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55)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55화(55/325)
< 55. 아직도 모자라…. >
“잠시 한 시간만 쉬다 오죠.”
“예스, 셰프.”
라스트 오더를 처리하고 한길이 휴식을 선언했지만, 돌아오는 목소리에는 영혼이 없었다.
대답하는 요리사들은 모두 흐물흐물 녹초가 되어 있었다.
디너 타임인 여섯 시부터 아홉 시까지.
세 시간을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뒷정리가 남아 있으니까.
남은 재료를 처리하고, 주방을 청소하고, 밀린 설거지도 해야 하지만, 주방 도구가 시끄럽게 부딪치는 소리가 손님 귀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라스트 오더부터 레스토랑이 문을 닫을 때까지 한 시간, 잠시 휴식을 한다.
요리사들은 기진맥진한 채로 주방을 나갔다. 식당 뒤편에는 직원들을 위한 작은 휴게공간을 마련해 두었는데, 아마 그곳으로 향하는 걸 거다.
한길 역시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책상 밑에 있는 미니 냉장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미리 넣어둔 캔맥주가 있었다.
치익! 탁!
손이 시릴 정도의 냉기를 간직한 캔을 잡고 뚜껑을 따자,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알루미늄 캔이 입술에 닿자마자, 씁쓰레한 액체가 입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한길은 입에 들어온 맥주를 멈춰 세우지 않고,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흘려보냈다.
황금빛 액체는 그대로 치달려 내려갔다. 시원한 탄산이 몸 안에 남아있는 긴장을 모조리 흡수하고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목구멍이 조금 따끔했지만, 기분은 개운했다.
“휴우…..”
그제야 한길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오늘 내내, 주방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했다.
셰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니까.
하지만 한 그릇 한 그릇, 주문을 내보낼 때마다 속으로는 떨렸다.
마감할 때가 되자, 눈은 경련하듯 파들파들 떨려왔고, 정신이 멍해지면서 기계적으로 눈앞의 주문을 처리했다.
“정신이 없네……”
사흘 전부터 식당을 오픈하고 운영하고 있었지만, 만석이 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어디 만석뿐이랴.
손님이 나가자마자 홀이 다시 채워져서 회전율이 어떻게 되는지 가늠이 안 갈 정도다.
방송의 효과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최수셰프가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잠시 들어가도 되나요?”
맥주 캔을 들고 있는 모습을 들킨 한길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지만, 최수셰프는 이해한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길의 코앞에 무언가를 내밀었다.
“직접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아서요.”
최수셰프가 건넨 건, 포스 기계에서 갓 뽑아온 매출 전표였다.
그 위에 찍힌 건 오늘 하루의 매출.
금액은……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이게 맞나요?”
“저도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정말이죠?”
최셰프의 입은 찢어질 듯 벌려 있었다.
한길이 몇 번을 다시 확인해 보아도, 숫자는 그대로였다.
오늘 하루 매출만 2,800만 원이 넘었다.
물론, 매출은 수익이 아니다.
여기서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제하고 얼마가 남는지는 정산해야 알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한스키친과는 단위가 달랐다.
그리고……
그 수익의 25%는 한길의 몫이다.
가게가 오픈할 당시, 최수셰프의 조언을 받아 한길도 식당에 투자했었다. 적금을 깨고, 그동안 한스키친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몽땅 쏟아부어서 25%의 지분을 갖도록.
카키는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었으니 굳이 공동투자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흔쾌히 동의했다.
– 사장님도 자기 가게처럼 운영하는 게 더 좋죠.
월급만 받는 셰프보다는, 수익분배를 하는 편이 더 믿음이 간다는 반응이었다.
‘이 매출 그대로 한 달만 유지한다면……’
비현실적일 정도의 거금이 들어온다.
이 정도면, 조만간 해방촌의 원룸을 빼고 조금 더 쾌적한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있다.
이왕이면 식당과 가까운 곳으로……
한길은 큰돈을 벌고 싶어서 이 식당을 연 것은 아니었다. 대로변에 식당을 연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진짜 올라왔네.’
눈앞의 숫자를 보니, 제대로 실감이 되었다.
항상 꿈꾸던 첫 단계를 밟았다.
골목에서 대로변으로.
그런데 이상하게……
한길은 만족감보다는 마음 한켠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은 부족해.’
이대로 가면 거금을 벌고, 대로변에 식당을 열었지만, 그럼에도 마음속 어딘가가 허전했다.
