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11)
탑 코더-111화(111/303)
# 111
치고 박고
야당의원의 기자 회견으로 인해 승호는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그밖에도.
넥스터.
바나나톡.
튜브넷.
등등.
인터넷은 온통 승호 관련 이야기로 세상이 시끌벅적했다. 특혜를 받았다는 뉴스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관련 기사에 수두룩 빽빽하게 달린 댓글들.
-역시 갓승호님이네. 이 정도면 무궁화 훈장 급 인정?
-하늘 아래 해커는 단 둘 뿐이다. 컴퓨터와 갓승호님.
-그러고 보면 얼마 전에 갓승호님이 출시한 서비스를 선진에서 계약해지 한다고 하지 않았음?
-ㅇㅇ. 대기업이 대기업 한 거지.
-국민 기업과 국민 영웅의 한판 승부 시작!
-난 국민 영웅에게 한 표.
-나도.
-손.
-손2.
대부분이 비슷한 내용이었다. 국민 영웅을 응원한다. 승호에게 입혀진 스토리는 하루 종일 국민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며 잔잔한 일상에 청량감을 주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퍼져 나갈수록 난감해진 건 청와대였다.
“당시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관련 내용이 퍼졌습니다. 개별 인원들에게 서약을 받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터질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국가 안보실장의 대답에 비서실장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결국 공식 입장 발표 밖에는 없단 말인가?”
안보실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야당이 엄청나게 물어뜯겠구만.”
“탈 원전이 저희 기조이니. 큰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명분을 얻을 수도 있고요.”
“자네도 알잖아.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공약이야 표를 얻겠다는 측면도 일부 있으니.”
안보실장이 입맛을 다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당시 대통령님께서 월성까지 내려가 직접 현장 지휘를 하신 기록이 있으니까요.”
“오히려 그래서 까일 수도 있어. 각자의 역할이 있음에도 최고지휘관이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고. 왜 충무공에 관한 일화도 있지 않은가.”
“부하들을 믿지 못하고 일일이 챙겼던 일화 말씀이십니까?”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터질 수도 있을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기가 너무 일찍 와 버렸다.
“어쨌든 공식 담화문 발표는 해야겠지.”
“준비하겠습니다.”
***
해당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정부와 약속했다. 승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침묵을 지키며 사무실로 피신했다. 그럼에도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아예 전화기를 꺼버렸다. 그러나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기 까지 전부 꺼버릴 수는 없었다.
띠리리리.
울리는 소리에 전화를 받으면.
-xx일보 한상진 기자입니다. 강 대표님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요.
-죄송합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다. 업무관련 전화를 받는 것이 힘든 상황. 직원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우리 대표님 말이야. 전 부터 생각했는데 좀 멋있지 않아?”
“난 입사 때부터 생각했는데.”
“계약도 척척 따내 오시고. 이번에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원자력 발전소 문제 해결이라니.”
여직원이 두 손을 꼭 잡은 채 게슴츠레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영화 속 주인공 같다.”
“서현석의 스타트 업 때 팬 카페가 생길 장도였으니까.”
“팬 카페? 거기가 어디야. 나도 대표님 덕질 좀 시작해보게.”
“호호, 너도 가입하게? 팬 카페 이름이 뭐냐 하면.”
옆 자리에 앉아 있던 황시내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기울이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바로 했다.
“흠흠.”
괜한 헛기침을 하며 보고 있던 인터넷 창을 새로 고침 했다.
-(속보) 대통령 공식 입장 발표. 월성 원자력 발전소 사건은 사실. 당시 나라를 힘써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전한다.
-(속보) 시내소프트 강승호 대표. 목숨을 아끼지 않고 끝까지 남아 문제 해결 공식 확인.
그 뉴스를 확인한 황시내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대통령님 공식 입장 나오고 있어요. 거기에 대표님 이름이.”
그 말에 다른 직원들이 일제히 황시내 자리로 달려들었다.
사무실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자리에 앉아 있는 승호.
