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33)
탑 코더-133화(133/303)
# 133
처음으로 떠나는 휴가
김해국제공항.
수 십대의 앰뷸런스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토하며 정차 되어 있었다. 그 숫자 못지않은 수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중 몇몇은 본사에 실시간으로 방송을 전달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KBC 정철용 기자입니다. 저는 현재 이곳 김해국제공항에 나와 있습니다. KC901편 인천에서 김해를 향하는 비행기. 해당 비행기의 기체 결함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해 수백 명의 구급대원이 이곳에 대기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비행기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교신 내용으로 보아 곧 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네. 정철용 기자. 그곳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이곳 분위기는 차분한 가운데 혹시나 생길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집결한 수십 대의 구급차는 언제든 바로 출발 할 수 있도록 시동을 켜놓은 채 대기하고 있으며 구조를 위한 장비들이 활주로 곳곳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새롭게 들어온 교신 내용은 없습니까?
-네. 현재 교신 내용은 보안상의 이유로 막혀 있습니다. liveatc.net.을 통해 공개되었던 교신도 현재 주파수가 변경되며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 전달을 마친 기자가 마이크를 내렸다. 화면으로는 지금까지 수집된 교신 내용이 한 번 더 방송을 타고 있었다.
-강승호 대표 : 그러면 관제소에 확인해 보세요. MCAS는 분명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꺼야 기수가 아래로 내려가 실속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901편 기장 : 나가라니까 당장!”
-관제소 : 901. 901. 무슨 일인가.
-강승호 대표 : MCAS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당장!
기자가 앞에 있는 관계자를 보며 물었다.
“강승호 대표 이력은 확인됐습니까?”
“몇 번이나 확인해 봤지만 항공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이력은 없습니다.”
“흠··· 그런데 도대체 왜 저런 말을··· 저게 들린다는 말은 기장 실에 들어갔다는 건데 일반인이 기장 실에 들어가면 항공법 위반 아닙니까?”
“네. 그렇긴 한데 MCAS에 대해 에어트레인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합니다.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바로 말이 나와야 하는데··· 입장정리 할 게 뭐가 있다고.”
“보통 뒤가 구린 놈들이 그런 걸 많이 하곤 하죠.”
“역시 강 대표 말이 맞을 까요?”
“그건 저도모르겠습니다······.”
드르륵.
드르륵.
기자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연락을 받아보니 바나나톡 메세지가 하나 와 있었다.
-https://www.nymonths.com/iinteractive/2018/01/airtrain-767max-crashes.html.
기자가 급히 링크를 클릭해 보았다. 그리고 빠르게 뉴스를 읽어 내려갔다.
“뭐야 이거. 이미 한 번 사고가 있었잖아······.”
띠링.
띠링.
뿐만 아니라 주변 기자들에게도 연속적으로 뉴스가 전달되기 시작했다. 앞에 있던 관계자가 마른 침을 삼키며 중얼 거렸다.
“한 건이 아닙니다.”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에어트레인 767max 추락 사건의 경우 현재 미 항공사고조사단에서 블랙박스를 수거 조사하고 있긴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기체결함을 유력하게 지목하고 있다. 관제소 대화를 보면 기장은 기수가 아래로 내려간다는 말을 했으며······.
중략.
기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뭐야 이거. 지금 이랑 경우가 거의 흡사 하잖아. 그렇다는 말은 강 대표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
KC901편 주조종실.
국적 기에는 전문 보안 요원들이 없었기에 사무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이 승호를 둘러쌌다.
“나가시죠. 더 이상 이곳에 계시면 항공법 관련해서 소송을 진행하겠습니다.”
기장이 계기판을 보며 중얼 거렸다.
“젠장 20000 피트까지 내려왔어. 속도는 430km 이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비행기는 원인 불명으로 자꾸만 기수가 아래로 내려가려 했고, 이내 실속 상태에 빠졌다. 속도를 잃어버리는 상태. 속도가 줄어들면 추락 밖에는 없다. 문제는 추락이 아니라 조종사의 의지대로 제어가 안 되면 충돌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MCAS 문제가 확실합니다. 그걸 꺼야한다고요.”
사무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강 대표님! 관련 엔지니어도 아니면서 함부로 말하시는 것, 더 이상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트럭에 부딪치는 사고가 난 후 생겨난 능력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하면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제가 문을 열지 않았다면 이곳에 들어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 그거야 그렇지만.”
“관심 있는 분야라 평소 꾸준히 공부해 왔습니다. 비행기의 자동항법 장치는 자동차의 자율주행 차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으니까요.”
차분한 승호의 말을 승무원들이 경청했다. 포트의 인공지능 대결에서 무승부. 마지막 날에는 압도적인 성능으로 꺽은 개발자의 말이었다. 흘려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자동 항법 장치를 공부하다 보니 그 밖의 다른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눈이 갔습니다. 그래서 MCAS라는 것 까지 알게 된 겁니다.”
사무장이 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관제소에도 연락이 닿았으니 곧 대답이 올 겁니다. 에어 트레인 사에서 확인해주면 끝날 일이니까요.”
“그 전에 추락하면요? 지금 고도는 낮아지고, 속도는 줄고 있지 않습니까.”
-속도 425km 고도 19000ft
-속도 420km 고도 18500ft
-속도 415km 고도 18000ft
속도와 고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었다.
그때.
관제소에서 연락이 도착했다.
-방금 에어트레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당장 MCAS 기능을 끄고, 수동 비행 모드로 운항하세요.
-기능을 끄는 방법은······.
이어지는 설명에 조종간을 잡고 있던 기장이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비행기는 이내 수동 비행 모드로 전환되었고, 안정적으로 김해 국제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했다.
