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57)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57화(57/325)
< 57. 일단 해봐야 알지! >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중요한 손님이 오는 날, 주방 직원 한 명이 빠진 상태로 굴러가야 한다.
평소와 똑같지는 않을 거다.
사람 한 명이 없는데, 똑같을 수는 없지.
김경우가 홀로 육류 스테이션을 맡으면, 당연히 어느 정도 실수는 나올 거다.
그럼에도 한길이 최수셰프의 말에 동의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그편이 나으니까.’
경력 셰프인 박동일을 육류로 돌리면, 엄민아가 전채 스테이션을 홀로 맡아야 한다.
민아는 이제 막 주방보조에서 벗어난 막내 요리사. 홀로 두면 불안한 건, 오히려 그쪽이다.
“일단 한번 해보고 결정하죠. 수셰프가 옆에서 제대로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한길이 고심 끝에 허락하자, 최수셰프가 고개까지 숙였다.
“경우를 꽤 아끼시나 봐요.”
“그게……”
한길의 말에 최수셰프는 잠시 어색한 웃음을 짓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말하면, 계산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계산이요?”
“음…. 제가 총괄 셰프로 일해 온 5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메뉴 개발도 요리도 아니고…… 갑자기 사람이 그만두는 거였거든요.”
부연설명을 할 필요도 없이, 바로 이해가 됐다.
요리사 한 명이 갑자기 그만두면, 서둘러 다음 요리사를 구해야 한다. 레시피를 처음부터 알려줘야 하고, 주방의 다른 직원들과 손발을 다시 맞춰야 한다.
모처럼 잡아 놓은 페이스가 흐트러진다.
어떻게 보면, 주방이 초기화되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뽑을 때 근성을 가장 많이 봅니다. 요리는 가르칠 수 있지만, 도망가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요. 경우는…… 당연히 단점도 있지만, 근성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합니다. 경력에 비해 실력이 좋기도 하고요. 물론, 자신감이 지나쳐서 자만할 때가 있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최수셰프의 진단은 정확했다.
한길이 느낀 부분도 딱 그랬으니까.
가끔 여유를 부리는 인상을 받았는데, 지나친 여유는 방심을 낳는다.
“충격 요법이라고 할까요. 이 기회에 한번 발등에 불을 떨어트리고 싶기도 합니다. 그 단점만 고치면, 요리사로는 훨씬 성장할 것 같거든요. 물론, 레스토랑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제가 잘 커버하겠습니다.”
“대단하시네요.”
“네?”
“저는 직원을 굴릴 생각만 하는데 수셰프는 직원을 성장시킬 생각까지 하는 것 같아서요.”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성장시키지 않으면 도망가거든요, 배울 게 없다고.”
최수셰프는 민망한지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한길은 진심이었다.
‘역시 다르구나.’
후배의 차후 성장까지 고려하는 최수셰프의 모습에는 경륜이 묻어났다.
한길은 직원을 둔 적이 없었다.
슬아가 첫 직원.
그 뒤로 한스키친의 주방 직원, 그리고 레스토랑 직원들까지 두게 되었지만, 그래 봐야 몇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한길은 아직 직원을 활용하기에 급급했지만, 최수셰프는 그다음 단계가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새삼, 최수셰프를 섭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셰프 자리를 맡았으니까……’
경우에게도 기회를 주는 게 좋겠지.
해보지 않으면,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니까.
“오늘은 함박과 웰링턴, 오리 스테이크 양을 1.5배로 늘려주세요.”
“예스, 셰프.”
“토마토 타르타르도 평소의 두 배로 준비해 주시고요. 장식할 때 쓰는 쿠키 틀은 조금 작은 거로 따로 준비해 주세요.”
“토마토요?”
“육류 주문이 밀리면 기다리는 고객에게 서비스라도 줘야 할 것 같아서요.”
“아, 토마토 타르타르가 좋네요. 보기도 좋고, 원가도 많이 안 나가니까요.”
어느 정도 손해는 보겠지만,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상황은 벌어졌다.
그렇다면……
수습만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얻는 게 좋다.
#
“…… 그래서 한성진은 오늘 못 온다. 경우는 혼자 육류 스테이션을 맡아보도록.”
최수셰프의 말에 경우는 두근거렸다.
물론, 다친 선배가 걱정되긴 했지만……
경우에게 이것은 기회였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
지금껏 경우는 함박 스테이크와 웰링턴을 전담해 왔다.
함박은 그릴에서 굽기만 하면 되고, 웰링턴은 오븐에 넣었다 빼기만 하면 된다.
‘너무 쉬워.’
그래서 아쉬웠다.
