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51)
탑 코더-151화(151/303)
# 151
엔진 S의 판매량
당장 미국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건 백악관에서 난색을 표했다. 그렇게 절충된 안이 대사관에서 화상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
그곳의 연락을 승호도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대사관에 도착해 연결 된 연락.
혹시나 대통령이 나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강 전 비서실장 다니엘 파커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비서실장님.”
-하하, 젊은 나이에 아주 큰 성취를 이루었어요. 우리 미국에 와서 큰일도 해주고. 정말 놀랍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비서실장은 한껏 승호를 치켜세워주었다. 그러자 승호의 입 꼬리 가 살짝 올라갔다.
“감사합니다.”
대표 생활을 하며 습득한 가식적인 웃음 스킬이 발동 된 것이다.
‘다른 이들의 연락과 크게 다를 리 없겠지. 나도 취할 수 있는 걸 취하면 된다.’
자신에게 왔던 갑작스런 연락의 대부분은 어떤 부탁을 하기 위함이었다.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비서실장도 크게 다르진 않으리라.
-그래서 한 번은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마침 보고가 올라왔더군요. 이번 스마트 폰 대상으로 취해진 세이프가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들었습니다.
“네. 저희 ONE 서비스가 선진의 엔진 S에 탑재되어 있다 보니. 특별 까지는 아니고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실제로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구매사유로 ONE을 선택하는 비율이 30%만 넘기면 된다. 엔진 S 판매량이 떨어지면 수익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세이프가드로 인해 판매량이 기존 대비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 관심이 아직 유효하다면 몇 가지 제안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들어보고 결정해도 되겠습니까?”
화면으로 보이는 비서실장의 표정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아주 미미하게 웃고 있던 입술이 뒤 틀렸다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승호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경험하지 못했다면 알아채지 힘들만큼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하, 네. 물론입니다.
비서실장이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대사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주었다.
-미 대사로부터 세이프가드를 해제해주는 대신, 요원들을 교육해주겠다고 하셨다. 들었습니다.
“네.”
승호는 순간 블레이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꺼내려다 참았다. 조금 더 들어 보기로 했다.
-그 조건이 저희 미국 측에 너무 불리한 것 같아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말씀해보세요.”
-먼저 지난번 에어트레인 767-MAX MCAS 관련 문제 해결에 참여 해주셨으면 합니다.
비서실장 까지 나서다니. 승호는 새삼 에어트레인이 미국에서 가지고 있는 지위를 깨달았다.
‘에어트레인이라면 미국의 거대 항공 기업. 미 정부를 스폰서로 두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 이었구나.’
어쩐지 그 사고가 있은 후에도 한 동안 운행을 멈추지 않았었다. 그것도 미국 내 에서만. 그러다 국내 반발에 부딪쳐 결국 운행을 중단하긴 했지만.
“그리고 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블랙워치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체크 포인트 당시 크라운 그룹을 불법 해킹 했던.
“네. 기억납니다.”
-그놈들을 잡는데 협력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끝입니다.
“이것만 들어드리면 세이프가드를 해제해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화면상의 비서실장이 만면에 화색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를 맺게 되는 겁니다. 추후 대통령님의 대선 캠프에 참모로 초청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미스터 강에게는 아주 좋은 경력이 될 겁니다.
그 말에 승호는 웃음이 터지려는 걸 겨우 찾았다.
아주 좋은 경력?
이미 자신은 그런 경력이 필요 없는 수준 까지 왔다.
“죄송하지만 제가 요즘 추진하는 일이 많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비서가 당황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승호는 최대한 정중하게 다시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요즘 개발이 바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아, 아니. 잠시 만요. 그러면 어떤 조건을 생각하십니까?
“일주일 교육에 세이프가드 해제라는 제 입장은 변화가 없습니다. 그것도 시간을 꽤 많이 뺀 거라.”
타협은 없다는 말에 비서실장이 참지 못하고 표정을 구겼다. 뭐라 입을 열려다 참는 눈치였다.
-알겠습니다.
딱딱한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다. 승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답했다.
“죄송합니다.”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주일.
미국에서 증명을 위해 한국에 준 기한이었다. 승호는 할 수 없이 국정원 쪽으로 출근해 요원들을 교육했다. 스마트 시티는 어차피 정부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쉬웠다.
그러나 자율 주행 차 쪽은 달랐다.
국정원으로 가서도 틈틈이 관련일 을 살피며 진행사항을 메일로 공유했다.
낮에는 교육.
밤에는 자율 주행 차.
밤낮 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교육을 한 건 아니었다.
이들도 꽤나 실력을 쌓은 소위 재야 고수들.
고동수나 백채원과 비교해도 이들이 더 뛰어났다. 실제로 해킹대회에 출전하는 화이트 해커보다 어둠속에 활약하는 블랙해커가 많았다.
승호는 이들에게 골리앗과 매그니토의 원리를 설명하고, 실전 모의 해킹을 진행하는 식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고인 물은 썩는 법.
완전히 새로운 물인 승호가 투입되자 요원들은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지식을 습득하며 능력을 키워나갔다. 어차피 일주일 뒤에 미국에 증명해야 할 건 객관적인 해킹실력이 아니었다.
이미 기 개발된 골리앗에 대한 패치 개발 과정.
그걸 설명 하면 되는 일이었다. 승호에게 교육을 받기 위해 선발 된 요원들도 소위 천재 과에 속한 인물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만은 않았다. 더구나 직접 개발한 원작자의 설명이 곁들어지자 순식간에 자기 것으로 습득해 나갔다.
그리고 일주일 후.
약속 된 시간이 되었다.
