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04)
탑 코더-104화(104/303)
# 104
오직 하나 ONE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한 남 더힐.
130평에 다다르는 집의 시세는 약 45억 가량.
바로 고동만의 집이 위치한 곳이었다. 최근 고동만은 매일 정시에 퇴근하여 초조하게 자신의 막내아들 고동수를 기다렸다. 고동만이 부인 최미실에게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몇 시에 퇴근하는지 연락 좀 해봐.”
“어이구, 당신이 직접 하지 왜 나한테 그런 걸 시켜.”
“그냥 우리 아들 언제 퇴근하나 궁금해서 그러지.”
그러나 최미실도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하지 왜 그런 걸 나한테 시키냐고. 이 양반아.”
“다, 당신 이 양반이라니.”
그러자 최미실이 눈에 쌍심지를 켜며 말했다.
“대기업 사장이라는 사람이 아들한테서 정보나 빼낼 궁리나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러자 고동만이 민망한 헛기침을 토했다.
“아, 아니. 내가 언제.”
“내가 못 들었을 줄 알아? 어제 퇴근한 동수 붙잡고 하루 종일 인공지능 개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 본거.”
“그거야 자식이 일을 잘하고 있나. 걱정되는 마음에.”
“어이구. 퍽이나.”
그러자 고동만이 애써 자신의 처지를 변명했다.
“그건 내가 회사 사장의 위치에 있다 보니까. 다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그러는 거지 뭐. 별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처음 서울 반 지하 에서 전세로 시작한 거 기억 안나? 그때에 비해 이 정도면 성공했지. 뭘 처자식을 먹여 살려. 대기업 사장이면 좀 사장답게 구세요. 네?”
고동만이 더 이상 변명하지 못하고 침음만 삼켰다.
“끄응······.”
턱.
그런 고동만의 앞에 최미실이 생과일 주스를 내밀었다.
“이거 먹고 정신 차리세요? 네? 아셧죠?”
“쩝······.”
그 사이 띠띠띠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익숙한 실루엣의 남자가 한 명 들어왔다. 과일 주스를 마시며 쓰린 속내를 달래고 있던 고동만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 동수냐?”
고동만이 버섯발로 뛰어나갔다. 거기에는 지친 기색의 고동수가 서 있었다. 고동만이 고동수의 가방을 받아들려 했다.
“아이고, 우리 아들 고생 많았다. 힘 들었지?”
고동수가 힐끗 고동만을 쳐다보더니.
휙.
가방을 다시 품안으로 뺏어왔다.
“오늘 도야?”
“아니 아빠는 그런 게 아니라.”
“그리고 나 인공지능 팀도 아니라니까. 지금 ZONE 서비스 유지보수 하는 것만 해도 벅차서 그쪽은 손도 못 대고 있어.”
이내 원망 스런 눈초리로 고동만을 보았다.
“누구 때문 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일복이 터져서 말이야.”
“흠··· 흠흠. 그건 잘 된 일이구나.”
“그리고 아빠도 알잖아. ONE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모, 모르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거 아니겠냐. 혹시 사내에서 시연 같은 거 한 적 있으면 네가 말 좀 해보 거라. 그때 청와대에서 발표하고 이후로 진행 내용 있어?”
“완전 기밀 프로젝트라 사내 시연도 안 하는데 진행 내용은 무슨. 지금 전 사원이 ZONE 서비스에 붙어 있는 상황이라니까. 인공지능은 대표님을 비롯해서 산학 협력 교수님들만 내용을 아는 생태야. 아빠 정도 인맥이면 그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잖아.”
“다들 조개처럼 입을 꽉 다물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고동수가 바삐 걸음을 움직여 자신의 방으로 움직였다. 집은 130여 평에 이르는 대 저택.
초 단위가 아닌 분 단위가 걸리는 일이었다. 그 뒤를 고동만이 따라 붙었다.
“이건 제대로 처리 못하면 아빠 회사에서 잘릴 수 도 있다. 선진 전자 사장 자리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는 말이야. 정말 그래도 상관없어?”
“걱정 하지 마. 이제 우리 집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
“야!”
