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hef with Hidden Quest RAW novel - Chapter (88)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88화(88/325)
< 88. 요리에 룰이 어딨어? >
“….. 그리고 이건 새로 받은 이력서입니다. 제 선에서 한번 걸러냈는데, 보시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이번 주 중으로 면접 일정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
다른 요리사들이 퇴근 한 후에도, 한길과 수셰프는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할 일은 끝이 없었다.
우선은, <고르메 키친>의 주방 인원을 늘릴 계획이었다.
지금까지는 일이 닥칠 때마다 급하게 사람을 구해왔었다.
오픈발이 끝난 후에도 식당이 과연 유지가 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방송에 나왔던 식당들도,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식당들도. 시작은 좋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무작정 잘 될 거라는 뜬구름 같은 희망만 갖고 무책임하게 규모를 늘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레스토랑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식어가는 게 아니라 높아지고 있었다.
<고르메 키친>은 더 이상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그때 그 식당이 아니었다.
신문과 뉴스에서도 이색적인 시도로 이름을 알리고 있었고, 미식 다이닝 위크 동안 찾았던 미식가들 사이에서 평도 좋았다.
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대훈의 만찬처럼. 식당 밖에서 일거리를 물어올 기회도 있었고.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일감을 받는 건, 아직 이른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노를 저으려면 노를 젓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엄민아를 육류 스테이션으로 옮기고 주방보조인 백승재를 전채로 돌리는 건 어떨까요? 육류 쪽 인원을 보충해야 하는데, 새로 온 사람보다는 익숙한 사람이 다루는 편이 안정적이기도 하고, 주방의 의욕을 돋우는데도 좋을 것 같아서요.”
“네, 민아 정도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그 후로도 식당의 매출, 재료 재고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레스토랑의 일이 얼추 정리되었다면, 그다음은……
“만찬 말인데요.”
“네.”
한길의 입에서 만찬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수셰프가 귀를 쫑긋 세우듯이 고개를 들었다.
“내일은 한대훈 쪽 담당자와 연락해서 추가 정보 좀 알아봐 주세요.”
“추가 정보요?”
“손님 중에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없는지, 외국인은 없는지. 그게 아니더라도 종교적인 이유로 못 먹는 음식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아, 그러네요. 그걸 깜빡했네요.”
영국을 다녀오면서 느낀 것.
자라온 환경에 따라 입맛이 다르다는 거다.
로마인들은 ? 특히 아피키우스는 ? 뭐든 눈에 보이면 일단 먹고 보는 사람들이어서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그에 반해, 영국인들은 까다로웠다.
채소가 천한 음식이라 못 먹는 것도 그랬고.
매주 금요일은 ‘생선의 날’로 지정되어 있어 육류를 먹지 못했다.
물론, 비버나 돌고래 등 물 안에 서식하는 동물도 생선으로 취급했기에, 생선만 먹는다고 해서 결코 소박한 밥상은 아니었고 붉은 고기도 상에 올라갔지만. ‘생선의 날’에 소고기를 먹는 걸 몰상식한 행동으로 여겼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음식을 보는 시각이 너무 달랐다. 그런 문화적 차이도 고려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직 메뉴로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이건 생각해둔 요리 목록입니다.”
한길은 수셰프에게 요리의 이름과 간단한 재료, 레시피가 적힌 메모장을 내밀었다.
“이건 재밌네요. 닭 껍질 사이에 허브를 넣고 조리를 하는 방법인가요?”
“네, 뱃속에 허브를 채울 때랑 향이 퍼지는 게 달라서 재미더라고요.”
“이런 생각은 또 어떻게 하셨습니까.”
영국에서 봤다.
닭 껍질과 살코기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틈새를 만들고 그 안에 허브 양념을 넣는 조리법이다.
“흠… 이건 좀 모르겠네요. 수제 피시 소스와 와인, 쿠민이 들어간 과일 커스터드라니…..”
“이상한 조합 같은데, 생각보다 맛이 정말 좋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커스터드에 생선이라니….”
이건 아피키우스의 주방에서 배워온 레시피다.
