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19)
탑 코더-119화(119/303)
# 119
세기의 이벤트
며칠 뒤.
국정원 지하벙커 B-1 룸.
사이버보안담당관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댔다.
“선진 문제를 강 대표가 해결 했다고?”
“네. 투입 된지 하루 만에 해결 했습니다.”
“······.”
“양재 R&D 센터에 파견 나가 있는 요원들의 말에 따르면 거의 전광석화 같은 속도라고 하더군요.”
부하 직원의 보고가 이어 질수록 담당관은 더 머리가 아파졌다.
“문제 원인은?”
“최초 연구소 PC에서 악성코드를 다운로드 받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파일을 실행. 악성코드가 다운로드 되어 유포되었습니다.”
부하직원이 빠르게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이후는 이미 알고 계신 내용과 동일합니다. 해당 악성코드가 PC를 재부팅 하거나, MBR 영역을 파괴. 아예 못 쓰게 만들어 버린 것이죠.”
“해당 연구원은 확인해 봤어?”
“자신의 PC가 감염되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이게 백신을 돌려도 나오지 않다 보니.”
“강 대표, 강 대표, 강 대표. 이러다 우리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건 아닌지 몰라.”
그러자 부하직원이 픽 웃음을 흘렸다.
“하하, 공무원 좋다는 게 뭐겠습니까.”
담당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지금 웃음이 나오나?”
그제야 직원은 농담이 아닌 질책이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언제까지 국정원의 일을 강 대표에게 맡길 거야? 강 대표가 없으면 그냥 넋 놓고 바라보기만 할 건가?”
“아,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번 작전에서 요원들은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직원의 변명에 담당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자신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요원들은 충분히 노력 했다. 그러나 실력이 부족했다. 그 사실이 더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부하직원은 이때다 싶어 빠르게 입을 열었다.
“당장 상부에 지원 요청해서 요원을 확충해야 합니다. 중국은 10만 해커 양병 설을 외치고 있는데 저희 쪽은 인력이나 자금 전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몇 번 말했어. 소용이 없더라.”
“박봉에 일은 많은데 어떤 능력 있는 친구가 이곳에 오겠습니까.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알고 있다니까.”
“그러면 어서 강 대표라도 국가전략자산에 선정해야 합니다. 그가 떠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종종 이곳으로 와 요원 교육도 해주면 실력도 상승 할 테고··· 선진 건 까지 해결 했으니 위에서도 더 이상 반대하지는 못할 겁니다.”
담당관이 목을 젖히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말이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과연 강대표가 수락할까?”
부하직원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담당관이 질문을 바꿨다.
“네가 만약 강 대표라면 어때?”
“저라면 바로 수락합니다. 거기에 선정되면 받게 되는 혜택이 상당하니까요.”
“나라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하직원이 조용히 기다리자 담당관이 말을 이었다.
“그는 이미 탑 클래스를 넘어서는 기술자. 정부 연구 자료들을 굳이 열람할 필요가 없지. 더구나 경호는 말 할 필요도 없고.”
“비상사태 시 1순위 대피 대상이 되어 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PMC(민간군사기업)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나? 아니면 그냥 전세기 타고 미국으로 떠나면 그만일세. 그가 간다고 하면 미국에서도 두 팔 벌여 환영 할 테니까.”
담당관의 반박에 직원의 목소리가 한층 작아졌다.
“아직 시내소프트에 전세기는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 선진에서 일어난 일을 해결해주고 또 얼마를 받았을까? 또 ONE이라는 인공지능으로 포트와 대결을 하려는 시내 소프트의 가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앞으로 돈은 차고 넘치도록 많이 벌릴 거야.”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최소 수 조.
어쩌면 수십조의 부자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다 이런 결론에 다다랐어. 그를 붙잡기에는 너무 늦었다.”
“······.”
“5년 전 작계 5015 유출 때 우리 요원들이 할 수 있었던 건 유출의 흔적을 찾아내고, 적을 식별하는 정도였지. 그러나.”
