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00)
탑 코더-100화(100/303)
# 100
독보적 기술
국가전략자산.
선정 절차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선정 시 주어지는 혜택은 그 이름에 걸 맞는 것이었다. 각종 국가 기관의 연구 성과들을 아무런 제한 없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에 의한 특별 경호를 받는다. 그밖에도 무수한 혜택이 존재한다. 국정원장이 고뇌에 찬 음성으로 물었다.
“VIP 인가가 필요하다는 건 알 고 있지?”
“1970년 이후에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는 말이지? 그런 규정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끄덕.
굳은 표정의 담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원장님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중국에서 일어난 일. 이제 현대시대의 전략자산은 뛰어난 해커입니다. 그런 능력자 한 명이 핵 잠수함 보다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큰 세상이 되었습니다.”
담당관은 확신에 차있었다. 그러나 국정원장은 아직 그런 시대 가 왔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담당관이 설득을 이어갔다.
“원장님도 아시겠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매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전쟁에서 하루는 승리를 하루는 패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가 도와준다면 우리는 매일 승리 할 수도 있습니다.”
국정원장이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VIP께서 대노 하실 수도 있어. 뭐 이런 보고서를 올 리냐고. 사람에게 국가전략자산 등급을 부여한다는 게 말이 되나.”
담당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원전 사태 때 NSC 상황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국정원장이 또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제 까지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그걸 하자니··· 규정을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지금까지 그럴만한 인재가 없었던 겁니다. 오히려 기뻐해야할 일입니다.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걸.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 할 수 있는 기회 일지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사드 제재 당시에 우리가 이런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담당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들이 감히 제재를 할 수 있었을까요?”
연이은 설득.
국정원장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설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북한. 수시로 우리나라 인터넷 망을 공격하여 정보를 빼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역으로 우리도 그들의 망을 공격해 정보를 빼내와야지요. 그가 도와준다면 지금 보다 몇 배는 수월해 질 겁니다.”
북한이라는 말에 흔들리던 국정원장의 눈동자가 안정을 찾아 갔다. 어느 정도 결심이 선 모습이었다.
“자네 말은 충분히 이해했어. 국가전략자산으로 선정하자는 건의도 합당한 이유가 있음을 공감했고.”
“그러면 선정 건의를.”
윤일균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야. 이건 VIP 결심이 있어야하는 중차대한 일. 아직은 사례가 부족해.”
“원장님!”
윤일균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사례가 부족하다는 거지. 선정을 안 하겠다는 말은 아니네. 앞으로 오늘 같은 사례가 한 번 만 더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지. 이건 한시가 급하다고 바삐 처리할 문제가 아닌 것 같으니.”
윤일균의 단호한 말투에 담당관도 더 이상 설득할 수 없음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CASE 하나만 더 생기면 바로 추진하는 겁니다.”
윤일균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나 고심에 찬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
다음날 아침.
사내 소프트 본사가 시끌벅적했다.
“홈페이지 접속자 10만을 넘었습니다.”
“개인 사용자 가입률 30만 명 넘었습니다.”
“기업 적용 문의가 빗발치는 중입니다.
“사장님. 중국 클라이언트들의 서비스 상당합니다. 관련해서 중국어 능통 자를 좀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직원들은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만으로도 벅차했다. 다른 업무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엔지니어를 제외한 전 사원이 고객 응대에 나서야 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황호근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매그니토 위력이 어마어마하구나.
함께 있던 최기훈의 입가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을 뒤덮었던 놈입니다. 그쪽 인구만 10억 넘는 거 아시죠?”
황호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기훈이 승호의 등 뒤로 다가가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더구나 우리 대표 이사님이 중국 정부와 사업 관련해서 아주 유리한 계약을 해오셨으니 올해 천 억 매출은 무난하게 달성 할 것 같습니다.”
황호근이 고개를 흔들었다.
“천억이 뭐야. 지금이 아직 4월인데 이 추세면 이 천 억도 가능해.”
“그러면 사무실 이사 준비부터 해야겠네요. 사람도 좀 넉넉히 뽑고. 어떻습니까. 강 대표님?”
“하하, 네. 그렇게 하시죠.”
승호의 입가에서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회사는 나날이 성장했고, 개인 자산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대표이사님.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뭐 좋은 일 있습니까?”
“회사가 성장 하는 게 제게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최기훈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승호를 지긋이 노려보았다.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뭔가 다른 게 있는데. 설마 여자친구?”
최기훈의 그 한 마디에 두 명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백채원 그리고 황시내.
회사 내 투톱을 달리는 두 미녀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승호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
그 소리에 둘은 동시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빠르게 시선을 옮기며 민망한 헛기침을 토했다.
“흐음··· 이상하단 말이지. 분명 뭔가 있는데······.”
“있기는 뭐가 있겠습니까. 오로지 차기 프로젝트 걱정 밖에 없습니다.”
“선진 전자 예카테리나 팀장이라는 분과 있을 경쟁 말 입니까?”
승호가 부담스런 눈빛으로 최기훈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왜 이렇게 존댓말을······.”