한길 역시 첫 반응은 수셰프와 마찬가지였지만, 로마식 피시 소스인 가룸은 소량만 사용되어 맛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소금을 넣듯이, 눈에 띄지 않게 감칠맛만 더한다.
“단기간 안에 이런 새로운 요리를 이렇게 많이 만드시다니, 정말 대단하긴 한데….”
처음에는 순수하게 놀라움을 표하던 수셰프였지만, 메모장을 넘길수록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았다.
목록이 꽤 길었으니까.
서른 개가 넘는 요리의 목록과 레시피가 적혀 있었다.
게다가, 개중에는 피시 소스 커스터드처럼 너무 생소한 요리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로마와 영국에서 한길이 인상 깊게 본 요리를 현대식으로 변형한 요리들이었으니.
“물론 이대로 다 만들겠다는 건 아니고, 버릴 건 버릴 겁니다. 다만, 제가 파인 다이닝 경험이 부족해서 어떤 걸 버리는 게 좋을지, 의견을 구하고 싶어서요.”
자신이 개발한 요리 하나하나에 대한 자신은 있었지만, 이걸 코스 요리로 변환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자신만의 색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지만, 동시에 너무 새롭거나 거부감이 드는 요리는 피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파인 다이닝 코스 요리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싶기도 했고.
문제는…..
“아무쥬 부슈(amuse-bouche)는 꼭 들어가야 할까요?”
“요즘 파인 다이닝에는 기본으로 넣는 추세니까 없으면 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또 유명 레스토랑 중에서는 안 내는 경우도 많으니 필수는 아니죠.”
“생선은, 연어는 정말 많이 별로인가요?”
“흔한 생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아서…. 그런 면에서 보면 도미가 나을 것 같지만, 또 항상 그런 것도 아니고요.”
질문해도 애매한 대답만 돌아왔다.
너무 새로워도 안 되지만, 너무 지루해도 안 된다. 파인 다이닝 코스 요리에는 정해진 룰은 없지만, 또 보이지 않는 룰이 있었다.
처음 도전해보는 한길의 입장에서는, 룰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이 애매모호함이 당황스러웠다.
한동안 이야기가 오간 후에도 진전이 없자, 수셰프가 머쓱해하며 조심스레 제안을 했다.
“이런 상의라면, 저보다 조언을 구하기 좋은 상대가 있지 않을까요?”
“누구요?”
“이런 경험이 많을 것 같은 유명한 헤드 셰프가 계시잖아요, 지인분 중에.”
노문배 셰프의 얘기다.
시간은 이미 새벽 두 시에 가까운 시각.
내일 연락을 넣을까 하다가 한길은 간단한 깨톡을 남겼다. 상의할 게 있으니, 편한 시간에 연락 부탁드린다고…..
지이이잉!
그런데, 설마 이 시각에 바로 전화가 걸려올 줄은 몰랐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어차피 안 자고 있었어. 그래서, 무슨 일인데?”
한길은 최대한 간략하게 지금의 상황을 전달했다. 한대훈으로부터 받은 이사진 만찬 제의부터 메뉴에 대한 고민까지. 그런데,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네?”
“그런 룰 따위 버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정해진 룰 대로 만들 거면 조리사 몇 명 고용해서 레시피북 하나 던져주고 그대로 만들라고 했겠지.”
노셰프 다우면서도, 조금 당황스러운 조언이 돌아왔다.
“이게 말로는 설명하기 조금 어려운데, 거기 쉬는 날이 언제였지?”
“월요일입니다.”
“내일?”
“네.”
“그러면 일전에 얻어먹은 것도 있으니까, 내일 저녁이나 먹으러 와. 아, 그리고 수셰프 그 친구도 데려오고.”
“수셰프요? 네, 물어보겠습니다.”
한길이 전화를 끊고 나니, 수셰프가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일 저녁이요?”
“쉬는 날이지만 공짜로 저녁을 대접해준다고 하시는데, 같이 가시겠어요?”
한길은 웃으면서 제안했지만, 수셰프는 선뜻 답을 하지 않고 곤란하다는 듯이 손가락만 꼼지락댔다.
그리고 의외의 말이 나왔다.
“사실… 제가 쉬는 날 저녁은 항상 집사람이랑 먹거든요.”
