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71)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71화(71/325)
< 71.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
세야누스는 지난 며칠, 불안에 떨고 있었다.
아내가 갑자기 떠났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느 때라면 병사를 풀어서 다시 잡아 오면 그만이지만, 아내가 숨은 곳이 하필이면 아피키우스의 집이다.
선대 황제 시절부터 미식 자문을 해 온, 로마에서 제일 부유한 귀족.
그런 집안에 병사를 함부로 보낼 수는 없다.
억지로 끌고 오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명분이 없는 한은.
대화라도 하자며 아피키우스의 저택을 매일같이 찾아갔지만, 대문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집사가 싸늘한 말투로 이혼하겠다는 의사만 전달해 왔다.
이혼하는 건 상관이 없다.
어차피 세야누스도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피키우스의 명성과 이름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지금이 한계다.
문제는……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최대한 조심하긴 했지만, 아내는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 자신의 행적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
무심코 유닐라의 정략결혼 얘기를 했을 때, 아내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내색을 안 하려 했지만,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었다.
‘하지만……’
유닐라의 정략결혼은 몇 달 전의 일이다. 그게 원인이라면 그때 떠났어야 한다.
그렇다면 최근에 일어난 일…….
그녀가 알아버린 거다.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하는 비밀을.
리빌라와의 관계를.
리빌라는 전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친조카의 딸이다. 즉, ‘진짜 황제’의 직계 핏줄이다.
‘진짜 황제’의 양자에 불과한 티베리우스 황제보다, 차기 후계자로 지목된 드루수스보다, ‘진짜 황제’의 피가 진하게 흐르고 있다.
그래서 티베리우스는 리빌라를 드루수스와 결혼시켰다. 그녀의 핏줄이 드루수스의 황위계승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런 고귀한 핏줄의 여성이……
자신에게 마음을 주었다.
‘어쩌면……’
티베리우스도 ‘진짜 황제’와는 남남이다.
그런 사람도 황제가 되었는데……
잘만 한다면……
섬세하게 작업을 해야 한다.
한 명씩 조용히 제거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의 순서가 온다.
그때까지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계획이 알려진다면, 사형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죽어도 곱게 죽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아내가 갑자기 도망을 갔다.
허겁지겁.
설명도 없이.
아무리 생각해도 들켰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
그걸 아피키우스에게 말한 걸까?
그래서 아피키우스가 로마에 돌아온다고 한 걸까?
아피키우스가 다시 미식 자문이 된다면?
황제에게 며느리의 얘기를 한다면?
드루수스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한마디라도 던진다면?
절대 안 된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만찬을……
망쳐야 한다.
아피키우스가 신뢰를 잃고 조용히 로마를 떠나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간을 두고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전혀, 문제없습니다.”
준비는 순조로워 보였다.
재료가 없을 텐데 어째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는데…..
황제가 도착해서 발이 묶여 버렸다.
세야누스는 황제의 신임을 받는 근위병인 만큼, 황제 주위에 있어야 한다. 여느 병사처럼 횃불을 들고 황제 주위에 서 있자니 애만 탔다.
요리 하나만 뒤엎어 버리면 만사 해결인데.
잠시만이라도 자리를 비울 수 있다면…..
하지만 그럴 틈도 없이 만찬이 시작되었다.
쿵! 쿵! 쿠르르르!
신전 전체에 울리는 북소리는 그야말로 주피터의 천둥이었다. 짜르르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요리사 세 명이 황금 단지를 들고 총주방장인 마르쿠스에게 다가갔다. 황금단지의 내용물을 국자에 따르고 횃불을 가져다 대자,
화르륵!
불이 붙었다.
신비로운 불이.
영혼까지 매혹당할 정도의 푸른 불빛을 보고, 황제의 얼굴이 풀어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요리가 나올수록 황제의 얼굴에 익숙한 표정이 떠올랐다. 입매를 살짝 비트는 표정.
