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4)
탑 코더-14화(14/303)
# 14
갑질을 이기는 기술
────────────────다음날 8시 10분.
평소처럼 가장 먼저 출근한 승호는 자리를 잡고 앉아 어제 밤새도록 작업한 결과물을 살펴보았다.
바나나후킹.
승호의 핸드폰에 깔려 있는 앱의 이름이었다. 후킹은 데이터를 중간에 빼돌리는 행위를 뜻한다. 바나나 톡의 데이터를 중간에 가로챌 수 있기에 붙인 이름이었다. 승호는 앱 을 회사 내 공유기에 접속시켰다. 그러자 앱 화면에 간단한 텍스트가 떠올랐다.
강승호 접속 중.
화면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어 그저 텍스트로 모든 걸 표현했다.
강승호는 바나나 톡에 저장되어 있는 자신의 이름.
‘접속 중’은 말 그대로 현재 공유기에 접속해 있다는 뜻이었다.
“이 정도면 어제 일에 대한 변명은 되겠지.”
홀로 뿌듯해 하며 미소 지었다. 이 앱 만 있으면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 할 수 있다. 승호는 팔짱을 낀 채 살짝 눈을 감았다. 앱을 만든다고 거의 밤을 새다 시피 했다.
두 시간?
아니 한 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했다. 피곤이 미친 듯이 밀려왔다.
드르륵.
드르륵.
승호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핸드폰 보니 연신 진동음을 토하고 있었다. 눈을 뜨고 보니 하나 둘씩 사람들이 출근하고 있었다. 어슴푸레 보이는 시야에 이미 출근한 사람들도 보였다. 승호는 잠에서 깨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다.
“······.”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내용이 핸드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문호경 : 뭐야, 이제 퇴사한다고 회사에서 자는 거야?
-남준우 :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최영진 : 그래서 그런 말이 있잖아.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면 안 된다고.
-문호경 : 사장님이 사람이 좋아서 망정이지. 나였으면 진짜.
승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더 이상 보면 안 될 것 같아. 핸드폰을 탁 덮었다. 분명 자신을 지칭 하는 게 분명했다.
저게 무슨 말일까.
고민 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옆 자리를 보니 황시내가 출근해 있었다.
“저희 어제 못 다한 이야기가 있지 않나요?”
어제는 그토록 싸늘히 자신을 쳐다보던 눈빛이 오늘은 어쩐지 처연한 기색이 가득했다.
“정말 갈 거예요?”
승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다니.
도대체 어디를 간단 말인가. 앞뒤를 자른 말에 승호의 의구심은 커지기만 했다.
“가요? 어딜?”
“어제 선진에서 명함 받았다면서요. 빅 데이터 분석 팀 뿐만 아니라 보안 팀 쪽에서도. 그쪽에 가려고 회식 참여도 안했잖아요.”
“아······.”
승호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 황시내가 울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안 가면 안 돼요? 어제 소식을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승호씨 과장으로 진급도 됐어요.”
“과, 과장이요? 절?”
승호는 진심으로 놀랐다. 황시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여기에 남아요. 네?”
승호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오해가 커지지 않도록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그런 말이 어디에서 흘러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저 어디 안 갑니다.”
황시내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저, 정말이요?”
“네. 어제 선진에서 명함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기술을 나누는 이야기 말고는 하고 싶지 않다. 최기훈 팀장님이나 박태수 과장님도 같이 들었어요.”
승호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그리고 어제 회식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건 말씀 드린 데로 미완성인 툴을 보완하기 위해서였어요.”
황시내의 큰 눈망울이 승호의 핸드폰을 훑었다.
강승호 접속 중.
문호경 접속 중.
남준우 접속 중.
최영진 접속 중.
황시내 접속 중.
······.
그밖에도 회사 사람들의 이름이 핸드폰에 쭉 나열 되어 있었다.
“이게 그 툴?”
승호가 화면에 만들어져 있는 문자내용 탭을 클릭했다.
그러자.
황시내가 입을 떡 벌린 채 두 눈을 부릅떴다.
-남준우 : 지금 뭐라는 거야? 자기는 다른데 안 간다는 건가?
-최영진 : 아직 선진 쪽이랑 연봉 계약이 마무리가 안 됐나 보지. 원래 싸인 까지 하고 난 후에 말 하는 게 업계 상식이잖아.
-문호경 : 연봉은 얼마나 불렀을까요? 선진이니까 최소 오천은 되겠죠?
-최영진 : 오천이면 ··· 나보다 많잖아.
······.
채팅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승호가 황시내를 보며 말 을이었다.
“이거 작업 하느라, 회식에 참석 못한 겁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여기 이름은 현재 공유기에 접속해 있는 사람. 그리고 내용은 현재 대화 내용입니다. 사장님 은혜를 가볍게 여길 만큼 못나지 않았습니다.”
황시내는 핸드폰을 들어 황급히 바나나 톡을 열었다. 다행히 문제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재빨리 핸드폰의 와이파이 기능을 꺼버렸다.
그러자.
엑세스 목록에서 자신의 이름이 사라졌다. 다시 접속해 바나나톡을 보내 보았다.
– 황시내 : 테스트 테스트.
자신이 보낸 문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황시내가 마른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그 앱··· 지금은 일단 끄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핸드폰에서 앱을 실행 중지 시켰다.
“미리 말씀 드리자면 저도 딱히 다른 분들의 바톡 내용을 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미완성인 앱을 테스트 삼아 켜놓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제가 회식에 가지 않은 사이 많은 오해가 쌓인 것 같네요.”
꿀꺽.
