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63)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63화(63/325)
< 63. 나를 따르라! >
“기린 통구이?”
기린 통구이라는 말에 아피키우스의 얼굴이 묘하게 틀어졌다.
입을 꾹 다물고 볼을 부풀리더니, 경련이라도 하듯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큭, 크크, 풋!”
참았던 웃음보를 터트리며 아피키우스가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열심히 웃는지,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게 보였다.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은 후에야, 아피키우스는 다시 목청을 가다듬었다.
“크흠, 정말 자네는 재밌는 생각을 많이 하는구먼. 기린 통구이라니, 그건 확실히 볼만하겠군.”
아피키우스는 다시 귀족 특유의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아직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서, 실행 계획은 어떻게 되지?”
“실행 계획이요?”
“일단 조리 공간부터 확보해야겠군. 몇백 개나 되는 통구이라. 장소가 필요한데 로마 저택의 주방으로는 턱도 없지. 혹시 야외에서도 조리가 가능한가?”
눈매가 날카롭다. 평소의 여유로운 말투 대신, 말꼬리가 딱딱 끊어진다. 사업 안건을 묻는 비즈니스맨 같은 태도다.
“만찬을 준비하다가 실수로 도시를 태워 먹으면 그것도 체면이 영 아니니 말이지. 이왕이면 도시 밖에서 조리하면 좋겠군. 꼭 창고가 필요한가?”
“창고가 없어도 벽돌과 철판만 있으면 간단한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한길은 나무 막대기로 바닥에 간단한 설계도를 그렸다.
레고블록처럼 벽돌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철봉을 얹고, 마무리로 철판 뚜껑만 덮으면 현대에서 사용하는 그릴과 얼추 비슷하다.
“만드는 데 시간은 많이 안 걸리겠지만 수량을 맞추려면 서둘러야겠군. 케이토, 바로 준비를 하도록.”
아피키우스의 명령에 집사가 바로 주방에서 달려 나갔다.
“이건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자네는 요리에만 신경 쓰기도 바쁠 테니. 그나저나, 내가 보내준 기린고기는 먹어봤나?”
“물론이죠.”
“그러면 자네도 알 테지. 기린은 돼지처럼 구워지진 않을 거네. 보기에는 좋지만, 맛은 어떨지 모르겠군. 모처럼 거대한 기린 통구이를 마련했는데 남기면, 그것도 그림이 좋지 않은데 말이지.”
아피키우스의 말대로.
기린은 지방이 굉장히 적다.
마블링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고기 단면만 보면 돼지 허릿살 부위와 제법 비슷했다.
그대로 먹으면 분명 퍽퍽할 거다.
하지만……
“물론 그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드리죠. 아직 시식도 안 해 보셨으니까요.”
한길은 자신 있게 웃어 보인 후, 주방 요리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통구이의 분해 작업을 시작했다.
껍질은 따로 분리해서 다시 한 번 그릴에 구웠다.
적갈색으로 변한 면은 맛깔나게 구워져 있지만, 살점과 인접한 면은 아직 하얀 지방 덩어리가 남아있고 고무같이 말랑말랑했으니까.
“절대 손으로 잡았을 때 구부러지면 안 됩니다. 유리처럼 깨질 정도로, 바싹하게 구워주세요.”
고기는 부위별로 분해하도록 했다.
어깨살, 다리 살, 뱃살, 목살 위주로.
마지막으로 커다란 나무 도마와 묵직한 식칼 두 개를 준비했다.
한길이 만들려고 했던 메뉴.
통구이는 그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처음부터 만들고 싶었던 건, 풀드 포크 샌드위치 (pulled pork sandwich).
장시간 서서히 구운 돼지고기를 장조림처럼 찢어서 먹는 샌드위치다. 샌드위치라고 불리지만, 대부분은 버거 빵을 사용한다.
“어깨살이랑 다리 살 주세요.”
요리사가 주문한 부위를 들고 오자, 한길은 두 손으로 각 덩어리를 결대로 찢었다.
길쭉길쭉한 장조림 같은 고기 조각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양손에 든 식칼을 내리쳤다.
탕탕탕탕!
다듬이질을 하듯 손을 움직이자. 고기 조각이 일정한 크기로 잘렸다.
“조금 건조해 보이네요. 뱃살도 가져다주세요.”
통구이는 부위마다 맛이 다르다.
