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38)
탑 코더-138화(138/303)
# 138
동시에 하면 되잖아
승호의 사내 발표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들이 터져 나왔다.
-[속보] 시내 소프트 선진전자와 협력. 엔진 S에 ONE 적용방안 논의.
-[속보] 금현 자동차. 자율 주행차 개발에 시내소프트 강승호 대표 자문영입.
-[속보]부산 스마트 시티 적용 시스템 주관사 시내소프트 선정 유력.
······.
속보라는 이름을 걸고 쏟아지는 보도만 수 개. 각 뉴스 마다 수 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비터스윗 : 갓승호님 열일 하신다. 시내 소프트 더 흥해라!
아비무무 : 수호신은 일도 잘하고, 인성도 좋고. 넌 도대체 부족한게 뭐니.
세혁박 : 지린다. 이대 로면 시내 소프트 내년 수익이 ㄹㅇ 조단 위 ㅇㅈ?
hsba : 헬 조선에서 유일하게 열 일 하는 기업인 ㅇㅈㅇㅇㅈ.
kkaabb : 아직도 갓승호님 팬카페 가입안한 흑우 업제? 갓승호 세계 1등 가즈아ㅏㅏㅏ대부분의 포털 사이트 검색어를 전부 잡아먹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인터넷 기업 전통의 강호. 넥스터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넥스터의 COO(최고운영 책임자) 김해찬은 더 특별히 관심을 쏟았다.
“뉴스 보셨습니까?”
CEO인 이정환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봤지. 그렇게 떠들어 대는데 안 볼 수가 있나.”
“거의 대한민국 IT 업계를 휩쓰는 분위기입니다. 정부에서 나오는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 대부분이 시내소프트에 쏠리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
“이러다 검색 분야 까지 진출하게 되면 넥스터의 생존에 위협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선진 같은 제조업 기반이 아니라 직접적인 경쟁상대니까요.”
이번에도 이정환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답답해진 김해찬이 물었다.
“무슨 복안이 있으신 겁니까?”
“지난번 청와대 만찬에서 강승호 대표를 만났어.”
“그래서요.”
이정환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몇 번이나 만찬이 끝나고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아직 까지 전혀 연락이 없더군.”
“대표님의 연락도 받지 않다니. 저걸 보면 그럴 만 한 것 같기도 하고.”
“뭐?”
“뜸들이지 말고 복안이나 말씀해보십시오. 이러다 한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자네 얼마 전에 택시 기사들의 반발로 다타 서비스가 규제를 받은 것 기억하나?”
“그거야 당연히··· 아!”
“규제. 아직 인공지능은 관련법도 없는 상태야. 개발한다고 해서 돈을 벌기에는 수많은 규제에 부딪치겠지.”
김해찬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율 주행 차 개발에 정말 성공한다고 해도 당장 상용화 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겠군요.”
“맞아. 요즘 많이들 만들고 있는 자율주행 트럭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트럭기사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거야. 더구나 엔진 S에 ONE을 적용한다?”
말을 하던 이정환이 실소를 터트렸다.
“자네도 알잖아. 선진이 어떤 놈들인지. 아마 ONE의 핵심 기술을 빼앗긴 채 쫓겨나고 말걸? 그리고 이런 뉴스가 연달아 터져 나온다는 것에서 뭐 느끼는 점 없나?”
“어떤······.”
“급해. 너무 급해. 시내 소프트에 유명 개발자가 몇 명이나 있나? 겨우 그 정도 인원으로 저 많은 걸 다해낸다? 자네라면 어때. 넥스터의 검색엔진을 개발했으니 알 것 아닌가. 다 할 수 있어?”
김해찬은 단언했다.
“못합니다.”
“그래. 아마 내부적으로는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거야. ONE도 고도화해야 할 테고, ZONE 서비스도 가만히 둘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서 저걸 다한다? 그건 과욕이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그러면 여기서 문제 왜 과욕을 부릴까.”
“돈이 부족해서?”
이정환이 특유의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딩동댕동! 인공지능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야. 우리가 지금까지 개발 비용만 수천억이 넘어 그런데 회수한건? 뭐, 간접 효과를 고려하면 복잡해지겠지만 실질적으로는 0원이지.”
“뉴스를 보면 포트도 인공지능 개발에서는 적자라고 하더군요.”
“맞아. 인공지능 개발에는 테라 그 이상의 데이터를 취급해. 또한 속도도 빨라야하지. 고 스펙의 하드웨어가 대량으로 필요하고, 또 자주 교체해 줘야해. 거기에 인건비는 또 어떤가. 안 그래도 요즘 개나 소나 인공지능 한다고 인건비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잖아.”
김해찬이 미간을 긁적거렸다. 그러다 입맛을 다시길 수차례.
“대표님 말씀은 시내소프트가 현재 위기다. 이 말씀을 하고 싶은 겁니까?”
“그래. 따로 복안은 필요 없어. 우리는 우리 할 일 만 하면 되. 어차피 알아서 사라질 것 같으니까.”
김해찬은 뚱하니 입을 내민 채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이정환의 예측은 대부분 맞아 떨어졌다. 그랬기에 넥스터는 국내 포털 서비스의 70%를 점유 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대표님 말씀이 맞겠지.’
이정환이 그런 김해찬을 스윽 보더니 말했다.
“정 마음에 걸리면 일단 준비만 좀 해놔. 포털 서비스 진출 선언했을 때 대비해서.”
“인공지능 개발은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더 투자해서 관련 인력을 싹쓸이 해야지.”
***
양재 금현 자동차 본사.
승호가 정만식을 마주 보고 악수를 나누었다.
“잘 생각했네.”
