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05)
탑 코더-105화(105/303)
# 105
오직 하나 ONE
“선진 데이터 센터 IDC 전원에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고동수의 보고에 승호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보조전력이 있었을 텐데. 그래도 문제가 생겼다.”
“현재 보조 전력 공급 장치도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진에서는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언제 완료된다는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답변만 하고 있습니다.”
승호가 난감한 표정으로 미간을 긁적거렸다. 고동수가 보고를 이어나갔다.
“현재 자사 백업 서버로 도메인 매핑 변경완료 하고, 유실 데이터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해외 이용 기업들은 인더스에서 운영 중인 서버에 접속하고 있어.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기업 들 다운 타임은 20여초. 저희가 구축한 L4 SDN 서버들이 서로간의 헬스체크를 하고 마스터 노드를 변경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다운 타임이 20초나 걸렸다고?”
고동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내가 PoC 했을 때 로드밸런서인 L4 스위치의 SDN 서버들 간의 헬스체크에서부터 마스터 노드를 변경해 정상상태로 복구하는데 걸린 시간은 10여초 였는데··· 왜 시간이 늘어났지?”
약간의 질책이 묻어나있었다. 그러자 고동수의 목이 자라처럼 수그려 들었다.
“그때 보다 설정해야 할 값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테스트 할 당시에는 서버를 3대 가량 운용하셨는데 지금은 10대가 넘어 갑니다. 해당 서버들이 전부 정상 체크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뒤로 갈수록 고동수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나 일을 할 때 승호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해당 서버들을 순차적으로 헬스체크를 하고 로드밸런서와의 연결을 만든다면 네 말에 일리가 있지만. 병렬적으로 처리하고 있잖아. 각 알고리즘 시간 복잡도로 치면 NO가 아니라 O 그대로라는 말이지.”
“그, 그건 그렇지만 설정 값 자체가 많아 진 게 한 몫 한 거라.”
“설정 값이 많아졌다는 것도 그래.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애초에 C언어로 개발을 진행했는데 20여초나 걸린다고? 그건 이런 상황에 대해 사전에 테스트해보지 않았다는 말 밖에는 되지 않아.”
승호는 천천히 그리고 타이르듯 말했다.
“내가 말했었지. 실제 개발에 들어가게 되면 재미있는 일만 하게 되는 건 아니라고. 완성된 서비스를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 보완해나가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성능을 향상시키는 그런 지난(至難)한 작업도 있을 거라고.”
그제야 고동수가 입을 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네가 더 발전하려면 그런 작업에도 익숙해지는 법을 깨달아야 할 거야.”
고동수가 머뭇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그때가 되면 저도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 시켜 주실 건가요?”
“물론 나도 널 언제까지 ZONE 서비스에 묶어둘 생각은 없어.”
“혹시 아버지 때문은··· 아니겠죠?”
승호가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네 생각은 어떤 데?”
그 질문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고동수가 빠르게 항변했다.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전 결백합니다. 회사 일은 1도 이야기 하지 않아요.”
승호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믿는다.”
고동수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오늘 일도 잘 처리해 주고.”
꾸벅 고개를 숙인 고동수가 자리로 돌아가고, 옆 자리의 최기훈이 다가왔다.
“정말 동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아마 그럴 겁니다. 지금까지 제가 보아온 동수가 맞다면.”
“뭐, 동수가 그럴 놈이 아닌 것 같긴 하지만. 혹시 모르는 거니까..”
“어차피 할 말도 없을 거예요. 현재 인공지능 개발은 사내에서 저를 비롯해 세 분의 교수님. 그리고 채원씨 이렇게만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최기훈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개발 진행상황은 어때? 이제 대결도 1주일 밖에 안 남았는데. 난 요새 불안해서 잠도 안와.”
승호가 담담히 대답했다.
“이변은 없을 겁니다.”
“정말이지? 안심하고 있어도 되는 거지?”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포트의 델타 까지는 아니더라도 빅스는 이길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빅스가 내놓은 성능을 보면요.”
“그러니까. 선진전자가 세상에 발표한 그 성능을 어떻게 믿느냐고. 약간의 내용을 숨기고 있었을 수도 있잖아.”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길 겁니다.”
승호는 자신 있었다.
‘숨기고 있는 그 일부를 난 봤으니까.’
최기훈이 우려 하고 있는 숨기고 있는 일부를 지난 번 청와대에서 중국 공안 쪽을 해킹하며 확인했다. 해당 문서 에 있었던 성능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승리는 자신의 것이었다.
***
-선진데이터시스템 IDC 정전 사태. 입주 서비스 피해 확산.
-배달민족. 패스. 시티 서비스 중지. 이용자 불편.
-IT 강국 대한민국. 데이터 센터 운영은 약자?
정전이 일어 난지 한 시간.
언론은 선진전자와 달리 선진데이터시스템에서 벌어진 일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그걸 확인한 고동만의 목소리가 한 없이 딱딱해져 있었다.
“결국 ZONE 서비스 피해는 다운타임 20여초? 거기에 비해 자사의 피해는 벌써 수억을 넘어가고 있어.”
“면목··· 없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결과는 겨우 이건가?”
고동만의 질책에 비서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까지 정보를 조합했을 때 복구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한 한 시간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는데. 제가 오판했습니다.”
“내가 말했잖아. 강승호 그 친구는 항상 예상을 뛰어 넘는다고.”
“죄송합니다.”
고동만이 씁쓸한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다운 타임이 고작 20초라··· 우리 서비스들이 복구 되는데 걸린 시간이 얼마였는지 알 고 있나?”
