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2)
탑 코더-12화(12/303)
# 12
갑질을 이기는 기술
────────────────송보나가 어두운 안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KU통신사 개인정보를 탈취한 해커들이라 주장하고 있어요. 앞으로 이 주. 그 안에 1000 이더리움을 송금하지 않으면 선진을 해킹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른 바 해킹 예고장.
송보나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메일의 메타 데이터를 확인해서 메일 발신지를 추적해 보았지만 너무 많은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 대표적으로 한국의 KT가 있다)를 거치고 있어서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송보나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단서는 이메일 말고는 없는 상황. 결국 보안을 철저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KISA와 협력하여 선진에서 운용 중인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보안점검을 벌였습니다.”
김신우가 말을 덧붙였다.
“사내에서 운영 중인 웹 코드들이 인터넷상에 무방비로 노출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일단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방법으로 난독 화를 했지만 그건 임시방편이라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김신우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마침 시내 소프트가 제출한 보안 지적 사항을 검토 하던 중 난독화 모듈을 적용하신 걸 확인하고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겁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고 귀사의 코드 난독 화 솔루션이 당사에 도움이 된다면 방금 같은 시연회 과정은 거치지도 않고 바로 채택 될 수도 있습니다.”
상대는 설명을 들어보길 원했다. 황호근의 고민이 깊어졌다. 자신이 내릴 수 있는 판단이 아니었다. 결국 시선이 승호에게로 향했다.
난독화 모듈은 승호 혼자 개발한 것이었기.
“지금 보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핵심 기술을 노출하게 될까?”
승호가 입술을 깨물며 턱을 문질렀다.
‘어떻게 해야 하지······.’
만약 자신이 지금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된다면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곧 저들이 자신과 비슷한 실력이라면 만들 수 있었다.
‘대기업이니까 실력이 나 못지않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것이 자꾸 꺼려졌다.
‘그렇다면······.’
결론을 내린 승호가 입을 열었다.
“저희 난독 화 모듈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지금 까지 드린 설명과 확인 하신 코드로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신우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에도 선진 쪽으로 소프트웨어를 납품하겠다는 업체 전화가 수십 통이 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 같이 자신들의 기술이 최초로 개발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김신우의 한숨에 섞여 있는 건 냉소였다. 이대로라면 계약이 무산 될 것 같았다. 고심하던 승호가 주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찾고 있던 공유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 시내 소프트가 어떤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드리면 되겠군요.”
승호는 말을 하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공유기에 오른 손을 살짝 얹었다.
그러자 눈앞에 떠오르는 0과 1의 향연.
그 중에서 김신우나 송보나에게로 흘러들어가는 데이터를 집중 적으로 살폈다. 약간은 공격적일 수도 있는 말과 행동에 사무실에 정적이 흘렀다.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현재 초 연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보안은 더욱 중요한 기술로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연결 되어 있다는 건 곧 내 정보가 다른 이에게 의도치 않게 흘러 들어 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면서도 공유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수많은 0과1이 공유기를 통해 흘러 다녔다.
“그러나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한 건 없습니다. 아무리 보안을 튼튼히 한다고 해도 어디에나 허점은 있고, 그걸 파고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0과1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황호근의 핸드폰으로 또 송보나, 김신우가 가진 기기들로 흘러들어갔다.
“저희의 난독화 솔루션에도 아직은 찾아내지 못한 허점이 존재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만든 사람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라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왜냐 하면······.”
대충 생각나는 대로 말을 늘어놓았다. 다행히 자신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찾았다.’
원하던 것을 찾은 승호는 눈에서 힘 을 풀었다. 그리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톡이 왔네요. 코드 난독화 솔루션 평균 단가 앱 : 100만원 웹······.”
순간 사무실이 고요해졌다.
거의 동시에 ‘바톡’ 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신우의 핸드폰이 알림 음을 토했다. 황급히 핸드폰을 확인한 김신우가 놀란 눈으로 승호를 보았다.
“지금 설마······.”
김신우가 멍하니 승호를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영문을 모른 채 둘 을 보고 있었다. 김신우가 핸드폰을 들어 옆에 앉아 있는 송보나에게 보여 주었다.
“어억!”
송보나가 억눌린 비명을 토했다.
“도대체 어떻게······.”
김신우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뭡니까. 뭘 어떻게 한 거예요. 설마 저희 회사에 악성코드라도 심어 두신 겁니까?”
“제가 개발한 몇 가지 툴을 사용한 것뿐입니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셨던 코드 난독화 프로그램 처럼요. 그 툴을 사용해 공유기를 통해 드나드는 패킷을 확인해 말씀드린 겁니다.”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고작 그걸 돌렸다고 이런 결과를 낸다고?”
김신우가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그건 미지의 영역을 마주한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두려움과 비슷했다.
“흐음. 메세지가 또 하나 오네요.”
힘주어 공유기를 보았다.
다시 열린 0과 1의 세계.
승호는 김신우에게 오는 메시지를 읽었다.
“네. 일단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바톡.
또 다시 김신우의 핸드폰이 알림 음이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한 김신우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헉······.”
김신우의 핸드폰을 확인한 송보나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승호가 말을 이었다.
“테스트. 테스트.”
바톡.
이내 바나톡이 알림 음을 토했다. 송보나가 핸드폰을 확인해, 김신우에게 보여주었다.
꿀꺽.
김신우와 송보나 둘은 동시에 마른 침을 삼켰다. 김신우는 승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테스트는 이제 그만 하셔도 됩니다. 이 정도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말을 충분히 증명한 것 같으니까요.”
김신우는 더 이상 승호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
황호근 일행이 떠난 빈 회의실.
김신우와 송보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한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감이 오질 않아요.”
“그러게, 내가 알기로 바나나톡 메시지는 암호화 되어 있어, 디코딩이 힘든 걸로 아는데.”
“아까 보셨어요? 노트북도 켜놓지 않고 있었어요. 그렇다는 말은 핸드폰에 관련 툴을 깔아서 해킹했다는 말인데··· 바나나톡 메시지 디코딩만이 아니라 공유기를 통해 드나드는 패킷 대부분이 ssl이 적용되어 있을 텐데 그건 또 어떻게······.”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김신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나도 모르겠다······.”
송보나가 깊은 함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모르겠네요.”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승호에게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기업 비밀.
돈을 주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을 기세였다.
‘하긴 나라도 쉽게 알려주지 않았을 거야.’
일견 이해가 되었다. 승호가 보여준 기술들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런 기술들을 맨입으로 알려고 하는 자신이 잘못된 것일 터.
“확실한 건 시내 소프트에 일을 맡기면 코드 난독화 문제만이 아니라. 해킹 문제도 해결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야.”
송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정확히는 강승호라는 프로그래머. 그를 잡아야 합니다. 제가 볼 때 다른 사람들은 자세히 알지 못하는 눈치였어요.”
“내 생각도 같아. 일단 시내 소프트 쪽에 정말 코드 난독화 솔루션이 있는지부터 알아보고. 있다면 납품 계약 준비를 하면서 강승호 그 친구 데려올 방법이 없는지 한 번 알아봐. 혹시 해킹 예고 일에 협력이 가능한지도 확인해 주고.”
송보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꼭 다시 만나 그가 보여준 마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