***
NSA 요원 제임스가 화면 속 국정원 요원들을 보며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골리앗 분석의 첫 번째는 난독 화를 푸는 것인데요. 그걸 어떻게 해결 하셨습니까?”
-골리앗의 난독 화는 아시다 시피 코드 레벨이 아니라 로직 레벨로 난독화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실행파일을 디 컴파일해 어셈블리 형태로 만들어도 알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로직형태를 어떻게 푸셨는지를 묻고 있는 겁니다.”
-시간을 들여 차분히 따라가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윈더를 비롯해 미눅스까지 각종 OS 취약점에 대한 분석을 꾸준히 진행해 왔던 것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 이한 대답이었다. 그렇기에 제임스는 납득하지 못했다.
‘이 정도 대답은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때.
반대편에 있던 국정원 요원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CVE에 아직 올라오지 않은 취약점을 대량 보유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쪽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를 테면 권한이 없는 사용자가 시스템에 접근할 경우 메모리 담당 커널을 통한 권한 상승 방법.
국정원 요원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또한 윈더에서 쓰이는 엣지 브라우저를 이용한 PC 전체 제어권 탈취 방법. 그리고 윈더의 Access에서 발견된 취약점을 이용해 관리자 권한을 얻어내는 방법. 해당 방법들에 대한 내용은 메일로 전송해 드렸습니다. 전부 기존 CVE(Common Vulnerabilities and Exposures : 정보 보안 취약점 표준 코드) 에는 없는 것들입니다.
요원은 제임스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빠르게 몰아쳤다. 이미 약속되어 있던 행동이었다.
-저희는 강 대표님의 세미나를 들으며 이런 취약점을 찾아낼 만큼 실력을 향상 시켜왔습니다. 그게 이번 패치를 만들어내는데 큰 힘이 되었고요. 이 정도면 충분히 설명이 되었습니까?
“자, 잠시 만요. 확인 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임스와 함께 있던 다른 동료들이 급히 국정원에서 보내온 취약점들을 확인해 보았다.
재깍.째깍.
고요한 가운데 시간이 흘러갔다.
OS의 취약점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발견 되는 게 아니었다. 윈더나 미눅스에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개발진만 수백에서 수천 명.
개발을 마친 후에도 수도 없이 많은 테스트를 거쳐 하나의 OS가 시중에 출시된다.
출시된 후에도 끊임없는 패치를 통해 프로그램을 튼튼히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그랬기에 일반인은 취약점이라는 것을 발견조차 할 수 없었고, 꽤나 실력 있다고 알려진 해커들도 취약점을 찾아 해킹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약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벌써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들은 전부 해킹 되어야 했으리라.
확인이 끝난 제임스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확인 끝났습니다.”
국정원 요원들이 보내 준 취약점들은 전부 사실이었다.
‘정말 이들이 찾아낸 걸까. 설마 강 대표가 개입한 건······.’
의문이 또 한 번 꼬리를 물고 찾아왔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의심은 끝이 없다. 이들에게 문제를 내고 풀라는 방법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우리가 문제를 낼 능력이 없으니······.’
자신들은 골리앗이나 매그니토 패치를 개발하지 못했다. 관련 패치를 개발 할 실력이 있다면 풀 수 있는 문제를 만들 수 없는 이유였다.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 가겠습니다.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국정원 요원은 약속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때 마다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일주일 사이.
ONE은 한국어에서도 영어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성능을 뽐냈다. 그때를 기다려 언론에서는 또 한 번 호의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엔진 S에 적용 된 ONE. 혁신에 혁신을 더하다.
-ONE 렌즈. ONE 뮤직. ONE 채팅. ONE 검색. ONE에는 당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엔진 S 판매량. ONE 효과 전작 대비 20% 상승.
-세이프가드로 떨어졌던 판매량. ONE 덕분에 회복?
-엔진 S 판매량 500만대 돌파. 쾌속질주.
고동수가 선진전자에서 안내해준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미 구매 사유는 30%를 넘은지 오래였고, 이대로라면 40%까지 무난할 것 같았다. 요즘 그가 집중하는 수치는 판매량.
시내소프트 이익과 직결되는 수치였다.
-판매량 : 5,411,000 대
-판매량 : 5,411,110 대
-판매량 : 5,411,341 대
페이지를 보고 있는 순간에도 판매량 수치는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판매된 걸로만 따져도 천억이 넘는 로열티가 들어오게 된다. 판매량을 확인한 고동수가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승호와 예카테리나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5백 만 대 넘게 팔렸습니다. 구매사유로 ONE을 선택한 비율은 35%를 넘었고요. 이제 구제품에도 ONE을 적용해도 될 것 같은데요.”
기존 엔진 시리즈에 대한 ONE 업데이트.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나라 언어에서도 ONE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잡힌 일정이었다.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제품군만 엔진 S9, S8, A10 등등 총 7 종.
이들 전부에 패치가 진행된다면 S 10을 제외해도 2억대 가량에 ONE이 적용된다. 구제품 로열티는 만 원.
합치면 2조의 로열티가 시내 소프트로 들어온다. 승호도 긴장 할 수밖에 없는 숫자였다. 승호가 예카테리나를 보며 물었다.
“준비는 완벽하게 되었습니까?”
예카테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행 하시죠.”
업데이트 진행 지원을 나와 있던 고동수가 선진전자 관리자 페이지에서 업데이트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승호의 앞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엔진 S 9, 8, A10등 기존 제품군들에서 일제히 알람이 나타났다.
-띠링.
-ONE 업데이트가 대기 중 입니다.
-진행 하시겠습니까?
그 알람이 승호에게는 2조가 입금되었다는 소리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