수셰프는 매일 새벽에 나와 새벽에 퇴근하는 데다가, 쉬는 날에도 식당에 나와 재고 체크를 하는 사람이었다.
결혼을 했고 돌이 갓 지난 아이가 있는 것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일하면서 가족 얘기가 나온 적도 없었고 한길만큼이나 식당에 묶여 일을 하다 보니 잊고 있었다.
“아, 전혀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런 일이면 저 혼자 가도 되니까요.”
“아뇨. 노셰프님이 굳이 저도 부르시는 거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혹시, 그……”
가정이 있는 사람에게 하나뿐인 쉬는 날을 반납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런데 또 의외의 말이 나왔다.
“제 와이프도 데려가도 될까요?”
“아, 그러면 한번 물어보도록 하죠.”
“그…. 딸은….. 아, 아무리 그래도 레스토랑인데 그것까진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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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희수입니다.”
다음날 저녁.
노셰프의 레스토랑 앞에서 마주친 수셰프의 아내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투명할 정도로 하얀 우윳빛 피부에, 청순하면서도 귀엽게 미소를 짓는 여인이었다.
수셰프는 군인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엄격하고 무뚝뚝한 사람이었는데. 예상외로 아내를 끔찍이도 챙겼다.
수시로 코트의 여밈세를 다듬어주는가 하면, 계단을 올라갈 때도 혹여나 넘어질까, 울타리처럼 아내의 주위를 서성였다.
“야, 적당히 좀 챙겨. 결혼 못 한 인간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그 모습을 보고 노셰프가 타박을 줄 정도였다.
“별도로 룸을 마련했으니까 수셰프랑 아내 분은 먼저 안에 들어가 있고, 한길 셰프는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지.”
노셰프는 한길만 따로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간 후, 문이 닫히자마자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한대훈이랑은 어떻게 된 건데?”
통화로도 간단한 설명을 하긴 했지만,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한길은 자신이 아는 대로 알려주었다.
별 내용도 없었다.
우연히 한 대훈이 찾아왔고, 미식 다이닝 위크에 갑자기 넣어주었으며 만찬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
“아, 다른 게 아니라. 요즘 한대훈 그 양반이 여기저기 셰프들을 많이 찔러보고 다니더라고. 이런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게, 내가 아는 지인 중에만 벌써 열 명이 넘거든.”
“그렇군요.”
한대훈이 접촉한 셰프는 한둘이 아니었다.
노셰프 주변에만 열 명이 넘는다면, 실제로 접촉한 사람은 더 많을 거다.
“레스토랑 하나 오픈하려는 건가? 요즘 대기업들이 파인 다이닝에도 나서던데, 혹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신중해서 사람을 많이 보는 건지, 아니면 대규모로 뭔가를 론칭하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너무 대규모로 나서면 나도 힘든데…. ”
한대훈이 무언가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무슨 사업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대훈은 존재감 없던 카드사를 5년 만에 국내 최고 카드사로 만든 실력주의 기업인이다.
만약 그가 요식업에 진출한다면, 업계에 큰 파동이 일어날 테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노셰프는, 곧 미간에 잡힌 주름을 펴고 고개를 털었다.
“뭐, 혹시 뭔가 들으면 알려달라고. 그보다, 내 코스 요리를 먹어보는 건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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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셰프는 몇 개의 별명을 갖고 있었다.
접시 위의 예술가.
요리계의 배드 보이.
노셰프는 당당하다 못해 가끔 인성 논란이 생길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당연히 안티도 생겼다.
노셰프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화려함을 공격했다.
최근에는 한 저명한 음식 평론가가 노셰프에 대해 ‘맛 대신 눈으로 먹는 요리’라고 평하기도 했고.
그 와중, 노셰프는 청담동에 새로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한길을 초청한 곳은,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이었다.
인터넷으로는 본 적이 있지만, 물론 직접 와서 맛을 보는 건 한길도 처음이었다.
이쪽으로 진출하려는 한길의 입장에서는 좋은 공부의 기회였다. 국내 유명 셰프의 파인 다이닝 풀코스는 어떤지, 자세히 보고 직접 경험해볼 기회.
“아무쥬 부슈입니다.”
