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39)
탑 코더-139화(139/303)
# 139
동시에 하면 되잖아
매그니토.
중국에 수조원의 피해를 입힌 랜섬웨어.
오직 승호만이 파훼 법을 만들어내 패치를 진행했던 최악의 바이러스로 알려진 그것의 이름이었다. 담당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물론 이미 패치가 제작되어 있기 때문에 매그니토를 그대로 적용하는 건 안 됩니다.”
“더 강력한 걸 원하시는 군요.”
“네. 더 강력하고, 복구 불가능하며 전 방위적으로 공격이 가능한. 그런 것.”
승호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건··· 범죄입니다.”
북한은 주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공격을 하거나 정보를 탈취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일본은 조금 달랐다. 이런 범죄 수준의 일까지 저지른다는 것은······. 말을 하던 담당관이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이건 일본 내각정보조사실에서 행한 한국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 입니다.”
-선진 전자 반도체 개발 정보 접근-금현자동차 자율 주행 차 개발 상황 탈취 시도 -국방부 차세대 무기 개발 도입 계획 접근 시도.
······.
등등 문서에 적혀 있는 내용만 다양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승호는 이런 문서 한 장으로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걸로 제 행동의 정당성을 보장 받을 수는 없습니다.”
범죄.
이걸 하는 순간 일반 해커와 별다를 바 없어지게 된다. 이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금융전산망을 비롯해 기간 시스템들을 해킹해 사리사욕을 챙겼을 것이다. 자신에게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 이 있었으니까.
“지난 번 중국 사태에서 보시지 않았습니까.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들은 거리낌 없이 공격을 해오는데 언제까지 방어만 해야 하는 겁니까?”
억눌린 울분이 느껴졌다. 흔히 약자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자신도 꽤나 자주 느꼈던 감정이었다. 승호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작정하고 만들면 정말 파괴 될 지도 모릅니다. 중국이 겪었던 사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럴수록 좋습니다.”
“휴우··· 그럼 이렇게 하죠. 만약 여기 문서들에 적힌 내용이 정말 사실이라면 협조하겠습니다.”
“대표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누가 공격했는지 특정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확실한 건 이 건들 전부 일본에서 온 IP라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본 쪽 아이피에서 국정원 시스템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면 악성코드에 감염되도록 하겠습니다.”
그제야 담당관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하, 그거야 당연히 좋습니다. 일본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을 공격 하고 있으니까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중국에서 해킹을 해 왔을 때 한 번 해봤던 일이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면 먼저 바이러스를 한 번 만들어봐야겠군요.”
담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주 강력한 놈으로 부탁드립니다.”
***
악성코드.
랜섬웨어.
바이러스.
세 단어는 많이 혼용되어 쓰인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가 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악성코드가 가장 상위의 개념. 그 밑에 랜섬웨어가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랜섬웨어는 흔히 파일을 암호화하고 대가를 요구하는 종류의 것들. 바이러스는 파일을 암호화하고 대가를 요구 하지 않는다. 그저 감염된 컴퓨터를 마비시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담당관이 말한 파괴에 더 걸 맞는 것이 바로 바이러스. 현재 승호가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선진의 MBR 영역 파괴 바이러스는 서서히 감염되기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감염되는 순간 바로.’
파괴한다.
-흑사병 보다 강력한 전염력과 파괴력으로 일본을 마비 상태로 만들어 달라. 일반 PC, 서버, OS, MCU를 가리지 않고 전염이 되도록.
현재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는 국가 관계 반전을 노린 한 수였다.
-그렇게 되면 분명 일본에서는 여러 군데에 의뢰를 할 겁니다. 아마 강 대표님에게도 연락이 올 테죠. 전 세계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매그니토를 해결 한 분이니.
-그때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협력 여부를 저희와 상의 하에 결정해 주시면 두바이 건에 선정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담당관은 간절함을 담아 요청했다. 승호도 결국 대한민국 사람. 같은 돈이라면 한국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컴퓨터가 다운되고 완전히 파괴돼 더 이상은 복구 불가능 하도록.’
두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작업에 열중했다. 어린 시절 부터의 교육과 환경 때문인지 자신도 일본에 그리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 감정이 코드에 담겼다.
파멸.
멸망.
괴멸.
종말.
그런 단어들이 어울리는 바이러스를 만들어 나갔다.
작업은 오로지 국정원 안가에서만 진행되었다. 회사에는 며칠 휴가를 다녀온다고 말 해두었다. 이미 일거리가 첩첩히 쌓여 있는 와중의 휴가였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별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신뢰를 공고히 쌓았기도 했고, 대표 이사의 근태를 일반 직원들까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타닥.
타다닥.
고요한 가운데 키보드 소리만 울렸다. 안가에는 침실부터, TV, 화장실. 샤워장 까지 모든 것이 완비 되어 있었다. 식사는 매번 승호가 요청하는 전국 각지의 맛 집에서 준비되었다.
전주비빔밥.
소갈비.
돼지 불백.
횡성 한우까지.
말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졌다. 담당관은 그야 말로 최고의 대우를 해주었다. 그 틈틈이 담당관은 일본 발 뉴스를 전해 주었다.
-日 독도 방어 훈련 중지 요청. 독도는 명백한 日 영토.
-日 주일 대사 초치. 韓 정부 행태 강력 항의 그 외에도 비슷한 뉴스 기사는 수두룩했다.