“아빠도 알지. 지금 시내소프트가 얼마나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지. 지금도 1조 규모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있는데 만약 인공 지능 ONE 까지 터지면? 1조가 아니라 10조 평가를 받을 수도 있어. 지금 내가 받을 스톡옵션이 1%가량. 얼만지 계산 되지?”
“······.”
“그러니까. 나한테 정보 알아낼 생각 말고 아빠는 아빠 회사 일에 신경 쓰세요.”
고동수가 그 말을 끝으로 휙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쿵.
닫힌 방문 앞에서 고동만이 씁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
인공지능.
그건 건축에 비유하자면 마치 전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는 일과 비슷했다. 진입 장벽 자체가 높았고, 기술적 난이도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 투자한다고 성공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레퍼런스 문서조차 거의 없기에 연구를 해나가면서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른 바 미지의 영역.
그렇기에 교수나 박사급 인력이 필요했다. 그들이 박사라는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미지의 영역에 대해 연구하고 그 에 대한 결과를 내야 한다.
그 결과물이 논문이라는 형태로 알려지고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 그 능력이 빛을 발 하고 있었다.
“자네가 말한 알고리즘의 몇 가지 팩터를 변경하다 보니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네.”
박성대의 말에 나머지 세 사람이 귀를 기울였다.
“여기 이진 트리를 탐색하는 부분에서 몇 가지 팩터를 변경해 보니까.”
박성대가 화면에 있는 강화학습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기존에 업로드 되어 있던 ONE과 새로운 버전의 ONE이 체스 대결을 펼쳤다.
-승:패.
-승:패.
-승:패.
인공지능 끼리 셀프 대국을 펼치며 빠르게 결과를 내놓았다. 한 경기가 끝나는데 채 1분도 소요 되지 않았다. 현재 출시된 최고 성능의 서버들을 사용한 탓이었다.
-승:패.
-승:패.
그렇게 승패가 이어가던 어느 순간.
-무승부
-무승부
-무승부.
무승부를 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체스에서 이론 상 킹 VS 킹과 나이트 VS 킹, 킹과 비숍 VS 킹 같은 경우 무승부 처리 된다. 곧 그러 경우가 나타났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무승부 게임이 몇 판 지나고 나서.
이변이 벌어졌다.
-패:승
-패:승
-승:패.
-승:패.
승패가 엎치락뒤치락 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롭게 업데이트 된 ONE 의 성능이 한 차원 더 높아졌다는 뜻.
그 모습을 확인한 박성대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보시다 시피 새롭게 업데이트 된 ONE이 저기 김필수 교수가 업데이트한 ONE을 이기고 있다는 말씀.”
그 말에 김필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승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성능이 좋아졌군요. 역시 교수님 이십니다.”
“하하, 아니야. 자네가 조언해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 했겠지.”
그러자 허춘수가 입을 뾰족하게 내밀며 말했다.
“누누이 말했지만 이번에는 내 차례야. 내 옆에 딱 붙어서 떨어지면 안 돼.”
“하하, 알겠습니다.”
김필수가 팔짱을 끼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 다음은 내 차례인거 기억하지.”
이번에도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네.”
발표를 하던 박성대가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그 다음은 나.”
승호의 몸은 하나. 교수는 셋.
승호는 차례대로 교수들의 옆에 딱 붙어서 인공지능 ONE의 성능을 향상시킬 방안을 함께 연구했다. 화상통화를 하며 결과를 공유하는 것 보다 바로 옆에서 연구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더 많은 지식의 축적을 가져온다. 신기하게도 승호와 함께 연구를 거치고 나면 그 이전보다 더 나은 성능의 인공지능이 탄생했다.
김필수, 박성대, 허춘수.
세 교수의 연구실을 번갈아 찾아가며 이전 보다 더 나은 ONE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
세 교수 사이에는 은근한 경쟁 심리까지 생겨나 있었다.
“그러면 다음 주 부터는 허 교수님 연구실로 출근 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성대가 아쉬움을 삼키며 말했다.
“알았네. 처음부터 그리 약속한 거니 할 수 없지.”
