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53)
탑 코더-153화(153/303)
# 153
완벽한 4레벨 자동차
미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비서실의 직원인 미카엘이 황당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회의 중이라 받을 수 없다니.”
자신이 비서실에 근무한 이후 이런 취급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 손에 꼽을 정도의 경험도 대부분 이 지구 안에 살며 인터넷이 되는 공간 안에 있다면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이었다.
소위 세계 10대 부호들.
그런 이들을 제외하고 자신의 연락에 이런 식으로 대꾸한 이는 없었다. 옆 자리의 동료가 전화기를 들고 멍하니 앉아 있는 미카엘에게 물었다.
“뭐해, 괜찮아?”
미카엘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최우선 적으로 처리하라는 지시 들었지?”
미카엘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회의 중이라 바쁘다네.”
“뭐?”
“그래서 연락처를 남겨놨어. 회의 끝나면 연락 달라고.”
“시내 소프트에서?”
끄덕.
“미친 거 아냐?”
“내 생각도 같아.”
“시내소프트 강승호. 진짜 엄청난 놈이었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수분이 지나갔다.
덜컥.
문이 열리고 비서실장이 비서실로 들어오자마자 미카엘에게 물었다.
“약속은 어떻게 됐어.”
“그, 그게.”
“대통령님 최우선 지시 사항이다. 완벽하게 처리해야 돼.”
“회, 회의 중이라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비서실장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서서히 표정을 구기며 되 물었다.
“기다려 달라 했다고?”
“네. 현재 급한 회의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
비서실장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전형적인 백인.
하얀색 귀가 발갛게 변하면 금세 티가 날 정도로 알아보기 쉬웠다. 미카엘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비서실장이 분을 삭이기 위해 깊은 숨을 들이켰다.
“휴우······.”
그 사이.
띠리리.
띠리리.
미카엘 책상 앞에 놓여 있던 전화기가 울렸다. 급히 전화를 받은 미카엘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강승호 대표 전화 왔습니다. 회의가 끝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굳어진 비서실장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연락을 하는 쪽이 아닌 받는 쪽이 되어버렸다. 갑과 을이 바뀌어버렸다는 의미였다.
***
아직 한국정부에 지워둔 빚도 받아내지 못했다. 현 시점에 미국에 빚은 만들어 두어도 무엇을 요구해야할 지 당장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현재 가장 큰 일은 자율 주행차와 스마트 시티.
앞으로 이 두 프로젝트에 전력을 다해야 겨우 완성 할 수 있을 만큼 난이도 최상급의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승호는 이제 더 이상 다른 곳에 신경을 분산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전화를 끊었다.
“선진에서 들어오는 로열티. 그게 금현에서도 들어온 다면······.”
한 해 수 조원의 수익은 꿈같은 수치가 아니었다. 더욱이 금현과의 계약은 자동차 1대를 팔 때 마다 로열 티를 받을지 자신이 설계하고, OEM으로 생산을 맡길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둘 중 자신에게 더 유리한 옵션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수 조원의 수익도 꿈이 아니야. 일단은 여기에 집중해야해.”
전화를 끊은 승호가 비서를 호출했다. 승호의 집무실로 들어온 비서가 스케줄 브리핑을 시작했다.
“오전 12시 안성 연구소에서 프로토 타입 검증이 있습니다. 그 일정이 18시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승호의 공식 적인 일정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늘 자율주행 차 관련 된 일이 끝이었다. 일정 보고를 끝낸 비서가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간이 10시 30분. 교통상황으로 볼 때 한 안성 연구소 까지 시간 30분가량이 걸립니다. 지금 출발하면 늦지 않게 도착 할 수 있습니다. 출발 하시겠습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가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대표님 나가십니다.”
승호가 탄 차는 벤츠 마이바흐 S 650.
정식 수입 가만 3억이 넘어가는 차였다. 승호가 뒷좌석에 앉고 비서가 앞좌석에 탔다. 그러자 운전대를 잡고 있던 기사가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출발하겠습니다.”
“네.”
그러자 차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비싼 만큼 승차감이 남달랐다. 최고급 자동차와 최고의 운전 실력을 가진 기사가 만나자 마치 집 소파에 앉아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 편안함 속에서 승호는 오늘 금현 자동차 안성 연구소에서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아직 전 세계 누구도 자율 주행 5단계 완전 자동화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가장 선두에 있다는 애니웨어도 겨우 4단계 중반부. 이번 프로토 타입으로 4단계 초입에 들어섬과 동시에 애니웨어를 따라잡는다.’
자율 주행 차는 통상 0단계에서 5단계까지의 단계로 나뉜다. 5단계는 모든 환경 하에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상태. 4단계는 시내 주행을 포함한 도로에서 주행에서 운전자가 필요 없는 단계였다. 이를 테면 5단계는 차에 탄 후 목적지만 말하면 목적지 까지 운전자를 안전 하게 보내준다. 4단계는 그 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다행히 금현 자동차가 3 단계 까지는 구현해 놔서 다른 일을 진행하면서도 비교적 쉽게 4단계 까지 올 수 있었어. 오늘 프로토 타입을 기점으로 4단계 초입. 그걸 발전 시켜 완벽한 4단 계를 달성하고 5단계 까지 간다.’
승호가 생각을 하는 사이 차는 서서히 금현자동차 안성 연구소로 들어서고 있었다.
105만평 부지에 지어진 연구소.
자동차를 테스트 할 수 있는 트랙의 크기는 60만평 정도였다. 이곳은 금현자동차 전용 연구소.
