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54)
탑 코더-154화(154/303)
# 154
완벽한 4레벨 자동차
테스트는 예정 된 시나리오대로 진행 되고 있었다.
-급가속 테스트 진행하겠습니다.
-50km.
-70km.
-100km.
-150km.
-200km.
속도가 올라갈수록 제로는 빠른 속도로 트랙을 움직였다. 갑작스런 가속에 차선 이탈이 생길 법도 하건 만 한 번도 중앙 차로를 침범 하지 않았다.
-정지선 직전 황색 신호 변경 합니다.
테스트를 진행하는 QA팀 직원의 말이 확성기를 통해 현장 전체에 전달되었다.
그 말이 끝나갈 때 쯤.
차는 막 정지선에 도착하고 있었다. 이내 초록색이었던 불이 황색으로 바뀌었다.
정지 할 것인가.
그대로 지나칠 것인가.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제로는 그대로 지나치는 걸 선택하고 정지선을 지나갔다.
시속 200km의 빠른 속도로.
그러나 문제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제로가 지나친 신호가 있는 곳은 사거리.
-좌회전 차량 진입 시도 합니다.
QA 직원의 말이 끝나자 좌회전을 하려는 차량이 들어섰다. 이 역시 자율주행 테스트를 위해 임의로 출현 시킨 차량이었다. 중앙 관제탑 내의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승호가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항상 이 부분에서 사고가 났었다.
만약 오늘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금현의 자율주행 기술은 한 단계 발전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만큼 고난이도 테스트였다.
금현자동차의 회장 정만식.
부회장 정준구도 초조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주시했다.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 지나도, 사고를 알리는 굉음은 들리지 않았다.
모니터에서는 제로가 부드러운 핸들링으로 급 출현 차량을 피해가는 모습이 리플레이로 보여 지고 있었다. QA 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토, 통과 했습니다.”
몇몇 연구원들이 주먹을 움켜쥐며 중얼 거렸다.
“나이스!”
“됐다!”
“쉿. 이제 시작에 불과해 100대 중요 테스트 중 겨우 1차를 통과 한 것뿐이야.”
중요 테스트 100선.
일반 적인 주행 상황이 아닌 특별한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였다. 그 특별한 상황 중에서도 인간조차 미처 반응하지 못해 대부분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100대 테스트 상황에 선정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 중 첫 번째를 통과한 것 뿐 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관제탑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시속 100km.
-터널 진입합니다.
-불법 차선 변경 시도 진행하겠습니다.
QA 직원이 다음 상황을 브리핑 했다. 스크린에서는 제로가 빠른 속도로 터널에 진입하고 있었다.
다음 상황은 터널 안.
피할 공간이 없는 곳에서 깜박이도 켜지 않은 채 차선 변경을 시도하는 차량에 대한 방어 운전 테스트였다. 상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후미 차량 터널 진입합니다.
제로의 뒤에도 차량이 있는 상황이었다.
옆과 뒤가 꽉 막힌 상황.
사고가 나지 않는 탈출구는 한군데 밖에 없었다. 이 테스트 역시 금현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잠시 뒤.
정만식의 딱딱한 표정이 풀어지며 탄성이 흘러나왔다.
“역시 강 대표라고 해야 하나.”
“이제 겨우 3번째 테스트일 뿐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벌써부터 보이는 군.”
“과찬이십니다.”
이미 인사를 나누었던 정준구도 순수한 감탄사를 터트렸다.
“지금 이 순간. 왜 조금 더 일찍 강 대표님을 만나지 못했는지. 그게 한 입니다.”
승호는 여전히 스크린을 주시했다. 제로의 테스트는 아직 진행 중이었다. 일반적인 자율주행테스트가 하나 둘씩 진행되었고, 사이사이에 금현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100대 테스트 시나리오가 들어가 있었다.
통과.
통과.
통과.
그러나 계속 테스트를 통과하는 건 아니었다.
삐익. 실패.
삐익. 실패.
간혹 실패하는 테스트도 하나씩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승호는 미간을 찌푸렸고, 모니터에 표시되는 로그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렇게 한 시간 여 진행된 테스트의 최종 결과는 88점.
