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52)
탑 코더-152화(152/303)
# 152
엔진 S의 판매량
미 백악관.
토마스 대통령을 비롯해 비서실장. 그리고 NSA 국장까지.
셋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건 NSA 국장이었다.
“이번 일로 미스터 강이 국정원 요원들을 가르쳐 실력을 향상 시켰다는 건 진실이라 봐야 합니다.”
그 다음 입을 연건 비서실장이었다.
“제시한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합니다. 개발 건이 많아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둘의 이야기를 듣던 토마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안 되면 되게 해서 가져와라.”
비서실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NSA 국장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습니다. 참고로 어제 새벽 1시. 블랙워치로 의심되는 자가 백악관에서 운영 중인 서버에 침입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토마스의 목청이 절로 높아졌다
“뭐?”
“특유의 시그니쳐
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빠져나간 정보는?”
“현재 파악 중입니다.
가 남겨져 있다는 뜻은 그가 해킹에 성공했다는 뜻. 최대한 빨리 수습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NSA가 해킹을 당하고 손 만 빨고 있다니. 미국 최고의 정보 기관 맞나?”
그러나 국장은 당당하기만 했다.
“그래서 방지 할 수 방법을 제안했지만 대통령님께서 거부 하셨습니다.”
NSA 국장은 보고를 하면서도 토마스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토마스 역시 NSA 국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NSA 국장도 대체 할 수 없는 실력자이기 때문이었다. 미 사이버 사령부에 입대해 사령관까지 역임했던.
한숨을 내쉰 토마스가 고개를 돌려 비서실장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후에 진행된 일은 없나?”
비서실장은 NSA 국장처럼 강하게 나가지 못했다.
“네. 전혀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세이프가드가 무의미 할 정도로 엔진 S 10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망고사의 에이폰 X는······.”
토마스가 날카롭게 바라보자 비서실장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결론은 그거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블랙워치는 날뛰고.”
“죄, 죄송합니다.”
NSA 국장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협상해야 합니다. 그의 교육은 NSA에 꼭 필요합니다.”
“우리가 줄 것은?”
“그에게 물어봐야 할 겁니다. 이미 돈도 명예도 전부 가졌으니. 더 줄게 있을지 의문이지만.”
토마스가 눈을 치켜떴다. 아까부터 NSA 국장이 하는 말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참이었다.
“미국이 줄게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미국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 사실입니다. 그러나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필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필요가 없으면 필요하도록 만들면 될 일. 비서실장.”
토마스의 부름에 비서실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자네가 지금부터 뭘 해야 할지 알겠지?”
비서실장은 고개를 끄덕 거릴 수밖에 없었다.
***
시내소프트 설립 당시부터 임유나는 경리로 일해 왔다. 상고를 졸업해 초봉 2,000만원을 받고 시작해 현재는 대리 직급에 연봉 4000만원.
수 년 사이에 배로 오른 연봉은 그녀에게 동기부여가 되기 충분했다. 간간히 지급되는 인센티브는 동기부여를 넘어 이곳에 뼈를 묻겠다는 충성심까지 심어주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회사가 커 가도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주말에도 회계 공부에 몰두했다. 그렇게 독하게 살아 왔기 때문일까. 이제 어지간한 일은 놀랍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연신 마른 침만 삼키고 있었다.
“···이, 입금 되었구나. 저, 정말로.”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무팀 팀장에게 다가갔다.
“티, 팀장님. 입금 되었습니다.”
“나, 나도 봤다.”
팀장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경력직으로 이곳에 들어왔다. 그런 그의 경력에도 이 정도 규모의 돈을 움직여 보지는 못했다. 그랬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실로 찾아갔다.
“팀장님께서 어쩐 일로.”
“선진에서 돈이 입금되었습니다.”
“칼 같이 입금 시켰군요. 얼맙니까?”
지금까지 받아야 할 돈이 얼마 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 달에 입금되는 돈이 얼마인지 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최소한 천억은 넘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었다.
“3, 3 천 4백억입니다.”
그 말에 승호도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삼천 사 백억.
단 일 금액으로 회사에 입금된 최고액이었다.
‘지금까지 계산대로라면 총 2조가 입금 되어야 해. 이제 그 돈이 다달이 들어온다는 말인가.’
생각을 마친 승호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돈 들어왔으니. 돈 풀 때가 되었군요. 전 직원 강당에 모아주세요.”
팀장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소고기 좀 구워야겠어.’
이제는 다른 회사의 대강당을 쓰지 않아도 된다.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강당을 사용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하에 위치한 대강당.
거기에 이제는 200여명 가량으로 늘어난 시내 소프트 직원들이 전부 모였다. 회의를 소집한 재무팀 팀장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뭐야, 선진에서 입금된 거야?”
재무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얼마?”
“그건 대외비라 나중에 재무제표 확인해봐.”
“그러면 인센 나오는 거?”
“대표님이 왜 전체 회의 소집했겠냐.”
“와우! 역시!”
“오늘 아내한테 큰 소리 한 번 칠 수 있겠어!”
직원들이 기쁨의 함성을 터트렸다.
황호근이 사장이던 시절부터 내려오던 시내소프트의 전통.
-들어온 만큼 직원들에게 베푼다.
