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76)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76화(76/325)
< 76. 이름이 뭐예요? >
“전에 와이프랑 같이 왔었는데 맛이 제법 괜찮더라고. 자네는 입맛이 까다로워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까다롭다니요. 전 다 잘 먹습니다.”
문틈으로 손님들의 대화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슬아는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적당히 대화가 끊기고 자연스럽게 들어갈 타이밍이 올 때까지.
’주문만 받아오면 되는데……‘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한길이 슬아에게 한 부탁은 간단했다.
최대한 손님으로부터 로마 코스요리 주문을 받아와달라는 것.
크게 부담을 주지도 않았다.
‘최대한’ 받아와달라는 건, 설령 못 받아온다 해도 책망하지 않겠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최근 들어 한길과 최수셰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속닥이는 일이 많아졌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지만.
‘뭔가 계획이 있어.’
그냥 신메뉴를 밀어달라는 것도, VIP여서 신경 써달라는 것도 아니다.
한길에게 이 주문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적당히 대화가 끊길 때 즈음 방 안으로 들어가니, 두 명의 남자 손님은 아직 메뉴판을 살피고 있었다.
‘저 사람이 한대훈이구나……’
슬아의 시선은 자동적으로 한대훈에게로 향했다.
나이가 40대 후반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젊다. 30대 후반, 많아봐야 40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샤프해 보이는 외모.
무엇보다……
바쁜 사람 같아 보였다.
온몸에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기운을 발산하고 있어, 슬아 역시 저도 모르게 주눅 들게 되었다.
“저번에 왔을 때는 비프 웰링턴을 먹어봤는데 괜찮더라고.”
“비프 웰링턴이요?”
“나쁘진 않더라고.”
“흠…. 그래요? 아직 국내에서는 만족스러운 곳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저번에 간 곳은 페이스트리에서 냉동고 냄새가 나더라고요.”
최연수 부장은 웰링턴을 추천했지만, 한대훈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요즘 새로 생겨나는 곳들은 복불복일 경우가 많더군요. 겉보기에만 그럴듯하고 공부가 부족한 곳들이 많아서…”
“그런 거라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입을 열면서도 슬아는 ‘아차’ 싶었다.
손님의 말을 끊으면 안 되는데.
하지만……
“저희 웰링턴의 퍼프 페이스트리는 매일 아침, 매장에서 손수 만들거든요.”
“그래요?”
“신선도 때문도 있지만, 퍼프 페이스트리 제품은 비용 절감을 위해 식용유를 섞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저희는 100% 버터만을 사용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식용유 특유의 기름기가 없어요. 맛도 담백하고, 버터 향이 솔솔 나고, 굉장히 가볍게 부풀어 오릅니다.”
지난 몇 주간.
슬아는 하루 세 끼를 모두 주방 식구들과 함께 먹었다.
그럴 때마다 요리사들은 항상 과도한 업무량에 대해 투덜댔었고, 그중에서도 퍼프 페이스트리는 단골 주제였다.
– 그러면 그냥 냉동 제품 쓰자고 하지 그래요?
– 에이, 또 어떻게 그래. 맛이 다른데. 셰프도 알고 하는 거고.
불평을 하면서도 요리사들은 셰프에게 정식으로 항의하지 않았다. 그냥 투정 부리는 거지, 실제로 이 맛을 포기할 생각은 없는 거다.
매일 같이 얼마나 고생해가면서 만드는데. 그저 그런 식당의 요리와 같은 대우를 받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웨이트리스 분이 많이 아시네요?”
“네?”
“보통 그 정도까지 아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요.”
한대훈의 말투와 뉘앙스가 거슬렸지만, 슬아는 얼굴에 미소를 두르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이어갔다.
“제가 일하는 레스토랑의 요리에 대해서 아는 건 당연한 거지, 칭찬받을 일은 아닙니다.”
그 모습을 보고 한대훈이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아, 실례되는 말을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러면 메뉴는 웨이트리스 추천으로 받죠.”
“며칠 전에 신메뉴로 나온 로마 코스 요리를 추천합니다.”
슬아의 말이 끝난 후에 짧은 침묵이 찾아왔다.
한대훈은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더 설명하라고.