뱃살은 하얀 지방층이 너무 두꺼워 그대로 먹으면 느끼하다. 반대로, 다리 살은 살점만 있어 퍽퍽하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려면?
여러 부위를 섞어서 사용하면 그만이다.
함박 패티를 만들 때처럼.
아피키우스는 한길의 움직임을 내내 뚫어지게 보더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이렇게 섞어서 사용하면 기린의 기름기 없는 부위도 어느 정도 보완을 해주겠군. 필요하면 돼지고기를 섞어줘도 되고. 싸움이 날 일은 없겠네.”
“싸움이요?”
“서로 맛있는 부위를 먹겠다고 달려들 수도 있으니 말일세. 3만 명이나 초청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다가는 난장판이 되겠지.”
한길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한스키친이 떠올랐으니까.
한스키친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치킨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통닭이 나오면 어떤 사람은 다리를, 어떤 사람은 날개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싸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옆에 앉은 사람은 기름진 닭 다리를 신나게 뜯고 있는데, 내 그릇 위에는 퍽퍽 살 밖에 없으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로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나 보다.
탕탕탕탕!
한길은 모든 고기 조각을 잘라서 섞은 후, 바삭한 껍질을 잘게 쪼개서 넣어 주었다.
마무리로 소금을 조금 뿌리고 사과 식초를 넣어서 간을 해주었다.
훈제 향이 더해진 통구이는 육향이 너무 강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식초의 새콤함이 그 무게를 조금 덜어주고 균형을 맞춰준다.
완성된 고기는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찢어진 결은 보기만 해도 연해 보였고, 식초를 한번 둘러주니 윤기가 좔좔 흘렀다.
“한번 먹어봐도 되겠나?”
아피키우스가 혀로 입술을 적시며 물었다.
한길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피키우스는 손으로 고기를 한 줌 쥐며 그대로 입안에 털어 넣었다.
쩝쩝.
아피키우스의 안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한 줌, 또 한 줌.
연달아 고기를 집어 먹은 아피키우스는, 다섯 줌을 먹고 난 후에야 고민이 가득한 얼굴을 했다.
“맛은 있는데 식감이 아쉽군. 모처럼 통구이를 먹는데 너무 씹는 느낌이 없어.”
“물론, 이대로 나눠주진 않을 겁니다.”
한길은 예상했다는 듯이 가볍게 웃었다.
고갯짓으로 신호를 주자, 루시우스가 빵을 들고 왔다.
지난 며칠간, 루시우스에게는 그리스에서 공수한 이스트를 사용하여 빵을 만들도록 지시를 해놓았다.
루시우스는 설명만 듣고도 제법 그럴듯한 빵을 만들어냈다. 로마인들이 먹는 꾸덕꾸덕한 빵이 아닌, 부드러운 버거 빵을.
빵의 뚜껑에는 검은깨 같은 곡물이 박혀 있었다. 캐러웨이라는 허브다.
사용하기 편하게 반으로 잘라놓기도 했고.
“소스 좀 가져다주세요.”
한길의 말에 요리사들이 또 분주하게 움직였다.
돼지고기와 어울릴 소스 역시 여러 종류 만들어 놓았다.
로마의 가룸을 이용한 소스는, 현대의 바비큐 소스와 유사했다.
가룸 자체가 우스터 소스와 맛이 비슷한데, 그 안에 설탕 대신 무화과와 대추를 조려서 단맛을 더했다. 과일의 진득한 단맛이 들어간 돈가스 소스 같았다.
후추 소스도 만들어 보았다.
후추를 간 후 루를 넣어서 졸인 소스는, 매콤한 후추향이 매력적이었다.
로마인들의 입맛을 고려해서 지중해 허브 소스도 만들었다. 올리브유에 세이버리, 루타, 타임, 오레가노 등의 지중해 허브를 갈아 넣은 소스는, 향긋하면서 샐러드드레싱처럼 가벼웠다.
마지막으로는 겨자 소스를 만들어 보았다. 겨자에 마요네즈를 넣어 크리미하면서도 톡 쏘는 매운 향이 살아있다.
“소스는 어떤 거로 하시겠어요?”
“네 개 다 먹어보도록 하지.”
아피키우스의 주문을 받은 한길은 바로 조립에 들어갔다.
살짝 토스트 한 버거 빵을 펼치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넉넉하게 한 줌씩 올렸다.
고기 위에 소스를 듬뿍, 아낌없이 부어주고.