“시내 소프트에도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을 뿐입니다.”
“실무 진 이야기를 들어보니 계약 조건이 꽤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군.”
“큰 틀에서의 합의를 실행을 위한 구체적 문장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정만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 1위가 된다면 그게 무슨 상관이겠나.”
“최대한 빨리 만들어 내겠습니다.”
“그래서 일정은?”
역시 성격이 급했다. 오늘 계약했는데 바로 일정을 물어 보다니. 그러나 승호도 아무런 생각 없이 계약을 체결한 건 아니었다.
“먼저 금현의 자율주행 차를 한 번 보면 일정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걸 본 후 일주일 이내로 레벨 4를 완벽히 마스터하고, 레벨 5에 세계 최초로 도달 할 수 있는 로드 맵을 가져오겠습니다.”
“알겠네. 최대한 빨리 준비 시키지.”
“감사합니다.”
“외부 일정이 없다면 식사 한 번 하는 게 어떤가.”
정만식의 제안에 승호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여러 일들이 빡빡하게 대기하고 있습니다.”
“하하, 나도 뉴스는 봤네. 살짝 걱정스러운 정도야.”
“포트와의 대결 때도 사람들은 99대1로 제가 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비행사고 때는 승무원들이 절 미친 놈 취급했었고.”
그러자 장만식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알았네. 알았어. 자네를 믿어보지.”
“결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금현과의 계약이 마무리 되었다.
다음날.
승호는 선진 전자 본사를 찾았다. 이제는 익숙한 빌딩에 익숙한 사람들 그리고 익숙한 통과 절차.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지하 주차장에서 바로 김희건의 집무실로 안내해 주었다. 김희건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까지 벌려 환대해주었다.
“오랜만이군요.”
승호가 살짝 목례를 건넸다.
“네. 조금은 무리한 조건일 수 도 있었는데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강 대표님이야. 워낙 일처리에 철두철미한 분이시니. 그 정도 대가는 지급하다 할 만 했습니다. 그간 서로 간에 쌓여 있는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일이 잘 마무리 된다면 충분히 회복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크게 되려면 새겨야 할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순간 김희건이 멈칫하며 승호를 쳐다보았다.
‘이것 봐라······.’
아주 중요한 말이었다. 당장 자신 만해도 경쟁사인 망고 사와 소송을 벌이면서도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기업의 세계에서는 금과옥조로 새겨야 할 말이었다.
“왜 시내 소프트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나 했더니 기술만 뛰어난 게 아니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짧은 대화를 마무리 하고 계약이 진행되었다. 금현 때와 마찬 가지로 세부 사항은 전부 협의 가 끝나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사인만 나누면 끝.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김희건도 정만식과 비슷한 말을 해왔다.
“뉴스는 봤습니다. 꽤 많은 일들을 벌리셨더군요.”
“능력이 되는 만큼 해보려 합니다.”
김희건은 지긋이 승호를 쳐다보았다. 하고 싶은 말은 몇 가지 있었지만. 말을 하는 걸로 봐서는 스스로가 이미 알 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일을 진행한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포트와 무승부를 이룰 정도니.’
굳이 뒷말은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
“강 대표님이라면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렇게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최종 계약이 마무리 되었다.
대당 2만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물론 서비스가 잘 개발 돼야 하겠지만.
연속된 계약 체결.
회사는 더할 나위 없이 바빠졌다. 그 와중에도 승호의 광폭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스마트 시티 개발.
그리고 그 성과를 이용 한 두바이 수출.
거기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승호는 난생 처음으로 국정원을 찾았다. 위치부터가 보안이었기에 승호는 검은색으로 잔뜩 선팅 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안에서 밖이 일절 보이지 않는 자동차를 타고 수 십 분을 달려 도착한 곳.
그곳에서 익숙한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까지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담당관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 옆에는 처음 보는 인물이 한 명 서 있었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
그러자 남자가 먼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국정원장 윤일균 입니다. 여기 담당관에게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국정원장 윤일균.
이미 대통령과도 몇 번 만나서 일까 크게 감흥이 일지는 않았다.
“네.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담당관이 앞서 며 입을 열었다.
“이쪽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이미 한 번 말씀 드렸지만 지금부터 진행되는 일은 속칭 탑 시크릿 입니다. 누설 될 경우 국가 방위상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 한 번 더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 그보다 높낮이가 없는 건조한 음성. 그리고 어두운 시멘트 복도는 담당관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
“명심하겠습니다.”
담당관이 국정원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원장님 지금부터는······.”
“알았네.”
그 말에 국정원장도 굳어진 표정으로 자리를 피했다. 승호는 일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담당관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번 작전은 오로지 제 개인이 독단적으로 추진, 행한 일입니다. 여기에는 강 대표님도 원장님도 오신 적이 없는 겁니다.”
개인 독단적으로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었다.
-회장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십니다.
-VIP께는 따로 보고 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에 나온 부하직원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
그러나 그들이 사욕에 의해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오로지 하나. 애국심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시멘트 복도 끝에 있는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대의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담당관이 문을 닫고 승호 쪽으로 돌아섰다.
“죄송하지만 이번 작전이 조금 변경되었습니다.”
이 말은 듣지 못했다.
“변경이라면 어떤······.”
“작전대상이 북한에서 일본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네?”
“북한은 추후 다른 기회를 통해 의뢰하기로 결정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당장 급한 현안들이 많아서.”
“···일본의 어떤 정보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보가 아닙니다.”
그 말에 들어있는 음험한 기운에 승호가 흠칫 몸을 떨었다. 이윽고 담당관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파괴입니다.”
승호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매그니토 같은 것··· 말입니까?”
담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