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48)
탑 코더-148화(148/303)
# 148
엔진 S의 판매량
시내소프트 채널 구독자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동안 고동만은 김희건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자리에 앉은 김희건이 비서가 간추려준 뉴스를 확인했다.
-엔진 S 10 출시부터 난관. 미 세이프 가드 발동으로 가격 상승 불가피.
-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 외교라인 풀가동.
-선진 김희건 회장. 미국행 결정.
-내년 선진전자 영업이익 감소 불가피. 에이폰 반사 이익.
선진전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 중에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매년 미국에서 팔리는 양만 800만대 가량. 관세 때문에 30∼40%가량의 판매량이 줄어든다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겠군요.”
옆 자리에 앉아 있던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꼭 해결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세탁기와 같이 힘없이 두들겨 맞기만 하면 또 다른 제품으로 번져갈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망고는 아주 신이 났겠습니다.”
“저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관세 부과에 따른 여파도 미미한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즉 기존의 가격대를 유지 할 수 있다는 말. 아주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겁니다.”
“흐음······.”
“도착하시게 되면 바로 공화당 상원 의원을 만나시고, 바로 백악관에 입성해 있는 토마스의 사위를 만나시게 될 겁니다. 권력의 실세들이니 세이프 가드를 풀 가능성이 지난 번 보다는 아주 높습니다.”
“정부에서는 무슨 말 없습니까?”
“대사관 쪽을 통해 적극 항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은 세계 최 강대국. 그리 귀담아 듣지 않는 눈치라고 합니다.”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군요.”
“WTO에 제소도 동시에 진행한다고 하긴 하는데······.”
“세탁기 때도 미국은 콧방귀를 낄 뿐이었죠.”
“맞습니다.”
대화를 나눌수록 김희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고동만도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운 상황이군요.”
“실마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 수출 규제를 겨우 풀었더니 이제는 미국이.”
대화를 나누던 김희건의 두 눈이 깜빡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고동만을 쳐다보았다.
“잠시 만요. 일본 수출 규제가 풀린 가장 큰 이유.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러스 해결을 조건으로 던졌다고 되어 있었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당시 일본 전역을 휩쓸고 있었던 통칭 골리앗이 협의가 끝나고 해결 됐습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한국정부에서 골리앗에 관한 해결책을 들고 협상에 임했을 거라는 것이 내부 결론이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당시 미 대사가 시내소프트를 찾았고.”
“네. 그쪽 출입하는 홍성복 수석이 봤다고 했습니다.”
김희건이 입맛을 다시며 추론을 이어나갔다.
“매그니토를 해결한 것도 강 대표. 만약 강 대표가 이번에도 해결 했다고 한다면······.”
“미 대사가 어떤 부탁을 위해 찾아 갔을 수도 있겠군요.”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바이러스니까요.”
고동만이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것부터 바로 확인해 보세요. 어쩌면 이번에도 그가 키 맨이 될지도 모르니.”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
다음날.
승호가 회의를 위해 사무실로 내려오자마자 고동수가 달려왔다.
“대표님 확인해 보셨어요?”
무슨 말인지 알기에 승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150만 넘었더라.”
“그것도 하루 만에 돌파예요. 이 정도면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 최단 기간일겁니다.”
잔뜩 들뜬 목소리에서는 승호에 대한 선망을 넘어선 맹신 같은 것이 느껴졌다.
“어지간한 연예인들은 전부 제친 거예요.”
“유명해지려고 한건 아니니까 그런 수치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고··· 구매 사유는 어떻게 됐어?”
“아침 9시 부로 20% 넘었습니다.”
승호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구나. 이러면 영상을 하나 더 찍어야 하나······.”
고동수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몇 개 더 올리면 이 백, 삼 백 만을 넘어서 다이아 버튼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승호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크리에이터도 아니고,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마케팅. 굳이 언론을 통하지 않고도 충분히 마케팅을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요?”
일견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고동수가 입에 침을 튀겨가며 승호를 설득했다.
“추후 우리 서비스가 나왔을 때 홍보하기에도 좋고요.”
“뭐,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요즘은 기업차원에서도 채널 운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선진을 비롯해서 금현. 넥스터 해외 기업들은 말 할 것도 없고요.”
승호의 마음이 조금 더 움직였다. 듣고 있던 승호의 시선이 불현 듯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 두더지처럼 고개를 들고 있던 남직원들의 머리가 순식간에 쑥 하고 내려갔다. 승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고동수를 바라보았다.
“너 설마······.”
“그, 그런 거 아닙니다. 바, 박사님 화장하신 거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저 회사에 도움이 되니까.”
당황한 고동수가 급히 스마트폰으로 선진전자 마케팅 시스템에 접속했다.
“보세요. 21%. 영상 몇 개 더 올리면 30% 금방이라니까요.”
분명 수치가 오르는 것도 사실이었다.
“알았어. 진행해보자.”
“아싸!”
“예스!”
“예카예카!”
기쁨의 탄성은 고동수가 아닌 사무실에 앉아 있는 다른 직원들이 터트린 것이었다.
***
그렇게 몇 개 영상을 더 찍어 올리자 가파르게 올라가던 구독자 수에 불이 붙었다. 순식간에 이 백 만 구독자를 찍어 버렸다. 이는 승호가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나 유명해진 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 만 은 아니었다. 튜브넷에서 영상을 확인한 고동수가 거친 콧김을 내쉬었다.