황시내가 또 다시 마른 침을 삼켰다. 황시내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승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것 참··· 실망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승호는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승호씨, 승호씨?
황시내가 뒤 따라 일어났다. 황급히 승호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
승호는 별이 그려져 있는 커피를 한 잔 들고, 다시 사무실로 올라왔다.
“이걸로 안 됩니다.”
“아, 알았어요!”
“어떻게 그런 오해를. 사장님께 제가 받은 게 얼만데.”
황시내가 애써 변명 했다.
“나, 나는 믿지 않았어요. 어제는 그저.”
“술김에 그랬다는 말. 벌써 5번 들었습니다.”
“이익.
“소고기 정도면 될 지도 모르겠군요.”
“소, 소고기는 너무 하잖아요.”
승호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제가 받은 상처는······.”
“이잇! 아, 알았어요.”
마침 최기훈이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승호가 최기훈에게 다가가 말했다.
“팀장님, 저 드릴 말씀이.”
“다, 다음에.”
후다닥.
당황한 최기훈이 승호를 피해 도망 가려했다. 황시내가 그런 최기훈을 잡았다.
“그런 거 아니래요.”
최기훈이 고개를 돌렸다.
“으, 응?”
“팀장님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 했어요. 그리고 어제 선진에 정확하게 얘기했다고 하는데 왜 그런 말씀은 안 해 주셨어요.”
“그런 게 아니야?”
상황을 눈치 챈 승호가 빠르게 끼어들었다.
“어제 말씀 드린 건 때문입니다. 미완성인 툴을 어제 밤에 완성 시켰습니다. 그걸 보여드릴 려고.”
최기훈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 그런 거였어?”
끄덕.
승호의 고개 짓에 최기훈이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그러면 진작 말 했으면 좋았잖아.”
“어제 말씀 드렸는데.”
“흠, 흠흠. 일단 들어가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그러니까 만들었다는 그 툴 보여 줄 수 있다는 말이지.”
“네. 지금 바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자리는 바로 마련되었다.
최기훈.
황호근.
그리고 승호까지 셋이 사무실에 모였다. 승호는 탁자 한 가운데 자신의 핸드폰을 놓았다.
“보시면 공유기에 접속한 목록이 나오고, 옆의 탭을 누르면 현재 대화 내용이 올라옵니다.”
-전민기 : 뭐야, 회의실에 왜 들어 간 거지?
-문호경 : 뭐 때문이겠냐. 퇴사 말하려는 거지.
-전민기 :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문호경 :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야.
······.
그밖에도 직원들의 사적인 대화가 올라오고 있었다. 최기훈이 혹시나 하여 공유기에 접속한 채 바나나톡을 보냈다.
-최기훈 팀장님 : 테스트.
자신이 보낸 문자가 그대로 화면에 표시 되었다. 최기훈이 입을 쩍 벌렸다. 황호근도 마른 침을 삼킬 뿐이었다.
“이건 악용될 소지가 많아 코드 공개는 어려워요. 앱도 설치해 드릴 수가 없고요. 그저 어제의 오해는 풀어야 할 것 같아서.”
순간 황호근의 귀가 새빨갛게 변했다. 승호가 황호근을 보며 말했다.
“고아로 자라나 받았던 설움. 사장님 덕분에 많이 이겨 낼 수 있었습니다. 그 은혜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사장님이 제 뒤통수를 쳐야 잊혀 질 정도면 될까요.”
황호근이 발끈해하며 말했다.
“야, 내, 내가 왜 네 뒤통수를 쳐.”
“그러니까요. 저도 능력 좀 생겼다고, 다른데 가지 않습니다. 이제 밥 값 좀 해보려고 하는데 어딜 갑니까.”
승호의 말에 황호근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걱정 하지 마세요. 검색 솔루션 납품에 보안 솔루션 개발 납품까지 최선을 다해 볼게요. 그래서 어제 생각을 좀 해봤는데.
황호근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그래,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봐.”
“일단 검색 솔루션은 시연회에서 만든 걸 좀 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아요. 코드를 막 짜서 리팩토링이 필요 하거든요.”
“그래, 그 작업은 어디보자······.”
말을 하던 황호근이 최기훈과 시선이 마주쳤다. 최기훈이 황호근을 대신해 대답했다.
“그건 박 과장이 어떻겠냐? 태수가 그래도 우리 회사 색인 서버 주축 개발자니까.”
승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박 과장님이라면 충분히 잘해 내실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보안 솔루션 인데······.”
“어제 보니까. 그 바나나톡 해킹 앱에 관심이 많아 보이던데.”
“그래도 이건 불법이라 공개는 힘듭니다.”
이번에는 최기훈이 나섰다.
“제가 봐도 이 앱은 불법의 소지가 많아요. 차라리 코드 난독 화를 솔루션 화 시켜보면 어떨까? 자바 스크립트만이 아니라 엔드로이드에서 사용하는 자바도 난독화 수요가 많으니까요. 선진에서도 코드 난독 화에 관심이 많았잖아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일단은 코드 난독 화를 솔루션으로 출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앱이나 웹을 제작하는 회사는 차고 넘치니까 수요는 충분하잖아요.”
“뭐, 둘의 생각이 그렇다면 나도 찬성이다.”
순간.
황호근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김신우 과장.
황호근이 급히 전화를 받았다.
“네.”
“아··· 네.”
“내일이요?”
“네··· 일단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보고 다시 말씀 드려도 될까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황호근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어제 말한 코드 난독화 솔루션 가져와 보라는데. 된다면 내일 바로 적용해 보고 싶다면서.”
그러나 최기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