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40)
탑 코더-140화(140/303)
# 140
동시에 하면 되잖아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대외 정보를 수집 / 관리 하는 곳으로 미국의 CIA나 한국의 국정원 같은 존재였다. 그곳의 국제부 한반도 반에서 근무하고 있는 가사이 스미지로는 연일 야근으로 강행군을 하고 있었다. 그게 한국 때문 이라는 사실이 더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이 새끼들은 대일본 제국의 땅을 함부로 점령한 주제에 감히 무력시위 까지 해? 완전 미친 거 아닙니까. 이정도면 자위권 발동해서 자위대 출동 시켰어야하는데. 생각할수록 화가 납니다.”
그의 상사 마사노리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명분을 만들어야지. 일 맡긴 놈들한테서는 연락 왔어?”
“네. 오늘 파일 받아 왔습니다. 현재 내부 테스트 중입니다.”
“드디어 도착했구만. 이 자식들 돈 만 받아먹고 도망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쪽 세계에서는 신뢰가 생명입니다. 더구나 우리 뒤통수치면 일본에서 살 수가 없으니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쩝. 그 찐따 새끼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친구들 밖에 없으니.”
“그래도 일 하나는 확실 합니다. 덕분에 독도 방어 훈련 계획도 사전에 확보 할 수 있었고요. 이번에 받은 프로그램도 꽤나 유용하게 쓰일 것 같습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나라를 위해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도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는 못할 망 정 돈을 요구하고 있잖아.”
“요즘 젊은 것들이 다 그렇습니다.”
스미지로가 36살 마사노리가 41살이었다. 그들도 꽤나 젊은 축에 속하는 편이었지만 자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여간 답답한 현실이야. 하루 빨리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교전권을 얻어야 할 텐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내부 테스트 완료 했습니다.”
마사노리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그러면 시작하지.”
***
승호는 국정원에서 보낸 차를 타고 다시 안가를 찾았다.
“공격이 시도 되었다고요?”
“한 시간 전 일본 IP 하나가 국정원 채용 시스템에 접근하려 했습니다. 외부에 노출 되어 있는 서비스다 보니 가장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시스템 이죠.”
담당관의 설명에 승호는 바로 자리에 앉아 시스템 로그를 살폈다. 자신이 심어 놓은 프로세스도 관련 접근을 감지해 로그를 남겨 놓았다.
-58.1.xxx.xxx try access.
-58.1.xxx.xxx. Attempting to install an unidentified process.
-58.1.xxx.xxx. Installation Failed.
뭔가를 설치하려다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연이어 기록 되어 있었다.
“일본 놈들이 또 뻘짓거리를 하고 있나 보군요.”
“ZONE 서비스를 설치했다면 더 쉽게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담당관이 헛웃음을 흘렸다.
“네. 여기에도 적극적으로 적용 검토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바이러스 유포 시작 하면 되나요?”
담당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승호가 엔터키를 눌렀다.
-Attempting to transmit Goliath(1%).
-Attempting to transmit Goliath(15%).
-Attempting to transmit Goliath(32%).
그러자 다시 모니터로 로그가 올라왔다. 전송을 시도 하고 있다는 뜻. 그렇게 수 십초가 흘러갔을 때 전송 결과가 모니터로 올라왔다.
-Failed to send.
전송이 실패했다는 말이었다. 승호가 손을 우두둑거리며 꺾더니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이런 경우는 오랜만이군요.”
“가능하겠습니까?”
승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갑작스런 연락에 스미지로가 지하에 만들어져 있는 상황실을 찾았다.
“서버가 망가졌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노부나가 팀에서 넘어온 프로그램을 한국 국정원 채용 사이트 쪽에 심으려고 시도 중에 갑자기 서버가 정지 되었습니다.”
우연 치고는 너무 공교로웠다.
“그게 끝이야?”
“그뿐만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다른 서버들도 몇 대 죽었습니다. 아무래도 바이러스에 감염 된 것 같습니다.”
스미지로 주먹을 꽉 쥐었다.
“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서버가 죽다니. 그게 말이 돼?”
“현재 서버에서 일어나는 증상을 봤을 때는 그것 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노부나가 팀에서 받은 파일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스미지로가 눈 앞 거대한 스크린으로 시선을 옮겼다.
-6 DOWN.
-10 DOWN.
-12 DONW.
숫자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설마··· 저게 다운된 서버 숫자라고?”
상황 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빨리 노부나가 팀에 연락을 취해서 해당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인지 파악부터 해야.”
이럴 때 일수록 이성을 차려야 한다. 차분히 쉼 호흡을 한 스미지로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런데 왜 내부 테스트에서 걸러지지 않은 건가.”
“그것까지는 제가 잘······.”
“그러면 노부나가 팀의 장난인지 확실한 건 아니잖아.”
당황한 요원이 말을 더듬었다.
“그, 그렇습니다······.”
스미지로가 한 번 더 심호흡을 하며 화를 삼켰다.
“우리가 역으로 공격당했을 확률은?”
“꽤, 꽤 높습니다······.”
“꽤 높다는 게 얼마야. 절반 이상이야?”
스미지로가 다그치자 요원은 한층 더 당황했다. 어떻게 저런 능력으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건지 스미지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본 SW의 대부분은 흔히 말하는 SI(시스템 통합) 산업. SI 산업의 특징은 인력 파견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수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달 동안 다른 회사에 인력을 파견해 유지 보수를 해주는 것이 주 업이었다.
