지나자, 슬슬 주방과 홀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여기까지 하죠.”
“예스, 셰프!”
한길이 만족하며 리허설의 끝을 알리자, 최수셰프가 몰래 다가왔다.
“셰프, 정말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 없다고 하셨죠?”
“네, 처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최수셰프는 제법 놀란 얼굴이었다.
한길이 봐도 적응이 빠르긴 했다.
물론, 셰프의 자리에 서본 적은 없다.
여러 주문을 한꺼번에 처리한 경험도 없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퀘스트가 주어지고, 어떻게든 그 임무를 수행하는 경험은 수없이 해왔다.
스스로 생각해도, 순발력과 적응력 하나는 뛰어났다.
“무슨 문제 있었나요?”
“아뇨, 이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최수셰프는 한길을 무슨 괴물 보듯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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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메 키친은 조용히 오픈했다.
홍보는 따로 하지 않았다.
어차피 방송 후에 사람이 몰릴 테니까.
그때까지는 천천히, 주방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마감에 가까운 시간에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사장님!”
“사장님이 뭐야, 이제 셰프님이지!”
“아, 그런가? 그사이 감투를 썼네?”
익숙한 얼굴.
성윤과 승호, 은미와 카키. 거기에 노 셰프까지.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다섯 명이 고르메 키친을 찾아왔다.
“사장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방송 날이잖아요.”
“같이 상영회 하려고 왔는데.”
“아니, 난 먹으러 왔는데? 사장, 아니, 셰프님! 나 일부러 점심도 굶고 왔어요. 각오하세요!”
마감 직전이라 식당에는 손님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출연진들은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소란스럽게 각자 할 말을 하니, 정신이 없었지만, 반갑기도 하고 고마웠다.
이들은 방송이 일상이다.
출연하는 모든 방송을 이렇게 특별하게 챙겨볼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일부러 다 같이 시간을 맞춰서 찾아와 주었다.
“오늘은 제가 쏩니다. 원하시는 만큼 다 드세요. 금방 준비할게요.”
한길이 다시 주방으로 향하는 순간, 최 수셰프가 가로막았다.
“한 테이블 정도는 제가 맡아서 할 테니까 가서 손님들과 함께 앉으세요.”
“그래도 곧 마감인데, 그냥 제가…..”
“괜찮습니다. 이 기회에 저도 미리 셰프 노릇 한번 해봐야죠.”
최수셰프는 씨익 웃으며 한길을 주방에서 내쫓았고, 한길은 시키는 대로 출연진들과 테이블에 앉았다.
이렇게 앉아서 한 끼를 먹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매일 요리를 하지만 항상 만드는 입장.
생각해 보니, 손님 입장에서 먹어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전채 플래터 나왔습니다.”
그 말과 함께 식사의 시작을 알리는 전채가 나왔다.
그릇 위에는 세 종류의 음식이 있었다.
로즈메리와 타임에 살짝 절여둔 올리브, 병아리콩으로 만든 허머스, 그리고 계란 노른자를 다져서 채워 넣은 데빌드 에그.
식전 빵과 곁들여 가볍게 먹기도 좋고, 와인 한 병 시켜놓고 안주 삼아 먹기 좋은 메뉴였다.
다음은 방송에서도 만든 토마토 타르타르.
방송 때는 급하게 맛을 입혔지만, 이번에는 하루 동안 토마토를 절여두어서 맛이 더 잘 배어 있었다.
다음은 굴 플래터.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도록, 굴은 세 종류를 준비했다.
싱그러운 바다향을 그대로 간직한 생굴은 레몬만 가볍게 뿌려져 있어 신선했다.
굴구이는 버터와 올리브유에 파슬리 향이 제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양식 특유의 부드러움과 호사스러운 맛이 났다.
가볍게 튀겨낸 굴 튀김은 비리지 않고 바삭했다. 겨자를 넣은 특제 마요네즈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을 잡으면서 튀김옷과 마요네즈의 폭신함이 대비되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그 뒤를 이어 해물 스튜가 나오고, 입안을 정리해줄 소렐 스프가 나왔다.
그리고 메인.
“와, 나 이거 그리워서 잠도 못 잤잖아!”
“이게 얼마 만에 먹는 거야!”
오랜만에 등장하는 비프 웰링턴과 함박 스테이크에 성윤은 과장되게 눈물을 흘리는 흉내를 냈다.
방송에 나온 메뉴는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찾을 테니까.
다음은 로마에서도 만들었던 랍스타 구이.
코리안더라고 불리는 고수 씨앗으로 향을 입힌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코리안더는 향이 강한 고수보다 맛이 순하다. 시트러스 향과 견과류 향이 살짝 입혀진 올리브유가 랍스타 속살에 고루 입혀지니, 든든하면서도 가벼웠다.
생선요리는 숭어 대신 도미를 사용했다.
로마에서는 에트로그를 사용했지만, 현대에서는 레몬을 쓸 수 있었다.
도미를 살짝 밀가루만 묻혀서 튀기듯이 구워내고, 그 위에 케이퍼와 레몬의 산미가 더해진 소스를 뿌렸다.
그리고 화룡정점은 아피키우스식 오리 스테이크.
“우와, 이거 완전 입에서 녹는데?”
“셰프님, 미쳤네요.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이게 오리라고? 우와! 이걸 이제야 먹어보다니!”
안 그래도 과장된 표현을 많이 하는 방송인들은, 오리 스테이크를 맛보고는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성윤은 아예 일어서서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고, 그사이 다른 출연진들은 서둘러서 접시 위의 남은 오리 조각들을 싹쓸이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양심 없이 혼자만 다 먹어?”
“자리 비운 사람이 잘못이죠.”
결국 싸움을 예방하기 위해 오리 스테이크는 두 접시를 더 만들어 와야 했다.
마무리는 푸딩.
계란 맛이 도드라진 로마식 푸딩은, 커스터드와도 같았다. 부드러운 계란찜 같기도 했고. 그 위에 제철 과일을 얹고, 과일 시럽을 뿌렸다.
아삭한 과일과 달달하면서 부드러운 계란 커스터드가 산뜻하게 입안을 정리해 주었다.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그야말로 하나의 작은 연회 같았다.
로마와 현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조리법을 조화롭게 섞어서 만든, 한길만의 메뉴였다.
“저기, 변태 보듯이 하지 말고, 나 잠깐 지퍼 좀 내리면 안 될까? 숨이 안 쉬어져.”
“저처럼 추리닝을 입고 왔어야죠.”
물론, 분위기로 봤을 때는 귀족 연회보다는 해적선에서 열리는 선상 파티 같았지만.
“이건 방송 안 나와도 대박 나겠는데?”
“내일부터는 너무 바빠서 예약도 안될 텐데! 더 먹어야 하는데! 배에 자리가 없어!”
먹느라 지쳤는지, 출연진들은 테이블에 엎드려서 입만 움직이며 아쉬운 소리를 뱉어냈다.
그때, 갑자기 은미가 일어섰다.
“쉿, 조용! 시작해요!”
그리고 방송이 시작되었다.
< 52. 오프닝 — 여기까지 무료입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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