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62)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62화(62/325)
< 62. 바비큐는 뭐다? 과학이다! >
통구이도 잘못 구우면 맛이 없다.
너무 건조하면 육포와 장조림의 중간쯤 되는, 메마르고 딱딱한 질감이 된다.
비린 향이 날 수도 있고.
첫 시도부터 성공할 수는 없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전은 다르니까.
제아무리 경력 있는 요리사라고 해도, 생전 처음 도전하는 요리를 실패 없이 만들기는 어렵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시민 만찬은 8일 후.
얼핏 보면 시간이 넉넉한 것 같지만, 아피키우스의 별장에서 로마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이틀이 소요된다. 재료를 구하는 데에 또 사흘, 만찬 직전에 조리할 시간도 이틀을 잡아둬야 한다.
그러면 실제로 남는 시간은 하루다.
어떻게든 하루 안에 통구이를 완벽하게 조리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돼지를 통으로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시간.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딱 한 번까지만 허용된다.
‘만약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번 퀘스트에서는 실패 시의 페널티에 대해서는 따로 안내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불안감이 몰려왔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실패해서 시스템이 사라진다면?
“마르쿠스 님?”
한길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옆에 있는 요리사가 한길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생각 중입니다.”
한길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정신 차려야 한다. 실패는 용납할 수 없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후우……”
한길은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자신이 아는 모든 정보를 취합해 보았다.
실패를 줄이려면, 단순히 레시피 만을 보면 안 된다.
사용되는 재료의 특징, 불이 닿으면 생기는 변화, 맛을 가진 입자들의 움직임. 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통제하고 활용해야 한다.
요리는 결국은 과학이니까.
생각을 마친 한길은, 눈을 뜨자마자 바로 돼지로 시선을 돌렸다.
돼지는 그릴 위에 납작 엎드려 누워 있었다.
다리를 네 방향으로 쫙 뻗고 누운 모습이, 알파벳의 ‘H’ 모양 같기도 했다.
가장 먼저 할 것은 불 조절.
“저 안쪽에 있는 숯은 빼주세요.”
“네?”
“돼지 바로 아래에는 숯이 있으면 안 됩니다.”
“열이 골고루 닿아야 골고루 익죠.”
“직접적으로 열이 닿으면 안 돼요.”
노예는 내키지 않는지, 한길의 설명을 듣고도 참숯을 깨작깨작 밀치기만 했다. 말로 일일이 설명하다가는 종일 걸릴 터.
“그냥 삽을 주시겠어요? 제가 직접 하죠.”
결국 보다 못한 한길이 삽을 잡아 들었다.
그리고 우선, 돼지 몸통 바로 아래에 놓인 참숯을 싹싹 긁어내서 가장자리에 배치했다.
‘간접적인 열기여야 하니까.’
고기의 두께가 얇으면, 직접적인 열을 사용한다. 프라이팬에서 스테이크를 굽듯이, 강한 불에서 시어링(searing)을 해서 감칠맛을 입히고, 수분을 가둬두면서 굽는다.
하지만 두꺼운 고기는 다르다.
생닭을 통째로 프라이팬에 올려서 구우면, 아무리 열심히 돌려가며 굽는다고 해도 겉은 타고 내부까지 익지 않는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익는데 20분 이상이 걸리는 두께라면, 간접적인 열기를 사용한다. 오븐에서 굽듯이, 뜨거운 공기만으로 고기를 익힌다.
그래서 참숯은 돼지의 가장자리에만 배치했다. 열이 직접 닿지 않도록. 참숯으로 달궈진 뜨거운 공기만 닿도록.
‘일단 불은 됐고…..’
불 조절이 끝나면 다음은 맛을 입혀야 한다. 바비큐에서 빠질 수 없는 맛.
훈제 향이다.
“훈제용 나무는 뭐가 있나요?”
“포도나무도 있고, 오크, 아몬드, 아카시아가 있습니다.”
“오크 조각을 주먹만 한 크기로 쪼개서 가져다주세요.”
노예가 가져다준 나무 조각을 참숯 사이사이에 끼워 두자, 오크 특유의 묵직한 향을 품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기까지 하면, 이제 한동안은 손을 쓸 일이 없다. 앞으로는 기다림의 시간.
“일단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을 테니, 고기에서 기름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불러주세요. 그동안은 불이 꺼지지 않게 딱 이 정도로만 유지하고요.”