그렇게 지나온 시간이 벌써 2개월.
앞으로 대결 까지 1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
고동만이 비서가 들고 온 빅스 인공지능 성능 평가표를 보고 있었다.
“INM에서 만든 딥 블랙과의 대결에서 비등한 수준 까지 올라왔군.”
보고서를 들고 들어온 비서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예카테리나 팀장의 연구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딥 블랙은 INM의 대표 인공지능. 그걸 이겼다는 말은 빅스가 최소한 전 세계 5위권 안에는 들어간다는 뜻일 테니까요.”
고동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정도면··· 안심해도 되겠어.”
“델타 이전까지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자리에 있던 딥 블랙입니다. 개발 1년도 되지 않은 인공지능에게 질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동만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ZONE 역시 출시 된지 1년도 되지 않아 한국을 넘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이었다. ONE 이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물론 INM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회사. 그러나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야. 여전히 100%. 확신한다고 할 수는 없네. 자고로 이런 일은 0.1%의 여지도 남겨놓지 않아야 하니까.”
그러자 비서가 입을 우물 거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
고동만이 익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행해.”
“괜찮··· 겠습니까?”
“이대로 의심의 여지를 남겨두고 대결에 임하는 것보다는 나아. 만약 예카테리나 팀장이 지기라도 해봐. 그러면 어떻게 되겠나?”
“알겠습니다.”
비서는 상세한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그게 자신이 모시고 있는 상사에 대한 도리였다.
비슷한 시각.
역삼에 위치한 선진데이터시스템.
메일을 확인하려고 사내 ERP 시스템에 접속하려던 송보나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마우스를 클릭했다.
“뭐야.”
몇 번을 클릭했지만 화면에는 같은 문구가 나타났다.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웹 주소
https://www.sunjin-erp.com(이) 올바른지 확인하세요.
자신이 알기로 이 메시지는 서버가 죽었을 때 나타나는 메시지였다. 그 시각을 기점으로 책상위에 올라와 있는 전화기 벨이 울렸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그 소리가 너무 불길하게 느껴졌다. 전화를 받자 반대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송 대리님. 지금 IDC 전원이 나갔습니다.
“네?”
-그래서 서버들 대부분 죽었어요. 빨리 상황 전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조 전력은요?”
대부분의 IDC에는 주 전력 이외에도 보조전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 전력 공급이 중단된다고 해도 데이터 센터 전체가 죽는 일은 없었다.
-그게··· 이상하게 보조전력도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업체에서 나와 점검 중에 있습니다. 업체 쪽에서 해킹 정황이 의심된다는 보고를 1차적으로 올린 상태입니다.
“···알겠습니다.”
송보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 약속은 취소해야 될 것 같았다. 상념도 잠시 송보나는 빠르게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업체들에 상황전파를 돌렸다.
-역삼 IDC 전력 시스템 이상.
-서버 전력 공급 문제 발생.
그 소식은 이내 선진전사 본사로도 전달되었다.
***
자리로 돌아온 고동만의 비서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디 한 번······.”
그리고 브라우저를 실행시키고, 접속 주소를 입력했다.
-https://service.zone.com
주소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치자 자신이 기대했던 화면이 나타났다.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웹 주소
https://service.zone.com(이) 올바른지 확인하세요.
인력 선점 그리고 ZONE 이용 문의로 회사를 정신없게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 빅스와 인공지능 대결은 이 주 뒤.
이건 자신이 준비한 마지막 비책이었다. 자사의 IDC 센터에 들어와 있는 서비스를 전부 죽여 시내 소프트의 ZONE 서비스를 운영정지 시키는 일.
그렇게 되면 강승호 대표는 이 일 처리만으로도 골치가 아플 것이다.
몸은 하나.
일은 여기저기서 터지니. 어찌 감당할 수 있으랴.
“아마··· 정신없이 바쁘겠지.”
그렇게 되면 자연히 ONE에 쓸 신경은 분산되고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예카테리나 팀장이 이길 수밖에 없어.”
비서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새로 고침 버튼을 클릭해 보았다.
-ID를 입력해주세요.
ZONE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어······.”
당황한 비서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