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60)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60화(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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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파이널 퀘스트 ? 축제를 열어라!>.
목표: 축제를 성공리에 치르세요.
제한 시간: 3 주.
보상: 300,000 포인트.
– 파이널 퀘스트 완료 시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 가능합니다.
+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여느 때처럼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떴다.
그런데 그 내용이 평소와는 다르다.
체류 기간도 길고, ‘축제’라는 흔치 않은 미션도 주어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파이널 퀘스트..’
로마에서의 마지막 퀘스트라니……
한길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한편으로는, 아직 로마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제 겨우 적응했고, 아직 해보고 싶은 일도, 살펴보고 싶은 재료도 많았다.
무엇보다……
아피키우스의 주방을 떠나기에는 아쉬웠다. 이 주방은 한길이 롤모델로 삼는 주방이었으니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다음 스테이지는 어디가 될지……
“뭘 그리 멍 때리고 있나?”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루시우스가 한길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아뇨. 잠이 조금 덜 깨서요.”
“총주방장 타이틀 달았다고 너무 방심하는 거 아냐? 그러다 빼앗긴다고. 10분 내로 소집인데 아직도 침대를 못 벗어나다니.”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루시우스와 함께 주방으로 향하는데, 저택의 풍경이 평소와는 다르다.
분주하다.
여기저기, 노예들이 귀중한 조각상을 옮기고 있었다. 황금 항아리나 그릇을 짊어지고 달려가는 이들도 있었고.
“무슨 일 있나?”
“그러게요.”
“설마 도둑질은 아니겠지? 이런 벌건 대낮에 저렇게 보란 듯이. 이 김에 우리도 하나씩 슬쩍할까?”
루시우스는 웃으며 장난을 쳤지만, 아무리 봐도 도둑질보다는 이삿짐을 나르는 모습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이상한 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주방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아피키우스와 집사인 케이토가 들어온 것.
아피키우스는 입장하자마자, 인사도 없이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다음 주, 로마로 간다.”
요리사들이 술렁이자, 아피키우스의 시선이 바로 한길을 향했다.
“이 시기에 왜 로마로 가는지, 알고 있겠지?”
“축제 때문인가요?”
한길이 퀘스트 창에서 봤던 ‘축제’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되묻자, 아피키우스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총주방장은 예상했나 보군. 열흘 후, 로마에서 열리는 대제전(Ludi Romani)과 주피터의 만찬(Epulum Jovis)에 참여하기로 했지. 조금 갑작스럽지만 모두 준비해 주게.”
‘대제전’과 ‘주피터의 만찬’이라는 말에 주방이 소란스러워졌다.
들뜬 웅성거림.
모든 요리사가 속삭이듯 한마디씩 하고 있었는데, 한두 명이 아니다 보니 제법 시끌벅적했다.
벌집을 잘못 건드려 성난 벌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그런 활기찬 어수선함이었다.
아피키우스는 그 반응을 즐기는 듯했다.
“내가 참석하는 건 10년 만인가? 그렇다면 지금 주방에서 축제를 경험한 사람이 타이투스밖에 없겠군. 타이투스, 나중에 자네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도록.”
한길이 곁눈질로 타이투스의 얼굴을 살피니,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굴이 잔뜩 굳어 있는 동시에, 눈은 반짝이고 있다.
긴장감과 기대감.
“한동안은 축제 준비로 바쁠 테니, 저녁 연회는 열지 않겠다. 자세한 내용은 총주방장에게 듣도록. 마르쿠스, 자네는 나중에 나랑 따로 얘기 좀 하지.”
그 말과 함께 아피키우스는 주방을 나갔다.
집사에게 챙겨야 할 짐 목록을 길게 늘여 놓는 걸 보니, 아피키우스도 한동안 바쁜 모양이다.
아피키우스의 퇴장과 동시에, 소리를 죽여 속삭이던 요리사들이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로마의 축제라니! 가 본 사람 있나?”
“이런 촌놈들 같으니라고. 로마 대제전을 몰라?”
“그건 진짜 일생일대의 경험이지. 도시 전체가 축제 현장이 되니까!”
“검투사 경기는 당연히 하겠지? 아, 올해는 조금 쓸만한 연극도 하려나? 누구 뭐 들은 거 없어?”
