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44)
탑 코더-144화(144/303)
# 144
동시에 하면 되잖아
승호는 회사에 앉아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속보] 日 수출규제 해제. 韓 백색국가 재 포함.
-[속보] 日 강제징용 판결 존중. 관련 내용 추후 협의 -[속보] 양국 상호이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 경주 약속.
-[속보] 韓, 日. 수출 규제 극적 타결······.
오늘 하루 종일 인터넷을 점령하고 있는 뉴스였다. 그 와중에 바이러스에 관한 말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상호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드르륵.
드르륵.
그 사이 국정원에서 건네 준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담당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밝았다.
“담당관님도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골리앗 구매 건 말입니다.
“네.”
-300억에 구매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전에 말씀 드린 계좌로 부탁드립니다.”
-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일은 마무리 된 건가요?”
그러나 아직 담당관은 물어볼 말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말씀드린 세미나는 언제 쯤 진행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일이 많아져서 일정은 확인해 본 후에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 드리지만.
“외부에서 혹 연락이 오면 국정원 요원들에게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와대를 비롯해서 저희 원장님께서도 감사 하다고 전하라고 했습니다.
“아닙니다. 돈을 받고 계약에 의해 일을 해주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해하고 있겠습니다.
“네. 그럼 이만.”
승호도 밝은 표정으로 기지개를 켰다. 일은 잘 마무리 되었고, 통장에는 또 다시 두둑한 돈이 쌓였다. 승호의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금번 투자 최종 수익률 150%
이성욱이 이번 사건을 통해 투자한 결과였다. 결과 적으로 통장에 적힌 최종 숫자는.
– 131,010,000,000.
통장에 찍힌 금액만 천억이 넘었다. 아직 시내소프트 주식은 한 주도 처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순수 현금만 천억이 넘었다. 또 앞으로 국정원에서 지급할 300억 까지 합쳐진다면 돈은 이 천억에 가까워진다.
‘많이 벌긴 했어.’
이미 시내 소프트 주식 평가액만 해도 조 단 위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현금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명실상부 대한민국 IT 재벌.
그렇다고 승호의 주머니만 두둑해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회사도 승호가 뽑아놓은 사람들로 인해 매일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 벌여놓은 일을 하나씩 마무리 할 차례 인가.’
선진.
금현.
정부.
세 곳과 진행하고 있는 ONE과의 연동 작업 외에도 회사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까지.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이번에는 책상위의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 비서의 딱딱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회의 시간입니다.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승호가 도착한 곳은 5층에 위치한 회의실.
그곳에 선진 전자의 홍성복을 비롯한 관련 개발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승호가 살짝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자, 나머지 개발진들이 차례대로 자리에 앉았다. 승호를 제외하면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홍성복이 말했다.
“그러면 ONE 연동 개발 회의 시작 하겠습니다. 다음.”
그러자 PPT가 넘어가고 현재 개발 진행 상황을 표시한 화면이 나타났다.
“현재 선진전자에서는 마이크 성능을 높이고 있습니다. 최대한 잡음을 줄이고, 입력되는 말이 선명하게 될 수 있도록 기능 개선 중입니다.”
홍성복이 승호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여기 탁자위에 있는 게 금번 새롭게 개발된 마이크가 장착된 엔진 S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선진전자 쪽 연구원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엔진S를 들고 승호에게 전해주었다.
“이번에 음성 변환 코덱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보다 5% 이상의 잡음 제거 성능 향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승호는 묵묵히 엔진S를 볼 뿐이었다.
“한번 실행시켜 봐도 될까요?”
연구원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승호가 녹음기능을 켜 몇 마디 말을 입력해 보았다.
-아,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그러자 마이크에서 시작된 0과1의 행렬이 줄줄이 엔진S 내부로 흘러들어갔다. 그 의미가 바로바로 머리에서 해석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구원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뚝.
이마에서 식은 땀 한 방울이 흘러 내렸을 때.
승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때 제가 오디오 코덱의 전 처리 부분에 에트리에서 발행된 음성인식을 위한 잡음처리 연구 논문을 참고 하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던 것 같은데. 맞나요?”
“네. 그 부분을 참고해서 이번에 성능을 향상 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군요. 5% 정도면 제가 말씀 드린 참고 논문을 그대로 적용한 수준. 그걸 바라고 말씀을 드린 건 아닙니다.”
순간 연구원이 움찔 거렸다. 이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승호를 마주 보지 못하고 먼 산을 쳐다보았다. 승호가 연구원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해당 논문에서는 잡음을 두 가지로 정의했습니다. 하나는 발성음 두 번째는 가산왜곡. 그걸 해결하기 위해 라스타 필터링을 제안했고요.”
승호가 말을 이어나갈수록 사무실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이미 익숙한 풍경이었다. 딱히 코드를 보지 않고도, 현 상황을 진단하고 개선 점을 내놓았다. 그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자, 사람들은 승호를 천재를 넘어서는 천재라 인식하고 있었다.
“이, 이번에 적용한 것도 그겁니다.”
“그런데 라스타 필터링에 몇 가지 요소를 더 추가하면 5%가 아닌 최소 15% 이상의 성능향상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또 다시 침묵.
연구원은 알지 못했고, 승호는 알고 있었다. 승호가 살짝 한 숨을 내쉬었다.
“휴우······.”