마음에 드는 일이 있을 때마다 나타나는 작은 습관이다. 지금까지는 세야누스 외의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던 표정.
안 되는데…..
뭐든 해야 하는데……
그때, 가장 두려운 말이 들려왔다.
“자네가 로마를 떠나고 은퇴한다고 했을 때, 내가 허락을 했던가?”
“불러주신다면 언제든 다시 오겠습니다.”
끝이다.
아피키우스가 돌아온다면, 황제의 신임을 얻는다면, 그리고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면?
막아야 한다.
어떻게?
일단 이 자리를 끝내야 한다.
최대한 불쾌하게.
그리고 그걸 아피키우스의 탓으로 돌려야 한다.
쿵! 쿵! 쿠르르!
또다시 북이 울렸다.
황금 단지가 등장했다.
불이 붙었다.
‘그래, 단지!’
저 단지 안에 있는 액체에는 불이 붙는다.
화재가 일어난다면?
적어도 이 만찬은 멈출 수 있다.
신의 만찬을 망친다면, 아피키우스가 미식 자문으로 고용될 리 없다.
운이 좋으면 황제와 드루수스가 화상을 입고, 그 책임까지 아피키우스에게 물을 수 있다.
황금 단지를 들고 있는 요리사들은 그리 멀지 않다. 그래 봐야 다섯 걸음.
세야누스는 슬그머니 다가가 요리사가 뒤를 돌아보는 동선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부딪히는 척을 하며 한 손으로 단지를 쳐냈다.
황제의 방향으로.
댕그랑!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단지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황제의 발밑으로.
투명한 액체가 바닥을 적셨다.
황제의 신발에도 묻었다.
이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괜찮으십니까?”
달려갔다.
걱정 가득한 충신의 얼굴로.
바닥의 투명한 액체에 횃불을 자연스레 가져다 댄다.
시선을 주면 안 된다.
우연히 횃불을 들고 있을 뿐.
이건 사고다.
사고여야 한다.
아피키우스가 위험한 물질을 가져오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
그런데….
조용하다.
무심코 횃불을 내려다보았다.
다시 한번 자연스레 횃불을 액체에 대보았지만, 불이 안 붙는다.
조금 더 가까이 대 보아도.
이상하다.
…… 왜?
횃불이 손에서 빠져나간다.
“위험합니다.”
마르쿠스가 자신의 손에 든 횃불을 빼앗아 간 거다.
“자네, 미쳤나?”
드루수스가 벌건 얼굴로 성을 내며 무언가 소리를 지른다.
불만 붙었으면…..
저 시선은 자신이 아닌 불로 향했을 거다.
처음부터 위험한 액체를 가져온 아피키우스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입만 잘 털면.
그런데…..
불이 없다.
불을 붙이려고 여러 차례 횃불을 휘두른 자신만 있을 뿐.
“저놈을 끌어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왜?
왜, 불이 안 붙었지?
#
댕그랑!
굴러가는 황금 단지.
바닥에 고인 투명한 액체.
그 모습을 보자마자, 한길은 단지를 들고 온 타이투스의 얼굴을 살폈다.
침착하다.
그렇다면 저 액체는 증류주가 아니다.
‘설마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아피키우스는 증류주를 담을 용도로 화려한 황금 단지를 마련했지만, 준비된 단지는 주둥이가 너무 넓었다.
증류주는 위험하다.
휘발성이 너무 강하다.
증류주를 따를 때 잘못해서 불이 옮겨붙는다면? 불길은 순식간에 기체를 타고 단지 안으로 퍼지고, 단지는 작은 폭탄이 되어서 터질 거다.
그런 위험한 재료를 다루는데.
횃불을 든 근위병들이 에워싸고 있다.
과한 조치라고 생각하면서도, 한길은 안전을 위해 페이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황금 단지에는 물을 담고, 증류주는 별도의 작은 도자기 안에 담아두었다.