“저희 셰프님이 고대 로마의 고조리서에 있는 메뉴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요리에요. 최대한 그 시절 재료로 맛을 재현하려고 노력하셨어요. 설탕 대신 건포도 와인을 쓰거나, 구하기 힘든 지중해 허브를 직접 공수해 오기도 했고요. 평소 드시는 맛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공부해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시면 매우 만족스러울 겁니다.”
신메뉴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했지만.
다행히, 오늘 아침 혜림 기자의 기사를 낭독하면서 기억하는 디테일이 많았다.
슬아의 설명이 끝나자, 한대훈은 호쾌하게 웃으며 주문을 했다.
“그럼 그걸 한번 먹어보죠.”
#
“로마 코스요리요!”
“고마워.”
학수고대하는 한길에게 슬아가 다가와 특별 손님의 주문을 알렸다. 그런데 슬아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다.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닌데요. 그런데…..”
“그런데?”“생각보다 깐깐하고 까탈스러운 사람 같아요. 왜, 자기가 평론가인 줄 아는 그런 사람?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냥 피곤한 스타일 같아요. 아는 척도 많이 하고. 그냥 알아두시라고요”
“그래, 고마워.”
슬아가 사라지자, 한길은 다시 시선을 주방으로 돌렸다.
오늘도 식당은 만석.
주방의 컨베이어 벨트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수셰프.”
“예스, 셰프.”
“잠시 주방 좀 맡길게요.”
“네, 맡겨주세요.”
총지휘를 잠시 수셰프에게 넘기고, 한길은 전채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이번 코스 요리만큼은 자신의 두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요리.
그걸 처음으로 손님에게 선보이는 자리니까.
일단 가장 먼저 나갈 전채요리.
아스파라거스 파티나.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커스터드다.
이 요리는 혜림 기자에게 선보인 이후, 조금 업그레이드를 했다. 혜림의 첫 반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까닭이다.
아피키우스에게서 얻은 가장 큰 가르침.
먹기 전에 기대감을 극대화해야 한다.
‘신기하네?’가 아니라 ‘먹고 싶다’는 반응이 나오도록.
아스파라거스의 색감 자체가 식욕을 돋우는 색이 아닌데, 기존의 플레이팅은 너무 수수했다. 그래서 최대한 다른 레스토랑에서 하는 플레이팅을 연구해서 담는 방식을 바꿔보았다.
내용물이 보이도록 작은 유리잔 같은 오븐용 용기에 커스터드를 굽고, 그 위에 아스파라거스와 함께 허브의 어린잎을 골라서 얹었다.
작은 녹색 푸딩 위에 미니 샐러드가 올라간 모습.
혜림 기자가 말했던, ‘봄기운’을 그대로 접시에 담아낸 모양새였다.
“와! 너무 예쁜데요? 왜 우리가 시식할 때는 이 모양이 아니었어요?”
요리를 가지러 온 슬아의 반응만 봐도, 플레이팅을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시를 건네면서 한길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이 넓적한 잎은 고수인데,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서빙하면서 알려줘. 여기 이 얇은 건 딜, 동글동글한 건 아루굴라, 쭈글쭈글한 건 파슬리니까 혹시 물어보면 알려드리고.”
“예스, 셰프!”
“그리고 어떻게든 15분을 끌어줘.”
“넵!”
슬아를 보낸 후, 한길은 일단 타이머를 15분으로 세팅했다.
이번에 손댈 요리는 메인인 오펠라.
돼지고기 구이다.
기사가 나간 이후, 오펠라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삼겹살과 수육을 섞은 듯한 맛’은 어떻게 보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지만, 조금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육류 스테이션에 있는 오븐을 열자,
지글지글!
예약시간에 맞춰 미리 넣어둔 돼지고기가 딱 맞게 익어 있었다.
오펠라는 삼겹살 부위를 얇게 펴서 허브로 간을 해준 후, 다시 돌돌 말아 구워낸 요리다. 삼겹살의 지방이 녹아서 고기 안에 스며들고, 육질에 가둬지지 않은 지방은 그대로 팬으로 흘러 팬 바닥에 고여서 끓고 있었다.
고기만 건져내서 잠시 거름망에 올려 기름기가 빠지게 놔두고, 그 사이 한길은 미리 만들어 놓은 소스를 들고 왔다.
후추, 로바지, 키프로스 풀, 쿠민을 믹서기에 넣어 갈아주고. 돼지 육수, 건포도 와인을 넣어서 조린 소스다.
조리용 붓으로 돼지고기 표면에 소스를 듬뿍 발라주고,
치이익!
