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07)
탑 코더-107화(107/303)
# 107
오직 하나 ONE
고동수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빠 회사 그만 둘 수도 있다.
난데없이 날아온 문자.
거기에 적힌 내용이 고동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런 고동수를 향해 최기훈이 물었다.
“뭐해. 아까 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너도 걱정 되서 그러냐?”
“대표님 걱정은 안 합니다. 이길 것 같아요. 다만.”
“우리가 이겼을 때 선진에서 보복할까봐?”
비슷한 이유였다. 고동수는 타는 듯한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앞에 놓인 달달한 카페모카를 한 모금 마셨다. 최기훈이 말을 이었다.
“더구나 선진전자 사장이 네 아빠고.”
회사에서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있는 사실.
그 중 최기훈도 포함 되어 있었다. 고동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여기에 있고, 더구나 대표님이 계시는 곳입니다. 아버지가 예전처럼 하시지는 못할 겁니다. 아들이 있는 회사에 보복을 할 정도는 아니시니까.”
“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귀여운 법이니까. 사실 주변에 선진에서 당했다는 사람 많이 만났다. 그래서 네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만은 않아.”
고동수가 씁쓸히 중얼거렸다.
“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최기훈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입 머금고 입맛을 다셨다.
“물론 그게 네 잘 못 은 아니란 사실 정도는 알 고 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선진에서 계약 전부 취소한다고 해도.”
그러면 현재 계약된 물량의 70%.
최기훈이 애써 그런 생각을 떨쳐 내며 말했다.
“잠시 타격은 있겠지만 곧 회복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동수의 심각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
단상에서 내려온 고동만이 승호를 보며 물었다.
“선진 관련 물량이 전부 날아가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네.”
“쩝.”
질문은 그게 다 였다. 고동만이 입맛을 다시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상관없다고 하네.”
한종균이 어이가 없다는 듯 고동만을 보았다.
“자네 지금 뭐하자는······.”
이내 보는 시선이 많음을 깨닫고 말을 멈추었다. 그러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사납게 변했다.
“솔직히 말해. 나도 더 이상 내밀 카드가 없어.”
“지금 회장님께서..”
승호가 눈빛을 반짝거렸다.
선진 전장 회장의 지시.
직원에 불과한 이들이 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고동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되네.”
난데없이 벌어진 집안싸움에 승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둘을 보았다. 한종균이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따로 봄세.”
그러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내 고동만도 승호를 스쳐 지나갔다.
“수고했네.”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설치했던 노트북을 들고 대강당을 빠져나왔다.
어느새 시간은 저녁시간.
사위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셋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 다들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일까.
승리에 대한 기쁨 같은 건 없었다. 허춘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고 사장. 전 부터 만나 봤지만. 사람은 참 괜찮아. 그 자리까지 올라가려면 꼼 수도 많이 썼을 텐데 그런 것 치고는 깨끗한 편이라는 평가가 많아.”
“제가 겪은 고동만 사장님의 모습도 비슷합니다.”
“그나마 다행이지. 그런 사람이 남아 있다는 게. 그렇지 않았으면 중소기업은 다 죽었어. 법과 질서를 돈이 이기는 세상이니.”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뭐, 어쨌든 오늘 우리는 이겼고.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ONE이 국내 최고의 인공지능임을 입증했네. 예카테리나 박사가 인수인계를 마치고 합류하게 되면 ONE은 한 단계 더 발전 하게 되겠지. 그 이후에는 무얼 할 생각인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해 둔 게 하나 있었다.
“델타에 대결 요청을 해볼 생각입니다. 비록 인간은 바둑에서 졌지만. 인공지능으로는 이 길수 있도록.”
“인공지능끼리의 바둑대결이라.”
“거기에서도 이긴다면. 그야말로 세계 최강이 될 테니까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포트가 받아주기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성사 될지는 고민 중에 있습니다.”
허춘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뿌듯한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어찌 되었든 선진전자를 넘어서다니.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허춘수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래.”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먼저 허춘수를 내려 주고, 차례로 백채원을 내려 주었다. 마지막으로 승호의 집으로 이동했다.
***
승호 집은 서울 숲 인근의 초호화 주택인 펠리시움.
최근 8평 남짓 원룸을 벗어나 80평 규모의 한강변 아파트로 이사했다.
집안에서 한강이 조망되는 집.
창문너머로 영동대교와 성수대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승호은 풀썩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구동 시켰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넥스터에 접속했다.
“시내소프트?”
회사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었다. 선진에서는 분명 이번 일을 조용히 처리하자고 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절대 외부에 말하면 안 된다고 계약서에 명시까지 했었다. 그렇다면 오늘 있었던 대결에 관한 내용은 아닐 터.
승호는 바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있는 회사 이름을 터치 해 보았다.
-시내 소프트,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선정 과정 특혜 의혹.
-유니콘이 된 시내 소프트. 정부 보안 솔루션 납품과정 특혜 의혹.
-시내소프트. 유니콘의 탈을 쓴 부정부패의 민낯.
-한국을 빛낸 기업에서 한국을 먹칠한 기업이 되나.
그 중 기사하나를 클릭해 보았다. 기사 내용이 아주 가관 이었다.
-A씨의 제보에 따르면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여러 편의를 봐주었다.
-함께 참여했던 C사의 B대표 말에 따르면······.
-당시 정부관계자 K씨와 전화연결 내용을 보시면 시내소프트가 특혜를 받았다는 정황이 다수 포착되었습니다.
