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01)
탑 코더-101화(101/303)
# 101
오직 하나 ONE
ONE의 게임 플레이 영상이 끝나고 승호가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이름은 ONE. 초기 델타 버전 보다 성능이 뛰어납니다.”
달깍.
버튼을 누르자 PPT기 넘어가고, 두 인공지능을 비교하는 도표가 나타났다.
“물론 지금은 당시의 델타보다 많은 성능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ONE도 매일매일 달라지고 있습니다.”
화면에는 상승 추세에 있는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승호가 그래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보시면 지금 까지 이룬 성능 개선 수치입니다. 그러나 혼자서 개발하다 보니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혼자.
그 말에 김필수가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저걸 혼자 했다고 말하는 거지?”
허춘수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마 그럴 거다.”
“너··· 알고 있었냐?”
“내가 말했잖아. 다들 놀랄 거라고.”
포항공대 박성대 교수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혼자서 저걸 만들었다. 저 수준이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친구 어디 나왔다고?”
허춘수의 입 꼬리가 눈과 맞닿을 만큼 올라갔다.
“고졸.”
둘은 동시에 탄성을 터트렸다.
“뭐?”
“전부 독학으로 한 거야.”
김필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자, 잠깐만. 저걸 독학으로 했다고? 저건 프로그래밍만 해서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야. 뇌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걸 알고리즘으로 구현해야 하는 거라고. 단순히 수학 지식 조금 알고 있다고 되는 게 아니란 말이야.”
허춘수가 어깨를 으쓱 거렸다.
“자세한 건 나도 듣질 못했어.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박성대의 두툼한 볼 살이 출렁거렸다.
“말 도 안 돼··· 저걸 혼자서 개발 했다니······.
“오늘 이 자리는 제가 허 교수님께 관심 있는 사람 전부를 모아달라고 부탁드려 마련된 자리입니다. 세미나를 통해 혹시나 놓친 부분이 있는지 조언을 듣고, 혹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분이 있다면 교류를 하기 위해서.”
청중들의 웅성거림이 더 커졌다. 승호가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들은 국내 유수의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재들. 저도 여러분들과 함께 ONE을 완성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만약 저와 함께 하시게 되면.”
달깍.
승호가 버튼을 눌러 슬라이드를 넘겼다.
“미국에 비해 4, 5년 전도 뒤떨어져 있다고 말하는 인공 지능 기술 격차를 줄이고, 미래 한국 인공지능 기술을 한 단계 더 도약시켜줄 주역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발표가 끝났다. 허춘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하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들 궁금한 게 많을 것 같은데 지금부터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번쩍.
가장 먼저 가장 앞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손을 들었다. 허춘수가 눈짓하자 대기 하고 있던 조교가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카이스트에서 뇌인지공학 석 박사 통합 과정을 밟고 있는 마수훈이라고 합니다. 오늘 발표 잘 들었습니다. 사실 잘 믿기지 않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러 궁금한 점이 많지만 가장 궁금한 점 하나 질문 드리겠습니다.”
“네.”
“포트의 델타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해당 인공지능이 벽돌 깨기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방금 시연해주신 정도의 퀼리티는 벽돌 깨기만 되도록 집중한다면 저희 박사과정을 밝고 있는 다른 대학원생들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분야에 적용된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만약 정말 델타에 버금가는 인공지능이 맞는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학습을 통해 그 결과를 확인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질문에 김필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흐음··· 맞는 말이야. 저걸 검증해 봐야 진짜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지.”
박성대도 맞장구를 쳤다.
“하긴 잘못하면 그냥 깜박 넘어갈 뻔 했어.”
허춘수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내가 그것도 확인 안했을 것 같나?”
“······.”
그 사이 승호가 말을 이어나갔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혹시 안 물어보셨으면 섭섭할 뻔했습니다.”
승호의 여유 있는 대답에 몇몇 청중들이 웃음을 흘렸다.
“소, 말, 돼지, 고양이, 개. 어떤 동물이든 말씀해보십시오.”
고민을 하던 마수훈이 승호가 말하지 않은 동물을 이야기했다.
“‘양’ 하겠습니다.”
“네. 채원씨. 준비해주세요.”
그 말이 끝나자 백채원이 웹 크롤 링을 통해 인터넷에서 양 사진 수천 장을 ONE에 집어넣었다.
학습 중입니다······.
스크린으로는 투박한 문구가 나타났다. 승호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직은 코어 쪽 개발 중이라 UI쪽은 신경 쓰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방금 보셨던 양 사진 수천 장을 ONE에 집어넣었습니다. 물론 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ONE이 스스로 알아낼 수 있도록.”
승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기에 순간 강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데이터를 집어넣으며
‘이건 양이야.’
알려주는 건 머신러닝 중 지도 식 훈련이다. 그러나 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도 스스로 학습해 양을 알아내는 것은 비지도식 훈련. 전자에 비해 수배는 어렵다고 알려진 방법이었고, 궁극의 인공지능이 나아가야할 방향이었다.
만약 학습이 끝나고 양 사진을 입력했을 때 양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최소한 과거 델타 수준에는 근접한다는 뜻이었다.
수분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학습이 끝나지 않았다. 승호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아직 초창기 버전이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개선을 통해 학습 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올리는 작업이 진행될 겁니다.”
