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43)
탑 코더-143화(143/303)
# 143
동시에 하면 되잖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실장이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쪽에 통칭 골리앗이라는 놈을 해결할 방법이 있단 말입니까?”
“네. 일본에서 들어온 요청을 통해 분석, 해결해 냈습니다.”
안보실장이 턱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흐음······.”
“일본이 우리에게 까지 협조 공문을 보내 왔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뜻. 드디어 우리가 우위에 설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된 겁니다.”
“그걸 이용해서 일본에 수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각종 이슈 거리를 해결하자.”
국정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양한 정치적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 할 수 있는 기회 입니다.”
안보실장이 한 번 더 깊은 침음을 흘렸다.
“흐음······.”
“이 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저희 요원들이 밤낮으로 노력했습니다. 아무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안보실장은 당연한 의심을 꺼내들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그 어디에서도 아직 해결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해결했다. 전 아직도 잘 믿기지가 않습니다.”
국정원장의 눈가가 호선을 그렸다.
“요즘 그런 말이 세간에 나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강승호 보유국이다.”
“······.”
“말씀 드렸다 시피 국정원 요원들이 그에게 각종 세미나를 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요원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고요.”
“그에게 배우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겁니까?”
계속되는 질문에 국정원장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실장님. 저희 요원들의 잠재력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최고의 인재들로 선발되어 있습니다.”
“흠··· 흠.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국정원장이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한국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인원에 대한 예산 증액을 정식으로 요청 드립니다. 국정원에서 개발한 이번 패치가 분명 국익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일단 같이 보고 드려 봅시다.”
***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스미지로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액 7123억엔.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해 왓습니다.”
직원의 보고에도 모니터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그저 마른 침을 삼키며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노부나가 팀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자신들의 힘으로는 패치가 불가능하다는 답이 왔습니다.”
스미지로가 거친 고함을 터트렸다.
“바카야로!”
잔뜩 성이 난 스미지로에게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스미지로가 입을 꾹 다물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렇게 무력하게 당해야 하는 것인가······. 조사실 요원들이 전력을 다해 달라붙었지만 아직 실마리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바이러스 관련 협조 공문을 전 세계로 뿌렸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어렵다는 답이 도착했다. 그 중에서 가장 최악은 수치심을 무릅쓰고 한국에 까지 협조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
띠리리.
띠리리.
스미지로의 책상위에 놓여 있던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기도 전에 덜컥 겁이 날 정도였다.
‘또 어디에 문제가 생겼다는 거지.’
그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들려온 내용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강승호 대표가 천억 엔을 제시했습니다.
“뭐?”
믿기지가 않아 한 번 더 물었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대답은 똑같았다.
-마지막 카드로 들고 갔던 백지수표에 천억 엔을 적어 냈습니다.
“이, 이런 미친!”
-지금으로써는 강승호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그가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바빠서 시간이 없다 였습니다. 시간의 문제 일뿐 해결 하지 못할 건 없어 보였습니다.
스미지로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젠장, 아무리 그래도 천 억 엔은.”
대일본 제국이 이런 치욕스런 일을 격고 있다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고민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알았어.”
전화를 끊은 스미지로가 빠르게 실장에게 보고 전화를 돌렸다.
***
덩그러니 회의실에 앉아 있던 승호가 스마트 폰으로 일본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도쿄증권거래소 중지 초읽기.
-일본 금융 심장부마저 멈춰서기 일보직전.
-日 금융, 통신, 교통 전 영역이 마비되어 가고 있다.
승호가 그 중 세 번째 기사를 클릭해 보았다.
(서울=KBC) 김훈 기자 = 일본 전 영역이 마비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은행은 매일 오류를 일으키고 있으며, 일본이 자랑하는 고속철도는 연일 운행정지를 알리고 있다.
······.
골리앗이라 알려진 바이러스가 해결 될 때 까지 일본의 피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ssun*** : 일본 망해라! 가즈아!
yyki*** : 이렇게 일본 망하나요?
blue**** : 승호야 절대 일본 도와주면 안 된다.
popa*** : 일본 놈들이 잘못 ㅇㅈ할 때 까지 개 무시가 답.
확실히 여론이 좋지 않았다.
‘자업자득이지.’
한국을 상대로 한 수출규제 조치에서부터 전쟁으로 독도를 되찾아야 한다는 등의 망언을 떠올려보면 그리 격한 반응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문이 열리고 일본 대사가 다시 회의실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대사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천 억 엔이면 하시겠다는 말씀 입니까?”
확인하듯 묻는 말에 승호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거 1조를 승낙하겠다는 말 같은데······.’
이러면 자신의 계획과 달라진다.
“제가 말 한 건 최소한의 금액이었습니다.”