“가장 먼저 복구된 엔진 앱 스토어가 1시간으로 알 고 있습니다.”
“선진이 자랑하는 기술이 들어갔다는 앱 스토어를 복구하는데 1시간이 걸렸어. 그런데 ZONE 서비스는 겨우 20초. 만약 이런 수치가 인공지능에 그대로 적용 된다면.”
비서의 표정이 암담해졌다. 머릿속으로 그때의 상황이 그려졌다.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자존심 강한 예카테리나 팀장은 선진을 박차고 나갈 것이고, 선장을 잃은 빅스는 표류할게 분명했다.
“자네 생각에는 어떤가? 아직도 빅스가 이길 거라 확신하나.”
고동만의 질문에 비서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사이 고동만이 말을 이었다.
“나는 자꾸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현재 빅스는 딥 블랙을 이기고, 포트에서 내놓은 딥 러닝 오픈 소스인 델타 플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거기에 선진 전자 최고의 기술진이 붙어 있으니 이변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비서의 말에도 굳어진 고동만의 표정을 풀리지 않았다.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엄습했다.
“예카테리나 팀장은?”
“양재 센터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3일 뒤에 대결이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으려나······.”
고동만의 우려와 불안 속에서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
대결 당일.
승호는 법인차를 타고 이동했다.
기사 까지 딸린 3700CC 급 대형 세단.
얼마 전 ZONE 서비스 계약을 위해 선진 전자에 택시를 타고 이동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차에는 지방에 살고 있는 박성대나 김필수 대신 허춘수가 타고 있었다. 그리고 보조를 해줄 백채원.
뒷좌석에 앉아 있던 허춘수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카테리나 박사가 합류한 다면 ONE은 또 한 단계 도약 할 수 있을 거다. 내가 참가한 인공지능 학회에서도 예카테리나 박사는 단연 발군의 실력을 겸비한 인재였으니까.”
“저도 그녀가 쓴 논문을 읽어보고 바로 채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춘수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래도 너한테는 안 될 거야. 네가 없었다면 ONE은 애초에 탄생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건 기존의 것을 발전시키는 능력과는 궤를 달리하는 일이야. 그래서 빅스 프로젝트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거겠지.”
승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춘수의 말이 이어졌다.
“넌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컴퓨터 사이언티스트다. 포트 할아비가 온다고 해도 너한테는 안 될 거야.”
허춘수의 극찬의 승호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민망함에 자꾸 목이 말라 앞에 준비되어 있는 생수를 벌컥 거리며 들이켰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말아라. 아마 오늘 도 넌 이길 테고, 예카테리나 박사는 시내 소프트에 합류. ONE은 앞으로······.”
허춘수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허춘수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앞으로 더 발전하게 될 테니까. 솔직히 난 그때가 두렵다. 완전한 인공지능이 탄생했을 때 그 일이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알 수 없기에.”
그 말에 승호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결코 재앙이 되는 일은 없게 하겠습니다.”
허춘수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만큼 ONE은 가공할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려울 정도의 성능을 보여 주었다. 이런 학습 속도가 이어진다면 얼마 뒤 포트의 델타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인공지능이라 불릴 수 있는 1호가 될 지도 모른다. 운전을 하던 기사가 그런 허춘수의 상념을 깨웠다.
“도착했습니다.”
그 말에 셋은 차에서 내렸다.
도착한 곳은 양재 R&D 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연구소답게 대단히 조용했다. 마중을 나와 있던 직원의 안내에 따라 셋은 대강당에 도착했다. 혹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인지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 모여 있었다.
대략 30여명?
그 중에는 세미나 당시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던 연구원도 있었다.
‘선진 전자로 간다더니. 여기서 마주치는 군.’
자신과 눈을 마주친 연구원이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옮겼을 때 그녀가 보였다.
“바로 시작 할까요?”
역시나 차가운 말투.
성격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급했다. 서로 웃고 떠들 사이는 아니었기에 승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예카테리나가 말을 이었다.
“100판 51선 승 제. 턴 당 시간제한은 10초. 지는 쪽은 두 말 할 것 없이 바로 계약서대로 이행하면 됩니다.”
이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대강당의 스크린으로 체스 경기 판이 나타났고, 승호가 앉아 있는 쪽으로 검은색 체스 기물들이 나타났다.
백과 흑의 대결.
한 경기가 종료되는 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체크 메이트.
기계음이 들리고 백의 기물들이 흑의 킹을 둘러싸고 있었다. 예카테리나가 이끄는 빅스 팀이 이겼다는 뜻.
예카테리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대기 하고 있던 30여명의 연구원들도 굳어져 있던 표정을 겨우 풀 수 있었다.
또 다시 5분 뒤.
-체크 메이트.
한 번 더 백이 이겼다. 그 사이 슬쩍 문을 열고 들어온 고동만이 맨 뒷좌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았다.
‘이제 이 승인가.’
그 사이에도 경기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착.
착.
착.
폰, 비숍, 나이트, 퀸들이 빠르게 체스 판 위를 움직였다.
이내.
-체크 메이트
또 다시 예카테리나가 이겼다.
‘3 승 이대로 만 가자.’
고동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48승만 하면 경기는 끝났다.
-체크 메이트
-체크 메이트.
-체크 메이트.
-체크 메이트.
-체크 메이트.
······.
그리고 다시
-체크 메이트.
그러나 체스 판위의 상황이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흑의 기물들이 백의 킹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
고동만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