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36)
탑 코더-136화(136/303)
# 136
동시에 하면 되잖아
승호는 듣자마자 난색을 표했다.
“하하, 아직 이 틀 밖에 되지 않아서 고민 중에 있습니다. 며칠만 더 말미를 주십시오.”
“하나만 알아주게. 지금껏 내가 그런 제안을 한 적도, 이렇게 기다린 적도 없다는 걸.”
아마 그럴 것이다. 정만식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 그런 그가 기다림이나 거절에 익숙할 리 없었다.
“알겠습니다. 명심 하겠습니다.”
“흐음······.”
정만식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 한 번에 관제탑 내 분위기가 착 가라 앉았다. 역시 재계 서열 2위의 회장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정만식의 눈치나 보자고 이곳까지 찾은 건 아니었다. 승호가 뭐라 입을 열려 할 때. 정만식이 먼저 운을 띄웠다.
“이곳은 금현에서도 꽤 많은 투자를 진행한 곳이야. 그 만큼 자율 주행차로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지. 그러나 보시다 시피 개발은 지지부진이네.”
“하나의 완성품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법입니다.”
“ONE도 그런 시행착오를 겪었겠지?”
“물론입니다.”
“그걸 단 1년 만에 극복 했고.”
“일 년 은 아니고 그 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승호의 말을 정만식이 끊고 들어왔다.
“우리는 벌써 수 년 째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그가 얼마나 현재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지 절절히 느껴지는 말들이었다. 태도는 위협적이지만 간절함만큼은 진실 돼 보였다.
“이런 식이면 과연 내가 죽기 전에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네. 세계 최초, 최고의 자율주행차가. 서울 도심을 달리는 그 모습을 말이야.”
이 말 만큼은 진심이었다. 부와 명예 그 모든 것을 이루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긴 하지만 세계최초, 최고라는 타이틀 역시 탐나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 오겠지만.
“볼 수 있을 겁니다.”
정만식이 승호의 두 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자꾸 이런 생각이 드네. 강승호와 함께 한 다면 되지 가능하다.”
승호도 정만식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는 수십 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정만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면 한번 천천히 둘러보게. 그리고 꼭 긍정적인 답변을 기하지.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정만식이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한 사람이 떠났지만 존재감만큼은 대단했기에 순간적으로 관제탑이 텅 비어 버린 느낌마저 들었다. 박신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승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 회장님께서도 꽤나 승호씨를 원하고 있나 봅니다.”
“하하, 네 뭐.”
“승호씨를 한번 이라도 본 사람은 전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군요.”
“열심히 한 덕분입니다. 그래서 인지 절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기더군요.”
그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익숙한 실루엣의 사람이 관제탑에 나타났다.
“저도 강 대표님을 꽤 괜찮게 보고 있습니다.”
“담당관님.”
국정원 담당관.
비행사건 당시 그가 봐준 편의도 있기에 승호는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스마트 시티와 관련 된 건입니다.”
스마트 시티라는 말에 박신우를 힐끗 보았다. 그와도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었는지 박신우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잠시 강 대표님을 빌려가겠습니다.”
***
자리를 이동한 담당관은 승호의 스타일을 알기에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부산을 시범 사례로 두바이에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사업비만 수십조. ONE이 그저 연구개발 목적의 인공지능이 아닌 실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좋은 사례가 될 겁니다.”
“그러니까 두바이에 조성된 수십조 원 규모의 스마트시티 입찰에 도움을 주겠다. 이 말씀이십니까?”
“네. 국정원은 수많은 해외 정보 수집 인력을 운용하고 있으니까요. 관련 정보를 들어오는 데로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해당 사업자에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익을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사업자가 선정되어야하니까요.”
“나쁘지 않은 조건이긴 한데, 그 만큼 요구 조건이 있겠죠?”
“조건은 간단합니다. 북한 해킹. 강 대표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
“아실지 모르겠지만 북한은 비공식적으로 세계 TOP 5 안에 드는 해킹 능력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곳이 북한의 해커들에게 농락당했습니다. 최근 그들은 코인 탈취에 집중하고 있죠.”
“몇 번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저희도 내부적으로 몇 번 반격을 취했으나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정보를 탈취하기도 했지만 크게 의미를 둘만한 정보는 없었고요. 그런 그들을 해킹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빼내오면 됩니다. 할 수 있다면 탈취당한 코인도 되찾고.”
“그래서······.”
“네. 강 대표님께 부탁 까지 하게 된 겁니다. 이전에도 몇 번 민간 전문가 분들을 초빙해 관련 작업을 진행해 보았지만 큰 재미는 보지 못한 터라.”
“저도 특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담당관이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예전에 초대 했던 민간 전문가 분들 중 대표님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담당관은 설득을 위해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또한 대통령 해외 방문 시 기업 사절단에도 대표님의 이름이 들어가게 될 겁니다. 해외 여러 나라 기업인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겁니다.”
“그야 저 정도 위치면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만.”
