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41)
탑 코더-141화(141/303)
# 141
동시에 하면 되잖아
일본 내각관방.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장 및 국무총리, 국무조정 역할을 하는 곳으로 내각관방장관은 명실상부 내각총리대신의 오른 팔이자 일본 정부의 2인자였다. 현 내각관방장관 스가 요시히데는 자민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보수 강경파로 손꼽힌다. 그런 그의 이마에 주름이 잔뜩 생겨났다.
“조사실 서버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 먹통이되어 버렸다. 지금 그 말을 하고 있는 건가?”
함께 불려 올라간 스미지로와 그의 상사 마사노리는 떨어뜨린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겨우 입을 열었다.
“그, 그렇습니다.”
“왜?”
“······.”
그 간단한 질문에 둘은 어떤 대답도 내놓지 못했다. 요시히데의 이마에 새겨진 골이 더 깊어졌다. 요시히데가 내각정보조사실의 수장 기타무라 시게로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예상 되는 피해는?”
“바이러스가 정부 각 시스템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 서버들의 연결을 분리시켜 바이러스를 최대한 막으려 하고 있지만······.”
“서론, 본론, 자르고 결론 만 말해.”
“당장 1급 재난 선포를 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급 재난 선포.
후쿠시마 원전 사태나 선포 되었던 등급이었다. 그 만큼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기에 요시히데가 관자놀이를 집었다.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정부 내 인력으로는 소화가 불가능합니다. 여기 이 친구들이 관리하고 있는 노부나가 팀을 비롯해 민간 인력들을 최대한 투입해야합니다. 관련 비용만 수십억 엔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당장 시행해. 그리고 재난 선포는··· 먼저 총리대신께 보고를 드릴 테니 대기하고.”
“알겠습니다.”
“휴우······.”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한숨을 내쉬는 사이 집무실의 전화기가 불길한 연결 음을 토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러다 뚝.
갑자기 전화가 끊어졌다. 일본 내 2인자 내각관방장관에게 함부로 전화를 했다가 끊는다?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었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합리적 추론을 이어가던 요시히데가 문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내 벌컥 문이 열리고 비서 한 명이 들어와 다급히 소리쳤다.
“자, 장관님. 잠시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요시히데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답했다.
“무슨 일인가.”
“그, 그게······.”
순간.
깜박.
눈앞에 그늘이 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천장에 달려 있는 전등이 점멸한 것이다.
또 깜박.
“뭐야, 전구가 다 됐나.”
“그게 아닙니다. 지금···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전등, 화재 경고 설비, 인터넷, 수도 까지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집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전부 딱딱하게 굳어졌다.
***
국정원 본부 소회의실.
담당관이 군복을 입은 두 명을 상대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름은 골리앗. 이번에 새롭게 접촉중인 라인에서 획득한 바이러스입니다.”
“성능부터 말해봐.”
말똥구리 한 개를 달고 있는 군인이 말하자 담당관이 손에 들고 있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넘어가며 골리앗의 성능에 대한 상세 설명이 기술 되어 있었다.
“일단 감염되는 순간 정지. 그리고 내부 자원을 빠르게 소모시켜 결국 폐기 시키게 됩니다. 여기서 골리앗의 장점 중 하나는 비단 CPU를 장착하고 있는 일반 PC에만 한정된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에는 다른 부대 마크를 달고 있는 소령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흔히 말하는 MCU(Micro Controller Unit :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도 감염시켜 먹통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아시다 시피 MCU는 자동차를 비롯해, 건물의 엘리베이터. EMS 시스템RFID를 사용하는 출입통제 장치 등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칩니다. 그걸 마비시킨다는 건 곧. 적국의 일상이 파괴된다는 뜻입니다.”
“흐음··· 군 무기로 치면 생화학 무기 같은 거군. 닿는 건 전부 감염시킨다니.”
“단 하나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감염 범위를 특정 지을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정밀 타격이 가능해 지는 겁니다.”
담당관이 설명하는 성능은 앉아 있는 군인들도 놀라운 것이었다.
“특정 지역을 마비시킨다··· 한 번 유포되면 파괴력이 어마어마하겠어.”
목소리에는 약간의 염려마저 담겨 있었다. 저게 한국에 유포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맞습니다. 매그니토 급. 어쩌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놈입니다.”
“이거 구입 가격이 300억이라고?”
“네. 그게 유일한 단점입니다. 그래서 기무, 777부대가 함께 나눴으면 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기무는 대북 정보를 다루는 군 정보기관. 777부대 역시 대북 정보를 다루는 군 기관이었다. 기무에서 나온 소령이 팔짱을 낀 채 스크린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이 정도 성능을 가진 놈이라면 이미 미국에서 알고 있지 않을까. 자네도 알다시피 미국이 이런 걸 알면서 가만 두는 곳이 아니잖아. 러시아 중국도 마찬 가지고.”
담당관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방법이 있는 건가? 아니면 내부 인력으로 만들어 낸······.”
“내부 인력은 아닙니다. 내부인력이라면 300억이라는 돈을 마련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자세한 사항은 말씀 드리기 힘들지만 미국은 절대 알 수 없다. 그거 하나 만은 확실합니다.”
“성능은 확실히 알겠네. 다만 미국이나 중국의 반응이 걱정 될 뿐. 그 부분만 해결 된다면 협조할 용의가 충분히 있어.”
“그러면 이야기가 더 쉽게 풀리겠군요.”
담당관의 입가에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
일본 도쿄도 제1청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카모토는 점심을 먹고 오후 업무를 위해 청사로 들어섰다.