손이 많이 가는 해물 요리와 오리 스테이크는 선배 요리사들의 차지였다. 자신보다 경력이 높으니 어쩔 수 없지만…… 모처럼 배운 기술들을 선보일 자리가 없는 건 아쉬웠다.
단순한 패티 뒤집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갈증이 쌓이고 있었다.
가끔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하며 속으로 투덜댈 때도 있었다.
“해보고 조금 버겁다 싶으면 주변에 도움 요청하고. 육류 주문이 너무 밀리면 해물 쪽에서 거들어. 둘이 알아서 얘기하고.”
최수셰프가 덧붙였지만, 경우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절대 남의 손을 빌리지는 않을 거다.
오늘은 자신이 빛나야 하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니, 지루한 밑 작업도 즐거웠다.
함박을 만들고, 웰링턴을 만들고.
여기까지는 매일 해왔던 업무지만, 오늘은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오리고기 손질.
눈앞의 하얀 덩어리를 보니, 괜히 마음이 설렜다.
고르메 키친의 오리 스테이크는 오리의 가슴살을 이용한다. 껍질이 미제거 된 상태로 들어오는 가슴살.
오리 껍질은 하얗고 오돌토돌한 게 닭 껍질과 비슷하지만, 두께가 다르다.
훨씬 두껍다.
언뜻 보면, 삼겹살이 떠오르기도 한다.
측면에서 보면, 오리의 붉은 살과 하얀 지방의 비율이 반반이다.
이 껍질을 그대로 조리하면, 지방이 너무 과해서 껌처럼 질겅질겅 씹힌다.
스윽. 스윽.
경우는 껍질에 어슷하게 칼집을 내기 시작했다. 사선으로 교차하게 칼집을 내면, 다이아몬드 모양의 문양이 생긴다.
스코링(scoring) 기법이다.
제빵에서는 빵의 모양을 잡는 데 사용되지만, 오리고기에서는 지방량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렇게 칼집을 내면, 필요 없는 기름기가 빠져나가고, 바삭한 껍질만 남는다.
껍질에 소금을 문질러서 수분이 적당히 빠져나오게 만들면, 오리고기 손질은 끝이 난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양이 많지 않아?”
“그런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함께 작업하는 주방보조 역시 끄덕인다.
평소보다 손질하는 재료량이 많다.
자신의 실수를 대비해서 재료를 많이 준비한 게 보여서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그럴 필요 없는데.’
단 한 치의 실수 없는 모습을 보여줘서 셰프도, 수셰프도 놀라게 만들어야지…… 다짐하며 경우는 계속 일을 했다.
점심 서비스는 문제없이 넘어갔다.
웰링턴과 오리 스테이크는 디너 메뉴여서, 점심때는 함박스테이크 주문뿐이다.
평소 하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저녁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테이블 1. 전채, 굴 플래터, 타불리.”
“예스, 셰프.”
“메인, 웰링턴 하나, 오리 하나, 도미 하나.”
“예스, 셰프.”
첫 테이블부터 기다리던 주문이 들어왔다.
일단은 가장 오래 걸리는 웰링턴을 오븐에 넣고 타이머를 누른다.
웰링턴이 조리되는 시간은 40분.
오리고기는 30분.
10분이 경과하자, 경우는 화구에 팬을 올리고 아직 차가운 팬에 오리 가슴살을 올렸다. 하얀 껍질이 팬의 바닥에 닿도록.
오리 가슴살은 팬을 미리 달구면 안 된다.
강한 불에서 조리하면, 표면이 너무 빨리 굳어버려서 오리의 지방을 안에 가둬버린다. 그러면 너무 기름지고, 식감도 질겅질겅 하다.
차가운 팬에서 서서히 익혀야 껍질 안에 있는 기름이 천천히 녹으면서 빠져나온다.
지글지글.
시간이 지나자, 팬 바닥에는 오리 기름이 고이기 시작했다.
8분 정도 지나면, 고인 기름을 별도의 유리병에 따라낸다. 이 기름은, 함박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감자 요리에 사용된다.
기름이 제거된 팬에서 오리를 뒤집자,
치이익!
이번에는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맛있겠네.’
오리 껍질은 황금빛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있다. 표면도 반들반들하다. 기름기가 쫙 빠져서 보기만 해도 바삭하고 담백해 보인다.
적당히 반대편도 익으면, 예열된 오븐 안에 오리고기를 넣고 12분간 익힌다.
띠리리!
타이머가 울리면 오리고기를 꺼낸다.
조리용 붓으로 익은 고기에 준비된 소스를 바르고, 다시 한번 팬에 올려준다.