그 이유는 한길도 알고 있었다.
로마의 주방을 겪으면서 어느새 한길에게도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으니까.
아피키우스의 주방이 갖고 싶었다.
현실에서.
미치도록.
로마에서는, 주방에 있는 모두가 아피키우스를 존경했다. 아피키우스의 주방에 선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한길의 주방에는 아직 그런 소속감과 자부심이 없었다.
당연하다.
방송의 힘을 얻고 이제야 발돋움을 하는 식당이고, 한길 역시 이제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니까.
‘지금은 무리겠지만, 이대로만 하면 곧……’
언젠가는 아피키우스에게 버금가는 주방을 갖고 싶었다. 그러려면 자신 역시 아피키우스만큼의 명성을 쌓아야겠지만.
“엄민아는 이제 괜찮습니까?”
그러고 보니, 아까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전채 담당이 생각났다.
“네, 괜찮을 겁니다.”
“어디 몸이 안 좋나요?”
“아니, 그게….. 배가 고파서 그랬답니다.”
“네?”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다더군요.”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이 있긴 했지만, 밥을 챙겨 먹을 정신은 없었다.
저녁에 필요한 재료를 손질하기 바빴으니까.
조금 능숙한 요리사들은 일하는 도중에, 무엇이라도 주워 먹는다. 하지만 아직 경력이 얼마 안 된 막내 요리사인 엄민아는, 눈앞의 업무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아무도 끼니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빈속으로 강행군을 하다가 몸에 무리가 온 것이었다.
“저희도 스태프 밀(staff meal)을 만들까요?”
“그럴 여유가 없을 텐데요.”
한길의 말에 최셰프가 살짝 인상을 썼다.
밑 작업을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그 와중에 느긋하게, 직원을 위한 요리를 할 수는 없다.
“제가 하죠.”
“셰프가 직접요?”
“하고 싶어서 그래요. 저도 손이 근질근질해서.”
총지휘하고 요리를 조립하는 것도 좋았지만, 한길은 직접 두 손으로 요리를 하고 싶었다.
주방 요리사들이 힘겨워서 멈칫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같아서는 달려가서 프라이팬을 대신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한길을 대신할 사람은 없으니까.
“말 나온 김에 오늘부터 하죠.”
한길은 웃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
‘무슨 메뉴를 만들까?’
한길은 텅 빈 주방을 한 바퀴 돌며 남는 재료를 모았다.
인기 메뉴인 함박과 웰링턴의 재료는 전부 소진되었다. 남아있는 건, 방송에 소개되지 않았던 요리의 재료들.
그중 가장 빨리 처리해야 하는 건 해산물이다.
고르메 키친에서는 해산물을 전부 생물로 사용했다. 아무래도 신선도가 맛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니까.
살아있는 해산물은 24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하는데, 오늘은 랍스타와 홍합이 남아버렸다.
‘랍스타로 뭘 만들까……’
한길은 잠시 머릿속으로 메뉴를 고민해 보았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랍스타 구이를 만들 수도 있다. 소스가 남아있으니, 그걸 랍스타 위에 바르고 굽기만 하면 간편하다.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고 싶었다.
‘그걸 한번 해볼까?’
한길은 일단 냄비에 주먹 높이의 물을 붓고, 랍스타를 삶았다.
랍스타는 삶는 것보다 쪄서 먹는 게 맛있지만, 이번에 만드는 요리는 삶아야 했다.
랍스타 밑 국물을 사용하는 랍스타 수프, 랍스타 비스크 (lobster bisque)를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빈속으로 달려온 요리사들에게는, 속이 편한 수프가 좋을 것 같았다.
보글보글.
빨갛게 달아오른 랍스타를 꺼내고,
콰직!
껍데기를 열어서 살점을 분리해 낸다.
물이 올라 통통한 랍스타의 속살은 따로 빼놓는다. 나중에 수프 위에 올릴 거니까.
남아있는 새빨간 랍스타 껍데기 위에 얇은 수건을 덮어두고, 밀방망이로 살짝 밀어주니,
으지직.
껍질이 산산이 조각나며 잘게 쪼개진다.
새우나 랍스타 같은 갑각류 동물은, 껍데기에 가장 많은 감칠맛을 숨기고 있다. 그 맛을 강제로 끄집어내야 한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와 마늘을 볶아주고, 양파가 흐물흐물하고 마늘이 노릇할 때 즈음, 랍스터 껍데기를 넣어줬다.
