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12)
탑 코더-112화(112/303)
# 112
치고 박고
고동만은 바로 한종균과 함께 회장실을 찾았다. 방금 전의 상황 설명을 해 나갈수록 김희건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미 국방부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고?”
“네. 만약 ZONE 앱이 빠진다면 APL에서 빼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받을 타격은요?”
“납품 비중이 얼마 되지 않아 실질적은 타격은 없습니다. 다만 마케팅 효과가 줄어 들 것 같습니다.”
“수치로 말해보세요.”
“대략 천 억 가량 됩니다.”
“천 억···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상당히 기분이 나쁘군요.”
직접적인 언급에 한종균이 나섰다.
“이 참에 아예 싹을 밟아버려야 합니다. 계속 오냐오냐 하니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생각해둔 방법은 요?”
“미국 쪽 로비라면 선진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내 소프트 프로그램에 대한 꼬투리를 잡아 문제를 삼으면 됩니다. 이를 테면 정부에 도입 되는 보안 프로그램은 타국 제품을 사용하면 안 된다.”
한종균이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중국 쪽에서는 바로 반응이 올 겁니다. 지금까지 중국과 선진이 쌓은 신뢰는 시내 소프트에 비할 바가 아니니까요. 더구나 그쪽은 폐쇄적인 나라. 금세 계약을 파기 할 겁니다. 그게 안 되면 플랜 B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김희건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한종균을 바라보았다.
“자신 있나 보군요?”
“맡겨만 주시면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김희건의 시선이 고동만을 향했다.
“고 사장님은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설득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어쩌면 선진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한종균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자네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회장님도 느끼시고 계실 겁니다. 선진이 할 수 없는 일을 저 친구는 계속 해내고 있다는 걸.”
김희건은 묵묵히 고동만의 말을 듣기만 했다. 한종균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진이 못하는 건 없어.”
“방금 했던 질문들. 다시 할까?”
한종균이 입술을 꽉 깨물며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고동만이 다시 김희건을 바라보았다.
“회장님이 항상 말씀 하셨듯이 선진도 변화해야 합니다.”
변화.
혁신.
김희건이 항상 강조하는 말이었다.
“그가 3조에도 회사를 팔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러면··· 협력해야 합니다. 저희가 포트와 협력해 엔드로이드 폰을 출시하는 것처럼.”
“그게 비교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나? 포트와 시내소프트를 비교 하는 게?”
한종균의 거친 반발에도 고동만은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엔드로이드를 개발한 루빈이 포트 보다 먼저 우리를 찾아왔던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만약 그때 우리가 엔드로이드와 협력했다면 포트의 위치에 선진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김희건이 턱 주변을 만지작거렸다. 장고에 들어갔을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한종균이 한 번더 강조 했다.
“회장님 맡겨만 주시면 제가 제대로 처리 하겠습니다.”
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초조해진 한종균이 한 번 더 입을 열려는 찰나. 김희건이 오른 손을 들었다.
“그만.”
그리고 고동만을 보며 말했다.
“협력을 한다는 건 시내 소프트 인공지능 플랫폼을 우리 쪽에 넣겠다는 말인가요?”
“네. ZONE 서비스를 도입한 것처럼. 이용료를 내고 시내소프트 서비스를 도입할 생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김희건이 다시 장고에 들어갔고, 집무실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
황호근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엔진 S. 선 탑재를 빼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포트와의 인공지능 대결에서 이기면 포트에서 ZONE 앱을 선 탑재해 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기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승호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이번에도 이길 겁니다.”
승호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그제야 황호근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엔진 S에 기본 탑재된 덕에 엄청난 수의 개인 사용자를 확보했다. 여전히 그 사람들이 떨어져나갈 걱정이었다.
“휴우, 그러면 대표님 말대로 해도 큰 문제가 없겠군요.”
“선진의 미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넘어서야 할 산이니까요. 더구나 이번 의혹. 심증은 있지만 물증만 없는 상태였지 않습니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함께 있던 최기훈도 고개를 주억 거렸다.
“승호, 아니 강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하하, 네.”
그러나 황호근의 염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공개적으로 도발을 한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와 회사에 전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 될 테니 앞으로 누구든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다행이지만······.”
계속되는 걱정에 최기훈이 나섰다.
“원래 나이가 많아질수록 걱정이 많아지는 법입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대표님은 대표님 길을 가시면 됩니다.”
그 말에 황호근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견 동의하는 바였다. 그렇게 셋이 회사의 앞날에 대해 논하고 있을 때 직원 한 명이 셋에게 달려왔다.
“대표님 이사 끝났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선 승호의 시선이 위 아래로 움직였다. 눈앞에는 초여름 햇살을 가로 막는 거대한 빌딩이 한 채 서 있었다.
무려 7층.
대지 300여평.
연면적 800여평 규모를 자랑하는 빌딩이었다. 빌딩의 오른쪽 상단에는 시내 소프트라는 거대한 간판이 떡 하니 붙어있었다.
“들어가시죠.”
승호의 말에 일행이 빌딩 안으로 들어섰다.
사무실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어수선했다. 직원들도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는 작업이 한창 이었다. 승호는 사무실을 쭉 둘러보고, 서버 실이 마련되어 있는 다른 층으로 이동했다.
1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서버 실.
ONE 개발을 위해 특히나 공을 들인 곳이었다.
대당 300만원이 넘어가는 머신 러닝용 서버만 300여대.
웅장한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서버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기에 마련된 개발용 서버까지 합치면 회사에서 운용하고 있는 서버만 대략 500여대.
