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49)
탑 코더-149화(149/303)
# 149
엔진 S의 판매량
미 대통령 토마스 매디슨.
그는 미 공화당의 대표 대선주자로 나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는 존재였다. 그런 그가 최우선시 하는 것은 바로 미국의 이익.
오직 그것 하나였다.
“이게 미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나.”
“세이프가드로 인해 당장은 선진 전자의 매출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종국에는 다시 회복 될 겁니다. 가격 경쟁력이라는 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사실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자네에게 그런 식견까지 있는 줄은 몰랐군.”
NSA 국장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보를 다루는 기관에 있다 보니 절로 생기더군요.”
“그래서 세이프 가드를 해제해야 한다.”
“실보다 득이 크니까요. 그에게 교육을 받으면 NSA 요원들의 실력이 늘어날 겁니다. 곧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겁니다. 세이프가드로 벌어들인 돈보다 그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두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사위가 다녀갔네. 비슷한 말을 하더군. 스마트 폰에 대한 세이프가드는 미국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최악의 경우 선진이 고려중인 공장이 취소 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는 군.”
집무실에는 NSA 국장만 있는 건 아니었다. 토마스의 복심인 비서실장도 함께였다. 그거 노성을 터트렸다.
“그런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말입니까? 공장 취소라니. 할 테면 해보라지요. 선진은 미국 땅에 발조차 못 붙이게 될 테니.”
토마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기에.
“우리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야. 그 누구에게도 굽혀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 그런데 선진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야.”
NSA 국장의 미간이 꿈틀 거렸다. 이야기가 뭔가 요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더구나 인공지능으로 포트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고는 하지만. 일개 개인에 불과한 이가 세이프 가드를 풀어라 말아라 한다.”
토마스가 코웃음을 쳤다.
“하, 참. 이거 내가 너무 우습게 보였군.”
이내 창가에서 고개를 돌린 토마스가 NSA 국장을 향해 검지를 흔들었다.
“그런 헛소리들을 필요 없네. 아메리카 퍼스트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면 그가 교육을 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교육이고 뭐고. 어떻게든 매그니토나 골리앗을 해결 할 수 있도록 하면 돼. 그리고 그게 자네에게 주어진 임무야.”
NSA 국장의 입이 한 일자로 굳게 다물어졌다. 비서실장이 한 마디를 덧 붙였다.
“NASA, CIA, DIA 등등 그 들의 능력이 결코 강승호? 그 사람 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NSA 국장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도 지금까지 블랙워치를 잡지 못했습니다.”
비서실장이 되 물었다.
“강승호는 잡을 수 있다고 했습니까?”
NSA 국장은 다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강승호가 잡을 수 있다고 한 적이 없었다. 토마스가 회의에 방점을 찍었다.
“아메리칸 퍼스트는 이득을 얻는 과정에서도 적용 되어야 해. 양보는 없네. 미국은 최강대국이야. 강자가 약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경우를 본적 있나?”
국장은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
딸칵.
마우스를 클릭하자.
-구독자 2,789,181명.
구독자가 270만을 넘어서 있었다. 해외에서도 구독을 하고 있는지 상승 추세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구독자는 매일 늘어나고 있었다. 총 5개가 올라간 영상의 조회는 전부 백 만을 넘었다.
그래서 일까.
구매사유로 ONE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도 24%를 넘어서고 있었다.
“효과가 확실하구나.”
승호도 감탄을 금치 못하는 중이었다. 영상을 올리면 구독자와 조회 수가 늘어나고, 그건 곧 구매사유로 연결되었다. 잠시 채널을 살핀 승호는 고동수가 바나나 톡을 통해 보내준 링크에 접속해 보았다.
-IT양군
-구독자 311,880명.
구독자 30만 명 가량 보유한 IT 관련 크리에이터였다. 승호는 고동수가 알려준 데로 가장 최신 영상을 클릭해보았다.
-제목 : ONE? 세계최고의 인공지능이라고?
제목부터가 자극적이었다. 내용은 그보다 더했다.
-포트와의 대결 중 3일째 대결에서 전승을 거두었으니 ONE이 더 뛰어나고 하는 원 빠들이 있는데 팩트는 결국 1승 1무 1패 무승부를 했다는 거다.
-만약 원 빠들 논리대로라면 내일 당장 포트의 델타와 대결을 펼치면 ONE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건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그렇게 될 것 같냐? 아니. 내 생각은 달라. x나 x신들도 아니고 포트에서 델타 개발하는 사람이 몇 명인 줄 알고 있냐?
-나는 ONE을 까자는 게 아니라 현상을 제대로 보고 정확하게 알자는 거야.
내용은 크게 틀린 점이 없으나 말이 ‘그래’ 다르고
‘그래 x발.’
다르다고 듣기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렇다고 딱히 영상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이걸 올리는 건 이 사람의 자유이니 말이다. 그러나 고동수가 링크까지 보낸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이제 다들 알았을 거야. ONE의 실상을. 앞으로 8일 후면 ONE이 제대로 작동될지 말지 알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엔진 S 10을 사는 걸 미룰 수는 없겠지?
-엔진 S 10을 x신 같은 ONE 때문에 사는 건 아니니까.