치이익!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불맛을 입혀 준다. 이러면 크리스피할 정도로 껍질이 바삭해지고, 소스 향을 오리 안에 가둬둘 수 있다.
완성된 오리는 완벽하다.
황금빛을 띠던 껍질은, 소스가 그을리면서 맛깔난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
껍질만 보면 북경 오리 같다.
스스로 만든 요리지만, 보자마자 혓바닥으로 입술을 할짝대게 만드는, 그런 비주얼이다.
띠리리!
완성된 오리를 담고, 오븐에서 웰링턴을 꺼내고, 패스로 향한다.
“경우, 잘했어! 이대로만 해.”
“예스, 셰프.”
휴지가 끝나고 수셰프가 오리를 자르더니, 큰소리로 칭찬을 한다.
차오르는 웃음을 가두기 힘들다.
‘이 정도면 할만 한데?’
여유롭게 콧노래까지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시간 후, 경우는 스스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디너가 시작할 때는 주문이 하나둘씩 들어왔지만, 갈수록 주문이 몰렸다.
“테이블 9, 웰링턴 하나, 오리 둘!”
“예스, 셰프!”
한 손으로는 미처리 주문인 함박을 뒤집으며, 다른 손으로는 오리고기를 두 개를 팬에 넣는다. 냉장고를 열어 웰링턴을 꺼내서 오븐에 넣는다.
“테이블 10, 함박 하나, 도미 하나.”
“예스, 셰프!”
함박 패티를 새로 꺼내지만, 그릴 위에 자리가 없다.
지금 굽고 있는 함박을 언제 올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적당히 육즙이 고여 있는 게, 익은 것 같기는 한데.
‘괜찮겠지?’
마음이 조급해서 함박을 그릇에 담고, 빈자리에 새 패티를 올렸다.
완성된 함박은 패스로 들고 갔다.
“경우, 함박 덜 익었어! 1분만 더 익혀!”
다시 돌아온다.
그릴 위에 자리가 없다.
방금 올린 패티를 잠시 옮기는데, 아직 모양이 덜 잡혀서인지 패티가 흩어지며 부서졌다.
“젠장.”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차오르는 욕설을 삼키고, 일단은 너덜너덜한 패티를 치운다.
되돌아온 패티를 다시 익히고 패스로 간다.
자리로 돌아오니, 오리가 탔다.
“에이, 시발.”
이번에는 욕이 목구멍을 비집고 나왔다.
새 팬에 오리를 다시 올리고 처음부터 시작한다.
“경우, 주방에서 너 혼자 일해?”
“네?”
“오리가 10분 늦어지면 해물은, 뭐, 10분간 차갑게 식으면서 기다리나?”
“죄송합니다.”
수셰프의 욕설이 이어진다.
“도미, 잠시 빼놔! 10분 후로 미뤄!”
“예스, 셰프!”
패티를 뒤집고, 오리를 오븐에 넣고. 웰링턴을 꺼내고. 패티를 새로 올리고. 패스로 달려가고.
정신이 혼미하다.
“경우, 여기가 돼지우리냐? 스테이션 꼬라지 좀 보소.”
“죄송합니다!”
어느새 육류 스테이션에는 너덜너덜한 패티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엉망이다.
새까맣게 탄 음식들을 모아서 버리는데, 급하게 움직이다가 유리병을 쏟았다.
오리 기름을 담아둔 병이다.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죄송합니다!”
어디선가 고함이 들려온다. 주방보조가 달려와서 청소하는 걸 돕는다. 타이머가 울린다. 오븐을 연다. 오븐을 닫는다.
의식적으로 행동을 할 수가 없다.
들리는 소리에 반응하며, 기계처럼 몸만 움직인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선배, 저 패티 두 개만 부탁드려요.”
“오케이.”
결국, 자존심을 삼키고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몇 번을 선배가 오리를 대신 맡아줬다.
한 번은 수셰프가 와서 잠시 함박을 맡았다.
정신은 아직 없지만, 적어도 버리는 음식은 줄어들었다.
‘메뉴 하나 추가했을 뿐인데…..’
멀미가 날 것처럼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넘어질 것 같다. 주방 카운터를 붙들어 잡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간신히 정신을 다시 가다듬었다.
쓰러지면 안 된다.
마지막까지 참아야 한다.
“라스트 오더! 전채, 토마토 타르타르.”
“예스, 셰프!”
“메인, 함박 둘, 웰링턴 하나.”
“예스, 셰프!”
라스트 오더.
마지막이다.
이것만 하면 끝이다.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웰링턴을 오븐에 넣는다. 미처리 주문인 오리고기를 마무리한다. 함박 둘을 그릴에 올린다.
오리고기를 패스로 전달한다.
함박을 뒤집는다.