한참 들떠 있는 사람들의 말을 취합해 보니, 대제전은 보통 축제가 아니었다. 로마의 대명절과도 같았다.
무려 15일간 열리는 축제.
귀족과 군인들의 퍼레이드부터 시작해서, 로마 최강의 검투사들이 벌이는 대경기, 마차 경주, 거리의 음식 축제, 로마 집정관들의 취임식, 그리고 원로원 의원(senate)들과 대신관이 주최하는 주피터의 만찬까지.
듣기만 해도 현대에서 하는 축제나 명절과는 규모가 달랐다.
“자, 다들 실컷 떠들었으면 이제 일을 합시다. 우리는 요리를 하러 가는 거지, 축제를 즐기러 가는 건 아니니까요. 타이투스, 기억나는 대로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적당히 축제에 대한 정보를 취합한 한길은, 타이투스에게 무대를 양보했다.
아피키우스가 요리사들을 이끌고 로마로 간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단순히 축제를 즐기라고 휴가를 주는 건 아닐 테니.
“하아…..”
타이투스는 우선 한숨으로 포문을 열었다.
“총주방장의 말이 맞지. 우리가 축제를 즐길 여유가 어딨나? 일단, 검투사 경기를 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 대경기에서 나눠주는 음식들, 그걸 누가 만드는지는 굳이 설명 안 해도 알겠지. 그리고 상의원들을 모아서 하는 만찬도 있고…..”
타이투스의 설명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들뜬 주방은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니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전쟁 같은 15일이 될 거야. 긴장 놓치지 말도록. 자세한 상황은 총주방장이 아피키우스와 상의한 후에 전달할 테고, 일단은 다들 재료 상황부터 살피지.”
타이투스는 바로 요리사들을 재료 창고로 보냈다. 모두 뿔뿔이 흩어지자, 타이투스는 조용히 한길에게 눈빛을 보냈다.
따라오라는 신호다.
조용히 주방을 벗어나 작은 정원에 도착하자, 타이투스는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아피키우스가 대제전에 참가하다니…… 아피카타가 시집간 이후로는 처음이네.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모르겠군.”
“그렇게 특이한 일인가요?”
“로마의 북적임이 싫다고 은퇴하고 시골로 내려온 양반이니까. 축제 준비도 원래라면 한두 달 전부터 하는데, 열흘 전에 알려주는 것도 이상하고.”
“……”
타이투스는 조금 망설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주방에서는 말하지 못했는데…. 아피키우스가 로마에 거주할 당시에는 주피터의 만찬도 지휘했었지. 그때 당시에는 황제의 미식 자문이었으니까. 이미 은퇴했으니 올해는 아마 만찬까지 맡지는 않겠지만….. 또 막상, 아피키우스가 로마에 있는데 다른 사람이 만찬을 맡으면 그것도 그림이 이상하거든.”
타이투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주피터는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에 해당하는 로마의 주신이다. 주피터에게 바치는 만찬을 준비하는 건, 엄청난 명예일 거다.
로마 최고의 미식가로 알려진 아피키우스가 로마에 있는데, 만찬을 맡지 않을 리가 없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일단 대비는 해두라고.”
#
“왔나?”
뒤늦게 부름을 받고 아피키우스의 방에 도착하니, 아피키우스는 대낮부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얼굴이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음에도,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입술까지 잘근잘근 깨무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서 한잔 하는 건 아니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아피키우스가 나서서 지휘하겠다는데, 뭐? 생각해 보겠다고?”
딱히 한길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분노가 과해서 속에 가두지 못하고 토해내는 모습이다. 손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아무래도, 주피터의 만찬을 지휘하고 싶었지만 거절당한 모양이었다.
“시골에만 있으니까 이빨 빠진 호랑이로 보는 인간들이 많아졌단 말이지. 누구 덕에 다들 그렇게 된 건데, 배은망덕한 놈들 같으니. 주피터의 벼락을 맞을 놈들!”
한길은 묵묵히, 아피키우스가 쏟아내는 저주와 분노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침묵이 찾아오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떤 요리를 준비하면 좋을까요?”
정치는 한길의 전문 아니었다.
아피키우스가 어떤 계획을 세우든, 어떤 권력 싸움을 벌이든, 그 자세한 내막까지 알 필요는 없다.
