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08)
탑 코더-108화(108/303)
# 108
오직 하나 ONE
다음날.
기자들이 회사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그런 기자들을 피해 직원들이 하나 둘씩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설마 망하지는 않겠지?”
“설마 그렇게 까지 될까.”
“그래도 매출 70%가 날아간다는데.”
“당장 일어난 일도 아니잖아.”
뒤이어 출근한 황호근이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자자, 다들 오늘 하루도 힘냅시다.”
그러자 한 직원이 손을 들었다.
“부사장님. 어제 뉴스는······.”
“이미 보도 자료 돌렸습니다. 저희는 전혀 관련이 없어요.”
“물론 저를 비롯해서 직원들도 믿긴 하지만··· 서비스 이용을 취소하겠다는 문의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황호근도 알고 있었다. 핸드폰을 비롯해 회사에 설치되어 있는 전화기에 불이 나고 있는 중이었다.
불과 2개월 전.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고객들의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뽑았던 콜 센터 직원들이 그 반대의 고객들의 문의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곧 또 다른 매출원이 생길 테니까요.”
이번에는 다른 직원이 손을 들고 말했다.
“아직 대표님께서 출근하지 않은 것 같은데, 뭐라 하신 말씀은 없으신가요?”
망설이던 황호근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은 현재 한국에 있지 않습니다.”
황호근의 그 말에 직원들이 웅성 거렸다.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황호근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런 일이 아니니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얼마 전 매그니토를 해결하면서 중국에서 몇 가지 제안이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 쪽에서도 한 번 보자는 오퍼가 계속 왔었습니다.”
그제야 소란이 조금 잠잠해졌다.
“그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나간 겁니다. 결코 도피하거나 지금의 일을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란 걸 명심해 주세요.”
띠리리리.
띠리리리.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사무실내 전화기들이 울렸다.
“네. 알겠습니다. 계약 취소 진행해드리겠습니다.”
“계약 취소 말씀이십니까.”
“네. 이용취소 진행해드리겠습니다.”
하나 같이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황호근이 씁쓸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전경을 훑었다.
‘승호야 빨리 와라······.’
자신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장 매출이 급속도로 줄어든다면 어쩌면 적자가 날지도 모른다.
적자.
다시 자신이 사장이었던 시절의 시내소프트로 돌아갈 수도 있다.
제발 그렇게 되지 만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
국정원 지하 벙커 B-1룸.
자리에 앉은 담당관에게 부하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제로원. 미국 출발 했습니다.”
제로원.
승호에게 붙은 코드네임이었다.
“목적지는 실리콘 밸리?”
“네. 그쪽에서 FBI를 만날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이후 포트를 찾아 계약 관련 논의를. 해당 일정이 끝나면 중국 일정이 예정 되어 있습니다.”
“바삐 움직이는 구만······.”
“이때 정부에서 나서서 서비스를 구매해 주면 호감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랬다가는 또 한 번 난리가 나겠지. 언론들이 가만히 있겠어.”
부하직원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확히는 선진이겠죠.”
“언론이 선진이나 마찬가지니까.”
“하긴 뭐······.”
담당관이 입맛을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개발 기간이 겨우 1년도 안 되는 ONE이 선진의 빅스를 이겼어. 이 정도면 앞으로 수 년 후면 ONE이 엄청난 놈으로 성장 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런 식으로 방해를 하니. 답답하구만 답답해.”
“국가전략자산으로 선정되었으면 저희가 사전에 차단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가지고 있는 연예인 정보 몇 개만 뿌리면 바로 잠잠해 질 텐데··· 함부로 손을 쓸 수도 없고. 제로원이 미국으로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은 없겠지?”
“고아라는 미지수가 있긴 하지만. 아직 까지 그런 낌새는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들었어. 댓글로 증발 작전에 대해 떠드는 사람이 있다고.”
“그게 한두 명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0건. 대략 6건 정도가 서로 다른 인물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하여간 요즘은 애국심이 없어서 문제라니까. 보안 서약서를 쓰면 뭐하나. 저렇게 떠들어 댈 걸.”
“그쪽에 협조 요청을 할까요?”
“그러면 오히려 풍선처럼 터져 버릴 위험이 있어. 옛날처럼 끌고 와서 처리 할 수 도 없고······.”
“일단 확인된 댓글들에 대해 삭제를 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튜브넷의 경우 외국 기업이라 댓글 삭제에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담당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건은 할 수 없지. 익명성 뒤에 숨어 떠드는 걸 일일이 잡아낼 수는 없으니까. 당분간 제로원 움직임에 집중해. 만약 그가 다른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그거야 말로 더 큰 문제니까.”
담당관의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
비슷한 시각.
미국 실리콘 밸리.
아메리카드림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열심히 땀을 흘리는 그곳에 도착한 승호는 바로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FBI 소속 블레이크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한국에서 꽤나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셨더군요.”
“곧 잠잠해 질 겁니다.”
“오시기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미국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그런 시끄러운 문제도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블레이크의 말에도 승호는 냉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일단 계약 문제부터 이야기 하시죠.”
“알겠습니다. 사전에 말씀 드렸다시피 정부 차원에서 ZONE 서비스를 테스트 해 보았고, 만족스런 결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걸 만든 사람에 대한 평가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술만이 아니라 그걸 만든 사람에 대한 상호신뢰 역시 중요한 평가요소니까요.”
벌써 몇 번의 요청이 있었다. 그러나 ONE 개발 일정이 너무 빡빡해 오지 못했다.
미국은 비행기 시간만 10시간.