A,B,C,D로 점철되어 있는 제보자들의 내용이 마치 소설처럼 각색하여 적어 놓았다.
대결이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기사들.
그리고 그걸 퍼 나르는 인터넷 언론사.
잘 짜인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 핸드폰 화면에 익숙한 이름이 떴다.
-최기훈.
승호가 연결을 터치해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예상했던 말이었다. 전혀 놀랍지 않았다.
“선진에서 계약을 취소했습니까?”
-선진은 아니고 관련 중소 협력사들에서 솔루션 이용 취소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선진까지 계약 해지를 하면······.
80%.
어쩌면 90%에 달하는 매출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중국과는 현재 솔루션 도입을 위한 테스트 중이었고, 미국과도 마찬 가지였다. 그 두 군데서 솔루션 도입이 확정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원하는 데로 해주세요.”
-이대로 라면 매출이 전부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선진까지 취소하면 다른 기업들도 분명.
“전 잠시 해외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번 미국에서 온 연락이 아직 유효하다면 거기에서 성과를 얻어 낼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해외 쪽 판로를 뚫어 보겠다. 이 말씀이십니까?
“네. 중국을 비롯해서 미국 쪽 판로가 뚫리며 충분히 만회 가능합니다. 어차피 인공지능 관련해서 포트에도 한 번 다녀와야 했으니까요.”
-그러면 한국에서 ONE 개발은 누가··· 아.
“예카테리나 박사님이 주도하게 될 겁니다. 어차피 인터넷 걱정은 없는 곳이니 화상통화를 통해 회의를 하고, 개발한 프로그램은 회사 코드 저장소에 올리면 되니까요.”
-일단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최기훈이 전화를 끊었다. 뉴스는 점점 확대 재생산 되며 온갖 루머가 나돌았다.
***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친 박신우는 라커룸을 열자마자 드르륵 거리며 진동을 토하는 핸드폰을 마주해야 했다.
-국장님.
급히 전화를 받자마자 스마트 폰 반대편에서 호통소리가 날아들었다.
-너 지금 어디야!
갑작스런 고함에 박신우도 기분이 나빠졌다.
“저야 방금 운동 마치고 나왔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지금이 운동이나 하고 자빠져 있을 때야! 당장 들어와!
“왜 그러십니까.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는데. 저 유니콘 만든 사람입니다.
-그 유니콘에서 지금 구린내가 나고 있다고! 당장 사무실로 복귀해!
국장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황당한 표정으로 잠시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뭐야 도대체······.”
드르륵.
드르륵.
이번에 온 연락은 주무관.
바나나톡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박신우는 지금까지 온 연락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중간 중간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시내 소프트 유니콘 프로젝트 선정과정 특혜?”
언론기사는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이후 정부 납품 과정에 대해 문제 삼고 있었다. 유니콘 선정은 벌써 1년이 지난 일이었다. ZONE 서비스 도입도 벌써 수개월 전에 있었던 일. 더구나 문제될 건 하나도 없는데 이런 일이 생긴다는 건.
“도대체 어떤 새끼가 이런 짓을······.”
생각을 마친 박신우는 후다닥 옷을 챙겨 입고, 헬스장을 나섰다.
***
기업 사용자보다 빠르게 해지를 신청하는 건 개인 사용자였다. 회사에서 반박 보도를 내고, 해명을 해도 이미 한 번 굳어진 이미지를 바꾸기는 힘들었다. 대중들은 영웅의 탄생만큼이나 영웅의 몰락을 즐긴다. 사실 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하루 이슈를 읽어주는 남자 오이남 입니다.
-오늘 이슈는 바로 근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기업이죠. 시내 소프트 관련 뉴스입니다.
-최근 시내소프트는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선정 결과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곤혹을 치르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후 정부 공공기관에서 시내소프트의 ZONE 서비스를 수의계약으로 채택한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
한 튜브넷 크리에이터의 방송은 순식간에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였다.
강민혁 : 내가 저럴 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는 놈들 치고 깨끗한 놈 없음.
pro mmm44 : 나도 ZONE 서비스 이용자였는데 오늘 부로 해지했음.
minji yy : 얼마 전 매그니토 랜섬웨어 해결했다는 것도 거짓말 한 거 아님?
조수진 : 대한민국 기업인 클라스. 어디가나 변하질 않네.
그런 부정적인 댓글 사이로 슬그머니 익명의 댓글 하나가 올라왔다.
anonymous : 갑자기 너무 시내소프트 까는 글이 올라와서 안타까워서 올린다. 작년 까지 월성 원자력 발전소 근무했던 협력사 직원인데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시내소프트 대표한테 감사해야 한다. 저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정확한 사실은 저 사람이 목숨 걸고 원자력 발전소에 생긴 문제 해결해 줬다.
섭섭이 : 저 인간 개 웃기네 ㅋㅋㅋ 원자력 발전소에 무슨 문제가 생기긴 생겨. 거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wow89 : 시내소프트 대표면 해킹 전문가인데. 원자력 발전소가 해킹 된다고? 차라리 청와대가 해킹 됐다고 해라.
윤우 : 시내 소프트 고용인이세요?
msmeeee : @wow89 매그니토 사건 전에 청와대 해킹된 거 모르세요? 그거 해결한 것도 시내소프트 대표인 걸로 아는데.
금세 부정적인 댓글들에 가려졌지만 비슷한 댓글이 튜브넷 만이 아닌 다른 언론기사들에도 연달아 달리기 시작했다.
arabika : 나도 입 다물고 있으려 했는데··· 안타까워서 남긴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 사건. 그거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