승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회의실에 설치되어 있는 거대한 화이트보드로 다가가 쓱쓱 수식을 적어나갔다.
“이게 기존의 라스타 필터링 알고리즘입니다.”
꾸벅.
연구원이 할 수 있는 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다였다.
“대부분의 필터링 알고리즘이 그렇겠지만 라스타 필터링이 하는 일은 입력된 음성 정보 값의 표준편차를 구해 해당 표준 편차를 크게 벗어나는 정보는 잘라내는 일을 합니다. 표준 편차에서 크게 벗어나는 정보 대부분이 잡음일 테니까요.”
“마, 맞습니다.”
“이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러자 연구원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잡음과 음성이 비슷한 구간 내에 있으면 필터링이 되지 않죠.”
“그래도 공부를 좀 하셨군요.”
연구원이 머쓱함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해당 부분의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스펙트럼 차감 법을 활용해 이렇게 각각의 값을 정규화 하여 잡음의 특징을 한층 더 극대화. 표준 편차에서 벗어나게 만들면······.”
승호는 말을 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식이 완성되어 나갔고, 연구원은 두 눈을 부릅뜨고 화이트 보드를 주시했다.
“잡음의 표준 편차 값이 커져서 라스타 필터링에 전부 걸리기 될 겁니다. 이걸로 한 번 다시 적용해 보세요.”
“아, 알겠습니다.”
승호가 다시 자리에 앉아 회의실에 모여 있는 개발진들을 훑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을 주시하며 말했다.
“그러면 다음은 인식된 음성에 대한 언어 변환 부분인가요.”
잔뜩 긴장한 개발자가 입을 떼지 못하자 홍성복이 대신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빨리 끝내도록 하죠.”
조근조근하고, 잔잔한 어조로 설명을 해 나갔다. 딱히 상대를 비하하는 인신공격이나 비난도 없었다. 그럼에도 개발자들은 승호의 말을 듣는 걸 두려워했다.
천재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 했을 때 밀려오는 자괴감.
홍성복도 조금은 느끼고 있는 감정이었다.
‘포기하니까 편해.’
자신도 예전에 승호를 따라잡는 다는 생각이나 그와 비슷한 경지에 가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개발이 진행 될수록 그런 생각을 버렸다. 그러자 자괴감도, 자기반성도 생기지 않았다.
“그, 그러면 인식된 음성에 대한 언어변환 처리 부분 개선 점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발표하는 개발자는 아직 버리지 못한 자존심이 있었고, 이내 수십 분 뒤 그걸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깨달았다.
***
수 시간에 걸친 선진전자와의 회의를 마친 승호가 다시 집무실로 올라왔다. 승호를 본 비서가 잰 걸음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또 일정이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 지금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는 연락이 쇄도 하고 있습니다.”
“또 방송국인가요?”
비행기 사건이 있었을 때 또 한 번 수 많은 취재진이 몰렸었다. 그걸 전부 거절하는 것만으로도 수일이 걸렸었다. 그러나 비서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방송국이 아니라··· 각국 대사관에서 온 연락입니다.”
“네? 대사관이요?”
순간 머릿속으로 국정원 담당관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외국에는 대표님이 교육한 것으로 말해두었습니다. 한국 국정원의 실력으로는 절대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니까요.
-그걸 각국이 믿을 까요? 그냥 제가 해결해서 패치 파일을 넘겨줬다고 생각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비공식적인 심증. 공식적인 입장이 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프리즘 프로젝트가 공개되기 까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없다고 부정해 온 것 처럼요.
-알겠습니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설마··· 교육을 해 달라. 뭐 그런 말을 하던가요?”
그러자 비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지금 까지 총 10개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세미나 또는 교육을 해줄 수 있냐고. 할 수 있다면 비용은 어떻게 되냐고.”
“허······.”
“몇몇 분들은 지금 당장 찾아 갈 때니까. 혹시 시간을 내줄 수 있냐고 했습니다. 기다릴 테니 아주 잠깐 이라도 상관없다.”
비서의 그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 설치되어 있는 전화벨이 울렸다. 재빨리 전화를 받은 비서가 마른 침을 삼키며 승호를 보았다.
“대표님. 밑에 미 대사가 와 있다고 합니다.”
“미 대사가요?”
미 대사라면 미국을 대표해 한국에 와 있는 외교관 중 최고 직급을 말한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쪽에서도 대사 분들도 기다리고 계시다고······.”
대충 그들이 어떤 말을 할지 예상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일만으로도 벅찼다. 오늘만 해도 선진전자 협업만으로 하루의 절반이 지나가 버리지 않았는가.
“이걸 그냥 가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니 가라고 말하기에는 상대의 직급이 너무 높았다. 아마 그래서 대사를 보냈으리라.
“어떻게 할까요?”
“일단 올라오라고 하세요. 대사 분들을 함부로 가라고 할 순 없으니.”
그렇게 해서 사무실로 올라온 미, 중. 일.
세 명의 대사들이 승호를 보며 예상했던 그대로의 말을 꺼냈다.
“혹시 저희 쪽 나라 요원들도 교육 가능 합니까?”
“흠흠··· 제가 먼저 왔습니다.”
“저도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걸로 아는데요.”
“어차피 강 대표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승호가 미간을 찡그리며 관자놀이를 집었다.
‘이거 까지 동시에 할 수는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