띠리리!
‘이제 끝이다!’
타이머가 울리자, 웰링턴을 꺼낸다.
오븐을 여는데, 뭔가 이상하다.
기분이 싸하다.
뭔가 다르다.
위화감.
오븐을 열 때의 후끈한 열기가 없다.
급하게 살펴보니, 오븐이 꺼져 있다.
“시발, 대체 누구야?”
욕설을 내뱉는 동시에 기억이 스친다.
아까 쓰러질 것 같아서 잡았던 카운터.
그 바로 아래에 오븐 스위치가 있다.
실수로 오븐을 꺼 버린 건가?
얼굴에서 핏기가 씻겨 나간다.
손으로 살짝 만져보니, 역시나 차갑다.
수셰프가 달려온다.
“저…. 오븐이…. 꺼져 있었습니다.”
“뭐야?”
“다시 하겠습니다.”
최수셰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저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미친 새끼, 정신이 있는 거야? 요리한다는 새끼가 오븐이 켜있는지도 확인 안 해?”
욕설이 이어진다.
“…… 혼자 못하면 도움이라도 요청하든지! 지금 이 테이블이 무슨 테이블인지 알아?”
“네?”
“마지막 테이블, 특별 손님인 거 안 들었어? 정신 어따 처박아뒀어?”
아……
하필이면……
신문 기자와 특별손님의 테이블이다.
그 순간, 한길 셰프가 주방에 들어왔다.
‘언제 나갔지?’
셰프가 나간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특별 손님을 맞이하러 나간 건가 보다.
항상 연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한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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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은 주방에 들어오자마자 들려오는 최수셰프의 고함 덕분에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
‘설마, 오븐을 끌 줄이야.’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언더쿡이나 오버쿡이다. 그래서 시간에만 주의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또 벌어졌다.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지?’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뭔가 속에서 끓어올랐지만, 일단은 참았다.
욕설은 수셰프가 이미 했다.
지금은 수습이 먼저다.
“일단 오븐 예열하고! 웰링턴은 세 개 준비해!”
“하지만 주문은 하나뿐이었는데….”
“딴지 걸 시간이 있나?”
“아뇨… 예스, 셰프!”
늦게 나오는 요리에 양까지 적으면 불만이 생기니, 차라리 서비스라며 인당 하나씩 주는 게 좋다.
웰링턴은 40분이 걸린다. 휴지까지 합하면 50분. 오븐을 예열하는 시간까지 추가되면 한 시간.
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
특별 손님 테이블에는 방금 전채 요리인 토마토 타르타르가 나갔다.
먹는데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50분을 벌어야 한다.
“함박도 세 개 올려!”
“예스, 셰프!”
한 테이블에 요리는 한꺼번에 나가야 한다.
그러면 함박도 세 개.
함박은 먹는데 15분.
35분이 남는다.
시간을 더 벌어야 한다.
“굴 플래터를 낼까요?”
수셰프가 물어온다.
전채 요리 하나를 더 내면, 어떻게든 시간을 벌 수 있다.
“너무 짧아요.”
“그러네요.”
굴 플래터는 먹는 데 35분이나 소요되지 않는다.
‘그것도 그렇지만……’
원래 들어온 주문은 함박 둘에 웰링턴 하나.
그런데 함박 셋, 웰링턴도 세 개가 나오고 전채까지 하나 더 곁들인다면?
손님 입장에서는 갸웃할 거다.
주방이 흔들리는 걸 보여서는 안 된다.
내부 사정이 어떻든, 손님들 앞에서는 모든 게 의도된 것처럼 보여야 한다.
어떻게든……
뭘 하지……
한길은 급하게 주방을 둘러봤다.
그때 눈에 들어온 건……
브루스타.
갑자기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 떠올랐다.
“박동일!”
“예스, 셰프!”
“계란 세 개로 머랭을 만들어. 5분 내로!”
“예스, 셰프!”
“엄민아는 노른자를 풀어!”
“예스, 셰프!”
“수셰프! 브루스타랑 카트 준비해줘요.“
최수셰프는 바로 알아들었다.
“테이블 사이드 서비스인가요?”
테이블 사이드.
카트를 들고 나가서 손님의 눈앞에서 요리하는 서비스다.
특별한 손님이라 특별히 준비했다고 말하면, 명분이 선다. 손님은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좋아할 거다. 눈앞에서 조리하니, 어느 정도 기다림도 납득할 거다.
테이블 사이드를 해본 적은 없지만……
일단 해봐야 한다.
“35분, 어떻게든 제가 시간을 끌어보죠. 그동안 주방을 부탁합니다.”
< 57. 일단 해봐야 알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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