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3)
탑 코더-13화(13/303)
# 13
갑질을 이기는 기술
────────────────가산디지털 단지 근처 호프집.
100여명 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큰 호프집은 퇴근한 직장인들로 시끌벅적했다. 그 중 한 섹터를 시내 소프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승호가
‘톡이 왔네요. 코드 난독화 솔루션 평균 단가 앱 : 100만원 웹.’
라고 한 마디 하니까. 그냥 조용해지더라니까.”
박태수가 목청을 높이자 함께 있던 황시내가 물었다.
“그러니까 과장님 말은 승호가 핸드폰에 해킹 툴을 설치해서 그 김신우 과장이 가지고 있는 바나나 톡에 들어오는 문자를 엿봤다는 말이에요?”
“그렇다니까. 다들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더라. 그것도 한 번이었으면 말을 안 해. 그 다음에 뭐라고 했는지 알아?”
술잔을 기울이던 직원들의 시선이 박태수에게 쏠렸다. 박태수가 앞에 놓인 술을 들이키며 시간을 끌었다.
“뭐라고 했냐면 말이야······.”
황시내가 참지 못하고 타박했다.
“아이 참. 빨리 말해 봐요.”
“네. 일단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황시내가 잔을 비우고는 물었다.
“네? 확인해 보겠습니다?”
박태수가 빈 잔을 들어보였다. 황시내가 급히 박태수의 잔을 채워 주었다. 박태수가 영롱한 황금빛을 발하는 맥주를 한 모금 삼켰다.
“그게 바로 김신우 과장에게 온 바나나톡 이었어. 바로 옆에서 듣던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 진짜 처음에는 저게 무슨 소리를 하나. 미친 건 아닌 가 했는데··· 순간 바톡이 딱!”
직원 한 명이 대뜸 나서서 물었다.
“거짓말 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승호가 그런 일을 해요.”
“나도 지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요즘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이번 검색 솔루션 납품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과장님이 말씀 하시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실력이에요.”
“아오, 진짜 이거 원 답답해서. 팀장님. 팀장님이 한 번 말해보세요.”
박태수가 멀찍이 앉아 있는 최기훈을 보았다. 최기훈이 넋이 나간 채 중얼 거렸다.
“나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마치 마술사가 보여주는 한 편의 쇼를 본 것 같아.
“네?”
최기훈이 박태수에게 물었다.
“박 과장. 너도 분명히 봤지?”
박태수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승호가 자기 핸드폰에 만들어 둔 툴을 이용해서 선진 데이터시스템 쪽 공유기를 해킹 하는 걸요.”
“나도, 나도 분명히 봤어. 그런데··· 끝나고 나서 승호한테 그 툴 한 번 구경시켜 달라고 하니까. 뭐라고 했지?”
박태수의 목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아직 미완성이라 부끄럽다··· 보여줄 수가 없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게 의문이야. 해킹까지 한 걸 보면 툴이 없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마치 마술사가 자신의 비법을 감추는 것처럼······.”
박태수가 또 한 잔술을 벌컥 거리며 마셔버렸다. 혼자 마신 술 만 500cc 3잔. 알코올이 올라오며 박태수의 양 볼을 발갛게 달구었다.
“왜 인지 저는 알 것 같습니다. 그 정도 실력이면······.”
박태수가 긴 숨을 내쉬었다. 씁쓸함이 밀려왔다. 술을 먹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박태수는 술 한 잔 더 마신 후 말을 이었다.
“여기 있고 싶지 않은 걸 겁니다. 저 같아도 그 정도 실력에 이 돈 받고 일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태수의 직설에 회식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되어 갔다. 호프집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시내 소프트 사람들이 자리한 섹터만 조용해졌다. 최기훈이 마른 침을 삼켰다.
‘역시 그것 때문이었나.’
최기훈은 선진 데이터시스템 빌딩에서 나오자마자 나누었던 승호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대단하다. 진짜. 그 툴 한 번 보여줄 수 있어?