통구이 담당으로는 스무 명의 노예를 선별했다. 짝을 이뤄서 불침번 서듯, 수시로 참숯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지시를 내린 후, 한길은 요리사들과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할 일이 많으니까.
통구이에 어울릴만한 소스를 개발하고, 일반 오븐을 이용해서 공작새 구이를 만들어 보고, 입가심 역할을 할 피클을 만드는 와중,
“마르쿠스 님, 통구이에서 기름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기다리던 소식이 들려왔다.
창고 문을 열자마자 뜨끈한 바람이 훅하고 불어왔다. 바람에는 은은하게 고기 냄새가 배여 있었다.
허여멀겋던 돼지 껍데기는 그사이, 제법 보기 좋게 변해있었다. 휴양지에서 일광욕이라도 한 것처럼, 연한 갈색으로 태닝 되어 있다.
그릴 철조망에는, 노예가 말한 대로 지방이 고여 있었다. 돼지 속에 있는 하얀 지방이 녹아내려 액체가 되고, 두꺼운 고기 속을 헤매다가 이제야 탈출한 거다.
철조망에 맺힌 기름은 새벽이슬처럼 동그란 모양이다. 조금 기다리니, 기름방울은 물방울처럼, 길쭉한 타원형으로 변했다.
한 손으로 철봉을 잡고 매달리는 남자처럼,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모습으로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숯을 옮기죠.”
한길은 삽을 이용해서 기름방울의 낙하지점으로 참숯을 옮겼다.
기름방울이 뚝 하고 떨어졌다.
치이이익!
참숯에 닿자마자 소리가 났다.
연한 회색 연기가 났다.
굽실굽실하게 피어오르는 연기는, 고기 표면에 닿자마자 형체를 잃고 뿌연 안개가 되었다. 그 안개는 고기 아래에 계속 고여 있었다.
“한동안은 이렇게 기름이 떨어지는 곳으로 숯을 옮겨줘요.”
한길은 옆에 있는 노예에게 삽을 건네주며 지시를 내렸다.
한 방울 두 방울.
기름이 떨어질 때마다 연기가 퍼졌다.
어느새 방 안 전체에 자욱한 안개가 꼈다.
코를 벌름거리며 연기를 들이마셔 보니, 방금까지 맡은 오크 향의 연기와는 다르다.
베이컨 냄새가 난다.
돼지기름과 참숯이 만나면서, 기름지면서도 육향이 가득한 연기를 만들어 낸 거다.
화르륵!
갑자기 참숯에 떨어진 기름에 불이 붙었다.
검은 연기가 나왔다.
한길은 서둘러 삽을 들고, 불타는 참숯을 빼냈다. 불이 사그라들고 다시 연한 연기가 나올 때가 되어서야 숯을 다시 넣었다.
“연기 색을 잘 보세요. 푸른 연기로 구워야 합니다.”
“푸른 연기요?”
“잘 보면 연한 연기의 끝에 살짝 푸른 빛이 돌 겁니다.”
연기도 모두 같은 연기가 아니다.
연기는 색깔에 따라 맛이 다르다.
까만 연기나 진회색 연기는, 씁쓰름하고 재떨이 같은 찝찝한 탄내가 난다.
새하얀 연기는 순간적으로는 훈연의 맛을 더할 수 있지만, 너무 과해서 고기 맛을 빼앗아 간다.
바비큐에 가장 필요한 것은 파란 연기다.
희미하게 푸른빛이 감도는 연기.
한길은 노예들이 연기의 색에 익숙해질 때까지, 직접 삽을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오고, 방안 가득한 열기 때문에 숨도 막혀왔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생겼다.
전기 그릴에서 고기를 굽는 것과 참숯 그릴에서 고기를 굽는 건 다르다. 직접 불을 다룰 때만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희열이 있다.
집게 대신 삽을 들고 바비큐를 만드는 건, 또 다른 희열을 주었다.
어딘가 원시적인 것 같지만, 묘한 쾌감이 있다. 마치 자연을 정복한 것처럼. 저 무시무시한 불을 정복한 것처럼.
“이제부터는 맡길게요. 내일 아침까지, 교대로 돌아가면서 지금 이 상태만 유지해 주세요. 해가 뜨면 한번 뒤집어 주시고요.”
밤이 되자, 한길은 당직을 선 노예들에게 뒤를 맡기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타이투스와 함께 돼지고기 상태를 확인했다.
창고 방은 하룻밤 사이에 안개가 더욱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시야가 흐려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킁킁.
타이투스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연기 냄새를 맡고는, 입맛부터 다셨다.