“이것 보십시오. 일본이 이런 놈들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하는 범죄가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절대 먼저 배포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들이 함부로 국정원 시스템에 접근했을 때. 그때가 배포 시점이 될 것입니다.”
단호한 승호의 말에 담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3일 뒤 승호가 제작한 바이러스가 담당관에게 전달되었다.
***
바이러스를 테스트하면 할수록 담당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다운로드를 받자마자 컴퓨터가 다운 될 수 있지? 자네는 좀 이해가 가나?”
부하요원이 고개를 저었다.
“전혀 안갑니다.”
“분석은?”
“매그니토 때와 비슷합니다. 전혀 되질 않아요.”
“이걸로 매그니토는 강 대표가 개발 했다는 게 더 확실해 지는 건가······.”
“이제 와서 누가 했든 무슨 상관이겠습니다. 전 당장 이걸 일본에 살포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담당관이 탁자위에 놓여 있던 ABC 초콜릿을 하나 부스럭 거리며 까서 입에 털어 넣었다.
“난 당장 북한에 살포하고 싶다.”
“그건 안 될 겁니다. 강 대표가 알아 채고 노발대발 하지 않을까요.”
“휴우··· 아마 그럴 것 같지?”
“네. 몇 번이나 당부했잖아요. 목적 외는 사용하면 안 된다. 아마 안전장치를 마련 해 놨을 겁니다.”
“애국심에 몇 번이나 호소 해봤지만 실패했고, 또 어떤 당근을 쥐어 줘야 하나······.”
“차라리 특활 비를 쓰면 되지 않을까요?”
“지난 번 중국 측에 매그니토 관련 비용만 100억을 넘게 받은 걸로 알 고 있어. 원전 때처럼 천만 원을 제시한다? 자네라면 하겠나.”
부하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천만 원을 말씀 드리는 게 아닙니다. 저희도 100억 지급하면 되잖아요.”
“뭐, 뭐? 그런 걸 상부에서 허락하겠어.”
“북한을 공격하는데 왜 국정원에서만 돈을 대야 합니까. 특활 비는 국방부에서도 나오는데.”
“아······.”
“기무사랑 777부대 쪽에 알려 주면 꽤나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요? 그들과 조금씩 나눠서 부담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그럴듯한 말이었다. 구미가 당긴 담당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어. 내가 접촉해 보지.”
“이게 북한 쪽에 유포 되면 진짜 볼만하겠네요.”
담당관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담당관은 바로 승호를 찾아갔다.
“몇 가지 제안을 더 하고 싶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담당관이 말을 이었다.
“만드신 바이러스를 북한에도 배포 하고자 합니다.”
“분명 일본에만 사용하도록 계약한 걸로 아는데요.”
“아, 오해는 마십시오. 이걸 구입하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국정원에서는 종종 해외의 유명 팀들에게 자문을 하거나 일을 의뢰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도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건 매그니토 보다 뛰어난 놈입니다.”
그 말에 담당관은 알 수 있었다.
‘중국과 같은 값으로는 살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국정원 비용만으로는 절대 충당 할 수 없다. 기무사를 비롯해 777부대 까지. 다른 부대의 특활비용을 끌어와야 했다.
“그러면 얼마쯤 생각하십니까.”
“300억.”
“···네?”
바이러스 값 하나 치고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프로그램 하나 만들고는 300억이라니······. 그러나 승호의 생각은 달랐다.
“충분히 그 정도의 값어치가 있습니다. 아마 테스트 해보셨으면 아실 텐데요. 설치하자마자 다운. 그리고 수 일 뒤 서버 폐기. 전원을 종료 시키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그, 그거야 그렇지만.”
“각종 OS에서도 전부 작동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당 OS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취약점들이 화학 작용을 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저 말고 이 세상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 할 겁니다. 그리고 MCU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 인지 담당관님이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서 0과1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승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걸 알기에 담당관도 더 이상 협상하지 못했다.
‘300억. 액수가 너무 커. 일단은 일본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진행하자.’
결론을 내린 담당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개발이 완료되고, 국정원 시스템에 바이러스 이식 까지 마친 승호는 안가를 빠져나와 가장 먼저 믿음은행 PB 이성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PB님 접니다.”
이제 승호는 믿음은행의 VIP 정도가 아니었다. VVIP 또는 은행장과 독대를 할 수 있는 수준. 어쩌면 믿음은행 은행장이 여러 모로 아래에 있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이성욱의 목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공손한 이유였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네. 이번에 새로운 투자 건이 하나 있어서요.”
-아, 말씀만 하십시오.
“음··· 그런데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는데··· 혹시 지금 받으시는 연봉이 어느 정도 십니까?”
그 순간 이성욱은 직감했다.
‘설마 날 개인 자산 관리사로······.’
부자, 그걸 뛰어넘은 재벌 들 사이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회사원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만 질 수 있었다.
-현재 1억 조금 넘습니다.
그리고 이성욱이 기대했던 질문이 날아왔다.
“그러면 혹시 제 개인 자산관리사로 일해보실 생각 있습니까?”
이성욱이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모습이 승호에게 전해지지는 않았다. 대답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네. 있습니다.
“그러면 저희 집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참고로 이번 투자는 일본 건입니다.”
알았다는 대답을 한 이성욱은 바로 가슴속에 품고 있던 사직서를 꺼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