부산에 위치한 국영 테스트 트랙과는 또 달랐다. 차는 익숙하게 승호 전용 주차 구역에 진입했다. 차가 멈추고 승호가 내리자 편안한 옷차림의 연구원들이 두 손 가득 문서를 들고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앞에 있던 연구원이 연구소로 들어가는 승호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말했다.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 동시적위치 추적과 지도작성)팀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지난 번 회의에서 저희 쪽에서 사용하고 있는 EKF-SLAM의 화장된 칼만 필터에 변경이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해당 알고리즘은 선형으로 나아가는 수식이라 초기 추정이 틀리거나 프로세스가 옳지 않게 설계되었다면 그 방향으로 쭉 나아갑니다.”
그러자 빠르게 연구원이 그 말을 받았다.
“그래서 SLAM을 통한 주변 지도 작성 시에 잘못된 맵을 그렸을 때 수정을 할 수가 없다고.”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네. 그래서 예측된 평균과 공분산을 계산을 하는 도중 수집 되는 수치를 다시 입력해 결과 값을 도출 하는 방식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제안했었죠. 수정 됐습니까?”
그러자 연구원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아, 아직 현재 수정 중이긴 한데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이것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연구원이 들고 있던 문서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각종 수학 기호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걸으면서 빠르게 문서를 훑은 승호가 순간 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연구원이 표정이 밝아졌고, 뒤에 있던 다른 팀의 연구원들이 부러 움에 가득 찬 모습으로 해당 연구원을 바라보았다.
쓱쓱.
승호가 건네받은 볼펜으로 몇 가지 수식을 수정하고, 추가했다.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가,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연구원이 자리를 비켜 주었고, 다른 연구원이 그 자리를 차지하곤 입을 열었다.
“커넥티비티 팀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그리고 방금 전 과정이 반복되었다. 차에서 내린 순간부터 질문을 쏟아내는 건 승호가 너무 바빴기에 연구소로 걸어가는 그 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연구원들이 생각한 고육지책이었다.
“지난 번 말씀 하신 GPS 망 속도 개선 건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서······.”
승호가 연구소에 들어갈 때 까지 연구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
각종 보안 절차를 프리패스하며 연구소 내부로 들어온 승호가 프로토 타입 자동차 앞에 섰다. 차에는 수많은 선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바로 옆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현재 자동차의 상태가 모니터링 되고 있었다.
오늘은 1차 프로토 타입 시연회.
금현 자동차의 회장도 시연회를 보기 위해 연구소를 찾았다.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이걸로 4단계에는 완벽하게 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가다듬어 5단계로 나아가 봐야죠.”
정만식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럼 전 시연회 전 잠시 점검 좀.”
승호가 차에 가까이 다가갔다. 연결된 스크린에서는 엄청난 양의 로그가 쏟아지고 있었다. 승호는 로그를 보면서 오른 손은 차에 대고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흐르는 0과 1이 승호의 머릿속을 파고 들었다. 그렇게 수분을 살피던 승호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연구원을 불렀다.
“주차보조장치 업데이트 된 것 맞습니까? 지난 번 버전과 차이가 없는데요?”
그러자 IPAS(주차보조장치)를 담당하는 연구원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며 앞으로 나섰다.
“그, 그게 아직 업데이트를 못했습니다.”
그 말에 금현 자동차 회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흠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직 오르막길에서의 사선 주차는 안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연구원이 푹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승호의 그 한 마디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연구원들의 표정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시, 시작됐다.’
연구원들이 생각하기에 승호는 가히 신적인 실력을 가진 존재였다. 매번 로그만 보고도 자동차 내부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동작하고 있는지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게 아니었지만.
그것 까지 연구원들이 알 도리는 없었다.
“LDW(차선이탈경보장치)는······.”
순간 호명된 팀의 연구원들이 마른 침을 삼켰다.
“제가 말씀 드린 데로 업데이트를 하셨군요. 잘하셨습니다.”
그 말에 연구원들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 뒤로도 한 동안 승호의 리뷰가 이어졌다.
리뷰 장소에서 멀찍이 떨어진 금현자동차 회장 정만식이 부회장인 자신의 아들 정준구를 보며 말했다.
“네가 보기에는 어떤 것 같으냐?”
“콧대 높은 연구원들을 완전히 휘어잡았군요.”
정만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들 중에는 어중이떠중이도 있지만 공들여 스카우트한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저기 최찬식 박사. 30대 나이에 라이다 분야의 권위자라 불리고 있지. 그런 사람도 강 대표의 한 마디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겠지?”
“강 대표를 제 사람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러나 정만식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으로는 이 전쟁터 같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를 네 부하로 만든다고 생각해라. 협력관계가 아닌 지시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그 말에 정준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렇게 만 들겠습니다.”
“만약 그게 안 될 것 같으면 아예 부셔버려. 경쟁자는 하나라도 줄이는 게 이득이니까.”
순간 정만식의 눈빛이 음험함으로 가득 찼다. 바로 옆에 있던 정준구의 눈빛도 마찬 가지였다. 승호를 바라보는 눈길이 섬뜩했다.
그것도 잠시.
시연회 현장에 설치 된 확성기에서 테스트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제로. 첫 번째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제로.
승호가 관여해 만들고 있는 자율 주행 차의 이름이었다. 출발선에 정차 해 있던 차의 시동이 자동으로 걸리며 배기통이 살짝 떨렸다.
이내.
속도를 올리며 자동차가 트랙을 질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