“이 놈이 또······.”
승호가 올린 내용을 저격하는 리뷰였다.
크리에이터의 이름은 ‘IT양군’.
내용은 시종일관 승호가 동영상에서 말한 내용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주만 기다리라고요? 그건 애초에 완성되지 않은 제품을 출시했다는 걸 스스로 시인하는 꼴 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국 사람이 한국어 최적화를 진행하지 않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이랍니까?
-저도 ONE을 응원했던 한 사람으로 써 실망이 큽니다. 만약 이 주 뒤에도 제대로 된 버전이 나오지 않으면. 크게 실망할 것 같습니다.
약간 자극적인 단어와 내용을 담은 영상은 단숨에 백 만 조회 수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크리에이터가 만들어서 올렸던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 수.
고동수가 분을 삼키며 중얼 거렸다.
“어그로 끄는 게 확실해.”
그렇다고 따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자칫 잘못 접촉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고동수가 가슴앓이를 하는 사이에도 관련 영상의 조회 수는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검에는 카운트다운을 뜻하는 D-11 까지 올라왔다. 승호가 말한 이주 뒤가 바로 오늘부터 11일 후 라는 의미였다.
같은 시각.
승호는 회의실에서 장민재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관세가 올라가 판매 대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군요.”
“네. 매년 북미에서만 800만대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전 세계 1/4에 해당하는 시장.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시장이기도 합니다. 올해 엔진 S 10을 발표하면서 천만 대 가량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천 만 대는 커녕 600만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 말씀이군요.”
“네. 중국 시장에서 반응이 오고 있긴 하지만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회장님도 현재 급히 미국으로 떠나신 상황이고요.”
승호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내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내가 이번 일을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미 대통령과 안면이 있지는 못했다. 그런데 무슨 수로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승호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혹시······.
“미 대사가 저희 회사를 찾아왔었던 일 때문에 절 찾아오신 겁니까?”
당시에 장민재와 홍성복도 회의 때문에 시내 소프트에 회사에 와 있었다.
“네. 미 대사님께서 이곳 까지 왔다는 건 곧 강 대표님께 어떤 부탁을 하겠다는 것. 강 대표님의 입김이 충분히 미 정부에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 겁니다.”
승호가 미간을 긁적거렸다. 사실 살짝 긴장하기도 했다. 미 정부가 아닌 FBI 및 다른 정보기관들과도 접촉했었던 사실까지 알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선진의 정보력이 거기까지 닿아 있지는 않았다.
‘흐음··· 그렇다고 내가 세이프가드까지 해결 할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 뭔가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미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는 일을 자신이 할 수 있을까? 과거였다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헛소리 취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다를 수 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불현 듯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물론 선진에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부탁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만약 정말 대표님께서 세이프 가드를 해제 하실 수 있다면. 해제 된 이후 판매되는 북미 물량에 대해서 로열티를 올려 드리겠습니다.”
생각을 마친 승호가 장민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얼마까지 올려 줄 수 있습니까?”
“정확히는 계산해 봐야겠지만 대당 이 천원에서 오천 원 사이가 될 것 같습니다.”
승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대략 수십억 가량의 수익이 계산 되었다.
‘세미나 몇 번 해주고 풀어달라고 해보지 뭐.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고.’
간단히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실리콘베이에 세워질 지사 때문에 출장을 가긴 해야 했으니.
“알겠습니다. 저도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
미국 NSA.
대사관을 통해 들어온 내용은 제임스를 들뜨게 만들기 충분했다.
“무조건입니다. 무조건 수락해야 해요.”
반대편에 앉아 있는 건 NSA 국장.
하얗게 센 흰머리가 그의 나이를 짐작케 했다. 미 육군 대장 출신의 국장은 군인 출신답게 권위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
“국장님도 아실 겁니다. 골리앗을 해결 한 게 한국 국정원이라는 걸. 그리고 그런 그들을 트레이닝 한 게 바로 강승호. 그 사람입니다.”
국장은 돌처럼 표정을 굳힌 채 그 보다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내부에서는 강승호가 패치를 전달했다는 것이 중론이야. 그런 그에게 배워서 국정원 요원들의 실력이 늘었다? 거짓이란 말이지. 자네들이 그에게서 배워 실력이 는다? 거짓이 될 확률이 높아.”
“그럼에도 그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해커라 불리고 있습니다.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NSA에도 인재는 많이 있네.”
“국장님 다크 웹이라고 아십니까?”
국장이 로봇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쓰레기들이 모인 곳 아닌가.”
“그곳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NSA에서도 항상 그곳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죠. 혹여 미국에 해를 가할 수 있는 정보가 돌아다닐 수도 있으니.”
“그래서?”
“그곳에도 서열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열의 가장 정점에 있는 집단 아니 개인인지 집단인지 조차 알려지지 않은 블랙워치. 거기에서도 골리앗은커녕 매그니토에 손도 대지 못했다는 사실 들어보셨습니까?”
블랙워치.
NSA 국장도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벌써 수년째 추적하고 있었지만 번번이 놓쳤고, 언제나 인터폴 최상위 수배 대상인 적색 수배가 내려져 있는 존재들.
펜타곤 전산망 마비 사태에서부터 FBI 기밀문서 유출까지 미국과도 꽤나 악연이 깊은 존재였다. 제임스가 한껏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어쩌면 그들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한 마디가 국장의 마음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