-나보고 뱀심 이라는 놈들도 있는데.
-이건 뱀심이 아니라 팩트다.
마지막에 나오는 저 말이 문제였다. 그 말 때문 인지 몰라도 영상 밑에 댓글에도 동조하는 말들이 많았다.
-ljqkqqq : 어쩐지 이번 엔진 S 사는데 구매 사유 설문조사가 있더라. 엔진 S 가 ONE 과 콜라보 하면서 넣은 듯.
-HTT : 구매 사유로 ONE 선택하면 시내 소프트에 뭔가 혜택이 가는 듯.
-호랑이님 ; 그래서 일부러 다른 거 선택함.
-감성팔이 ; 뱀심 쩐다.
-버럭 : 저건 팩트에 대한 대가지. 제대로 작동도 하지 않는 걸 파는데 왜 선택함?
자신이 올린 영상에는 없는 댓글들이었다. 유독 IT양군이라는 사람이 올린 영상에만 이런 종류의 댓글들이 많았다.
“동수 말대로 이대로 두면 안 되겠어.”
구매사유에 올라와 있는 설문지의 항목은 총 네 가지였다. 소비자들이 그 중의 한 가지인 ONE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특별한 매력을 느껴야 한다. 설문에 응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지도 있기에. 귀찮다는 이유로 설문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저 1번을 찍고 넘어 갈 수도 있었다. 꼭 3번에 적혀 있는 ONE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행스러운 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성능이 좋아 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8일 후면 완벽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홍성복의 말대로 출시 빨이 있으니.
고심을 거듭하던 승호가 손가락을 튕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트 회장님이 직접 나와서 몇 마디를 해주면.”
멋진 그림이 하나 만들어질 것 같았다.
***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호텔.
그곳에서 고동만이 심각한 표정으로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가게 됐습니다.”
반대편에서는 김희건이 잔을 들고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차피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세탁기에 가해진 조치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토마스가 그렇게 쉽게 풀어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니.”
“그래도 사위까지 나섰는데도 요지부동인 걸 보면 참.”
“한국 쪽 에서는 아무 연락 없습니까?”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 대표도 뭔가 하긴 한 모양인데···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말을 하던 고동만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저는 그가 내심 실패하길 기대했습니다. 그가 미 대통령의 마음마저 움직일 수 있다면. 실로 어마어마 한 위치에 있다는 말이 되니까요.”
“어쩌면 선진보다 앞서가게 될 수도 있군요.”
“네. 이미 한국에서의 인기는 선진과 비등한 경지 까지 온 것 같습니다.”
김희건이 스트레이트 잔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는 위스키를 단숨에 삼켰다. 독한 알코올이 식도를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아버님은 항상 최고를 말씀 하셨습니다. 그래서 선진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요.”
고동만이 묵묵히 경청했다.
“그러나 동시에 항상 고개를 숙이라는 말도 있지 않았습니다. 오만과 독선을 경계하신 것이지요. 요즘 강 대표를 보면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왜 고개를 숙이라고 한 건지.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고개 숙이지 않고 그의 기술을 폄하하고, 협력하지 않았다면 포트에 비등한 경기를 펼친 인공지능을 놓쳤을 테니까요.”
“시간이 걸렸겠지만 선진도 만들어 냈을 겁니다.”
“그러나 세계는 기다려주지 않았을 테죠. 우리가 만들어 냈을 때 포트는 더 대단한 걸 선보일 테니.”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한 가득 담겨 있었다. 그때 묵묵히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희건의 비서가 돌연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대화 하시는 중에 죄송합니다. 이건 꼭 보셔야 할 것 같아서.”
비서는 튜브넷에 접속해 동영상 하나를 클릭했다. 거기에서 승호가 포트의 회장 라이언과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시내소프트의 ONE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앞으로 델타와 대결 한다고 해도 승패를 장담 할 수 없을 만큼.
-그런 ONE을 만든 대표님의 세미나는 직원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겁니다.
동영상을 확인한 김희건이 물었다.
“이게 뭔가?”
“강 대표가 튜브 넷에 개설한 시내소프트라는 채널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요즘은 튜브넷 채널도 운영하고 있나 보지.”
비서가 빠르게 영상의 다음 부분을 넘겼다.
“중요한 건 이 부분입니다.”
영상의 끝 부분.
승호가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최근 세이프가드로 인해 엔진 S에 꽤나 많은 관세가 부과돼 소비자 분들이 구입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 마십시오.
-엔진 S에 탑재된 ONE이라는 혁신 적인 서비스를 접하고 나시면 그런 생각은 사라지게 될 겁니다.
-경쟁사의 어떤 인공지능 보다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 감동에 앞장 설 것입니다.
-시연회에서 보여주었던 퍼포먼스.
-그건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패기 넘치는 말에 듣고 있던 김희건이 저도 모르게 픽 웃음 흘렸다.
“허, 이거 내가 한 방 먹은 기분이군요.”
함께 있던 고동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가격이 올라가면 그에 걸 맞는 서비스로 답한다. 뭔가 강 대표 다운 대답입니다. 정면 돌파 하겠다는 거군요.”
김희건이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구걸이나 하러 다닐게 아니라 품질을 높일 궁리나 해야겠습니다.”
고동만도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