-삐빅.
-출입이 거부되었습니다.
-삐빅.
몇 번이나 ID 카드를 찍어도 똑같은 응답이 들려왔다.
“뭐야, 이게 왜 이래.”
고개를 갸웃 거리던 나카모토가 안내 데스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갔다.
“여기요. 이거 출입이 안 됩니다.”
안내 데스크 근무 직원의 표정이 좋질 않았다. 이마에서는 식은 땀마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봐요. 출입이 안 된 다니까요.”
나카모토가 한 번 더 항의했다. 그제야 고개를 숙인 채 모니터를 보고 있던 직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ID 카드가 막힌 것 같습니다. 확인 좀 부탁드려요.”
그러나 그건 나카모토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삐빅.
-출입이 거부되었습니다.
-삐빅.
다른 직원들도 출입을 하려는 순간.
스피드 게이트는 출입을 거부 한다는 메시지만 토할 뿐이었다.
-뭐야, 갑자기 이거 왜 이래.
-나도 안 되는데.
-너도?
-헐 이거 망가진 것 같은데.
-도대체 뭐야 이거.
소란스러움이 커졌고, 살짝 아랫입술을 깨문 안내 직원이 큰 소리 사람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현재 확인 조치 중에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나카모토는 할 수 없이 잠시 기다려야 했다. 잠시 뒤 전문 기술자가 와서 스피드 게이트를 전면 개방 했지만 나카모토는 또 한 번 난관에 부딪쳐야 했다.
“엘리베이터는 또 왜······.”
자신의 근무지는 제 1청사 10층.
거기까지 올라갈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 지는 느낌이었다.
***
비슷한 시각.
승호는 본사에서 선진 전자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중에서 아는 얼굴이 몇 명 있었다. 선진데이터시스템 빅 데이터 분석 팀의 장민재. 그는 전배를 통해 선진전자 직원이 되어 있었다. 장민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정말 오랜 만입니다.”
“하하, 그렇군요.”
“덕분에 저도 이제 이사가 됐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대표님 덕분 입니다. 그리고 축하는 제가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언론에서 대표님 이름이 내려가질 않더군요.”
장민재가 함께 온 다른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홍 수석도 함께 왔습니다.”
홍성복이 조심스레 나서며 손을 내밀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예전에 얼굴 인식 관련해서 같이 작업했었는데.”
선진에서 만났던 과거의 인물들을 만나자 그때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현재 위치 덕분에 저들은 자신을 아주 조심스럽게 대했다.
“하하, 기억 하고말고요. 홍성복 수석님 아니십니까.”
“이번에 선진 프로젝트 하신 다는 소식 듣고, 지원했습니다. 포트와의 대결. 정말 인상 깊게 봤습니다. 비행기 사건도요. 거기에 원자력 발전소 사건까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혹시 미팅 끝나고 사인 한 장 부탁······.”
장민재가 툭 하고 홍성복의 옆구리를 치며 눈치를 주었다.
“우리 일하러 온 거야. 그런 부담스러운 부탁이 어디 있나.”
“하하, 괜찮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예전 분들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요. 사인 정도야 뭐. 일도 아닙니다.”
홍성복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반가운 만남이 끝나고 바로 일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과거 대표님께서 개선 해준 앱 스토어와 얼굴인식은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ONE이 엔진 S에도 적용 된다니 벌써부터 설레는 군요.”
승호가 함께 자리해 있는 둘을 힐끗 보며 말을 이었다.
“ONE이 가장 먼저 적용될 부분은 빅스가 될 겁니다. 이름도 빅스가 아닌 ONE으로 바뀔 거고요. 최종 목표는 음성 대화 시스템. 이게 갖춰지면 뭐. 이런 식이 될 겁니다.”
승호가 탁자위에 올려 두었던 폰을 집어 들었다.
“배고프다. 주변 맛 집 좀 추천 해줘.”
그러자 핸드폰에서 어디서 한 번 쯤은 들어본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청담 주변 맛 집으로는 일식집 야망, 소고기 가게인 아침집 등이 있습니다. 일식, 중식, 한식 중 어떤 걸로 원하십니까?
“나는 한식.”
-한식집인 아침집을 가장 추천 드립니다.
그렇게 승호가 핸드폰으로 대화를 나누며 주변 맛 집을 찾아 나갔다. 그럴수록 홍성복과 장민재의 두 눈이 점점 커져갔다. 왜냐하면 그때 까지 한 번도 대화가 끊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본 대로면 음성 인식 율이 100%군요.”
“이번 ONE 개발 하면서 각종 인공지능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짬짬이 개발 한 모듈입니다. 선진 전자에서 제안을 받자마자 생각 나더군요.”
선진 전자에서 나온 둘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가 그런 둘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선진의 이름에 먹칠하지는 않을 겁니다.”
잔뜩 들뜬 장민재가 바로 답했다.
“먹칠이라니요. 이대로만 되면 아마 금칠이 될 겁니다.”
장민재는 이번 건 만 잘 처리한다면 임원 자리를 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득 차 올랐다.
“그럼 식사는 ONE이 추천해준 곳으로 가볼까요.”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머니에 넣고 있던 다른 핸드폰이 진동음을 토했다.
-日 최악의 바이러스 공습 중. 감염되는 순간 폐기.
-매그니토 급 이상의 파괴력. 피해 액 수천억 엔 이상 예상.
-日 정부 전 세계를 상대로 구조 요청.
자신이 만든 바이러스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