이번에는 담당관이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승호의 말 대로였다. 포트의 델타와 대등한 경기를 벌인 승호였다. 그 정도면 사절단에 포함되는 이유는 충분했다.
“앞으로 국가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대규모 투자가 진행 될 겁니다. 그 투자금의 대부분이 사용되어야 할 곳이 바로 강 대표님 관련 연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비록 정보기관이지만 대통령님과 단독으로 대면 할 수 있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적극 어필 하게 될 겁니다.”
이건 좀 구미가 당겼다.
“허 교수님과 박성대. 김필수 교수님께 지원해준 것처럼 말씀입니까?”
“네. 최대한 많은 자금을 지원해드리 도록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연구된 기술 중 필요한 몇 가지를 선택하시면 기술 이전까지도 가능합니다.”
위험 부담이 좀 있긴 하지만 어차피 자신이 해킹했다는 사실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 이 정도 조건이면 크게 손해 보는 조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차피 칼자루는 자신이 쥐고 있었다.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담당관이 간절한 표정으로 한 번 더 강조했다.
“여러 일로 바쁘실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 그럼 한 번 깊게 생각해 봐 주십시오. 나라를 위한 일입니다.”
“뒷말은 절 움직이는 동기로는 빈약하니. 앞으로는 굳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앞으로 애국심에 기대 설득하지 말라는 말에 담당관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알겠습니다.”
그걸 끝으로 대화가 마무리 되었다.
다시 일행과 합류한 승호는 자율 주행 차 테스트 베드를 비롯해 스마트 시티 곳곳을 살펴본 후 호텔로 돌아왔다.
어느새 늦은 오후.
고동수와 저녁을 먹고 호텔 헬스장을 찾았다. 요즘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몸이 뻐근했다. 헬스장에서 선글라스를 끼면 오히려 주목 받는 법. 맨얼굴을 드러내고 헬스장에 들어서자마자 힐끔 거리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저기 혹시 강승호 대표 아냐?
-그, 그러게 근데 난 잘 모르겠는데. 방송에서만 봐서 그런가.
-여기 봐봐. 맞잖아.
희미하게 들리는 수군거림이 신경 쓰여 아예 이어폰을 착용했다.
6km.
7km.
8km.
속도를 올릴수록 잡념이 사라지고, 전신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탁.
탁.
타닥.타닥.
속도를 올릴수록 승호의 발놀림도 바빠졌다. 점점 전신이 땀에 흠뻑 젖을 때쯤. 승호는 STOP을 누르고 머신에서 내려왔다. 다행히 쉽사리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드르륵.
드르륵.
그러나 러닝머신에 꽂아 놓은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확인해 보니.
-고동만 사장님.
“쩝······.”
승호가 입맛을 다시며 전화를 받았다. 아직 고동만과는 좋은 기억이 더 많았기에.
“네. 사장님.”
-부산에서의 일은 들었네. 정말 다행이야.
“하하, 네. 그런데 제가 지금 운동 중이라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다시 연락 드려도 될까요?”
-자네야 언제나 바쁘겠지. 그러면 본론만 말하겠네. 일 하나 같이 할 수 있겠나?
그 말에 승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제가요? 선진이랑? 아시잖아요.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잘 알기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네.
“하하, 저 부산입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고동만의 대답이 들렸다.
-마침 나도 부산이야.
고동수의 아버지라는 이유를 제외하고도 고동만은 승호로써도 마냥 거부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었다. 차라리 선진 회장의 전화였다면 단칼에 끊었으리라.
“부산 까지 오셨다니. 일단 알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헬스장 문이 열리며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고동만이었다.
“지금 당장도 괜찮겠냐?”
전화기 너머로 고동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제 동선이 너무 노출 되는 건 아닌지.”
“오해 말게. 따로 사람을 붙인 건 아니야. 자네가 부산에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그리고 여기 호텔에 묵고 있다는 건 이미 SNS에 쫙 퍼졌네.”
가까이 다가온 고동만이 증거로 정말 SNS에 올라가 있는 자신의 뒷모습을 보여 주었다. 고동만이 빠르게 변명을 이어갔다.
“비서가 자네 찾으려 이곳 호텔을 엄청나게 뒤졌네. 그게 다야. 정말 동수가 알려주거나 사람을 붙인 건 아니야.”
진심이 느껴졌다. 승호도 고동만이 사람을 붙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꾸 자신의 동선이 노출되는 건 사양이었다.
‘서울로 가서 무슨 수를 쓰든 해야겠어.’
그런 생각도 잠시.
고동만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하시고 싶은 말씀 먼저······.”
고동만이 한층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ONE을 엔진 S에 적용해주면 대당 만 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겠네.”
대당 만 원의 로열티 지급.
충격 적인 말에 승호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네?”
“자네는 모를 수도 있지만, 한해 출하되는 엔진 시리즈만 2억대야. 대당 만원의 로열티를 지급하면 시내소프트에 2조의 수익이 발생하는 거지.”
2조.
그야 말로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그것도 1년에 2조라니······. 승호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걸 확인한 고동만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어떤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볼 만하지 않은가?”
물론이었다. 승호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