요리사들은 황금 단지를 기울이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옷 속에 숨겨둔 도자기 안에서 증류주를 따라주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횃불을 들고 달려가는 세야누스를 보며, 순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제정신으로 내린 판단이라고 보기는 힘드니까. 그렇게 멍청한 인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저건 너 죽고 나 죽자는 행동 아닌가.
세야누스는 끌려가는 내내 ‘그럴 리가 없는데’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격분한 황제나 황제의 아들을 보면, 오늘 일은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거다.
아무래도 세야누스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것보다 문제는……
‘만찬은 중지되는 건가?’
황제의 얼굴이 창백하다.
저런 일을 겪고, 다시 불타는 요리를 먹고 싶을까?
마지막 세 개의 요리는 디저트다.
전채와 메인 요리에서는 불이 거들 뿐이었지만, 디저트에서는 불이 주인공이다.
불이 없으면 요리가 망가진다.
캐러멜을 만들 수 없으니까.
그런데……
불을 사용하게 할까?
“그럼 만찬을 이어가도록 하지.”
황제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원래 계획대로 하게. 이 자리는 나를 위한 만찬이 아니라 신을 위한 만찬이니까.”
다행히 허가가 내려졌다.
불을 사용해도 된다는 말이다.
‘대담한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음 순간 한길은 생각을 고쳐야 했다.
황제가 대놓고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었으니까. 한쪽 입가에 침이 새어 나와 반들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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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리우스는 갑자기 벌어진, 아니, 벌어질 뻔한 사고에 순간 아찔해졌다.
지금껏 수많은 전장에 서고 전투를 지휘해 왔으니, 죽음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적과 보이지 않는 적은 다르다.
가장 신임하던 부하가, 그것도 신의 만찬에서, 저런 행동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당장 나가서 세야누스를 심문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입안이 텁텁하다.
입안 구석구석에 마지막으로 먹은 숭어와 생강의 향이 남아 있다.
먹을 당시에는 좋았지만, 이미 음식을 삼킨 후에는 향만 남아있으니 어딘가 찝찝하다.
상큼하게 입안을 헹구고 싶어진다.
분명 아피키우스라면, 이 향을 가장 만족스럽게 씻겨낼 방법을 알고 있을 터.
“원래 계획대로 하게. 이 자리는, 나를 위한 만찬이 아니라 신을 위한 만찬이니까.”
말을 꺼내자, 아피키우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다시 시작하도록 하죠.”
아피키우스의 한 마디에 그의 휘하에 있는 모든 요리사의 움직임에 확신이 생겼다. 방금 전까지 어찌해야 할지 몰랐는데.
저 사람은 군대를 지휘해도 잘할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쿵! 쿵! 쿠르르!
만찬의 재개를 알리는 북이 울렸다.
“아몬드, 시나몬, 꿀을 넣은 사과에 사과 증류액으로 소스를 만들어봤습니다.”
처음으로 나온 디저트는 불타는 사과였다.
불은 금방 사라졌다.
사과는 통으로 구워져 있었다.
가운데에 작은 구멍을 파서 그 안에 견과류와 향신료를 채워 넣고, 그대로 오븐에 넣어 구운 후, 불을 붙인 거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도, 뭔가 신기하다.
생각해 보니, 사과를 구워서 먹는 건 처음이다. 소스로 조리거나, 생으로 아삭하게 먹은 적은 있어도, 통으로 구워 먹은 적은 없다.
요리사는 칼을 이용해 사과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 후, 그릇을 티베리우스 앞에 내려놓았다.
그릇이 스치자마자 진한 향이 코를 찔렀다.
진득할 정도로 농밀한 사과 향.
그리고 시나몬 향.
‘신기하네.’
숟가락에 사과를 담고 한입 먹어보니,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신기했다.
사과는 따끈따끈했다.
온도가 더해지니 맛이 전혀 달랐다.
상쾌하고 아삭한 식감은 없다.