“이 정도 연기면, 대제전에는 딱 어울리겠네. 신이 좋아하겠어.”
“네?”
“신에게 바치는 요리는 연기가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러고 보니, 오크나무는 주피터의 상징이군. 이런 계산까지 하다니, 자네는 젊지만 볼수록 놀랍다니까.”
손으로 부채질을 해가며 안개를 걷어내고 돼지 앞에 도착한 순간,
“……”
“……”
한길과 타이투스는 둘 다 말을 잃고 말았다.
돼지 통구이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고운 적갈색의 껍데기.
마호가니 원목 가구 같은 중후한 색의 껍데기는, 겉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양, 반질반질 윤이 나고 있었다.
눈으로만 봐도 바삭해 보였다.
아니, 바삭한 게 아니라 빠삭해 보였다.
입에 넣고 씹으면 빠작빠작 소리가 날 정도로.
“일단은 주방으로 옮길까요?”
“크흠, 그러지.”
안개가 자욱한 창고가 아닌, 맑은 공기 아래에서 감상하고 싶어졌다.
노예 네 명이 철판째 돼지고기를 옮기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웬만한 성인 남성과 견주어도 전혀 꿇리지 않을 크기의 돼지가, 가마를 타고 출두하는 듯한, 그런 위풍당당함이 있었다.
“이게…. 그……”
“와……”
주방에 모인 요리사들도 통돼지 구이의 위엄 앞에 입만 뻥긋거렸다.
쿵.
묵직한 돼지가 테이블 위에 자리 잡자, 모두 그 주위를 에워쌌다.
여기저기서 꿀꺽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베이컨 향과 훈제 향이 미친 듯이 코끝을 찔러왔다.
“총주방장이 먼저 먹어봐야지.”
“아, 네…..”
한동안 돼지에 홀려 있던 한길은 타이투스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손을 뻗었다.
일단 가장 두툼한 어깨살 부위를 양손으로 잡았다.
스르륵.
별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고깃점이 저항 없이 떨어져 나왔다. 저온에서 밤새 익은 살점은, 뼈에 붙어있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미련 없이 딸려 나왔다.
길쭉길쭉한 고깃결이 그대로 보인다.
길게 찢어놓은 닭가슴살처럼 생겼지만, 다른 점이 있다.
메마른 닭가슴살과는 달리, 빛나고 있다.
넘치도록 흐르는 육즙이 빛을 반사하고 있으니까.
한길은 야무지게 살점과 껍데기를 돌돌 말아서 입안에 넣었다.
“무슨 맛이에요?”
“……”
“왜, 맛이 없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
다들 기대에 가득한 눈길로 한길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걸…..
무슨 맛이라고 해야 하지?
가장 먼저 느낀 건 강렬한 훈제 향이다.
베이컨 향과 묵직한 오크 향이 입안에서 자유롭게 날뛰고 있다.
식감은?
야들야들하다.
입안에서 허물어지는 연하디 연한 육질.
씹을 때마다 흥건하게 배어 나오는 육즙.
이 육즙도 그냥 육즙이 아니다.
차원이 다른 달곰함이 느껴진다.
일주일 이상 푹 고아낸 곰탕에서 날법한 달곰함.
돼지고기의 연골 부위에 있는 콜라겐이 녹아내리면서 나는 단맛이다. 주사기에 곰탕을 가득 넣어서 주입한 것처럼, 씹을 때마다 달곰한 육즙이 아낌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마무리는,
까드득.
과자처럼 씹히는 껍데기.
껍데기는 씹히자마자 깨지면서 불맛을 터트렸다. 오크 향을 입은, 향긋하면서도 감칠맛 넘치는 불맛이다.
이 맛을 대체 어떻게 말로 설명하지?
“저희도 먹어봐도 되나요?”
“……”
한길은 여전히 입을 벌린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허락이 떨어지자, 주방의 요리사들도 앞다퉈 두 손으로 돼지에게 달려들었다.
“…..!”
“…..”
시식을 한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주방에는 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
#
그 시간, 아피키우스는 예상치 못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피키우스의 지인이 보낸 심부름꾼이다.
로마에서 달려온 심부름꾼은, 달갑지 않은 소식을 들고 왔다.
“확실한가?”
“네.”
“대제전 전날에 한다고?”
“네.”
“옥타비우스라면, 내가 아는 그 옥타비우스 맞는가?”
“네.”
아피키우스가 시민 만찬을 열기로 한 날, 바로 인근에서 또 다른 만찬이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시민 반응은 어떻지?”