처음으로 나온 건, 작은 손가락 크기의 콘이었다. 아이스크림콘처럼 생긴 콘 안에는 연한 핑크색의 크림이 들어 있었다.
“검은깨를 넣어서 만든 전병에 적양파 크림을 넣은 요리입니다.”
전병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입안에서 부서졌다. 전통적이라고 할 만큼 익숙한 맛이었지만, 그 안에 있는 크림은 처음 맛보는 특이한 크림이었다.
매끄러우면서도 부드럽고, 양파의 향이 느껴지면서도 새콤했다. 산미가 적절하게 담겨 있어 침샘을 자극하고 있었다.
“단호박 수프입니다.”
다음은 아름다운 주황색의 수프가 나왔다.
접시에 담긴 고운 질감의 주황색 수프 사이에는 단호박으로 만든 작은 섬이 올려있었고, 주변에 허브가 나뭇가지처럼 세워져 있었다.
어딘가 동양화 같은 플레이팅이었다.
맛 역시 독특했다.
호박씨를 구워서 함께 넣었는데, 단호박에서 예상하는 단맛보다는 구수한 향이 더 강했다.
전채는 자색 고구마 위에 하얀 크림, 캐비아가 올려져 나왔다.
맛도 맛이지만, 색감이 정말 화려했다.
왕실에서나 볼법한 고급스러운 보라색 보석함을 열면, 그 안에 캐비아가 검은 진주처럼 담겨있는 모습이었다.
샐러드도 화려했다.
형광색 먹물로 붓질하듯이 획을 하나 긋고, 그 위에 작은 채소 이파리를 부케처럼 엮어서 올려놓은 모습이었다.
생선 요리는 은대구와 된장소스.
무를 동그란 동전처럼 썰었는데, 500원짜리 동전만 한 얇은 무가 꽃잎처럼 접시 위에 흐트러져 있고, 그 위에 꽃을 피우듯 생선과 채소를 올려놓았다.
“예술품 같아…..”
요리가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야말로 예술품.
레스토랑에 온 게 아니라 미술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맛도 좋았지만.
요리를 하나하나 감상하기에 바빴다.
“팔렛 클렌저입니다.”
생선이 나온 후에는, 유자 모양으로 빚어낸 셔벗이 나왔다.
유자향 아이스크림은, 시원하게 혀를 씻겨주며 방금 먹은 생선의 해물 향을 날려주었다.
“메인 요리인 한우 수비드입니다.”
한우와 각종 채소 사이드가 조각상처럼 세워진 요리가 나오고, 그 뒤를 이어 화려한 핑크색 소스를 곁들인 치즈 플레이트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키 라임 파이입니다.”
디저트는 파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양이었다. 파이를 부순 후, 파이 크러스트와 파이 내용물을 동글동글하게 빚어서 접시 위에 올린 모양새였다.
화려한 저녁 식사가 끝나고, 노셰프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
연극이 끝나고 인사를 하러 나온 배우처럼 당당한 걸음으로.
“어때?”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식사는 정말 처음인 것 같아요!”
수셰프의 아내는 손뼉을 치며 극찬을 건넸다. 그 말대로. 절로 박수가 나오는, 홀리듯이 화려한 뮤지컬을 감상한 듯한 한끼였다.
더 재밌는 건…..
“일부러 과하게 가셨네요.”
노셰프의 얼굴을 보자마자 한길의 얼굴에 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화려함 밖에 없다는 비평을 받는 와중, 노셰프는 정말 과할 정도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코스를 짜서 내놓고 있었다.
그 부분이 노셰프 다웠다.
“욕하려면 욕하라고 해. 요리에 룰이고 뭐고 어딨어? 그딴 건 개나 주라고 하지.”
쿨럭쿨럭.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 선정에 놀랐는지, 수셰프의 아내가 갑자기 사례가 들린 듯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아, 숙녀분이 계신데 죄송합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라고. 딴죽 거는 놈들도 입 닥칠 정도로 나다운 요리를 내면 되는 거야. 나 원래 이런 놈인데 어쩌라고, 하는 마음으로.”
“네.”
뭔가 머릿속이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 88. 요리에 룰이 어딨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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