최초 자신이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운용하는 서버는 5대 밖에 되지 않았다. 서버 규모로만 보면 100배가 성장한 것이다.
승호는 천천히 서버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서버를 살펴보았다. 오른 손을 대면 떠오르는 숫자.
능력을 자꾸 쓰다 보니 숫자를 해석하는 시간도 대폭 단축되었다. 예전에는 애써 떠올려야 했던 지식들이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아 자신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느껴지던 이질감도 이제는 거의 느껴지질 않았다. 그렇게 한 대 씩 대략적으로 서버를 확인하며 지나칠 때 쯤.
“어?”
뭔가 이질 적인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01110000111110000.
-10001100000001111.
다른 서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프로세스가 보내는 정보였다.
승호는 바로 해당 서버에 ssh로 접속해 프로세스를 확인하는 명령어를 날려 보았다.
ps -aux.
리눅스 서버에 떠 있는 모든 프로세스를 보여 달라는 명령어.
두 대의 서버를 각각 비교 해 보았으나, 자신이 본 숫자를 사용하는 프로세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손을 대면 다시 보이는 정보.
ps 명령어로는 찾을 수 없는 프로세스.
“설마··· 백도어?”
전형 적인 백도어 프로세스였다. 승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해 원인을 파악해 나갔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난 뒤.
“누군가 PS 명령어 자체를 바꿔치기 해놨어······.”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이 서버들은 회사 내에서 접근 할 수 있는 사람이 총 3명밖에 없었다. 회사 밖에서는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님들을 비롯해 몇몇 대학원생들.
용의자는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밖에도 서버에 접근 할 수 있는 사람은······.
“최초 이 서버를 납품해 준 사람들도 있겠어.”
그렇게 되면 용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럴 때 범인을 잡기 가장 좋은 방법은.
승호가 표정을 굳히며 작업을 진행했다.
***
다크 웹.
특정 에이전트를 설치해야 접속할 수 있는 이곳은 수많은 해커들의 놀이터였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해커들 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으면 각종 해킹 툴 판매. 해킹 한 개인 정보 거래. 직접 적인 해킹 의뢰 등등.
한종균은 익숙하게 mr.shan 이라는 아이디로 그곳에 접속해 xxxiii 라는 아이디에게 채팅을 시도했다.
mr.shan : 일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나?
xxxiii : 백도어 설치 완료. 돈은?
mr.shan : 아직 일이 마무리 되지 않았잖아.
xxxiii : 난이도가 올라가서 금액이 높아졌어.
mr.shan : 뭐?
xxxiii : 시내 소프트 쪽을 해킹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잖아. 그쪽은 나도 조심해야할 업체 중 하나야. 매그니토를 누가 해결 했는지 너도 들어 봤을 텐데?
한종균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하는 짓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부탁하는 입장이었다. 한종균은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으로 겨우 키보드를 두드렸다.
mr.shan : 얼마나.
xxxiii : 두 배.
쾅.
한종균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키보드를 내리 쳤다.
“진짜 미친놈이잖아!”
그럴수록 시내 소프트에 대한 적의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xxxiii : 만약 시내 소프트라는 걸 알면 누구도 하려 하지 않을 거야.
mr.shan : 알았으니까. 일이나 똑 바로 처리해.
xxxiii : 내가 아니면 누구도 하지 못한다.
그 말을 끝으로 한종균이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채팅 창을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 만 수억.
일이 잘 처리만 된다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일이 제대로 처리 되지 못했을 때.
그때 돌아올 회장님의 질책이 두려웠다. 아직 자신은 올라가야 할 곳이 많이 남아 있기에.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렇게 수 분 을 기다렸을까.
바로 연락이 돌아왔다.
xxxiii : 완료. 나머지 잔금 입금해.
mr.shan : 이렇게 빨리?
xxxiii : 빠르면 좋은 것 아닌가. 입금하면 서버에 설치되었던 프로그램 전부를 넘겨주지.
한종균은 의심 없이 바이트 코인을 전송했다. 다크 웹에도 나름대로의 규칙은 있었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면 사용자 등급이 올라간다.
그렇게 올라간 등급은 곧 신뢰.
신뢰 할 수 있는 해커는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한종균이 일을 맡긴 해커도 최상위 등급.
그랬기에 의심 없이 돈을 넘겼다. 그래도 리스크는 존재했다.
소위 말하는 먹튀를 비롯해서, 이상한 결과물을 넘겨주는 경우 등등. 그러나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파일을 전송 중입니다.
그렇게 넘어온 파일 용량이 200m 가량.
한종균은 다운로드 받은 파일을 바로 기술 연구소 쪽으로 넘겼다.
“이거 좀 분석 해봐. 어떤 프로그램인지.”
이런 일이 종종 있었기에 연구 소장은 익숙하게 파일을 받아, 직속 연구원들에게 넘겼다. 연구원들은 압축을 풀어 파일을 하나씩 분석해나갔다.
200m가량.
수 백 개가 넘는 파일.
양이 너무 많았기에 각 파일들을 최대한 나누어 분석했다. 실행을 해보기도 하고, IDA를 이용해 어셈블리로 만들어 내용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수일이 지났을 때.
분석을 진행하던 연구원의 PC가 갑자기 꺼지더니 재부팅 되었다.
“뭐야, PC 바꿀 때가 됐나..”
“어, 너도 재부팅 됐어?”
“내 것도.”
“나도 그래.”
분석을 진행하던 연구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건 시작에 불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