왕복이면 하루 가 소요되고, 이곳에 도착해 블레이크가 말하는 평가를 받는데 며칠이 소모 될지 몰랐다. 거기에 시간을 쓰다가 ONE이 빅스에 지기라도 한다면?
그 생각에 오지 않다가 대결이 끝나고 찾은 것이었다.
‘최대한 빨리 끝나야 할 텐데.’
일정이 빡빡했다. 여기 일이 잘 마무리 되면 포트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이미 에이든 과 약속을 잡아 두었다.
그 다음은 또 다시 중국 일정.
만약 자신의 계획대로 전부 된다면 선진이 없어도. 어쩌면 선진을 뛰어넘을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실리콘밸리의 한 빌딩.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한 블레이크를 비롯해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빠르게 이동했다. 그렇게 오 분여를 더 걸어 도착한 곳은 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대한 스크린과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사무집기들이 나타났다. 승호가 들어서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습니다. 에단 캠벨입니다.”
“아, 네.”
승호가 손을 맞잡았다.
“이렇게 실제로 뵙게 되니 정말, 정말 반갑습니다.”
승호의 눈가에 의문이 떠올랐다. 에단의 표정은 마치 자신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한 번도 그를 본적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유명 한가?’
승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러자 에단이 자신의 소개를 좀 더 자세히 이어나갔다.
“아, 지난 번 FBI와 함께한 작전에서 지원 담당이었습니다.”
“아······.”
“그때 미스터 강이 한 활약.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놈들의 노트북을 해킹해 가상화폐 고유키를 알아내고, 화상 캠을 연결해. 정확한 작전 타이밍을 찾아내신 그 모습에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꽤나 말이 많은 타입 인지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시간이 지체되자 블레이크가 제동을 걸었다.
“그만 하지. 일정이 빡빡해.”
그제야 에단이 말을 멈추고 돌아갔다. 그러자 기다려다는 듯이 다른 인물이 다가 왔다.
“제임스 화이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승호가 손을 맞잡자 제임스가 예리한 눈빛으로 승호를 훑었다. 탐색하는 눈빛.
유쾌한 눈빛은 아니었다. 그렇게 몇 명의 사람들과 더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승호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고 나자 블레이크가 마이크를 잡았다.
“다들 아시겠지만 오늘 이 자리는 미 정부의 ZONE 서비스 도입을 테스트하기 위해 마련 된 자리입니다. 한국이 미국의 우방이긴 하지만 정부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인 만큼 철저한 검증이 필요. 불가피하게 미스터 강을 이곳까지 모시게 되었습니다.”
블레이크는 특유의 저음으로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들이 가지고 계신 의문을 기탄없이 질의해 주시고, 이런 질의에 대해 솔직하고, 정확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마치 면접장과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먼저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매그니토 패치를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분석하는데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수일이 걸렸는데요. 그걸 단 시간 내에 해낸 비결이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임스의 질문에 승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사무실 내 다른 공간.
여러 각도로 찍히는 승호의 모습이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CIA 소속 행동분석 전문가가 유심히 지켜보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말하는 게 살짝 민망하기는 하지만 그냥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보시면 단 한 번도 코를 건들지 않고,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손을 움직인다거나 다리를 떠는 행동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즉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행동분석 전문가의 말에 함께 자리하고 있던 CIA 국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이 엄청난 건 사실이란 말이군.”
그러자 함께 있던 FBI 국장이 대답했다.
“이미 지난 번 작전에서 증명했으니까.”
화면에서는 다시 제임스가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냥 보면 알 수 있다. 혹시 그게 본인이 직접 만든 랜섬웨어라 그런 건 아닙니까?
그러자 화면 속 승호가 바로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아닙니다.
승호의 부정에 제임스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그 엄청난 놈을 누가 만들었을 까요. 혹시 짐작 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 정도의 랜섬웨어를 만들 실력이라면 미스터 강과 비등한 실력을 가진 사람일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모니터에 달려 있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말에 행동분석 전문가를 비롯해 CIA 국장. FBI 국장도 두 눈에 힘을 주어 승호를 지켜보았다. 승호는 NSA의 보고에 의해 랜섬웨어 제작 용의자 1순위로 의심받고 있었다.
그러나 어떠한 물증도 없는 상황.
만일 오늘의 대화를 통해 어떤 의심 점이 흘러나온 다면 더 자세히 파볼 생각이었다. 모니터 속 승호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건 아마 하늘만이 알 겁니다.
방금 전 과의 대답과 행동이나 말투에 큰 차이가 없었다.
“전부 진실입니다.”
그 말에 두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승호는 자신이 그 랜섬웨어를 만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이 아닌 팔과 눈을 이식해준 고마운 기증자 덕분이라 생각했다.
진심으로.
제임스가 한 번 더 승호를 압박했다.
-하늘만이 안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 혹시 아십니까?
속으로는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이런 심문에 대답하는 거였나? 승호는 참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모니터 속 승호가 표정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저도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이게 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입니까? 일방적으로 의심하고, 일방적으로 대답 하는 게?
역 질문에 모니터 속 사무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행동분석 전문가가 빠르게 입을 열었다.
“단단히 기분이 나빠진 것 같습니다.”
두 국장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이내 스피커를 통해 승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한국에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 꼭 그 꼴이군요. 이래서야 만약 미국이 매그니토 급의 랜섬웨어에 감염되었을 때 제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겠습니까?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승호의 말투는 한 없이 딱딱했다. 그 말을 들은 행동전문분석가가 다 시 한 번 자신의 임무에 충실 했다.
“대로하셨습니다.”
FBI 국장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행동분석 전문가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