***
덜컹.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행기의 두 바퀴가 땅에 닿았다. 앉아 있던 고동수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다시는 비행기 못 탈 것 같아요.”
“나도··· 올라갈 때는 KTX 타고 가자.”
“설마 KTX도 사고 나는 건 아니겠죠? 얼마 전 뉴스 나왔잖아요. 신호 시스템이 잘못되서 열차 사고 난거.”
당황한 승호가 입맛을 다셨다.
“그, 그러면 자동차를 타고 갈까.”
“자동차도 급발진 때문에 말이 많던데······.”
그러자 승호가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면 넌 걸어와. 난 차타고 올라갈 테니까.”
고동수가 머쓱한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헛소리는 그만하고 일단 내리자. 여기는 1초도 더 앉아 있고 싶지 않다.”
마침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승객 여러분, 오늘도 한국 항공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현재 KC901편은 안전하게 김해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비행기가 게이트에 완전히 멈출 때 까지 앉아 계십시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저희 KC901편 비행기는 안전하게 김해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비행기가 게이트에 완전히 멈출 때 까지 앉아 계십시오.
이내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었고, 승호를 비롯한 승객들은 무사히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었다.
파방.
파바바바방.
익숙한 카메라 세례였다. 승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출국장을 나섰다. 기자들은 이번에도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강 대표님. 관제소와 교신 내용을 보면 들어보면 비행 소프트웨어 쪽에도 조예가 깊으신 것 같은데요. 에어트레인 사와 협업을 하셨던 적이 있는 겁니까?
-MCAS를 끄고 수동 비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아시게 된 겁니까?
뜨거운 취재 열기였다. 포트의 인공지능을 이기고 돌아왔을 때를 방불케 했다. 그때 대기하고 있던 경찰 병력이 승호의 주변으로 인의 장벽을 펼쳤다. 그 사이로 국정원 담당관이 나타났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가시죠.”
“감사합니다.”
승호도 군말 하지 않고 담당관을 쫓아갔다.
***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온 승호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 그제야 뭔가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쌓였던 피곤이 조금은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정말 항공 관련 소프트웨어도 개발하신 적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해킹 실력만 해도 충분히 놀라 운데 거기에 인공지능을 개발 하시고, 이제는 항공 관련 소프트웨어 까지.”
그러나 승호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평소에는 머릿속에 조용히 잠자고 있던 지식들이 특정한 계기를 만나면 튀어나온다. 0과1의 세계로 들어가거나, 관련 서적을 본다거나 해당 프로그램을 접한다거나.
모두 눈과 팔을 이식 받은 이후부터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이번 경우도 비슷했다. 조종 계기판에 손을 대자 0과 1의 흐름이 눈에 들어왔고, 관련지식들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그 지식들이 100% 믿을 만하다는 것을 알기에 강력하게 주장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는 일.
“자율 주행 차에 적용할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평소 관심을 두고 관련 분야 공부를 계속 해왔습니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자동차의 미래는 현재의 항공기다.”
미리 준비한 대답을 꺼내자 담당관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역시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계셨군요.”
“하하, 뭐. 네.”
“오늘은 피곤하실 테니까. 내일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시죠.”
담당관의 배려에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경찰 병력들이 대표님이 묵으시는 호텔에도 배치되어 있으니까. 기자들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기자 회견은 한 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워낙이 큰 일이 벌어진 터라.”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차는 빠르게 움직여 승호가 미리 예매해둔 부산 시내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휴우······.”
승호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 까지 겪었던 사달이 마치 꿈만 같았다.
“뭐 이런 일이 다 있어.”
겨우 가슴을 진정시키고, 인터넷에 접속해 보았다. 관련 뉴스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다.
-강승호 대표. 200명 승객을 구했다.
-에어트레인 767MAX 기체 결함 인정.
-MCAS. 767MAX 조종사들에게 교육조차 안 되었다.
-숨기기에 급급한 에어트레인. 200여명의 목숨도 모른 척 하려 했나?
-[전격해부] 강승호 대표 그가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승호는 순수한 호기심에 4번째 기사를 클릭했다. 기사는 첫 마디부터 도발 적이었다.
-단언컨대 이 세상에 0과1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가 모르는 것은 없다.
픽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살짝 닭살이 돋아났다. 실제로도 그렇기에.
-그에 관해 알려진 행보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본다면 -선진데이터시스템 외주 개발-더 게이트 우승-원자력 발전소-체크포인트 우승-ZONE 서비스 개발/런칭-인공지능-MCAS 시스템 파악.
-여러분들은 알고 있는가? 시내소프트는 지금도 고작 100여명의 인력을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 초기 ZONE 서비스가 개발 및 런칭 되기 전에는 강승호 대표. 그 혼자 모든 것을 해왔다는 말이다.
꽤나 자세히 알아봤는지 대부분이 사실이었다. 그게 승호의 흥미를 더 돋웠다.
-혼자 이 모든 것을 해온 것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단언 할 수 있다. 0과1로 이루어진 세상에 그가 모르는 것은 없다고. 만약 시내소프트 주식이 IPO(기업공개)로 풀린다면 필자는 전 재산을 투자해 살 것이다.
포트?
포토북?
인더스?
스타그램?
미래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인터넷 기업이 시내소프트 아래에 있게 될 테니까.
※지극히 필자 주관적인 내용으로 본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뭐야 이거. 내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기사의 마지막 부분을 읽은 사이.
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열고 나가보니 뉴스에서나 봤던 인물이 그곳에 서 있었다.
“정만식 회장님?”
커다란 머리.
솥뚜껑 같은 손.
다부진 어깨를 자랑하는 국내 1위 자동차 생산 업체이자 재계 순위 2위인 금현 자동차의 회장.
정만식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