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50)
탑 코더-150화(150/303)
# 150
엔진 S의 판매량
포트 회장과의 반가운 만남을 끝내고, 호텔로비로 들어서던 승호는 반갑지 않은 인물을 맞이해야 했다. FBI 블레이크가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 승호에게 다가왔다. 승호 주변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그를 막아섰다.
“괜찮습니다.”
승호가 한 마디를 하자 그제야 주변을 막아섰던 경호원들이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오랜만입니다.”
블레이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승호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저는 몇 번이나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제는 승호의 전담 관리인이 된 FBI 직원 블레이크가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내렸다.
“한 번 만 더 설득해 보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는 건 실례라고 생각하는데요.”
“연락을 해도 받질 않으시니. 어쩔 수 없이.”
“얼굴 보며 같은 제안을 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한 번 타협점을 찾아 볼 생각이었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빠르게 말이 오갔다. 미국이라 그런 가 아직 승호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라 생각한 블레이크가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굳이 그럴 필요 있습니까. 어차피 답이 정해진 내용인데.”
블레이크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단단히 미움을 받아 버렸군요.”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그저 일이라 생각하고 있을 뿐.”
“그러면 간단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요청이 가게 될 겁니다. 국정원이 내놓은 답변에 대한 결과를 보여 달라.”
“······.”
“만약 국정원 요원이 그에 걸 맞는 실력을 선보이지 못하면 거짓말을 한 게 될 테고. 굳건한 한.미 동맹이 조금. 아주 조금은 틀어지게 될 수도 있겠지요.”
승호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다.
“증명해 보라니··· 강대국의 오만이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제가 교육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답이 그겁니까?”
블레이크가 어깨를 으쓱 거렸다.
“저도 오늘 이 자리에도 나오고 싶지 않았지만 그나마 제가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나오게 된 겁니다. 제 앞에서 너무 열 내셔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요원은 미국을 대표해 제 앞에 서 계십니다. 제가 열을 내는 대상도 요원님께서 대표하고 계신. 그겁니다”
승호의 신랄한 비판에 블레이크가 입을 다물었다. 그런 블레이크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승호가 말 을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 알았습니다.”
몸을 돌린 승호가 냉기를 풀풀 풍기며 블레이크를 지나쳐 사라졌다. 그 뒤 모습을 바라보는 블레이크는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 크게 실수 한 것 일지도······.’
요원 특유의 그런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
블레이크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호텔방으로 들어온 승호는 먼저 국정원 담당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가 전해 주었던 핸드폰이 아직 남아 있었기에 그리 어려운 일은 없었다.
‘설마 국정원이 로밍요금을 아까워하지는 않겠지.’
잠시 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하던 승호는 연결이 되자마자 블레이크와 있었던 일을 꺼내들었다. 담당관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지 크게 놀란 기색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논의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저희도 시간을 끌 수는 있지만 완전히 거부 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 가능 하겠습니까?
“그건 그 분들의 노력여하에 달린 것 같습니다.”
-노력으로만 된다면야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재능의 영역이라면 많은 문제가 발생 할 수도 있겠지만.
승호는 고동수나 예카테리나 박사. 그리고 백채원등을 떠올렸다.
‘그들도 나와 함께 하면서 꽤나 성장했으니까. 나와 비슷한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만들어놓은 골리앗에 대한 이해는 충분 하겠지. 덤으로 약간의 실력 향상까지.’
그러자 답은 쉽게 나왔다.
“단 제가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보상은 어떻게······.
당장 생각나는 보상이 없었다.
“일단은 일부터 진행 하시죠. 보상은 추후 말씀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국정원과의 일을 마무리 하고, 다시 튜브넷 채널에 접속해 보았다.
-시내소프트.
-구독자 3,289,181명.
포트 회장까지 출연한 덕분인지 구독자는 단숨에 삼 백 만을 넘어서 있었다.
“지금까지 포트 회장까지 나온 채널은 없었을 테니까. 이 정도는 당연한 결과 인가.”
돈 버는 재미 못지않게 구독자가 올라가는 재미도 쏠쏠 했다. 그 만큼 ONE을 구매 사유로 선택하는 소비자도 많아지고 있었다.
승호는 마우스를 움직여 IT양군 채널에 들어가 보았다. 자신이 본 영상 이후로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고 있지는 않았다. 턱을 괸 채 모니터를 보던 승호가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여기에 선진 회장 까지 출연하면··· 아주 볼만 하겠어.”
포트 회장에 이어 선진 회장까지.
구독자 삼백만이 아니라 그 이상도 문제는 아닐 것이다. 더욱이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회장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자율 주행 차 관련해서 금현 자동차회장도 출연시키면.”
꽤나 볼만 한 채널이 되지 않을까. ONE을 구매 사유로 선택하는 비율이 30%는 그냥 넘어설 것이고, 엔진 S의 판매량에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면 결국 시내소프트의 이익이 늘어 날 것이다.
***
영상을 확인한 토마스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런 걸 인터넷에 올렸단 말이지.”
“네. 왜 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튜브넷에 채널을 개설 한 후에 지속적으로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게 그 최근 영상에 담긴 내용이고요.”
“자네 생각은 어때? 과연 저 ONE 이라는 서비스 덕분에 엔진 S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 갔나?”
영상을 틀어준 비서실장도 코웃음을 쳤다.
“단언컨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 관세 때문에 망고 사에서 출시한 에이폰 최고 사양과 엔진 S 10 라인 업 중 최저 사양이 같은 값이 되었습니다. 저라면 당연이 에이폰을 삽니다. 최근 상무부에서 올라온 집계에서도 같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고요.”