한길은 요리사다.
요리에 대한 업무만 전달받아서 수행하면 된다. 그래서 당장 필요한 업무를 물어볼 예정이었으나……
“주피터의 만찬을 준비하게.”
“네? 하지만……”
그건, 거절당한 게 아니었나?
“두고 보라고. 그쪽에서 고개 숙이며 나한테 부탁하게 될 거니까. 그래서 계획이 필요하지.”
“네?”
“위에서 막는데 똑같이 위에서 싸우는 건 바보 같거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나?”
“……”
“밑에서 받아쳐야지.”
“……”
한길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암호 같은 얘기였다. 황당한 표정의 한길을 보며, 아피키우스가 씨익 웃었다.
“내가 일전에, 다음 손님은 귀하다고 말을 했었지?”
“네.”
“귀한 손님이지. 로마에서 가장 귀한 손님.”
뒤이어 아피키우스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정말 의외의 단어였다.
“로마 시민일세.”
“네?”
“로마 시민을 초청해서 만찬을 열거야. 로마 전체가 내 요리는 신들에게 바쳐야 하는 요리라고 떠드는데, 그 자리를 나한테 안 주고 지들이 배겨?”
무슨 대답을 해야 할 지 몰랐다.
아니, 애당초 로마 시민을 초대한다는 게 가능한가?
“바로 어제 내가 로마에 정원을 하나 구매했거든.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열었던 시민 축제와 최대한 유사하게 시민 만찬을 열 생각이네. 황제랑 똑같은 규모로 하면 말이 나올 테니, 적당히 그 반 정도로 규모는 줄이고.”
그 후로도 아피키우스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스케일이 다른 연회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래, 시간이 얼마 없으니 자네도 빨리 가서 준비하게.”
복잡한 표정으로 한길이 돌아서자, 아피키우스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참고로 축제는 서막이니까 너무 힘을 빼지는 말라고. 본 무대는 신전의 만찬이니까.”
#
“뭐? 로마 시민을 위한 축제?”
아피키우스와의 대면 이후, 한길은 가장 먼저 타이투스와 상의를 했다.
“그렇다네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축제? 그때 좌석이 몇 개였는지 아나?”
“저야 모르죠.”
“소파만 22,000개였어! 아니, 장소는 어찌하시려고.”
“정원을 구매했답니다.”
“세상에!”
타이투스마저 입을 떡하니 벌리고 한동안 어버버하는걸 보니, 아피키우스 치고도 과감한 행동임은 분명해 보였다.
“카이사르의 만찬보다 규모를 작게 하라고 했으니, 소파는 만 개 정도로 하겠죠.”
“아니, 그게…..”
타이투스는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헛바람만 나오고 있었다. 말을 잃은 거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솔직히…..
한길이 생각해도 이건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로마에서는 식사용 소파 하나에 세 명이 앉는다. 소파 만 개면, 3만 명을 위한 음식을 조리해야 한다.
검투사 경기에 나눠줄 음식도 만들어야 하고. 한술 더 떠서, 주피터의 만찬까지 준비하라고 한다.
앞으로 3주 안에 벌어질 일들이다.
준비 기간은 단 열흘.
“아니, 주방 인력이 스무 명인데, 이건 감당이 안 되는 규모잖아?”
“그것도 알아서 하시겠답니다.”
“어떻게?”
“모르죠.”
다음날,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주방에 300명의 노예가 나타났으니까.
이전부터 저택에 근무한 노예가 아니라, 아피키우스가 새로 구매한 노예들이었다.
요리 경력이 있는 노예들.
주방에 전달된 건, 노예뿐이 아니었다.
재료도 평소와 달랐다.
항상 보는 돼지고기나 새고기가 아니라……
화려한 오색 깃털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공작새. 연분홍색의 커다란 새는 분명 플라밍고다. 그리고 정체 모를 고기 조각들……
“코끼리 발바닥입니다.”
“사자 앞다리입니다.”
“기린 목입니다.”
무슨 동물원을 통으로 도축해서 배달한 듯했다. 타이투스가 옆에서 기겁하는 소리로 미루어 보건대, 이 재료들 역시 보통 가격은 아니다.