그걸 승호도 실천하고 있는 중이었다. 잔뜩 들뜬 직원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 착석하고, 중요 임원들이 가장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승호가 나타났다. 바로 단상으로 올라간 승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오늘 미리 공지 했던 데로 선진에서 ONE에 대한 로열티가 지급 되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승호가 객석을 훑었다. 하나 같이 기대에 들뜬 표정이었다. 승호는 그 기대에 부응해 주기로 했다.
“꽤나 많은 액수입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꽤 커다란 과실을 나눠줘도 될 만큼.”
꿀꺽.
꿀꺽.
여기저기서 마른 침을 삼켰다. 승호가 강당 가장 앞에 앉아 있는 황호근과 눈을 마주쳤다.
-진짜 가족은 서로에게 희생하고 배려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말하는 가족은 뭐냐?
-그냥 개인의 희생을 바란다. 회사가 필요할 때 만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먹이지.
승호가 대표이사가 되었을 때 황호근이 했던 말이었다. 그 말이 지금 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절대 넌 그렇게 되지 마라.
-가좆같은 회사 말고. 그런 어쭙잖은 가치 말고.
-그냥 돈으로 보상해줘라. 그게 최고다.
승호는 그 말을 실천할 생각이었다.
“사업부 성과에 따라 개인 연봉의 최소 30% 최대 70%까지. 인센티브가 지급될 것입니다. 이건 제가 대표 이사에 취임했을 때부터 말씀 드렸던 ‘성과-보상’에 따라 지급되는 것으로 이번 달 월급에 포함되어 지급될 것입니다.”
기본급도 아닌 연봉이란다. 그 말에 작은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짝.
짜작.
누군가 치기 시작 한 박수가 전 직원들에게로 번져나갔다. 마이크를 잡은 승호가 말을 이었다.
“시내소프트가 청담 본사로 확장 이전 후 처음으로 지급 되는 인센티브로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제가 직접 발표하게 되었지만 앞으로 관련 규정은 인사팀에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2달 뒤 예정 된 전 직원 해외 워크샵 장소에 대한 의견 수렴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때 까지도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인센티브 지급 발표가 끝나고, 승호는 중요 임원을 비롯한 개발자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그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대표님이 고생 하셨죠.”
“맞습니다. 대표이사님이 가장 고생하셨는데요. 뭘.”
황호근을 비롯한 최기훈, 예카테리나, 고동수 등이 손 사레를 쳤다. 잠시 서로간의 공치사 시간이 지나고 승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회사에 충분한 돈이 쌓였으니 이제 그걸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승호가 말하는 그것.
이미 다들 무엇인지 알 고 있었다.
“흐음······.”
“부지 선정에서부터 시내소프트에 맞도록 하드웨어 까지 설계하려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겁니다.”
“그렇다고 언제 까지 ONE을 선진에 둘 수는 없습니다. 빌딩에 만들어진 서버 실은 이미 테스트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과부하가 걸려있는 상태고요. 앞으로 자율 주행 차, 스마트 시티까지 운영하려면 더 많은 서버 자원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그러자 예카테리나가 손을 들었다.
“전 찬성입니다. 돈이 있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고동수도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 백채원을 비롯해 새롭게 입사한 경력직 개발자들도 찬성의견을 표했다.
“그러면 데이터 센터 건설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을 부사장님께서 알아봐 주십시오. 부지 선정에서부터 건설사 입찰까지. 그리고 내부에 채워질 하드웨어 구성을 어떤 식으로 할지는 최 팀장님이 추진 부탁드립니다.”
황호근과 최기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련해서 하드웨어 설계자들이 필요하면 채용 공고도 내고요. 어차피 선진이 만든 NPU 칩을 업그레이드 할 사람도 필요하니까요.”
승호의 말에 황호근이 걱정을 담아 물었다.
“설마 그 칩까지 직접 생산하겠다는 말은 아니지?”
“그건 선진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OEM를 맡길 생각입니다. 물론 나중에 시내소프트가 포트처럼 크게 된다면 제조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승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가 앉아 있는 사람들을 쭉 훑어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 전 자율 주행 차와 스마트 시티 쪽에 집중하겠습니다. 동수나 채원씨도 ZONE 서비스 고도화가 끝나면 자율 주행 차 쪽으로 합류해주세요. 물론 예카테리나 박사님은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완벽한 4단계 자율주행차를 위해서는 ONE의 도움이 절대적입니다.”
예카테리나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분명 ONE은 포트의 애니웨어 보다 뛰어난 성능을 낼 거예요.”
그렇게 회의가 마무리 될 즈음.
누군가 회의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더니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정체는 승호의 비서.
그가 승호를 보며 말했다.
“대표님, 방해하지 말 라고 하셨지만 이 연락은 받아야 할 것 같아서요.”
비서가 자신의 말을 어기고 들어올 만큼 급한 연락이라.
“누굽니까?”
“백악관에서 또 연락이 왔습니다.”
벌써 두 번째 연락.
그래서 일까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백악관?”
“미국 백악관 말하는 거지?”
“허······.”
아랫사람의 스케줄은 윗사람에게 보고되지만 승호의 스케줄은 아랫사람에게 보고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승호가 평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회사를 위해 여러 일을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그 여러 사람들 중 한 명에 백악관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승호가 담담히 물었다.
“대통령이 직접 연락한 겁니까?”
그러자 비서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현재 급한 회의 중이라 다시 연락한다고 하세요.”
비서를 비롯해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놀란 건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