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
탑 코더-1화(1/303)
# 1
마법 같은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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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야?”
“네···. 죄송합니다.”
“내가 별로 어려운거 시킨 것도 아니잖아. 회사에 들어 온 지가 언젠데 아직 웹 서버 올리는 법도 제대로 몰라.”
상사의 질책에 승호는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처리 하겠습니다.”
“됐어. 그냥 그 건은 내가 처리 할 테니까. 가봐.”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일정이 밀려 있어서 그래. 가서 다른 일 봐.”
승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리로 돌아왔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황시내가 위로의 말을 던졌다.
“괜찮아요?”
승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모르는 게 있으면 저한테 물어보라고 했잖아요.”
“매번 물어보는 것도 염치없어서요.”
“헤헤, 괜찮아요. 나중에 제가 모르는 게 생기면 승호씨가 알려주면 되죠.”
“그럴 날이 올 까요······.”
승호는 입술을 깨물며 모니터를 보았다. 모니터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이 오늘따라 너무 초라해 보였다. 자신은 왜 이렇게 멍청한 걸까.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고아로 자라나 기술을 배우는 게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IT 학원을 다녔다.
학원 연계 프로그램으로 시내 소프트에 입사한 지도 벌써 1년.
그러나 자신의 실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원래 실력이란 게 정체기가 있다고 했어요. 그 기간을 거치면 한 번에 팍!”
황시내의 위로에 승호가 애써 웃어보였다. 그 미소가 그렇게 처연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될 거예요.”
둘이 소곤거리는 사이 사무실 한편에 앉아 있는 남준우 과장이이 손을 들고 황시내를 불렀다.
“시내씨, 잠깐 와볼래요. 여기 색인 서버에 커밋 해놓은 것 중에 궁금한 게 있어서.”
황시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또 손을 들며 말했다.
“다음은 내 차례. 나도 유틸 패키지에 커밋 해 놓은 거 설명 좀 부탁해.”
승호는 부러운 눈으로 황시내를 보았다. 분명 입사는 같이 했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둘의 위치는 확연히 달랐다. 황시내는 여기저기서 찾는 우수 사원이었고, 자신은 누구나 피하려고 하는 고문관이 되어 있었다. 승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 거렸다.
“나도 잘 하고 싶다······.”
***
실력이 없으면 공부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승호는 밤늦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벽에 걸린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밤 11시 30분.
60평 규모의 사무실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특정 문자열을 검색하려면 사전에 해당 문자열에 대해 색인이 되어 있어야 한다. 색인을 하 기 위해서는 사전에 데이터를 수집해 색인이 될 만한 내용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형태소 분석은 필수다.”
승호는 혼잣말을 중얼 거리며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산발된 머리가 벌집처럼 부풀어 올랐다.
“뭐가 이리 복잡해!”
황시내는 이미 솔루션을 파악하고, 수정 하여 자신의 코드를 반영하는 단계였다. 승호는 아직 자사 제품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열심히 공부했지만 노력만큼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다.
공책이 빽빽하도록 필기하지만 성적이 안 나오는.
반에 한 명씩 꼭 있는 그런 친구들 중 한 명이 승호였다.
“휴우······.”
그렇게 모니터를 보며 고민하기를 수십 분.
삐삐.
삐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스마트 폰이 알림 음을 토했다. 화면에는 00:01.
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밤 12시가 넘었다는 뜻이었다.
“이제 그만 퇴근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문을 닫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빌딩 바깥으로 나오자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봄바람이 확 밀려 들었다. 승호는 몸을 움츠렸다. 밤 12시가 넘은 가산 디지털 단지 주변에는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으으, 추워.”
승호의 집은 가산디지털 단지 역 2번 출구가 위치한 블록에 있는 원룸 촌.
대기하던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뀌자마자 잰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5차선 도로의 가운데 쯤 다다랐을 때.
순간 귀를 찢는 경적 음이 들렸다.
“뭐··· 뭐야.”
승호는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돌렸다.
빠아아앙!
헤드라이트 빛을 보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콰앙!
승호는 저 멀리 떠내려가려는 의식을 아슬아슬 하게 붙잡아 두었다.
***
선진 병원 중환자실.
온 몸을 칭칭 붕대로 감은 승호는 죽은 듯 누워 있었다. 그 위에서 여러 명의 의사가 대화를 주고받았다.
“손이 완전 뭉개졌어. 오른 쪽 안구도 이대로 두면 실명을 피하지 못 할 거야.”
“수술을 하려면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데··· 통 연락이 안 되니.”
“강승호씨. 강승호씨 정신 좀 차려 보세요.”
“동의를 받아야 이식을 할 텐데.”
“강승호씨! 정신 좀 차려보세요. 수술 동의서에 사인 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할 수가 없어요. 수술을 하지 못하면 오른쪽 눈과 오른 쪽 손을 잃게 될 겁니다.”
“강승호씨. 강승호씨!”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포기한 의사들이 돌아서려는 순간 승호의 왼쪽 눈이 파르르 떨리며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르륵.”
“정신이 드십니까? 드시면 왼쪽 눈을 깜박이거나, 왼손 엄지를 움직여 보세요.”
승호는 눈은 뜨지 못하고, 간신히 왼 손 엄지를 까딱 거렸다.
“지금부터 제 말 똑똑히 들어야 합니다. 강승호씨는 교통사고로 오른 쪽 각막이 손상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실명이 확실해요. 다행히 각막 기증자가 있습니다. 이식 수술에 동의하십니까?”
승호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오른쪽 눈을 잃은 상태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의사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른 손 역시 사용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뭉개졌습니다. 다행히 뇌사 판정을 받은 기증자가 나타났어요. 손 이식은 어려운 수술이지만 저희 선진 병원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동의하십니까?”
오른손도 사용 할 수 없다는 말에 승호는 정신이 아찔했다. 겨우 차린 정신이 나가버릴 듯한 내용이었다. 의사가 재차 물었다.
“동의하십니까?”
외팔이로 살 수는 없었다. 승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왼손 엄지를 움직였다.
까딱.
“방금 내용은 전부 녹화 되었습니다. 수술에 동의하신 것으로 간주하고, 이식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에 승호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왼손 엄지를 까딱인 것만 해도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