“강 대표가 있다면 북한에 역으로 공격을 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맞아. 그래서 꼭 붙잡고 싶은데··· 도무지 방법이 생각나질 않아.”
“휴우··· 쉽지 않군요. 그러면 일단 국장님께 먼저 보고 드리는 게.”
“이미 드렸어.”
“그러면 어서 강 대표한테 연락을 해서······.”
“거절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포기하란 말인가?”
부하직원이 입을 다물었다. 담당관의 고민이 깊어갔다.
***
포트와의 대결 까지 M-4.
승호가 모니터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진의 연구원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현재 알려진 초기 TPU의 형태와 비슷하긴 하군요. GPU가 사용하는 23-bit 부동소수점 연산 대신 16-bit 정수 연산을 수행하게 만들어 성능을 높인다.”
“이중 핵심은 multiply unit입니다. 해당 유닛에 들어가 있는 칩은 특히 단순 반복 대량 연산에 특화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선진 전자 연구원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질 만큼 NPU는 GPU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TPU에 비해서는 의문이었다.
“이 성능이면 포트에서 3년 전 발표했던 TPU와는 비슷할 것 같습니다.”
“하하, 선진이니 이 정도 만들어낸 겁니다. 다른 회사들은 엄두도 못 낼 겁니다.”
과한 자신감에 승호는 한 마디를 덧붙이려다 참았다.
‘포토북이나 인더스에서도 인공지능 전용 칩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사람에게서 NPU 관련 내용을 확실하게 뜯어내야 한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기존의 NPU를 뛰어넘는 놈을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승호가 모니터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보시면 Systolic array를 사용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 까요? 이건 여러 셀들이 특정 동기 신호에 맞춰 하나의 연산을 수행하도록 만든 처리기 인데.”
“하하, 맞습니다. 하드웨어도 조금은 알고 계시군요.”
연구원이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연산기 전체에 동시 계산 피연자를 공급하는 것이 메모리에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메모리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지요.”
“흐음······.”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연구원의 말에 집중했다. 이곳에 오기 전 설계 문서는 수십 번 확인했다. 몇 가지 궁금증을 직접 물어보기 위해 찾아왔다. 하나씩 그 궁금증은 해결 되며, 머릿속의 지식들이 융합작용을 일으켰다.
0과 1.
그간 그 세계를 직접 들여다보며 NPU 성능 개선 방안에 대해 고민해 왔다. 그 그림이 머릿속에서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에 빠져 있는 승호를 오해한 연구원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하, 꽤 어려운 내용이니 천천히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관련 내용은 인터넷에도 많으니 참고해보시면 되고요.”
승호는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단단히 오해한 연구원이 말을 이었다.
“정 궁금한 게 있으면 제게 직접 물어보셔도 되는데··· 제가 조금 바빠서. 일단 전 다른 일 처리 좀 하고 올 테니 천천히 보고 계세요.”
그렇게 두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연구원에게 승호가 약간 변형된 설계도를 내밀었다.
“이거 한 번 검토해 보시겠습니까?”
이미 소프트웨어 관련해서는 다른 사람의 검토가 필요 없을 만큼의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하드웨어는 아직 아니었기에 자신이 머릿속으로 만든 게 정말 확실한 건지 확인이 필요했다. 모니터를 확인한 연구원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설계도를 이렇게 함부로 변경하시면 안 되는데······.”
승호가 바로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먼저 ONE은 16-bit 연산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8-bit 만으로 충분하기에 그 부분에서 생기는 비효율을 줄였습니다.”
당황한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셨습니까.”
“네. 그리고 말씀하신 메모리 효율을 위해 사용하는 Systolic array 부분에 캐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 했습니다. 그러면 메모리 사용 효율이 더 높아질 테니까요.”
승호가 말을 이어갈수록 연구원이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뭐, 조,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다음으로 현재 NPU에서는 딥러닝의 training단계가 지원이 되지 않고 있어서 해당 기능을 스펙에 추가해 봤습니다. 그 작동 방식은 어떻게 되느냐 하면······.”