“생각해보니 대표이사한테 반말은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오늘부터 저도, 황··· 부사장님도 존대를 하기로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가 함께한 시간이 있는데 갑자기 그렇게.”
황호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도 규모를 갖춘 회사가 되었으니. 그에 걸 맞는 형식이 필요한 법입니다. 당연히 예의를 갖춰야지요.”
“사, 사장님.”
“이제 전 부사장입니다. 앞으로 부사장님이라고 불러주세요.”
황호근의 단호한 호칭 정리에 승호도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기훈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크흠··· 인공지능으로 체스 대결을 하기 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앞으로 3개월 뒤 선진 전자 양재 R&D 센터에서 체스 대결을 할 겁니다. 만약 제가 대결에서 이기면 예카테리나 팀장이 우리 쪽으로 합류할 겁니다.”
최기훈이 미간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지게 되면 대표이사님이 그쪽으로 넘어가는 거고······.”
그러자 승호가 굳은 표정으로 최기훈을 보았다.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흠흠. 그, 그거야 당연한 일입니다. 이미 청와대에서 시연했던 ONE 이라는 녀석의 성능을 보면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최기훈이 말끝을 흐렸다.
인공지능.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과연 현재 회사 인원들로 개발이 가능할까. 그런 의심이 들었다. 그랬기에 혹시나 하는 의심이 생겼다. 승호가 눈치를 채고 말을 이었다.
“회사 인원들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게 고민이라면 걱정 마십시오. 제가 몇 가지 복안을 세워 놨습니다.”
그제야 최기훈의 입가에 미소가 자리 잡았다.
“역시. 대표이사님.”
시간을 확인한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약속시간이 다 됐네요. 채원 씨 갈까요?”
백채원의 입 꼬리는 위로 올라갔고, 황시내는 푹 고개를 숙였다.
***
대한대학교.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대학.
승호는 한 번 더 대한대학교를 찾았다. 두 사람은 학교 내 건물 복도를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채원씨 생각은 어때요? 인공지능 관련해서 뽑을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승호의 질문에 백채원이 코끝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여기에 없으면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지 않을까요? 한국대 만이 아니라 카이스트. 포항공대에서도 사람이 왔다면서요.”
“흐음··· 역시 그렇겠죠.”
“국내 탑 3 안에 드는 대학들이니까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긴 이번에도 채원씨 같은 인재를 뽑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두근.
그 말에 백채원의 심장이 조금씩 주인의 통제를 벗어났다. 백채원이 겨우 입을 열었다.
“꼭 그렇게 될 겁니다.”
“하하, 채원씨가 인재라는 말에 인정한 다는 뜻?”
또 한 번 두근.
심장은 애초에 불수의근.
육체의 주인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백채원은 그 사실이 오늘처럼 원망스러운 적은 없었다.
“아··· 제,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을 뽑아서 대표님 일을 도와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뭐, 그런 뜻이에요. 솔직히 뭔가 대표님 혼자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심장이 날뛰어서 일까.
백채원의 입이 제 멋대로 움직였다.
“ZONE 서비스도 그렇고 ONE도 대표님 혼자서 대 부분 개발 하신 거잖아요. 정말 대단하세요.”
승호가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하하, 대단할 것까지야. 혼자였기에 거기까지 밖에 못한 겁니다. 보조해줄 사람이 있었다면 좀 더 근사한 걸 내놓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백채원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능력이 되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미안하긴요. 채원 씨는 이미 ZONE 서비스에 전력을 다해주고 있잖아요.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데 채원씨 힘이 꽤 크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두근.
이제는 완전히 통제를 벗어나 버렸다. 어느새 양 볼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더, 더 열심히 해볼게요.”
“건강 생각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네.”
“그러면 들어가 볼까요.”
승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백채원이 그 뒤를 따랐다.
*** 카이스트 뇌인지공학 교수 김필수.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박성대.
둘 사이에 허춘수가 앉아 있었다. 두꺼운 뿔테안경을 착용한 김필수가 팔짱을 끼고 정면을 주시했다.
“네가 하도 오라고, 오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만약 별 거 없으면 알지? 이번 정부 연구 과제 한국대는 포기하는 거다.”
“알았다니까 그러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거 기억하지?”
김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에 앉아 있는 배가 불룩 나온 박성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포항에서 여기 까지 오느라 얼마나 걸 린지 알지? 필수 말대로 특별한 내용 없으면 우리 쪽 프로젝트 도와줘야 돼.”
허춘수의 입 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너희 둘 아직 청와대 발 인공지능 소식을 못들은 모양인데. 아마 깜짝 놀랄 거다.”
김필수가 픽 코웃음을 쳤다.
박성대도 마찬 가지 반응.
그 사이 단상으로 올라온 승호가 청와대에서 했던 발표를 그대로 진행했다.
-콰앙.
-콰앙.
-콰앙.
ONE이 벽돌게임을 하는 영상이 플레이 되었고.
-콰과과과광.
-콰과과과광.
이내 창의적으로 게임을 클리어 하는 모습이 나오자.
코웃음을 치던 두 교수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