“세상에 하룻강아지도 저런 강아지가 없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어떻게 생긴 놈인지 궁금할 정도야.”
비서실장은 여전히 짙은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상대할 가치도 없습니다. 제풀에 지쳐 사라질 겁니다.”
토마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비서실장을 보았다.
“하하, 자네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갑작스런 질문에 비서실장이 멈칫 거렸다. 토마스가 비서실장 눈앞에서 검지를 흔들었다.
“자수성가로 지금의 위치까지 간 사람이야. 포트의 델타과 비등한 경기를 펼쳤고. 그 능력이 거짓은 아닐 거야. 그러니 NSA 국장까지 날 찾아왔겠지.”
당황한 비서실장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 하하. 그, 그렇습니다. 능력은 꽤나 있는 친구인 것 같습니다.”
“내가 강하게 나가는 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함이지 무조건 적인 전쟁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야. 자넨 아직도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네.”
“흠··· 흠흠.”
비서실장이 괜한 헛기침을 토했다.
“그렇게 강하게 나가야. 밑에 사람들이 배드 캅이 되어 상대를 압박 할 것 아닌가. 그럼 나는 굿 캅이 되어 협상에 나서는 것이지.”
“무,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토마스의 눈이 한층 더 가늘어졌다. 눈동자마저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늘어 진 두 눈이 비서실장의 전신을 훑었다.
“그래 알고 있어야 할 거야. 안 그러면 내일 옷을 벗게 될 지도 모르니까.”
비서실장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은 토마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강승호라는 놈. 더 자세히 알아봐. 꽤나 자신 있어 보이는데 그게 어느 정도 인지 파악해 봐야지.”
그제야 비서실장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 그럴 줄 알고 미리 조사를 해봤습니다.”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실장이 허리춤에 끼고 있던 서류 뭉치를 건넸다.
이름 : 강승호.
가족 : 고아
소속 : 시내소프트 대표.
주요 경력사항.
-한국 원자력 발전소 바이러스 감염 해결.
-체크 포인트 우승.
-블랙워치, 크라운 그룹 해킹 사건 해결.
-비낸스 코인 유출 사건 해결.
-매그니토 패치 개발.
-포트 델타와 무승부.
-에어트레인 MCAS 문제 발견
-골리앗 패치 개발 기여.
“굵직한 사건 만 기록한 것입니다. 참고로 비낸스 코인 유출 사건 때의 기여 덕분에 일부 미 연방 기관에 ZONE 서비스가 도입 되었습니다.”
사실 토마스는 승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일개 개인이 미국이 정한 세이프가드를 조건으로 협상 한 다는 것이 하찮게만 여겨졌었다. 그러나 비서실장이 내민 그간의 실적은 그로서도 집중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어쩐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고 했더니··· 에어트레인 추락사고 당시에 언급됐던 그 이름이었군.”
“맞습니다. 그 덕에 에어트레인 767-MAX의 비행이 전면 금지 되었습니다. 관련 처리로 FAA(연방항공청)에서 골치 꽤나 썩었고요.”
“지금은?”
“아직 운행정지 상태입니다.”
“그때 로비스트가 한 번 찾아오지 않았었나?”
“네. FAA 승인에 도움이 되어 달라고 찾아 왔었습니다. 자신들은 큰 문제없다면서.”
“진행은?”
“최근 확인했을 때는 보류 되어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안정성이 담보 되지 않아서.”
토마스가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 정도 사안을 처리해 왔다면 한 번쯤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눈을 뜬 후에 조용히 중얼 거렸다.
“흠··· 자네가 일단 한 번 만나봐. 세이프가드 관련해서 이야기 할 게 있다고. 제시할 조건은······.”
토마스의 말이 길어졌고,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D-3.
ONE이 완벽히 작동하기 까지 남은 시간.
서서히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그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요즘 튜브넷에 푹 빠져 있는 고동수였다.
“이것 한 번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고동수가 넥스터 메인 화면을 승호에게 내밀었다. 승호가 곁눈질로 화면을 슥 훑어보았다.
“봤어. 엔진 S에 심어져 있는 ONE 렌즈, ONE 뮤직 성능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잖아.”
“확실히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있긴 해요. 저도 어제 써보고 깜짝 놀랐다니까요.”
“당연 누가 만든 건데. 앞으로 더 놀랄 일만 남았다.”
흥분한 고동수가 침을 튀겨 가며 말했다.
“흐흐, 누구긴 누구예요. 갓 대표님이 만드신 거죠.”
갓 대표라는 말에 승호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래서 구매사유 비율은.”
“방금 전에 확인했을 때 28.2%였어요. 곧 30% 넘을 것 같아요. 뿐 만 아니라 튜브넷 구독자가 몇 명인지 아세요?”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4 백만 넘었더라.”
“포트 회장님이 출연하신 부분은 조회 수가 7백만을 넘었어요.”
“선진 회장님 출연하신 부분 편집은 어떻게 됐어.”
“이제 막 올라갈 겁니다.”
“후후, 아주 볼만 하겠어.”
“ONE 때문에 엔진 S를 사는 비율이 30%는 그냥 넘을 겁니다. 선진 회장님까지 나서서 ONE에 대해 최고라고 말해 주었으니. IT양군 그 놈도 아주 조용해 질 겁니다. 히힛.”
“그래. 그렇게 되면······.”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고동수도 승호로부터 들었기에 로열티 계약관련 사항을 알 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웃음을 감추지 힘들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승호의 비서가 하얗게 탈색된 표정으로 들어왔다.
“저, 대, 대표님.”
“네.”
“배, 백악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네?”
“한 번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는데요?”
승호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