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42)
탑 코더-142화(142/303)
# 142
동시에 하면 되잖아
미국 NSA.
제임스가 탄성을 터트리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함께 있던 동료가 제임스를 보며 물었다.
“똑같지?”
동료의 질문에 제임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석이 안 돼.”
“그렇다니까. 난독 화를 도대체 어떻게 해 놓은 걸까.”
“그렇다고 또 완전히 똑같은 건 아냐. 매그니토 때 알아낸 방식을 적용해 봐도 풀리지가 않는 걸 보면.”
“진짜 궁금해. 과연 어떤 놈일까? 매그니토를 만든 놈과 같은 놈일까. 그리고··· 과연 강승호 그가 이번에도 해결사로 나설 것인가.”
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확인했잖아. 매그니토는 강승호가 만든 게 아니라는 걸.”
그러나 제임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넌 이해가 돼? 그는 어떻게 패치를 만들어 냈는지?”
동료가 고개를 흔들었다. 승호를 불러 확인 까지 해봤지만 아직 몇 가지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만약 그가 정말 천재 중의 천재.
세상의 모든 상식을 뛰어넘는 존재라면 설명이 가능 하지만.
“그가 정말 천재라면 다 가능 하지 않을까.”
“너도 봤잖아. 지난 번 미국에 와서 테스트를 했을 때 종합적인 결과가 평범한 수준 밖에 나오지 않은 걸.”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만 뛰어날 수도 있지.”
“물론 그럴 수야 있겠지만··· 왜 이렇게 자꾸 의심이 드는 거지.”
동료가 제임스의 어깨에 툭 손을 얹었다.
“지금은 그것 보다 당장 생긴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 같은데.”
제임스가 푹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MCU 까지 감염 됐다면서.”
“MCU와 RS485로 연결해둔 것들까지 먹통이 된 모양이더라.”
“그 정도면··· 진짜 거의 마비겠는데?”
제임스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거의가 아니라 전부지. 지하철도 위험 한 것 같더라고. 거기에 비행기도 아슬아슬 한 상태.”
“배는?”
“아직 배 내부 까지는 아니고, 항만도 위험한 모양이더라고.”
“기간 시설들이 그 정도면 공장은 이미 멈췄겠어.”
“몇 개 정도는 이미······.”
“흐음······.”
“금융 쪽에도 퍼질 기미가 보여서. 일본 정부가 총력 대응 중이야. 아마 강승호에게도 연락이 갔을 거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가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난리가 나겠군. 뭐, 이미 난리가 난건가. 포트를 상대로 그런 선전을 보여 줬으니.”
대화를 마무리한 둘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국정원 소회의실.
국정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담당관을 불렀다.
“일을 너무 크게 벌이는 거 아닌가?”
“이 정도 규모가 아니면 꿈쩍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시잖아요.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그야 그렇지만··· 벌써 일본 공장 몇 개가 문을 닫았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기간 시설 들 때문에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이 연일 치솟아 오르고 있고. 금융 시장 불안은 말 할 것도 없네. 도쿄증권거래소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그래서 일본 정부 지지율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죠. 드디어 그쪽에서 요청이 들어온 겁니까?”
국정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식적으로 협조 요청 공문이 왔어. 위에서도 한 번 검토해 보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아마 지금쯤 그에게 연락이 갔을 겁니다. 미리 그 연락에 대해 시간을 끌 라고 말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만든 걸 우리가 만든 걸로 포장하면 됩니다.”
“미국이 믿을까?”
“저희 요원들이 해당 패치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면 됩니다. 실제로 매그니토 패치 개발 이후 강 대표가 국정원 요원들에게 개인 적으로 세미나를 해준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 명분을 들먹이면 됩니다. ‘그’에게 배웠다.”
국정원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라는 말이 마치 ‘신’이라는 단어로 들리는군.”
“뭐, 현실에서는 이미 그렇습니다. 그는 사이버 세계에서 신적인 존재가 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휴우··· 어쨌든 자네의 시나리오대로라면 미국에서 이런 요구를 해오겠군. 강승호 대표의 세미나. 그걸 받고 싶다.”
“그건 강 대표 개인의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그것 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국정원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일단 위에는 내부 요원이 패치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 하지. 앞으로 일본의 피해가 더 커지고, 그럼에도 패치는 개발 되지 않았을 때.”
“협상력이 극대화 되었을 때 카드를 내밀면 됩니다.”
“사이버 전이라는 게 참 무서워.”
“제가 몇 번이나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율곡 이이 선생의 십 만 양병 설. 이제는 사이버 전사들을 10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키워야 할 시점이라고.”
“그것도 보고가 올라갈 거야. 관련 요원들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고.”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때는 침략 당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담당관이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행동할 때입니다.”
***
청담.
시내 소프트 본사.
그 앞에 검은색 세단이 한 대 멈춰 섰다. 차량 번호판에 붙어 있는 ‘외교’라는 두 글자가 일반인이 타는 차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일행은 총 세 명.
그 들은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는지 빠르게 데스크를 통과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일본 대사가 동행인에게 물었다.
“만약 강 대표가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아직 까진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피해액만 5321억엔. 이로써 중국을 덮친 매그니토가 입힌 피해액을 넘어섰어.”
동행한 남자가 푹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일주일만 더 지나면 1조 엔을 넘어서게 되네.”
