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45)
탑 코더-145화(145/303)
# 145
엔진 S의 판매량
승호는 난색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자 중구난방으로 떠들던 대사들이 동시에 승호를 바라보았다. 승호는 그 중 일본대사와 먼저 눈을 마주쳤다.
“대사님은 다시 오셨군요.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승호의 핀잔에 헛기침 까지 해대며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 겨우 연 첫 마디.
“교육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지급하겠습니다. 백지 수표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러자 미국 대사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사님. 지금 돈으로 입찰을 하자는 겁니까?”
눈을 부릅뜨며 하는 말에 일본대사가 또 한 번 헛기침을 토했다.
미-일.
두 곳이 대결을 하면 누가 이길지는 뻔했다. 그러자 중국대사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
“매그니토 당시의 깔끔한 거래 기억 하실 겁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겁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 앞으로 시내 소프트가 중국 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도움은 이미 매그니토 해결 당시에 받기로 했습니다만.”
그러자 중국대사의 이마에서 삐질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이번에는 미국대사가 나섰다.
“미국은 ZONE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미국에서 사용한 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지는 충분히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세계 최강대국의 또 다른 이름 미국.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승호도 알 고 있었다. 이 셋 중 가장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승낙해버리면 나머지 두 나라에서 미움을 받게 된다.
“말씀 드렸다 시피 제가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포트와의 대결 이후 회사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습니다. 이런 시기에 다른 나라 인원들을 교육하겠다고 떠돌아다니면 회사는 누가 챙기겠습니까.”
약간의 간곡함을 담아 말했다. 벌써 대표 자리에 오른 지도 일 년이 넘었다. 의도적으로 말 속에 감정을 담는 건 일도 아니었다.
“흐음··· 바쁘신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미 대사가 먼저 호의 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다른 나라 대사들도 전략을 수정했다.
“혹시라도 시간이 나신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늦어져도 상관없으니 꼭 연락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시간이 난다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실랑이하고 나서야 겨우 각국의 대사들을 돌려 보낼 수 있었다.
“휴우······.”
승호가 살짝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바이러스를 만들고 유포. 그 이후 바로 선진과의 일. 이후에 대사들과의 만남 까지.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였다. 부산에서 보낸 휴가가 달콤한 꿈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엔진 S 10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다행인건가.”
선진전자와의 서비스 공급 계약은 엔진 S 10 출시까지가 일정이었다.
일정 동안 개발해야 할 서비스는 단 한 가지.
-기존 빅스를 대체 할 획기적인 서비스 개발.
그에 대한 대가는
– 신제품 적용 : 로열티 대당 2만원.
– 구제품 적용 : 로열티 대당 1만원.
이었다.
어떻게 보면 시내소프트에 유리한 계약일 수도 있었으나 ‘획기적인’ 서비스의 기준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았다. 계약서에 적혀 있는 획기적인 의 구체적인 기준은 해당 서비스에 만족해 제품을 사용하는 비율이 30%를 넘어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소비자들의 30%가 서비스를 이유로 엔진 S 구매.
그 기준을 넘어야 로열 티가 지급되는 조건이었다. 승호도 기를 쓰고 개발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판매된 엔진 S에 앞으로 신규 출시될 엔진 S 10 까지.
총 판 매량만 수 억 대를 넘을 것이다. 거기에 전부 ONE 음성 비서 서비스가 적용된다면 로열 티로만 수 조원.
앞으로 ONE이 업데이트 된다면 그에 따른 비용은 별도로 받기로 했다. 그야 말로 다이아몬드를 낳는 거위였다.
“이것부터 빨리 해치우고, 자율 주행차. 스마트 시티는 한 번에 묶어서 진행하면 되겠지. 어차피 관련 인원들도 속속 입사를 하고 있으니.”
처음부터 혼자서 이 전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전체를 총괄 하며 뼈대를 세우고, 오늘처럼 가져온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 정도를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 다면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해보자.”
승호는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내일은 자율 주행 차 관련 정기 회의가 있는 날. 그리고 오후에는 스마트 시티 관련 회의를 해야 한다.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
비슷한 시각.
선진전자 고동만의 집무실.
그간의 성과로 선진전자에서 이사를 달게 된 장민재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상석에 앉아 있던 고동만이 지긋이 장민재를 쳐다보았다.
“어떤가. 곧 엔진 S 10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현재 음성인식률 9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건 포트와 비슷한 수준 아닌가? 그 정도로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망고사의 에이 폰 X와의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 보는 건가.”
“강 대표님 말로는 앞으로 출시 전 까지 2% 정도 성능을 더 끌어올 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2%? 그러면 97%가 되겠군. 그걸로 고객들이 만족 할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마케팅 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음성인식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가장 큰 불만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인식오류야.”
장민재는 긴장했지만 태도에 흔들림은 없었다.
“들었습니다.”
“1%의 오류도 용납하지 않는 게 소비자들이란 말이네.”
고동만의 질책에도 장민재는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대답해 나갔다.
“그것 관련해서도 강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머지 3%는 엔진 S 10을 출시한 후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채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기존에 빅스 서비스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그것만 해도 꽤나 많은 양이 쌓여 있지 않은가.”
“해당 데이터들은 개인 정보라 원본 데이터 그대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전 처리된 데이터라 ONE에는 사용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장민재의 긴 이야기를 듣던 고동만이 돌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자네는 마치 시내소프트 직원 같군.”
책망이라기보다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장민재는 당당하기만 했다.
“그거라도 잘하라고 절 붙여준 거라 생각했습니다.”
“기술 내재화는 어떻게 안 되겠나?”
