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02)
탑 코더-102화(102/303)
# 102
오직 하나 ONE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승호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들의 질문에 답해나갔다.
“맞습니다. 심층망 알고리즘을 적용했습니다. 포트 델타와 비슷한 구조 입니다.”
“델타의 구조에 대해 알려진 것만으로 구현 하셨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아닙니다. 거기에 저희 ONE 만의 개성을 심어 두었습니다. 그걸 함께 발전시켜 나갈 사람을 뽑기 위해 오늘 자리를 마련 한 거고요.”
“그 개성에 대해 혹시 간략하게나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인간의 두뇌를 공부해 보면 아주 다양한 구성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천 억 개의 뉴런. 100조개의 시냅스. 그것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모습을 구현한 것이 심층 신경망 알고리즘입니다.”
승호가 설명을 하자 백채원은 또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이런 자신의 모습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젠가 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차분히 설명을 시작하면 가슴이 뛰었다. 이제는 보는 것만으로도 그러는 것 같았지만.
“여기까지는 다 아시는 사실일 겁니다. 저는 이들 사이의 연결에 좀 더 집중해 보았습니다. 천억 개의 뉴런 그 중 입출력을 담당하는 시냅스. 그리고 뉴런과 뉴런을 연결해주는 촉삭. 이걸 구현하기 위해 TPU, 몬테카를로 탐색 알고리즘, 그리고 페타급 데이터. 이 세 가지를 키워드를 가지고 무수한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중입니다.”
김필수가 탄성을 터트렸다.
“촉삭의 기능에 집중했다······.”
허춘수도 촉삭이 어떤 기능까지 하는지 까지 몰랐다.
“뉴런을 연결해주는 부위로 컴퓨터 쪽으로 치면 랜선 이라고 생각하면 되. 랜선 대역폭이 커야 한 번에 전달되는 정보가 많듯이 촉삭 기능이 좋아야 빠른 정보 전달이 이루어질 수 있지.”
김필수의 부연설명에 허춘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을 했던 대학원생도 김필수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자세한 답변은 회사 내부 인력들에게만 공개 되는 점 양해 바랍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대학원생이 자리에 앉았다. 백채원 스스로도 꽤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자라 왔다. 그러나 승호가 가진 지식의 방대함에는 미치지 못했다.
두근.
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랑 나이도 비슷한데 정말 대단해.’
그런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존경심을 넘어 경외감이 생길 지경이었다.
두근.
가슴이 멈추지 않고 두근거렸다.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승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또 다른 대학원생이 질문을 던졌다.
“대한대학교 홍인수 입니다. 시연해 주신 내용 인상 깊게 잘 봤습니다. 제가 궁금한 내용은······.”
그렇게 질의응답 시간만 수십 분이 소요 되었다. 승호의 대답은 언제나 막힘이 없었고, 백채원은 그때 마다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흘렀을 때.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본사 최기훈 이사님.
백채원이 최대한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네. 이사님.”
-어, 미안한데 지금 회사로 들어와 줄 수 있을까? 거기 바쁜 건 아는데 갑자기 이쪽 사정이 너무 급해져서.
“여기도 거의 마무리되긴 했는데······.”
-강 대표한테는 내가 잘 말 놓을 테니까. 지금 바로 와줘. 여기 인력만으로는 ZONE 서비스 문의 대응에 벅차서 말이야.
최기훈은 이사.
말을 듣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백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승호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전했다.
“저기 본사에서 ZONE 서비스 문의 대응이 벅차다고 저 보고 좀 복귀해 줄 수 있냐고 해서요.”
승호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게 하세요. 여기는 저 혼자 마무리해도 되니까.”
백채원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짐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 그 뒤로도 질의응답은 계속되었다.
***
전화를 끊은 최기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이거 왜 이러는 거야.”
띠리리리.
드르르륵.
띠리리리.
띠리리리.
사무실 전화를 비롯해 핸드폰 까지.
연락을 끊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벨이 울렸다. 부재 중 통화만 수십 통.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사님. 또 ZONE 서비스 이용 문의입니다.”
“알았어.”
최기훈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시내소프트입니다.”
대부분이 기업 고객이었다. 개인 고객이었다면 백채원을 다시 회사로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업과 개인은 매출의 규모가 다르기에 전화를 무시 할 수가 없었다. 옆 자리의 황호근도 열심히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시내소프트입니다. ZONE 서비스 이용 말씀이십니까. 현재 기업용 서비스는 100GB 까지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요금제 그대로 적용 됩니다. 1TB부터는 저희 영업 분들과 상의 하에 결정하게 됩니다.”
띠리리.
달칵.
그 앞자리의 영업 부장도.
“네. 시내 소프트입니다. ZONE 서비스 이용문의 하고 싶다고요. 네. 네.”
영업 부장의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인사팀 직원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사무실의 전 직원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지만 커버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영업, 기획, 인사, 총무를 비롯해 개발자들 까지 전부 투입해 겨우 응대를 진행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최기훈이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분명 좋은 일이긴 한데··· 왜 이렇게 힘든 거지······.”
마침 연락을 마친 황호근도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까지만 해도 이런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렸었는데. 이건 와도 너무 많이 오잖아.”
“이참에 인력을 대규모로 뽑아야겠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개발이 완료 되면 더 많은 연락이 올 텐데 이 인력으로는 절대 커버 못 칩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강 대표님 오시면 얘기해 보자.”