“저, 그게……”
심부름꾼은 입을 차마 열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내가 로마를 너무 오래 비웠나 보군.”
“그게…. 오래되긴 했죠. 근 10년간 안 오셨으니까요. 그동안 옥타비우스는 한 달에 한번은 시민 만찬을 열었고요.”
로마의 시민은 변덕스럽다.
먹이를 던져주면,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따르지만, 먹이가 떨어지자마자 돌아선다. 그리고 바로 다음 먹이를 들고 오는 사람에게 꼬리를 흔든다.
충성심 따위 없다.
“알려줘서 고맙네. 조심히 가게.”
아피키우스는 책상 위에서 대충 은반지 하나를 찾아서 심부름꾼에게 던져주었다.
손님이 떠나자마자, 집사가 다가왔다.
“주인님, 만찬 날짜를 바꿀까요?”
“그랬다간 내 꼴이 우습게 되지 않겠나.”
아피키우스는 이미 대대적으로 만찬 홍보를 시작했다. 몇십 명의 푸라에코(praeco)를 고용해서 광장마다, 시장마다 소문을 퍼트리도록 했다.
대제전 축제 전날, 아피키우스가 시민을 위한 만찬을 연다고.
이제 와서 날짜를 바꿀 수는 없다.
“자네도 내가 질 것 같은가?”
“그건 아니지만…. 옥타비우스도 로마에서 손에 꼽는 자산가니까요. 인도에서 오는 무역선 하나만 털어도 로마 전체를 먹이는 건 일도 아니죠. 그것도 주인님과 같은 날 만찬을 잡은 걸 보면 일부러 노린 것 같은데……”
“……”
“만에 하나, 거금을 들여 만찬을 열었는데 손님도 없이 텅 비어 버리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낯부끄러워서 로마에는 두 번 다시 발도 디디지 못할 거다.
“마르쿠스는 아직 소식이 없나?”
“네, 없습니다.”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 메뉴도 알려주지 않다니.”
“그냥 주인님이 직접 나서는 게 어떨지요.”
항상 빠릿빠릿하던 마르쿠스가 이번에는 행동이 굼뜨다.
역시, 아직은 무리이려나…..
“주방으로 가지.”
아피키우스는 신경질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잰걸음으로 주방을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주방에 입장하자마자, 위화감을 느꼈다.
고요하다.
아피키우스가 지휘하는 동안, 주방은 단 한 번도 고요한 적이 없었다.
주방은 심장이다.
멈춰서는 안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항상 움직이고 뛰고 있어야 한다.
주방 요리사들과 마르쿠스는 모두 하나의 테이블에 모여 있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아피키우스의 말에 요리사들이 고개를 돌리더니, 일제히 각을 잡고 차렷 자세로 섰다.
빼곡하게 서 있는 요리사들 사이로 갈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시간도 없는데, 메뉴 결정은 언제 알려줄 생각이지?”
“안 그래도 시식 해보시라고 부르려던 참이었습니다.”
마르쿠스가 다가왔다.
그리고 빈틈으로 거대한 물체가 보였다.
‘돼지….?’
그대로 고개를 밀고 달려와서 들이박을 것처럼, 박력 있는 모습의 돼지다.
“이건……”
“이번 시민 만찬의 메뉴 중 하나입니다.”
“그 중…… 하나라고?”
아피키우스는 눈을 통돼지 구이에 고정한 채, 마르쿠스의 말에 반사적으로 질문했다.
“네. 통구이를 여럿 만들려고 합니다.”
눈앞에 그 장면이 그려졌다.
수백 마리의 돼지가 저 붉은 갑옷을 입고 정원에 진열되어 있을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일 거다.
그 모습을 보고 오지 않을 시민이 있을까?
방금까지 마음 한쪽에 느꼈던 불안감이 녹아내렸다.
“그래, 그래서 돼지는 몇백 마리가 필요한가?”
“돼지만 하면 부족할 것 같아서 다양하게 준비하려고 합니다. 닭, 공작새, 플라밍고, 돼지, 양, 그리고….. 기린도 통으로 구울 겁니다.”
“잠깐, 마지막에 뭐라고 했지?”
아피키우스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시선을 마르쿠스에게로 돌렸다.
마르쿠스는 더없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또박또박하게 말을 반복했다.
“기린 통구이를 만든다고요.”
< 62. 바비큐는 뭐다? 과학이다! > 끝
ⓒ 글망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