그리고 빔 프로젝트를 틀고 실시간 뉴스를 시청하는 직원들.
“꺄아! 대표님 진짜 발전소 폐쇄 된다고 했는데도 남아 계셨어요?”
한 직원의 질문에 승호가 머쓱한 표정으로 괜히 코끝을 만지작거렸다.
“당시에 상황이 너무 급했으니까요.”
“이야 진짜. 다른 요원들 철수하는데 끝까지 남았다니.”
“야, 나 진짜 미치겠다. 지금 지릴 뻔.”
“저 오늘 대표님께 반했습니다.”
“흠흠.”
직원들의 환호에 승호가 괜한 헛기침을 했다. 뉴스에는 당시의 일이 소상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당에서는 국정 감사를 해야 한다며 정치 공세를 벌였기에 정부는 한 톨의 의혹도 남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마침 대한 대학교에 있던 강승호 대표가 가장 먼저 사실을 인지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알려왔습니다.
-이후 헬기를 타고 발전소로 이동. 문제 해결에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뉴스를 보던 황호근이 툭 한 마디를 던졌다.
“그때 이런 일이 있었구나.”
승호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벌써 1년이 지난 일을 이렇게 다시 보니 낯이 간지러우면서도 뿌듯함이 밀려왔다.
-맞습니다. 발전소 폐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강승호 대표는 끝까지 남아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했고, 결국 해결. 발전소는 안정을 찾았습니다.
“우와! 그러니까 지금 발전소 폐쇄되는 와중에도 끝까지 남아서 결국 문제를 해결했다. 이 말이지?”
“대박. 대박! 나 지금 소름 돋았다.”
“대표님! 대표니임!! 저게 정말 입니까?”
“하하, 네 뭐.”
“마 이게 시내 소프트다!”
다양한 직원들의 반응에 승호의 어색한 미소가 커져갔다.
***
같은 시각.
고동만도 사장실에 앉아 TV로 전해지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진짜 어마어마하구나······.”
아마 시기가 비슷했다. 회장님이 자신을 호출에 강승호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 것이.
“이런 식이면··· 돈으로 못 살수도 있겠는데.”
고동만이 순수하게 감탄을 하며 TV를 시청했다. 목숨을 걸고 어떤 일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하물며 그게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일이라면.
-강승호 대표는 평소 자신이 나온 보육원에도 꾸준히 기부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육원 인터뷰 영상 보시겠습니다.
-우리 승호형이요? 요새는 바빠서 잘 안 오시는데 한 2, 3 달에 한 번 왔어요. 와서 축구도 하고. 컴퓨터도 줬어요.
원생의 인터뷰가 끝나자 바로 원장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강승호 대표는 고아원에서 부터 성실하게 생활했습니다. 항상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고, 착한 친구였어요.
인터뷰가 끝나자 다시 기자가 마이크를 받았다.
-그의 선행에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며 국민 영웅. 국민 기업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발전소 사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닌. 강승호 개인 그리고 승호가 속해 있는 회사까지 다루고 있었다. 파내면 파낼수록 미담 밖에 나오지 않았다.
“흐음······.”
고동만이 침음을 흘리는 사이 다시 화면이 전환 되었다-현재 강승호 대표가 기자회견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현장에 기자 연결해 보겠습니다.
-전승훈 기자.
-네. 전승훈입니다.
-강승호 대표가 기자 회견을 수락했다고요?
-네. 맞습니다. 앞으로 한 5분여 뒤 강승호 대표가 직접 이번 일에 대한 소회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은 몰려든 취재진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으며······.
그렇게 5 분여가 지난 뒤.
승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찰칵찰칵찰칵.
셔터를 누를 때마다 번쩍이는 플래시가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아아, 안녕하십니까. 강승호 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들과는 벌써 세 번째네요.”
몇몇 기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승호의 입가에도 여유로운 미소가 걸렸다.