-아직 미완성이라서요. 좀 더 가다듬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그래.
이내 이어진 말에 최기훈은 한 번 더 당황했다.
-그리고 오늘 너무 피곤해서 회식은 못갈 거 같아요.
-아, 아니 왜?
-신경을 너무 많이 썼더니. 머리가 지끈 거려서요.
-그, 그래.
엄청난 실력을 보여 주었다. 그래 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회사를 떠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시내 소프트는 승호의 실력을 담아낼 그릇이 되지 못한다. 박태수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뭐,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실력이 뛰어나도 너무 뛰어나요. 지난 일주일 그리고 오늘 하루. 똑똑히 알았습니다. 승호가 저보다 잘 한다는 거. 어쩌면.”
‘팀장님 보다 뛰어납니다.’
박태수는 굳이 뒷말은 하지 않았다. 순간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황호근이 입을 열었다.
“잠시만 주목해주세요.”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황호근에게 쏠렸다.
“갑자기 이런 말. 당황스럽겠 지만, 상, 벌을 확실히 한다는 평소 경영 방침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내일 부로 강승호 사원을 강승호 과장으로 승진 시키겠습니다.”
갑작스런 인사발표에 직원들이 당황해하는 사이 황호근이 말을 이었다.
“박 과장 말대로 지난 일주일. 그리고 오늘 보여준 활약. 그걸 종합적으로 고려 해봤을 때 과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은 입이 삐죽 나왔다.
입사 한지 일 년.
그 마저도 두 달은 사고로 출근 하지 않았다.
더구나 과거 1년간 승호의 실력은 바닥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고작 1주일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인사권자는 황호근.
그의 결정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몇몇 사람들의 표정에 서려있는 생각이었다.
“다들 그렇게 알 고 내일부터 강 과장이라 불러주세요.”
황호근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
회식 자리를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온 승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하마터면 툴이 없다는 사실이 들통 날 뻔 했어.”
보안 솔루션 계약까지 따낸 다면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확실한 길을 택했다. 방법은 통했고, 사람들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쩝, 이거 오늘 꼬박 밤새야 겠는데.”
바나나톡을 해킹해서 데이터를 중간에 하이재킹하는 툴을 만들어야 한다.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사고가 난 이후로 머릿속에 관련 된 지식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단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먼저 바나나톡을 파싱 하는 모듈부터 시작해볼까.”
깍지를 끼고, 기지개를 켠 승호가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이내 빠른 속도로 몰입해갔다. 7평 남짓한 방에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쿵!
쿵쿵!
밤 11시가 넘은 시간.
문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세요?”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 자신을 찾아올 사람?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지만 없었다.
“스, 응 호야아.”
현관 문 너머로 들리는 취객의 목소리.
어딘가 익숙한 음색이었다. 승호는 현관문 구멍으로 밖을 보았다.
“어, 사장님?”
황호근이 문에 머리를 밖은 채 서 있었다. 승호가 황급히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빠르게 앞으로 기우는 황호근의 몸을 재빨리 받아냈다.
“사장님, 이 야밤에 어쩐 일이세요.”
인사불성이 되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황호근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스, 응호야. 정말 가알거냐아.”
“네? 무슨 말씀이세요.”
황호근이 두 팔을 승호의 어깨에 툭 올렸다.
“가알 거냐아아아!”
“아, 아니. 이해가 되게 말씀해주셔야.”
당황한 승호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사이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뛰어왔다.
“헉, 헉! 하여간 아빠도 참!”
나타난 사람은 황시내.
황시내는 겨우 숨을 고르곤 황호근을 부축했다.
그리고 찌릿 승호를 노려보았다.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에요.”
날카로운 반응에 승호의 표정이 한층 더 당황으로 물들었다.
“네?”
“나는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
황시내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처럼 보였다.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건지 이해가 잘 안됩니다.”
황시내는 자신의 의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실망이에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곤 황호근을 부축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승호는 둘의 뒷모습을 황망히 바라볼 뿐이었다.
“시내씨. 시내씨?”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