촤아아악!
열기에 닿은 껍데기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끓어올랐다.
껍데기를 잘 볶아준 후, 토마토 퓌레를 넣어주고.
마지막으로 브랜디를 넣어서 센 불에서 알코올 향이 날아갈 정도로 강하게 볶아준다.
그러면 진득한 액체가 남는다.
랍스타의 향과 채소향이 녹아든 수프의 베이스다.
여기에 아까 랍스타를 삶은 물을 조금 넣어서 잘 졸여질 때까지 끓여주면 된다. 반쯤 졸아들면, 한번 체에 걸러내고 크림을 넣어서 다시 몽근 하게 끓여주면 완성이다.
‘다음은…..’
랍스타를 처리했으면, 다음 처리 대상은 홍합이다.
한길은 커다란 볼 한가득 물을 담고, 홍합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대부분의 홍합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렇게 떠오르는 홍합은 아직 살아있다.
살아있는 홍합은 물이 침투하지 않게 입을 꼭 다무는데, 내부에 공기가 가득하니 튜브처럼 물에 떠 오르게 된다.
가라앉은 홍합은 죽어 있으니, 얼려두어야 한다. 조만간 부패가 시작할 테니까.
‘홍합은…… 오븐구이를 해볼까?’
홍합을 삶거나 찌는 요리는 많이 해봤으니,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오븐 조리용의 깊숙한 팬에, 남아있는 식전 빵을 네모나게 썰어서 올리브유를 듬뿍 뿌리고 10분간 구워냈다.
바삭한 크루통을 만드는 작업이다.
토스트 처럼 딱딱하게 굳은 빵이 완성되면, 그 위에 손질된 홍합, 그리고 토마토와 소시지를 올려주고 오븐에서 15분간 구워준다.
홍합이 익으면 입을 벌어지면서 홍합 특유의 시원한 맛이 나는 국물을 쏟아낸다. 그 국물이 자작하게 팬 밑에 고이면서 토마토와 소시지를 익힌다.
지글지글.
완성된 홍합 요리를 꺼내자,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새까만 홍합은 반들반들 윤기를 머금은 채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그 껍질에 홍합의 즙이 고여 있어 보기만 해도 빨아들이고 싶어졌다.
한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때, 어느새 주방으로 직원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우리, 딱 20분만. 먹고 나서 뒷정리를 시작하죠.”
#
육류 담당인 김경우와 전채 담당인 엄민아는, 휴식이 선언되자마자 식당 밖으로 나왔다.
잠깐 차가운 공기를 쐬며 정신을 차리고 싶었으니까.
“최셰프님은 왜 여기에 온 걸까? 그것도 수셰프 자리로…..”
숨을 고른 후, 경우가 넋이 나간 민아에게 물었다.
이 둘은, 고르메 키친에 오기 전부터 최셰프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특히 경우는, 뉴욕 브런치 시절부터 줄곧 최셰프의 오른팔을 맡아왔다.
그래서 더더욱 이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다.
르 코르동 블루 출신의, 미슐랭 식당에서 일한 경력도 있고, 총괄 셰프로 있었던 최셰프가 수셰프로 들어오다니.
심지어, 최셰프 위에 있는 총괄 셰프는, 제대로 된 셰프도 아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작은 골목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운도 더럽게 좋네…..’
솔직히 말해서……
경우의 눈에는 한길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요리의 세계만큼은 철저하게 실력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했는데.
한길은 방송 한번 타고, 운 좋게 투자자를 만나서 셰프의 자리를 꿰찼다.
누구는 일반 요리사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올라가는데……
그런데 최셰프는 한길에게 간이고 쓸개고 내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한길 셰프 요리도 맛있잖아.”
“맛은 있지만…. 솔직히, 레시피가 너무 쉽지 않나?”
민아의 말에 경우가 반박하듯이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소스를 만들고 패티를 만들 때는 손이 가지만…… 막상 조리할 때는 거의 패스트푸드잖아?”
지금 고르메 키친에서 나가는 요리는 크게 손이 가는 메뉴가 없었다.
밑 작업에는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저녁 타임이 되어서 조리를 할 때는 매우 간편했다.
경우는 함박을 굽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그 위에 미리 끓여둔 소스를 얹고, 삶아둔 감자를 얹어서 요리가 나갔다.