그리고 승호의 말이 끝날 때 쯤.
학습이 완료 되었습니다.
안내 메시지가 스크린에 올라왔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채원이 마른침을 삼키며 양 사진 하나를 ONE에 입력시켰다. 과연 ‘양’이라는 대답이 나올 것인가. 강의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양이라는 대답이 나왔을 때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최 상위 수준.
자신들이 아는 한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김필수와 박성대도 마른 침을 삼키며 스크린을 주시했다. 그건 허춘수도 마찬가지.
‘테스트 때는 잘 나왔었는데. 설마 이번에 다른 결과가 나오지는 않겠지.’
100%가 아닌 한 다른 대답이 나올 확률은 존재했다. 더구나 현재 ONE 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었다. 당연히 100%가 아니었고, 양이 아닌 대답이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승호도 말은 자신 있게 했지만 초조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주시했다.
그렇게 수초가 흐르고.
스크린에 한 문장이 나타났다.
-양입니다.
“휴우······.”
그 말에 승호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고, 강의실에 모인 대부분의 대학원생이 황급히 손을 들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승호를 바라보았다.
“카이스트 이민준입니다. 질문 있습니다.”
“저, 제가 먼저 손들었는데요. 포항공대 서정우입니다.”
“대한대학교 최한결 입니다. 저는 아까부터 손들고 있었습니다.”
그 혼란스러움을 묵직하지만 날카로운 음성이 파고들었다.
“카이스트 뇌 인지 공학 김필수 교수입니다. 제가 질문 하나 할까 하는데요.”
그러자 카이스트에서 온 대학원 생 들이 눈치를 보며 스윽 손을 내렸다.
그때.
“포항공대 컴퓨터 공학부 박성대 교수입니다. 질문 있습니다.”
그 말에 포항공대에서 올라온 대학원생들이 손을 내렸다. 허춘수가 뒤 돌아 대한대학교 대학원생 들을 보며 말했다.
“뭐해. 너희들은 눈치 보지 말고 손들고 있어. 이런 기회 흔치 않다. 겨우 모신 분이야. 최대한 많이 뽑아내야지.”
그 말에 두 교수가 찌릿 허춘수를 노려보았다. 허춘수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말했잖아. 깜짝 놀랄 거라고.”
***
근래 고동만의 최고 관심사는 승호였다.
승호가 현재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왜냐하면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선진의 미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알려주신 대로 대한대학교에서 인공지능 관련 세미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비서의 보고에 고동만이 입맛을 다셨다.
“예카테리나 팀장은?”
“양재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큰 자극을 받은 모양인지 요즘은 거의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 의견은 어때?”
“아직 ONE의 상세 스펙이 나오지 않아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고동만이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그렇겠지. 나도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으니.”
“그래도 빅스가 이기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연구비로 쏟아 부은 돈 만 수백억에 연구 기간도 수년을 넘어가는데.”
“상대가 강 대표가 아니었다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
“무슨 일이 있어도 예카테리나 팀장이 이기도록 만들어야 해. 그래야 강 대표가 선진전자로 입사 할 테고. 그러면 빅스는 날개를 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테니까.”
비서가 살짝 입술을 깨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국정원에서 나온 인원들이 가져온 정보인데··· 국정원에서도 강 대표님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국정원?”
“네.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보는 아닙니다. 아마 중국에서 발생한 랜섬웨어 건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고동만이 입술을 꽉 깨물며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댔다.
“그러면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정부에 척을 질 수도 있다는 말인데······.”
“예카테리나 팀장님을 한 번 믿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포트 델타 초기 참여자시고, 뇌 과학 분야 권위자 시니.”
“누가 그걸 모르나. 나도 상대가 강 대표만 아니었어도 전혀 걱정하지 않아. 상대는 지금까지 어떤 일에서도 진 적이 없는 강적이야. 세계에서 최초로 매그니토 패치를 내놓은 사람이라고. 뿐만 아니라······.”
고동만이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을 멈추었다. 선진전자 직원에게 다른 회사 직원을 칭찬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비서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동만을 보았다. 지금까지 고동만을 모시면서 이토록 초조한 모습을 본건 흔치 않았다. 비서가 기획팀에서 올라온 방안 한 가지를 꺼내들었다.
“기획팀에서 올린 계획들 중 가장 현실성이 높은 방안은 관련 인력들을 미리 선점 하는 게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결은 앞으로 3개월 뒤. 그 전까지 시내소프트에서 인력 채용을 하지 못하면 정말 혼자 개발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테니까요.”
고동만이 눈을 감고 턱 주변을 문지르며 말했다.
“하긴 동수 그놈도 인공지능에 딱히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인력들도··· 딱히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없어 보이니. 더구나 ZONE 서비스 유지보수에 신경 쓰는 것도 벅차게 만들어주면······.”
“거기에 전사 도입 일정을 앞당기면 더 정신이 없을 겁니다.”
“그건 너무 눈에 빤히 보이니까. 협력사들 쪽에서 문의하는 걸로 하지.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에서도 서비스 도입을 결정하면 더 정신이 없어 질 거야.”
“온전히 연구에만 몰두한 빅스와 별다른 추가 인력이 없는 가운데··· ZONE 서비스 유지보수에 정신이 없는 ONE. 미래가 조금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고동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나 마음 한 편 에는 여전히 우려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