씹히는 과육은 말캉거림과 사각거림 사이에 있는, 독특한 식감.
생사과를 먹을 때 느껴지는, 톡 쏘는 듯한 산미도 없다. 대신, 사과의 단향이 응축되어 있다.
눅진하고 끈적끈적한 사과 향이 느껴지는데, 막상 사과에서 나오는 즙은 물처럼 가볍다.
진한 사과 향, 따뜻한 온도, 그리고 시나몬의 향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맛있다.
하지만 다른 과일도 있으면 좋았을 것을……
티베리우스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배다.
그 맛이 그립다고 생각할 때,
쿵! 쿵! 쿠르르!
“토스카나의 배에 시나몬, 정향, 후추, 와인 증류주 소스를 입히고 그리스 요구르트를 더한 요리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읽는 건지, 아피키우스가 다음 요리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이 자리에서 조리하고 올리겠습니다.”
지금껏 완성된 요리에 불만 붙였는데, 이번에는 요리사가 프라이팬을 꺼냈다.
약간의 버터와 꿀이 들어갔다.
잠시 후, 두 재료가 섞이면서 보글보글 끓어올랐다. 용암처럼 끈끈하고도 격렬하게.
그 용암 안에 배, 후추, 시나몬, 정향이 들어갔다.
치이이익!
제법 소란스럽게 과일과 향신료가 조려졌다.
달달한 향이 풍겨왔다.
그 어느 과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미친 듯이 달달한 향이다.
갈색 용암에 끓고 있는 배는, 갈색이 섞인 노르스름한 색으로 변해 있다.
그 위에 불이 붙고, 사과 주스를 넣고 살짝 끓여낸다.
그리고 접시에 담는다.
접시에는 새하얀 그리스 요구르트가 이미 얹어 있다. 그 위에 노릇노릇한 배를 올리고, 진득한 갈색 소스를 뿌린다.
“……!”
불에 구운 배는 맛이 또 다르다.
표면은 까슬까슬하게 혓바닥을 간지럽히지만, 막상 씹으면 그 내부는 비단처럼 매끄러웠다.,
사과의 농축된 단맛과 달리, 배는 삼삼하게 달다. 그 삼삼함 때문에, 배는 향신료의 향을 더욱 강하게 흡수했다.
후추, 정향, 시나몬 각자의 톡톡 쏘는 향이 느껴졌다. 심심한 듯, 약간의 여백을 남기는 배의 단 향이 섞이면서 그 모든 요소가 과하지 않게 입안에서 어우러지며 소용돌이 쳤다.
그릇에 놓인 차가운 요구르트와 함께 먹으니, 산미가 확 올라오면서 상쾌하게 입이 다시 정돈되었다.
쿵! 쿵! 쿠르르!
“마지막 요리입니다.”
마지막 요리는 지금껏 본 중 가장 신기한 모양새였다. 하얀 구름.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은 구름은, 불이 붙자마자 갈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혓바늘에 느껴지는 강렬한 단 맛.
거품처럼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폭신함.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차가운……
무화과?
무화과 맛을 입힌 얼음은, 익숙한 얼음보다 더욱 알차게, 밀도 높은 맛으로 부드럽게 미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시원하면서도 달고, 폭신하면서도 가볍고, 무엇보다…….
깔끔했다.
완벽한 마무리다.
“그러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아피키우스를 보니, 아쉬움에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이게 끝이라고?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요리를 먹을 수 없다고?
그렇게 놔둘 수는 없다.
“마르쿠스 가비우스 아피키우스.”
“네.”
“자네를 미식 자문으로 임명한다. 받아들이겠는가.”
“기꺼이.”
이윽고 티베리우스의 시선이 눈앞의 요리사로 향했다. 지금껏 아피키우스의 손발이 되어 직접 마법을 부린 인물이다.
“마르쿠스라고 했었나?”
“네.”
“자네는 원하는 게 없나?”
< 71.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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