뜨거운 팬에서 강한 불에 시어링 한다.
완성된 고기는 어두운 적갈색.
표면에 입힌 소스가 캐러멜라이징 되면서 윤이 나고 있었다.
어딘가 진득한 느낌이 드는 게, 언뜻 보기에는 바비큐 소스를 바르고 구워낸 폭립과도 유사하다.
맛은 전혀 다를 테지만.
휴지를 위해 고깃덩이를 나무 도마 위에 올려두자, 뒤에서 수셰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셰프, 준비되었습니다.”
어느새 수셰프는 테이블 사이드 카트를 완벽하게 세팅해 두고 있었다.
띠리리!
타이머가 울리고, 슬아가 등장했다.
한길은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의상을 확인했다. 손님 앞에 나서는데 지저분한 몰골로 나갈 수는 없으니까.
새하얀 셰프 코트는 얼룩 하나 없었다.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네, 다녀오세요.”
#
“…. 아무리 봐도 이 주제에 대해서 얘기해줄 연사는 자네밖에 없어서. 이번에 론칭하는 문화 사업 얘기도 조금 해주면 좋을 것 같고…….”
주문을 마치고 웨이트리스가 나가자, 최연수 부장은 본론을 꺼냈고 한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몇 달 후 열리는 포럼에서 연사로 나서달라는 부탁이었다. 선배의 부탁이니 어지간해서는 나갈 생각이긴 했지만…..
“할 말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문화 사업 부분은 아직 그렇다 할 성과가 없어서요.”
“그래?”
“아직은 투자만 하는 단계죠.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화 소비를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공연만 해도 그렇죠. 그 돈으로 물건을 사면 평생 남는데, 공연은 그 순간만 지나면 남는 게 없다고 여기니까…… 이런 저런 도전을 해보지만 아직 성공한 건 많지 않아요. 얼마 전에 시도한 미식 큐레이팅 서비스도 완전 망했었죠.”
“그래도 젊은 세대는 다르니까,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만 얘기를 해줘도……”
한참 동안 포럼에 대한 얘기가 계속되고, 웨이트리스가 다시 등장했다.
“얘기 나누시는 중에 실례합니다. 첫 번째 요리 나왔습니다.”
“크흠, 그래. 일단 먹고 나서 얘기하지.”
그녀의 등장으로 딱딱한 이야기가 끊겼다.
웨이트리스는 각자의 자리에 접시를 내려놓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아스파라거스 파티나입니다.”
“파티나?”
“로마 귀족들이 즐겨먹던 커스터드의 일종이라고 해요. 아스파라거스와 계란 향이 잘 어우러지고, 여기에 지중해 허브를 추가했습니다. 혹시 향이 강한 허브는 잘 드시나요?”
“좋아합니다.”
“다행이네요.”
연녹색 푸딩.
그 푸딩 위에는 어린잎 샐러드가 살포시 올려져 있었다.
스푼으로 한술 뜨자, 커스터드와 함께 허브 이파리가 딸려 나왔다.
그 맛은……
신선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아스파라거스에서 약간 텁텁하거나 쓴맛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쓴맛은 전혀 없었다. 대신, 아스파라거스 특유의 풋풋한 향과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커스터드는 가벼우면서도 묵직했다.
계란 푸딩처럼 질감은 가볍되, 향은 가득 차 있었다. 묵직한 크림을 사용해서 푸딩을 만들 때 날 법한 그런 맛이다.
그냥 먹으면 몇 입 먹다가 물릴 수 있는데, 신선한 허브와 함께 먹으니, 강렬한 허브향이 입안을 가득 채워서 싱그러웠다.
“재밌네요.”
“네?”
“로마식 봄나물 같아서요.”
정말 기분까지 산뜻해지는, 봄기운이 가득한 전채였다.
어차피 업무상 들린 식당이라 큰 기대는 안 했었는데, 갑자기 나머지 요리가 궁금해졌다.
“메인 요리 나왔습니다. 아피키우스 오페라입니다.”
웨이트리스가 다음 요리를 알림과 동시에, 테이블 사이드 카트가 들어왔다.
“이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인 이한길입니다. 메인 요리는 제가 직접 카빙 하겠습니다.”
카트와 함께 들어온 남자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지만,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카트 위에 있는 존재에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까.
카트 위에는 커다란 나무 도마가 있고, 그 귀에 잘 구워진 고깃덩이가 통으로 올려 있었다.