마무리는 코올슬로(cole slaw).
적양파와 양배추를 식초에 절여둔 피클의 일종이다. 새콤달콤하면서 상쾌하고, 아삭한 양파와 양배추를 씹는 쾌감도 더해줄 수 있다.
빵, 고기, 소스, 양파와 양배추 피클을 층층이 쌓아 올린 후, 빵 뚜껑을 덮어서 아피키우스에게 건네주었다.
“잘 먹겠네.”
두 손으로 버거를 받아든 아피키우스는, 일단 인사부터 했다.
그리고 고개를 잠시 기웃거리며 버거의 크기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한입에 들어가기는 너무 두껍고 크다.
두 손에 힘을 꾸욱 주며 버거를 압축하니, 토스트 된 빵이 살짝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내용물이 조금 흘러나왔다.
아피키우스는 땅에 떨어진 양배추 조각과 돼지고기 조각을 안타까운 눈으로 보더니, 이번에는 최대한 내용물이 흐르지 않게 빵을 눌러주었다.
입이 찢어질 정도로 크게 벌리고.
그대로……
우적.
한입에 버거의 반을 뜯어갔다.
우적. 우적.
아피키우스의 턱이 위아래로 세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볼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었고.
튀어나온 볼 너머로 울퉁불퉁한 양배추의 실루엣이 그대로 보였다.
전혀 귀족답지 않게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이었지만, 체면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신나게 씹고.
꿀꺽 삼키고.
허겁지겁 남은 버거를 입에 넣고.
우적. 우적.
바비큐 소스를 사용한 버거를 삼킨 후에는 바로 후추 버거를, 지중해 버거를, 겨자 버거를.
쉴 틈 없이 릴레이처럼 연달아 흡입했다.
아피키우스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육즙이 넘쳐 쩝쩝거리는 소리와 양배추가 부서지는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시식을 마친 아피키우스는, 손가락에 묻은 소스까지 쪽쪽 빨아 먹었다.
“크크크크크.”
그리고 다시 웃음보를 터트렸다.
실성한 사람처럼 한참을 우렁차게 웃은 후에야 아피키우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아피키우스의 명성에 딱 맞는 음식 아닌가. 요리가 완성되었다면, 무대는 내가 마련하도록 하지.”
#
그 후로 며칠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아피키우스는 이사를 서둘렀다.
별장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최대한 빨리 로마로 이동해서 요리사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차를 타고 이동하기를 이틀.
로마에 도착한 건 한밤중이었다.
저택에서 잠깐 눈만 붙이고. 해가 뜨자마자 아피키우스는 요리사들을 가마에 태우고 또 마차에 태워서 이동시켰다.
“오늘부터 여기가 자네들 주방이네.”
도착한 곳은 로마의 성문 밖에 있는 초원.
여기저기 잔디와 잡초만 보이는 광활한 초원에는 수백 개의 벽돌 그릴이 만들어져 있었다. 벽돌 그릴 사이로 커다란 텐트도 세워져 있었다.
“미안하지만 자네들은 만찬까지 여기서 생활해줘야겠어. 요리사가 주방을 떠날 순 없으니 말일세.”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피키우스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아니었다.
텐트 내부로 들어가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야영하는 텐트 치고는 지나치게 화려하다.
폭신폭신한 짚더미를 엮어서 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 벨벳처럼 두툼한 천을 덮어두고 있었다. 여기저기 금색으로 칠을 한 테이블도 보였다.
그릴 주위에는 임시 울타리를 세우고, 수백 명의 경비병이 보초를 서도록 했다. 강도나 야생동물이 들이닥칠 수도 있으니까.
밤공기가 조금 싸늘한 것을 제외하면, 생활하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준비를 해 두었다.
몇 시간 후, 재료가 속속히 도착했다.
인근 정육점에서 손질과 세척까지 맞춘 고기가 도착하면, 한길과 요리사들이 간을 하고 그릴에 올렸다.
수백 명의 노예들이 수시로 숯을 달구고 불을 조절했고, 요리사들은 그릴을 살피며 고기가 제대로 익고 있는지 확인했다.
임시 그릴은 모두 철판 뚜껑을 달고 있었지만, 철판 하나로 그 냄새를 가두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초원 전체에 진득하게 통구이 냄새가 향수처럼 퍼졌다.
구이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뚜껑을 열 때마다 고기 향을 머금은 훈제 연기가 탈출했다.