한화로 치면 11조를 넘어서는 돈이었다. 일본 대사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 대표는 해결 할 수 있을 겁니다. 매그니토도 중국에서 요청한지 불과 3일 만에 해결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해결 할 수 있다고 해도 문제야. 그가 과연 우리의 부탁을 들어줄까?”
동행인도 최근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한, 일 관계를 잘 알 고 있었다. 그랬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안된다면··· 백지수표라도 제시해야합니다.”
“알았네.”
띵.
엘리베이터가 약속한 장소인 9층에서 멈춰 섰다.
일본대사가 들어서자 앉아 있던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사는 승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인지 한국말로 인사를 전했다. 주한일본대사였기에 한국말은 능숙했다.
“반갑습니다. 강 대표님.”
“하하, 네. 안녕하세요.”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저 일본에서 일어난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랄 뿐입니다.”
“혹시 바이러스는 확인해 보셨습니까?”
“간단하게 보긴 봤습니다. 요즘 일이 많아서 자세히는 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해결은······.”
승호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더 자세히 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매그니토 보다는 확실히 더 무서운 놈이라는 것 정도만 파악 했습니다.”
일본대사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미적지근한 반응을 기대하고 이곳까지 찾은 건 아니었다.
“보상은 충분히 해 드리겠습니다.”
“그것도 그거지만 아무래도 최근 한 일 관계가 안 좋다 보니··· 저도 국민 정서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인입니다.”
탁자 아래에 내려가 있던 일본대사의 주먹에 불끈 힘줄이 돋아났다. 염려하고 있던 대답이 나온 탓이었다.
‘젠장··· 역시. 예상했던 그대로야.’
일본 대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함께 동행 한 비서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1급 재난 사태를 선포해야한다. 대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말씀을 잘못 드렸군요. 충분히 가 아니라 확실히 드리겠습니다. 문제 해결 시에 천 억. 조언만 해주셔도 100억을 보장 하겠습니다.”
천 억.
확실히 큰 액수였다. 그러나 이미 계약이 되어 있었다.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던 승호가 고개를 흔들었다.
“더구나 포트와의 인공지능 대결로 이미 회사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더 이상의 일을 받기는 힘듭니다.”
국정원 담당관과 약속한 그대로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대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천 오 백억. 바이러스에 대한 패치 하나 대가가 천오백 억 입니다. 강 대표님이라면 매그니토 사태 때처럼 며칠만 분석하시면 천오백 억이 들어오는 겁니다.”
대사는 간곡히 부탁했다. 절박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락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제발······.”
그래도 승호가 고개를 흔들자 대사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이렇게 까지 부탁했는데도 거절 하다니.
‘세상에 해커는 강승호만 있는 게 아니야.’
대사가 동행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귓속말을 전했다.
-더 해야 합니까?
그러자 승호가 준비한 통역사가 귓속말을 전했다.
-더 제안을 해야 하냐고 합니다.
승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둘을 보았다.
‘이렇게 까지 거절당하니. 자존심이 상하겠지.’
동행인의 정체는 내각정보조사실 직원.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대사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얼마면 되겠습니까?”
“돈을 준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신뢰의 문제였다. 이미 국정원과 한 약속을 깰 수는 없었다. 일본대사의 귀가 서서히 발갛게 물들었다.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겁니까?”
“아쉽게도.”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승호의 연이은 거절에 자존심을 크게 다친 탓이었다.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자신은 일본 대사. 함부로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대사는 들고 온 서류 가방에서 수표 한 장을 꺼냈다.
“이건 일본 부사 은행에서 발급된 백지 수표입니다.”
마지막 카드.
그걸 내밀었다. 카드를 받아 든 승호가 잠시 백지 수표를 살폈다.
‘급하긴 급한 모양이군.’
그러나 여전히 계약할 생각은 없었다. 승호는 거침없이 쓱쓱 숫자를 적어나갔다. 그제야 대사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돈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는 놈은 없는 법이지.’
그런 대사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굳어졌다. 숫자를 쓰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1이 적히고 0이 하나 추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0이 추가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또.
또.
충분히 0을 적은 승호가 마침 표를 찍는 순간 흥분한 대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 이라는 게 있습니다!”
승호가 적은 건 100,000,000,000 엔.
현재 환율로 1.1조 원을 넘는 금액이었다. 거절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재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일본이 받은 피해는 5천억 엔을 넘는 걸로 압니다. 앞으로 1주일이 더 지나면 1조 엔을 넘을 테고요. 그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금액으로 그리 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사가 두 주 먹을 불끈 쥐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두 눈에는 잔뜩 핏 발이 서 있었다.
“그래도 천 억 엔이라니! 협상은 결렬입니다.”
돌아선 대사가 조사실 직원에게 말했다.
-갑시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조사실 직원은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머뭇거리며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대사관님. 잠시 진정하시고 이걸 보시기 바랍니다.
직원이 스마트폰을 꺼내 방금 도착한 메일을 보여 주었다.
제목 : 각국 정보기관 협조요청 결과.
내용 : 미국-X, 중국-X, 러시아-X, 영국-X ······,
메일에는 단 하나의 O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조사실 직원이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부 X입니다. 여기서도 답을 구하지 못하면······.
10조 그 이상의 피해가 발생 할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었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누구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