웰링턴 역시, 오븐에 넣고 다 구워내면 소스와 곁들여서 나갔다.
그나마 손이 가는 요리는 오리 스테이크와 도미구이 뿐이다.
경우가 요리학교에서 배웠던 수많은, 정교하고 화려한 기술 그 어느 것도 주방에서 사용되지 않았다.
“니들 여기 있었냐?”
경우가 또 무언가 말을 꺼내려고 할 때, 뒤를 돌아보니, 어느샌가 최수셰프가 와있었다.
“영업 끝났으니까 들어가자. 민아는 먼저 들어가고, 경우는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최수셰프는 어두운 얼굴로 한참을 침묵하더니, 경우를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내뿜었다.
“민아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라.”
“……”
“너가 몰라서 그러는데, 레스토랑 오픈 전에 나랑 셰프가 함께 만들어본 요리만 서른 개가 넘어. 그 중 메뉴에 올라간 건 열다섯 개 뿐이고.”
“……”
“안 한다고 해서 못하는 게 아니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만 놀리지 마.”
그 말만 남기고 최수셰프는 식당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경우도 뒤늦게 따라서 주방으로 들어가 보니, 무언가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잠시 20분만, 뭐 좀 먹고 하죠.”
“네?”
“저녁을 못 먹었으니까요.”
주방에는 한길이 해맑게 웃으며, 그릇에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요리를 한 것 같았다.
총괄 셰프가. 주방 요리사들을 위해.
곧이어, 홀에 커다랗게 한상차림이 마련되었다.
“랍스타 비스크와 홍합구이에요.”
랍스타 비스크는 연한 살구색과 오렌지색 사이의 진한 수프였다.
보기만 해도 부드러운 질감의 수프 위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랍스타 조각이 고명처럼 얹혀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예의상 인사를 하고 경우는 숟가락에 수프를 조금 떠서 입안으로 넣었다.
따끈하면서도 걸쭉한 액체가 목을 타고 스르륵 넘어갔다.
일하다 보면, 배고픔을 잘 못 느낀다.
뱃가죽이 붙어버리고 목구멍이 꽉 닫혀 버리니까.
그런데 벨벳같이 부드러운 수프는, 꽉 닫혀있는 목구멍을 비집고 몸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뱃속에 따끈따끈한 온기가 느껴지고, 온몸에 그 퍼져나갔다.
따뜻하고도 온화한 맛이었다.
묵직한 크림과 깊은 해물 향이 어우러진 수프는, 미끄러지듯이 몸 구석구석으로 녹아들었다.
그 온기가 몸을 녹여주자, 갑자기 허기가 졌다.
후루룹!
경우의 주변에 있는 요리사들은 이미 두 손으로 홍합 껍데기를 들고 그 안에 차오른 홍합 즙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빨아들이고 있었다.
경우 역시 따라서 홍합을 맛보았다.
일단은 껍데기에 고인 국물을 살짝 입에 머금자, 그윽한 향과 함께 잘 익은 토마토의 감칠맛과 소시지의 훈제 향이 섞여서 미각을 자극했다.
홍합 살을 씹어 먹으니, 그 안의 수분이 터지면서 해물의 풍미가 촤악하고 입안에 퍼져나갔다.
정말 맛있었다.
이런 홍합 요리는 먹어본 적 없지만.
“와, 셰프님. 이거, 홍합 정말 예술인데요? 이것도 메뉴에 올려야지 않겠어요?”
누군가가 입을 열었고, 경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런 요리를 만들 수 있으면서 메뉴에 안 올리는지, 이해가 안 됐으니까.
하지만, 한길 셰프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안 되죠. 오븐이 부족해서요.”
“네?”
“웰링턴에 사용하기도 바쁜데, 다른 오븐 요리는 할 수가 없죠. 동선이 꼬입니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나…..
경우가 조금 놀라고 있을 때, 갑자기 웨이터 중 한 명이 핸드폰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어? 셰프님, 셰프님 기사 하나 나왔는데요?”
“내 기사?”
한길 셰프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방송이 나간 후, 이한길이라는 사람에 대한 기사는 몇 번이고 반복되어 나왔었다.
그건 전혀 새롭지 않았다.
“아니, 셰프님 기사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레스토랑 기사? 아니, 요리 기사?”
여자 웨이터가 보여준 기사는, 지금껏 나온 기사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 55. 아직도 모자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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