하늘로 올라간 연기는, 지나가는 바람에 올라타고 멀리 퍼져나갔다.
바람은 로마 시내 방향으로 불고 있었다.
#
대제전 하루 전날.
목수인 가이우스는 즐거운 발걸음으로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앞으로 15일간은 휴일이다.
대축제에 대한 기대감과 활기가 로마 시내 전체에 흐르고 있었다.
“가이우스, 한잔하고 가지 않겠나?“
“어디서?”
“글쎄. 루시아네 식당은 어때?”
공방을 나가려는데, 동료인 파비우스가 물어왔다.
오늘 같은 날, 튀김을 곁들여 와인 한잔하면 딱이련만!
“오는 길에 보니까 루시아네는 닫혔더군.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야.”
“뭐, 오늘은 어딜 가도 먹을 게 넘치는데 굳이 식당에 갈 필요는 없지.”
“그건 그렇지만.”
로마 시민들이 대제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명절만 되면, 귀족들이 각자의 집 앞에 크고 작은 상을 차려놓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준다.
하얀 빵을 나눠줄 때도 있고, 달달한 디저트를 나눠줄 때도 있다.
평소에 못 먹는 귀한 음식을 맛볼 기회다.
“오늘은 어디를 가볼까?”
“옥타비우스네서 엄청난 만찬을 연다는 것 같던데.”
“그래?”
“다마스쿠스 대추를 나눠준다는 소문도 있고 말이야. 어때, 한번 가보지 않을래?”
“거기까지 가려면 아내를 데리고 가야겠는걸?”
파비우스와 만찬 장소에서 만날 약속을 잡고, 가이우스는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축제의 시작이라 그런가.
사람이 너무 많다.
골목마다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사람들로 빼곡하다.
결국 우회로를 다섯 번이나 찾고 난 후에야, 간신히 통행이 가능한 거리가 나왔다.
삐리리리리~
그때,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묻혀 미처 못 들은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살루스트 정원에서 아피키우스의 만찬이 열립니다! 로마 시민 전체를 초대합니다!”
몇몇 남자들이 앞장서서 달리며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피리를 부는 연주자들이 보였다.
우아한 동작으로 움직이는 무희들이 그 뒤를 따랐다.
‘행렬인가.’
하루 빠르긴 하지만, 귀족 행렬인 듯했다.
이것 때문에 골목이 막혀 있었나 싶어 짜증이 올라왔다.
가이우스가 다시 갈 길을 서두르는 찰나,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지?”
주변 사람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난생처음 보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리따운 무희들 뒤에는, 새하얀 옷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있었다.
각자 가마를 짊어지고 있는 남자들.
그들이 들쳐 업은 황금색 가마 위에 있는 건…..
‘공작새?’
오색 꼬리를 펼치고 있는 공작새였다.
살아있는 공작새는 아니다.
움직임이 없으니까.
동상처럼 굳어있는 공작새는, 선명한 적갈색이었다.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붉은 갑옷을 입고 있다.
수많은 공작새들이 지나가자, 갑자기 입안에서 침이 고여 왔다.
통구이 냄새.
참을수 없을 정도로 묵직하고 기름진 냄새가 공기 중에 퍼지고 있었다. 갑자기 허기가 지며 위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행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붉은 갑옷을 입은 양이 뒤를 따랐다.
그 뒤로는 성인 남자의 키만 한 돼지가 수백 마리 등장했다.
당장 사람들 사이로 달려갈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돼지 뒤에 나타난 건……
기다란 목.
거대한 생명체.
본적 있는 동물이다.
가끔 축제 기간에 로마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이국적인 동물.
기린이다.
기린이 올라탄 가마는, 다른 가마와는 크기부터가 달랐다. 무려 스무 명의 가마꾼을 필요했으니까.
반질반질한 붉은 갑옷을 입고 있는 거대한 동물은, 로마의 고층 건물만큼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비현실적인 동물 행렬의 뒤에는, 사람의 행렬이 있었다.
“아피키우스의 만찬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참가 하려면 줄을 서세요! 앞으로 5천명까지만 받습니다! 서두르세요!”
만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줄이다.
노예들이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바쁘게 줄을 정리하고 있었다.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생각과 달리, 발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방금 행렬을 목격하고,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자리를 떠나면, 분명 평생 후회할 테니까.
< 63. 나를 따르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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