그랬기에 세계 초 일류기술을 보유한 다른 산업에 비해 소프트웨어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분을 참지 못한 스미지로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쾅.
“칙쇼! 맞다는 거야 틀리다는 거야.”
순간 거대한 스크린 곳곳에 시커먼 구멍이 생겨났다.
“저, 저건 또 왜 저래.”
“스크린에 정보를 쏴주는 PC가··· 다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미친!”
픽.
피빅. 픽. 픽.
검은색 구멍은 서서히 늘어났고, 수 십 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스크린에는 온통 하나의 문구 밖에 보이지 않았다.
-케이블 연결 확인.
PC와의 연결이 끊어졌다는 뜻이었다.
***
작전명 명량 1일차.
담당관은 초조한 낯빛으로 안가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보안 전화기 앞에 앉아 있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리고 연락이 오자마자 부리나케 전화를 받았다.
“그래, 현지 상황이 어때?”
-아직 언론 쪽은 조용합니다. 정부에는 사람이 없어 파악이 안 되고 있고요.
“내각정보조사실에서 운용하는 서버부터 시작 될 거야. 그쪽에서 서버들을 인터넷 망과 완전히 분리 시켜 놓지 않은 이상. 분명 반응이 올 거다.”
-알겠습니다. 일단은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말했듯이 이번 건 꽤 셀 거야. 중국 매그니토 보다. 알겠어?”
-네.
담당관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전화를 끊었다.
바이러스 유포.
어쩌면 선을 넘은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선을 넘은 건 저 들이다. 정치적 관계에서 명분을 쌓아 경제적 관계를 악화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매일 같이 한국을 비방하고 있으며 암암리에 해킹 시도 까지.
담당관이 고개를 흔들며 상념을 털어냈다. 자신은 오로지 국익만을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건 확실하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 그래도 초조함이 사라지진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그 정도 파괴력이면 분명 이 틀 안에 반응이 온다. 그리고 해결 할 수 있는 건 강 대표 밖에 없어.’
불안한 마음에 ABC 초콜릿을 하나 까 입에 털어 넣었다. 달콤한 향이 퍼지며 겨우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그러면 외교 라인으로 우리가 먼저 예전에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 백신을 개발 한 상태다 라고 한 다음.’
담당관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지금까지 한국에 가해진 제재 조치를 전부 풀고, 독도에 대한 인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과거사 청산 까지 한 번에 시도 하면.’
담당관이 생각하고 있는 베스트 시나리오 였다. 실제 실무 협의 단계에서 뭐가 추가 되고 빠질지는 어차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은 그저 밑밥만 깔아 두면 된다.
‘뭐, 어차피 내 역할은 백신이 존재 한다 여기 까지니까. 나머지는 양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담당관이 다시 자리에 앉는 순간 보안 라인이 설치된 전화기 벨이 울렸다.
“새로운 소식은?”
-아사히신문에서 속보 올렸습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유포. 매그니토 급 파급력.’
담당관이 오른 주먹을 꽉 쥐며 중얼 거렸다.
“됐어!”
***
같은 시각 승호는 안성에 위치한 금현 자동차 기술연구소에 있었다.
“그러니까 금현자동차의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 기술은 크게 인지, 판단, 제어로 구분된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센서나 카메라를 통해 인지, 컨트롤러를 통해 판단하고. 가, 감속이나 조향제어를 실시하는 겁니다. 저희는 ONE이 담당해줄 부분이 컨트롤러 부분이라 생각했습니다.”
승호가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회장님께 말씀을 들었겠지 만 전 전체를 총괄 하기 위해 왔습니다.”
“말씀은 들었습니다. 인지, 판단, 제어까지 전 영역을 관장하신다고요. 오히려 저희는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포트의 델타를 상대로 무승부라니. 저도 감명 깊게 봤습니다. 그런 분이라면 분명 더 좋은 자율주행차를 더 빠르게 개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확실히 유명해지니 일하기는 편했다. 승호는 조금 더 속내를 털어놓았다.
“물론 렌즈 자체를 개발한다거나, 자동차의 엔진을 만드는 일은 저도 하지 못합니다. 렌즈나 센서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절한 제어를 하는 일에 집중하게 될 겁니다.”
연구팀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에서는 약간의 존경마저 느껴졌다.
‘포트의 델타를 상대로 무승부를 만들어낸 이력이 크긴 크구나.’
과거였으면 굴러 들어온 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과도한 배려를 받고 있었다.
“그러면 시승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네. 그럼 한 번.”
팀장의 권유에 승호가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자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며 손을 대고 있는 부분에서부터 0과1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대시보드를 가득 메운 0과 1이 전면 유리창으로 이어졌다. 승호가 전면 유리를 보고 있자 연구팀장이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금현 자동차가 이번에 개발한 증강현실 홀로그램 운행정보 전달 장치입니다. 그리고 이건······.”
연구팀장은 열과 성을 다해서 설명해주었다. 승호는 그 내용 하나하나를 귀담아 들었다. 그리고 설명이 거의 다 끝나 갈 때 쯤. 국정원에서 지급해준 별도의 폰으로 연락이 도착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유포. 매그니토 급 파급력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