‘그냥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아피키우스는 일단 이 상황을 한길에게 귀띔 해주긴 했다. 최고의 신에게 바치는 만찬이니 만물을 요리해서 올리겠다고.
설마 진짜로 동물원을 구해올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아니, 총주방장.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누가 웃는다고 그래요?”
“입꼬리나 내리고 말을 하던가.”
타이투스는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뿜어냈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한길이 느끼기에도 자신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언제 요리해 보겠나.’
현실에서는 절대 다뤄볼 수 없는 식자재들이다. 대부분이 식용으로는 금지된 재료들이니까.
요리사로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그야말로 신세계다.
공작새는 풍미가 가득하면서도 섬세했다. 맛으로 보면 닭고기와 칠면조의 중간쯤 되었는데, 닭고기만큼 기름지지 않으면서 칠면조의 퍽퍽함이 없었다.
플라밍고도 독특했다.
새우를 잡아먹어서 그런지, 육질에도 해물 향이 살짝 풍겼는데, 닭고기와 새우를 함께 먹는 듯한 특이한 맛이었다.
특히 아피키우스가 가장 좋아하는 플라밍고 혓바닥은, 새우의 풍미를 더 진하게 품고 있어서 그야말로 진미였다.
물론, 모든 재료가 뛰어난 건 아니었다.
가장 곤란한 재료는 코끼리.
쭈글쭈글하게 메마른 피부만 봐도 굳이 왜 이걸 먹으려 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맛도 예상만큼 형편없었다.
야생의 맛.
비린내가 진동해서 웬만한 향신료로 가려지지 않았고, 식감은 타이어를 씹는 것 같았다.
그나마 발바닥에는 지방이 많아, 어느 정도 조리법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물론, 한길이 가장 기다리던 재료도 도착했다.
“이건 총주방장에게 직접 전달하랍니다.”
노예 두 명이 각자 들고 있는 황금 쟁반.
첫 번째 쟁반 위에는 투명한 유리병이 올려 있었고, 그 안에는 무슨 액체가 담겨 있었다.
숟가락을 이용해서 끈적끈적한 액체를 조금 덜어 입에 넣자,
‘….!’
향이 폭발했다.
마늘을 껍질째 오븐에서 굽고 꺼내자마자 맛보았을 때 나는 그런 향. 깊은 감칠맛과 불맛, 그리고 은은한 단맛까지 섞여 있다.
물론, 구운 마늘 보다 느껴지는 만족감이 수십 배가 더했다.
이게 바로……
[레저(1등급)가 고르메 상점에 등록되었습니다.]실피움의 진액을 모은 레저는, 그 어떤 조미료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 맛이 더해지면, 모래를 씹어도 맛있을 거다. 저 난공불락의 코끼리 고기까지 어떻게든 조리 가능할 테고.
‘그렇다면 저건……’
레저의 황홀함에서 깨어난 한길의 시선이, 옆에 있는 쟁반으로 향했다.
그 위에 있는 녹색 채소로.
뿌리째 올려진 채소는 본 적 없는 작물이다.
하얀 뿌리는 전구와도 비슷한 둥근 모양. 양파와 대파 뿌리를 섞어 놓은 것 같은 생김새다.
그 뿌리에서 뻗어 나온 녹색 줄기는 셀러리처럼 단단하고 아삭해 보인다.
줄기는 양팔을 벌린 모양으로 얇은 가지를 펼치고 있었고, 그 가지 끝에는 가느다란 이파리와 노란 꽃이 피어 있었다.
때각.
줄기를 잡고 살짝 힘을 주자, 상쾌한 소리를 내며 녹색 줄기가 부러졌다.
줄기는 역시 보기에는 셀러리와 유사하다.
표면에는 기다란 줄무늬가 있고, 안에는 보기만 해도 수분이 꽉 찬 하얀 속살이 있다.
하지만 속살에 맺혀 있는 진액은 수분이 아니다. 방금 맛본 레저다.
한길은 손에 들린 조각을 망설임 없이 입에 넣었다. 혀끝에 느껴지는 레저 진액의 맛을 한번 음미하고 이빨로 줄기를 씹자, 오드득하는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그리고 눈앞에 창이 떴다.
그토록 기다려온 창이.
[실피움(1등급)이 고르메 상점에 등록되었습니다.]< 60. 등록되었습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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