띠리리리.
띠리리리.
또 다시 책상위에 놓여 있는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최기훈이 울상을 지으며 전화기를 보았다.
“이거··· 받아야겠죠?”
황호근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
최기훈이 머뭇거리며 전화기를 잡았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방금 전과 동일한 멘트를 쏟아냈다.
“네. 시내 소프트입니다. ZONE 서비스 이용문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용량 100GB 미만은 홈페이지의 정찰 요금제가. 1TB 부터는 저희 영업과의 협의를 통해 요금이 결정됩니다.”
비슷한 멘트가 시내 소프트 사무실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세미나가 끝나고, 승호는 세 명의 교수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가득했다.
‘오늘 받은 지원서만 20장. 이 정도면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어.’
여기까지 온 가장 큰 이유.
인재 채용.
지원서를 20장이나 받았으니 목적은 달성했다. 김필수가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이걸 전부 혼자서 독학으로 했다는 말이지?”
벌써 4번째.
그러고도 믿기지가 않는지 한 번 더 물었다. 승호가 살짝 지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거의 혼자서 했습니다.”
“거의 는 뭔가?”
“그건 인터넷과 각종 논문을 참고 했다. 뭐 그런 뜻입니다.”
김필수가 앞에 놓여 있는 이미 식어버린 카피를 벌컥거리며 마셨다.
“혼자··· 혼자서. 촉삭 이란 게 있다는 걸 공부 한 것도 그걸 구현한 것도 혼자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공지능 관련 내용도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관련 논문이나 뉴스를 보면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가 절로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대로 말 할 수는 없었다.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뇌 관련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논문이나 책을 보며 연구했습니다. 특히 교수님께서 재작년에 기재하신 ‘뉴런 시냅스 관계구조의 GPU 적용’은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그, 그것도 봤나?”
“네. 촉삭 아이디어도 해당 논문을 훑어보다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뉴런과 시냅스. 그 사이를 이어주는 촉삭. 덕분에 ONE의 성능이 한 단계 높아졌고요.”
김필수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두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나타났다.
“하하, 꽤나 심혈을 기울였던 연구였었는데 이렇게 잘 쓰이고 있다니 기분이 좋구만.”
그러자 옆 자리에 있던 박성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승호가 놓치지 않고 옆 자리의 박성대를 보았다.
“박 교수님 논문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컴퓨터 사이언스 학지에 실린 ‘GPU를 활용한 벡터/행렬처리 향상방안에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 성능향상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제야 박성대가 활짝 미소 지으며 승호를 보았다.
“그랬나?”
“네. 특히 GPU를 활용한 벡터/행렬 처리 최적화 방안 도출로 가는 흐름은 과연 관련 분야 대가라 느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하하하, 내가 그 부분을 연구하는데 꽤나 공을 들였지. 같은 사양의 GPU로도 알고리즘의 시, 공간 복잡 도를 줄여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더 효율 적인 계산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저도 교수님 생각에 십 분 공감합니다. 그래서 해당 논문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곱씹을수록 대가의 고민이 느껴지더군요.”
“하긴 그 연구가 특히 인공지능 개발에 특화되어 있기는 해. 데이터 처리를 하는데 벡터/행렬은 필수니까.”
그 뒤로도 금칠은 계속되었다. 두 교수의 기분은 시간이 갈수록 고조 되었다. 그때 허춘수가 나섰다.
“이 정도면 충분히 들었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 가보지.”
승호가 이곳까지 찾아와 세미나를 하고, 교수들의 질문에 일일이 응 한 건 인재채용 이라는 목적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대학원생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허춘수가 승호에게 신호를 보냈다.
“보신 봐와 같이 ONE은 여러 부족함이 있지만 포트의 델타를 따라잡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델타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했던 연구.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까지 가는데 저 혼자서는 가끔 벅차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연구 혼자서 하지마라.”
승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허춘수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참고로 난 산학 협력 통해서 참여하기로 했네. 자네들 생각은 어때?”
허춘수의 말에 둘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자 허춘수가 둘을 채근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나와 했던 약속 기억하나?”
둘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승호도 초조한 눈빛으로 둘을 보았다. 이 분야는 정말 똑똑한 사람 몇 명이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곳이다. 대학원생 10여명을 뽑는 것 보다 이 두 명의 교수를 설득해 함께 연구하는 것이 더 빠른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김필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인공지능의 성능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네.”
“그래서?”
“어쩌면 앞으로 반도체를 뒤 이을 새로운 먹 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게 내 생각이야.”
심각한 표정에서는 도무지 가타부타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허춘수가 김필수를 보며 재촉했다.
“그래서 할 건가. 말 건가.”
“당연히······.”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렸다.
박성대.
그가 끼어든 것이다.
“해야지. 같이 하자고 매달려야 할 판인데 뜸들일게 뭐 있겠어.”
그러자 김필수가 조용히 중얼 거렸다.
“나 그렇게 쉬운 교수가 아닌데. 선진에서 제안 들어왔을 때도 깐 사람이야 내가.”
그러자 박성대가 목소리를 키웠다.
“그럼 자네는 빠져.”
“아니 내가 왜.”
“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배려해 준거지.”
서로 하겠다는 둘의 다툼에 그제야 승호도 입가에 미소를 띄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