“많은 분들이 요청해. 결국 다시 여러분들 앞에 섰지만 사실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자들은 마이크를 들이밀며 소리쳤다.
“당시 상황이 어땠습니까? 해킹을 당했다고 하는데 범인은 밝혀낸 건가요?”
“원전은 해킹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떤 방식이 사용 된 겁니까?”
승호가 마이크에 대고 한층 강한 어조로 말했다.
“사전 공지해 드린 데로 여러분들의 질문에 대답하다 혹여 안보상 중요한 사실이 흘러나갈까 염려되기에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준비했던 말을 이어나갔다.
“정부에서 나온 발표는 전부 사실입니다. 해당 작전에 참여 했었고, 끝까지 남아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당연한 일을 한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또 그런 일을 하라고 하면··· 사실 좀 두렵기는 합니다. 당시에도 용기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진솔한 이야기에 소란스러움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기자들은 승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도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 일을 한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일로 인해서 기자 여러분들이 더 이상 유니콘 선정 과정에 어떤 의혹이 있는지 묻지 않으시니.”
승호가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들자 대강당이 고요해졌다.
“오늘 제가 이렇게 다시 기자 회견을 한다고 한건 바로 이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나라를 위해 힘썼으나, 받은 특혜는 1도 없는 제게 누가 그런 누명을 씌웠는지 꼭 알고 싶습니다.”
승호가 정면을 주시했다. 두 눈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그리고 한자 한자 또박 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저 같은 중소기업인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국민여러분들이 도와주십시오. 더 이상 저 같이 억울한 누명을 쓴 중소기업인이 나오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자리에서 내려갔다. 기자들이 미친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TV로 뉴스를 보던 고동만이 마른 침을 삼키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방금 전 카메라를 노려보던 승호의 눈빛이 뇌리에 박혀 지워지질 않았다.
“저거 분명 우리한테 하는 말 같은데······.”
중얼거림이 가시기도 전에 벌컥 문이 열리며 한종균이 사장실로 들이닥쳤다.
“방금 뉴스 봤어? 저거 분명 우리를 타겟으로 하는 말이지?”
고동만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흥분한 한종균이 목소리를 높였다.
“건방진 자식이 어디서 감히. 저런 놈에게 3조나 주자고? 난 반대다. 절대 반대야.”
반대로 고동만의 목소리를 한 없이 낮아졌다.
“선진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나?”
한종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선진은 업종이 다른데 왜 그런 걸 해.”
그러자 고동만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러면 매그니토를 해결 할 수는 있었나?”
이번에도 한종균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보안 업체에 외주를 주면······.”
고동만이 한종균의 두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그러면 인공지능으로 포트를 이길 수 있겠나?”
한종균은 입맛을 다실 뿐 더 이상 입을 떼지 못했다.
순간.
고동만의 전화기가 울렸다. 둘은 동시에 전화기를 보았다. 왜 인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고동만입니다.”
“어, 어··· 뭐?”
“아, 알았네.”
고동만이 마른 침을 삼키며 전화를 끊었다.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심각했다. 한종균이 긴장 가득한 낯빛으로 물었다.
“뭐야, 누군데 그래.”
“미국 쪽에서 온 연락인데.”
“그런데.”
“엔진 S에서 ZONE 서비스 앱을 빼면··· APL에서 빼겠다고 하네.”
APL.
미 국방부 승인 제품이라는 뜻으로 APL에 등재된 제품만이 미 국방부에서 사용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 만큼 강력한 보안을 자랑하는 제품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한종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차피 미 국방부에 납품되는 양은 얼마 안 되니 상관없잖아.”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상징성이 주는 마케팅 효과는 수 천 억을 넘어.”
그리고 또 한 번 고동만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고동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한종균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왜 또.”
“시내 소프트.”
한종균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시내 소프트? 이제야 자신들 처지를 알았나 보지.”
“엔진 S에서 앱을 빼자고 하네.”
“뭐?”
“자네 말대로 해주겠데.”
한종균이 뿌득 이를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