“ONE의 핵심은 시내 소프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 접근 자체가 불가능 합니다. 다만 그 전, 후 부분에 대해서는 강 대표가 조언을 해주며 진행하고 있어 기술 내재화가 조금씩이지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장민재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오늘만 해도 마이크로 입력된 음성 처리 코덱 알고리즘에 대한 조언으로 잡은 처리 성능이 또 한 번 향상 되었으니까요.”
고동만이 또 한 번 깊은 탄식을 토했다.
“나쁘게 말 하면 강 대표가 주는 거나 받아먹고 있는 실정이구만.”
“그거라도 잘 받아먹으면 이번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난 거라 생각합니다.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팔콤과 AP 개발 협의시를 생각해보면 그쪽은 엄청나게 폐쇄적이지 않습니까. 그에 비하면 강 대표는 거의 성인군자 수준입니다.”
장민재의 말에 고동만이 입맛을 다셨다.
“쩝··· 그야 그렇긴 하지만. 영 아쉽단 말이지.”
“더 이상 욕심을 내면 강 대표가 거래를 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미 수, 번의 실수를 통해 신뢰를 잃은 상태니까요. 더구나 오늘 돌아오는 길에 보니 미 대사관 차량이 시내소프트에 세워져 있더군요.”
“미 대사관 차량이? 왜?”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강 대표에게 어떤 부탁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 정도를 추측 할 뿐입니다.”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빠져있던 고동만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골리앗!”
“일본에 퍼졌다는 바이러스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거. 최근 바이러스 관련 뉴스가 사라졌다 했더니······.”
“그걸 강 대표가 해결 했다.”
“적어도 관련은 되어 있을 거야. 매그니토를 해결 한 사람이니.”
“그래서 수출 규제를 풀린 거군요.”
고동만이 크게 고개를 주억 거렸다.
“그게 합당한 추론이겠지.”
장민재가 순수한 감탄을 담아 중얼 거렸다.
“스마트 시티에 자율 주행 차 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와중에 바이러스 까지······.”
“강 대표라면 충분히 가능 한 일이야.”
“그러면 ONE 서비스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 라면 최고의 성능을 낼 테니까요.”
이번에도 고동만은 무겁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면서도 얼굴 한편에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게 더 큰 문제야. 너무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그렇게 되면 정말 포트에 버금가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될 테고, 그렇게 된다면 분명 선진의 경쟁 상대가 되겠지.’
고동만이 가장 우려하는 바였다.
***
두 달 뒤.
엔진 S 10 출시 행사인 언락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의 최대 관심사는 엔진 S에 새롭게 탑재된 인공지능 ONE.
포트와도 비등한 대결을 펼친 ONE이 어떤 성능을 보여 줄지가 행사 참가자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과연 빅스를 뛰어넘을까? 사실 음성인식이라는 게 인공지능 기술만으로 해결 되는 문제는 아니니까. 마이크 기술에서부터 코덱도 괜찮아야 하잖아. 물론 그런 점에서 선진이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반대편에 있던 다른 참가자가 행사장 정면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냐?”
-엔진 S X ONE.
화면에 나타나 있는 단 하나의 문구.
“별거 아니었으면 저런 문구를 박지도 않았겠지. 선진도 깨달은 거야. 더 이상 하드웨어만으로는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는 걸.”
그러나 반대편 남자는 여전히 조금 부정적이었다.
“흐음······.”
“하여간 곧 행사 시작하니까. 보면 알게 되겠지.”
“보다가 영 아니면 난 에이폰 행사장에나 가야겠어.”
둘의 대화가 끝나갈 때 쯤 사회자의 안내멘트와 함께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행사장 전면에 나선 건 고동만 사장이었다. 고동만은 차례대로 이번 엔진 S 10에 탑재된 기능들을 설명해나갔다.
-초광각 카메라로 역동성을 부여한 화질.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눈이 편한 화면.
-최첨단 AP와 고용량 RAM을 활용한 처리속도.
과거에도 나왔던 설명들이 단어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일까. 참가자들의 관심도 조금씩 식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눈치 챈 고동만이 뚝. 설명을 멈추었다. 오늘 행사는 단순히 기능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화제성.
그걸 통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쯤에서 오늘 이 자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말씀드려야겠군요. 그 설명은 제가 아닌 다른 분이 해 주실 겁니다. 강 대표님.”
그 말에 단상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승호가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일견 가벼워 보이는 발걸음에는 1의 긴장도 보이지 않았다. 단상으로 올라가던 승호가 들고 있던 엔진 S 10에 대고 말했다.
-오늘 행사장 분위기가 어때?
그러자 그 말이 그대로 거대한 스크린에 나타났다. 동시에 스피커를 통해 행사장에 생중계 되었다. 문장이 완성되는 딜레이는 사람이 체감하지 못할 정도였고, 단어는 스펠링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했다. 단상위로 완전히 올라간 승호가 엔진 S 후면에 위치한 카메라로 객석을 비췄다.
그러자.
-꽤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 있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ONE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화면에 적혀 있던 문장에 ONE의 대답이 추가 되었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건 제 질문에 대한 ONE의 대답입니다. 행사장 분위기라는 말에 카메라를 통해 객석에 앉아 있는 분들의 표정을 읽어낸 거죠.”
만약 누군가 지금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가장 먼저 주변을 훑어볼 것이다. 승호는 카메라를 통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확보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의 수와 표정을 읽어낸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없는 기술 이었다.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마른 침을 삼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화의 문맥을 이해해 대답하는 비서. 엔진 S에 탑재된 새로운 비서 ONE을 소개 합니다.”
승호의 말이 끝나자 열화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