일본대사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게 무슨··· 무려 천억 엔입니다. 매그니토 때도 그 정도의 돈을 중국에서 받았습니까?”
“중국에서 얼마를 받았는지 제가 말씀 드릴 의무는 없고, 이 번 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 겁니다.”
일본대사가 뒷목을 잡았다. 치솟아 오르는 화를 억누르기 힘들었다. 승호가 그런 대사를 보며 말을 이었다.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불매운동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게 시내소프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한국을 떠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함께 있던 조사실 직원이 화색이 되어 말했다.
“그,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도와 드리겠습니다.”
“국민영웅에서 매국노가 되라는 말씀이시군요.”
승호의 냉소적인 반응에 조사실 직원이 입을 다물었다.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트린 건 조사실 직원이 들고 있던 핸드폰.
드르륵.
드르륵.
거리는 진동음에 직원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서서히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빠르게 일본 대사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한국 정부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관련 패치 개발이 거의 완료 된 것 같다고.
일본 대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찌릿 승호를 노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마치 들으라는 식으로.
“앞으로 일본에서 사업하실 거면 신중하게 생각해보세요.”
승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제야 연락을 받은 모양인데··· 만약 그걸 내가 개발 했다는 걸 알면 저런 말은 못할 텐데.’
승호는 실소를 흘릴 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
미국 NSA.
제임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도 강승호야.”
옆에 있던 동료가 호들갑을 떨었다.
“정말? 시내소프트에 관련 패치가 올라온 거야?”
“아니. 한국 국정원에서 패치를 개발. 일본 정부와 협상을 하고 있는 중이라네.”
동료가 진심으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국정원? 거기에서 이런 걸 개발했다고? 제임스. 지금 농담하는 거지?”
제임스가 홰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 명의 이름을 읊조렸다.
“강승호.”
“강승호?”
“그가 지금까지 국정원 요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데. 그래서 요원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이번 골리앗이라 불리는 놈을 막을 패치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게 한국정부의 공식 답변이야.”
동료는 여전히 믿기지가 않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게 한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지금 그 말을 믿는 거야?”
제임스가 동조의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현재까지 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해커다. 그런데 교육을 받아 실력이 일취월장한다?
일견 이해가 되면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나도 이해가 안 돼. 이 분야. 특히 해킹 관련은 천재들의 영역이야. 잠재력을 깨운다고 해서 그리 쉽게 되는 게 아니잖아.”
“그게 그런 식으로 될 거였으면 지금 우리도 엄청나게 많은 후배 요원들을 키웠겠지.”
“그런데 강승호······.”
제임스가 다시 같은 이름을 중얼 거렸다. 순간 둘은 동시에 서로를 마주보았다.
“혹시 강승호 그 라면······.”
“교육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제임의 말에 이번에는 동료가 홰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아무리 천재라도 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켜 준다고?”
그러나 제임스의 생각은 이미 한 쪽으로 쏠려 버렸다.
“어쩌면 우리도 교육을 통해 매그니토 급 바이러스를 해결 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설마······.”
“벌써 설마가 몇 번째야. 이번에도 그라면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자 당장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그건 비단 미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었다.
***
청와대.
대통령 홍상훈의 집무실.
그가 의자에 앉아 팔걸이를 톡톡 두드렸다.
“이번에도 강승호라는 이름이 들려.”
“그가 국정원 쪽 요원들을 교육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통칭 골리앗 바이러스 패치를 개발 할 수 있었고요.”
“확실히 남다른 면이 많은 친구구만. 지난 번 원자력 때부터 최근 일본 사태 까지.”
“남다른 정도 아닙니다. 우리는 강승호 보유국이다. 그런 말까지 세간에 나돌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 말에 홍상훈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핵보유국도 아니고, 강승호 보유국이라니.”
비서실장도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핵보다 무서운 게 바이러스입니다. 그걸 해결 할 수 있는 사람이니 ‘보유국’ 이라는 단어도 영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하, 그렇구만.”
짧은 담소가 끝나고, 비서실장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해당 바이러스 관련해서 국정원에서 올라온 작전은 어떻게 할까요?”
“그 골리앗이라는 놈을 북한에 유포하자는 건 말인가?”
“네. 정확히는 골리앗2 입니다. 국정원 자체 보유 라인에서 확보 했다고 합니다.”
“일본을 그 정도 경지로 몰아넣은 놈이니 북한에 유포 하면 꽤나 볼만 하겠군.”
“북한은 일본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해킹 실력을 보유한 곳입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 할 지도 모릅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승인하지. 매번 눈 뜨고 당 할 수만은 없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비서실장이 다음 보고를 이어나가려고 할 때 비서실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비서실장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 갔다. 이내 전화를 끊은 비서실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본이 모든 요구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