이제는 아예 모니터에 코를 박고는 눈을 떼지 못했다.
***
실리콘 밸리 포트 본사.
코딩에 열중하고 있는 에이든에게 헤나가 다가왔다.
“봤어?”
“뭘?”
“스탠포드 스쿼드에 올라온 기록.”
“그걸 왜 봐. 우리 델타는 그런 곳에서 구르는 친구가 아니야.”
“그러면 국제패턴인식협회(IAPR)에 올라온 건?”
“당연히 안 봤지.”
“한 번 보는 게 좋을 텐데.”
“바빠. 강승호 그 놈을 이기려면 한 시가 바쁘다고.”
헤나가 에이든의 어깨를 톡톡 쳤다.
“바로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도?”
“뭐?”
그제야 에이든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헤나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시내 소프트 이름이 그 두 군데를 비롯해. 총 다섯 군데 올라왔어. 전부 인공지능 관련 대회로.”
에이든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어디야.”
“방금 말해줬잖아.”
“거기 말고 나머지 세 군데.”
“MIT 트로비아. 윈더의 AI 챌린지. 캠브리지의 뉴런.”
에이든이 두 눈에 꽉 힘을 주었다. 그리고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여 각각의 사이트에 접속했다. 전부 유명한 인공지능 대회 이름이었다.
“여기도 1등··· 여기도 1등. 여기도······.”
확인을 해나가던 에이든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이미 확인해 봤어. 전부 1등이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나봐.”
“이번에야 말로······.”
에이든이 전의를 불태우는 사이 곱슬머리 금발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사내가 둘 에게 다가왔다.
“에이든. 또 뭘 보고 그렇게 흥분해 있어.”
“제프! 제가 말 한 그 녀석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다가온 사내의 이름은 제프 월슨.
포트의 인사 시스템 최고 레벨이 10일 때 11로 승진한 남자.
그와 관련된 일화는 인터넷에 돌아다닐 정도로 많았다.
-그가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때면 먼저 바이너리 코드로 작성한다.
-제프의 키보드에는 0과1 두 개의 키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제프가 빌드를 하는 이유는 컴파일러의 버그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포트 내에서도 천재로 인정받는 개발자.
그 역시 포트의 델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난 번 만났던 강승호라는 사람?”
에이든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재까지 다섯 군데 인공지능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뭐 놀랄 일이라고. 당연한 일이지. 그 정도 실력도 없었으면 이 번 대결을 추진하지도 않았어. 그래서 에이든. 내가 낸 문제는 어디까지 해결 하고 딴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좀 볼까. 한직에서 핵심부서로 옮겨줬으면 일은 제대로 해야겠지?”
그 말에 에이든이 마른 침을 삼켰다. 헤나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제프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헤나도 이리 와서 앉아야지.”
순한 양이 되어 버린 헤나가 자리에 앉았다.
“자, 이번 델타 제로에 적용된 단일 신경망을 최적화 하는 수식에 대해 내게 다시 설명 해봐.”
헤나가 우물쭈물 거리는 찰나 직원 한 명이 셋 에게 다가왔다.
“소식 들었어요? 선진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ASIC 칩. NPU를 ONE에 이식한다는 말.”
제프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흥분한 에이든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우리 TPU 한 테는 안 될 거야.”
“듣기로는 기존 GPU 성능의 수십 배에 달하는 성능을 발휘 한답니다. 그러면 초기 TPU와 비슷한 성능이에요.”
제프가 둘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자, 들었지? 너희 둘이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헤나도 어디 가서 항상 똑똑하다는 말을 들어왔으나 제프에게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에이든은 달랐다.
“정책 망을 통해 판단 후보를 추려내고, 가치 망에 대입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절차가 간소화 되었는데 이게 어디 부분이냐 하면.”
자리에서 일어난 에이든이 화이트보드에 다가가 거침없이 수식을 적어나갔다. 그 모습을 제프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세기의 이벤트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