이탈리아식 돼지구이인 포르케타와 비슷하다. 양념해서 구워낸 포르케타라고 해야 하나……
적갈색 껍데기는 반들반들 빛나고 있었고. 군데군데 살짝 탄 것처럼 짙은 갈색으로 그을린 흔적이 보였다.
강렬한 존재감이었다.
강렬하다 못해 폭력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공기 중에 불 맛을 입고 구워낸 돼지고기 특유의 기름진 향이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침샘을 찌르는 향이다.
푹!
셰프는 기다란 카빙용 포크를 고깃덩이에 꽂아 고정시켰다.
일반 포크와 달리, 딱 두 갈래로만 나눠진 포크는 어딘가 이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뭔가 고풍스럽다.
슥슥.
셰프는 한 손으로 포크로 고기를 고정시키고. 다른 손으로는 기다란 칼로 고깃덩이를 썰기 시작했다.
‘톱질 같은데?’
칼에 강하게 압력을 주면서 고기를 찢는 게 아니라, 예리한 칼날의 날카로운 단면만으로 고기를 썰고 있었다.
작은 덩어리로 썰어낸 고기는 빛나고 있었다. 살코기에 엉겨 붙은 육즙에 형광등의 불빛이 반사되어 빛나는 거다.
조금이라도 강제로 힘을 줘서 고기를 잘랐다면, 저 육즙은 후드득 떨어져 나갔을 거다. 하지만 섬세한 칼질 덕분에 육즙은 살코기에 그대로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소스는 두 가지 소스를 곁들이시면 됩니다. 붉은 소스는 와인 소스, 연갈색 소스는 잣 소스입니다.”
큼지막한 고깃 덩어리가 올라간 접시를 받자마자, 한대훈은 바로 포크와 나이프를 쥐었다. 그리고 입에 넣을만한 크기로 다시 고기를 분해했다.
적갈색 껍데기와 부드러운 살코기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게 작은 덩어리를 만들고.
입안에 넣기 전, 일단 그 모습을 감상했다.
돼지 껍데기에서는 어딘가 영롱한 빛이 감돌았다. 호박 보석에서 볼법한 색.
그냥 살코기를 구운 게 아니라, 콜라겐이 들어간 지방 부위를 구웠으니까. 오겹살을 바싹 구울 때, 지방층이 보이는 부위는 약간 반투명한 모습으로 구워지는데, 그것과 유사했다.
빠자작!
입안에서 터지듯이 씹히는 맛.
단단한 껍데기는, 만족감을 주는 맛이었다.
가끔 바비큐를 먹기 전, 겉모습만 보고 기대를 하다가 막상 씹으면 실망할 때가 있다. 보기에는 단단하고 불 맛이 있어 보이지만, 막상 씹을 때는 생각 외로 물컹하니까.
하지만 오펠라는 씹자마자 강한 쾌감이 느껴졌다. 두꺼운 껍데기는, 딱딱하지만 억세지 않았다. 씹을 때마다 과자 부스러기처럼 적당한 크기로 부서졌다.
기름진 돼지고기의 육향.
불 맛.
짭조름한 양념 맛.
폭죽같이 터지는 바삭함.
단단한 껍데기 아래에는 촉촉하면서 부드러운 살코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야들야들할 정도로 부드러운 육질.
씹을 때마다 흥건하게 입안에 흐르는 달곰한 육즙.
양념의 맛도 절묘했다.
바비큐 소스와는 전혀 다른 맛.
양고기를 먹을 때 곁들여 먹는 쿠민 향이 은은하게 나고. 와인 소스에서 날 법한 쌉싸래하면서도 달달한 맛도 나고. 거기에 견과류 같은 고소한 향까지 더해져 있었다.
별도로 주어진 와인 소스와 잣 소스를 굳이 곁들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훌륭한 맛이었다.
순식간에 접시 위의 고깃덩이가 사라졌다.
“하나 더 주시겠어요?”
대훈의 말에, 셰프가 다시 칼질을 시작했다.
그 섬세한 손놀림으로.
대훈의 시선이 칼에서 그 칼을 들고 있는 손, 그리고 열중해서 칼질을 하고 있는 셰프의 얼굴로 이동했다.
“그런데 셰프님, 성함이 어떻게 된다고 했죠?”
< 76. 이름이 뭐예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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