100대 중점 시나리오에서 88개를 통과 했다는 뜻이었다. 결과를 확인한 정만식이 한 번 더 침음을 흘렸다.
“······단숨에 기존 보다 18개 부분이 개선되었군.”
금현이 멈춰 있던 70점에서 수 개 월 동안의 개선을 통해 18점이 올라갔다. 일에 주축이 되어 준 승호에게 칭찬을 하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정만식은 그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먼저 SLAM 팀부터 리뷰 하겠습니다. 오늘 출근길에 제가 말한 수식을 적용하면 이번 테스트에서 최소한 3개 정도는 더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해 주기 바랍니다. 다음 커넥티비티 팀. 중간에 통신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바로 확인해 주세요. 그리고······.”
승호가 연구원들을 불러 오늘 있었던 테스트에 대해 리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선진 전자.
고동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희건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았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20%나 성장 했습니다.”
“전부 회장님의 결단 덕분입니다.”
김희건이 입을 벌리며 크게 웃어보였다. 그 만큼 그의 기분이 좋다는 뜻이었다.
“고 사장님이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다면 저도 그런 수를 두지 않았을 겁니다. 이번 수익은 고 사장님이 내신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고동만은 웃고 있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 점이 있긴 합니다.”
“너무 ONE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고동만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희건이 말을 이었다.
“이미 우리는 포트의 엔드로이드에도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추가 된다고 해서 달라 질 건 없습니다.”
“그래도······.”
“처음 스마트폰을 출시했을 때 기억하십니까? 윈더 사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가 쓰레기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엔드로이드를 탑재해 여기 까지 왔죠. 그것과 비슷합니다.”
그제야 고동만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1등 공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자율 주행 차 개발 건으로 시간을 빼기 어렵다고 합니다.”
“쉬지를 않는 군요.”
“그런 친구니까요. 부산에서도 겨우 하루를 쉬고 일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김희건이 입맛을 다시며 생각에 잠겼다. 눈치 빠른 고동만이 김희건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진에서도 자율 주행 차 관련 프로젝트는 진행 중에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자동차에 이식되는 반도체 칩 개발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몇 가지는 금현 쪽과 협업을 진행 중이고요.”
“그러면 강 대표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선진의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다는 뜻입니까?”
“네. 저희 직원들 몇 명이 파견도 나가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한 발 걸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뜻이군요. 더욱이 정만식. 그 분의 사고방식은 아버님 보다 더 한 면이 있으니 어쩌면 강 대표와 신뢰관계를 한층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지도 모르고.”
고동만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팀을 꾸려 볼까요?”
팀.
그 한 마디에 김희건은 고동만이 하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졌다.
“자율 주행 차에도 NPU 같은 칩들이 수도 없이 들어 갈 테고··· 그걸 업그레이드 하려면 함께 작업이 필요하다는 명분이면 충분하겠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난번에 보니 장민재 이사. 그가 일을 잘 하더군요.”
“포함 시키겠습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나고 김희건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스마트폰 OS는 엔드로이드로 통일. 앞으로 스마트 폰의 머리는 ONE으로 통일 될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듭니다. 그리고 이런 제 예감이 틀리지 않는다면. 여러 회사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자율주행 차의 표준을······.”
“강 대표가 만들 수도 있겠군요.”
즉 또 다른 사업의 기회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건 돈을 벌 수 있는 말. 그 의미를 교감한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몇 주 뒤 부산.
박신우는 행사장에 앉아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승호를 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 사람의 한 계는 어디 일까.’
그는 시내 소프트가 불과 15여명이 근무하는 소기업일 때부터 보아온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내소프트의 모습이 잘 적응 되지 않는 면이 있었다.
바로 오늘처럼.
“벌써 자율주행 차를 시내 주행 단계 까지 개발 하셨다니··· 다음에는 또 어떤 걸 들고 올지 이제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승호도 그를 벌써 수 년 째 겪고 있었다. 최초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의 성실한 면이 승호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하하, 사무관님을 놀라 게 드리기 위해서라도 다음에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로봇이라도 들고 와야겠습니다.”
“대표님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진지한 박신우의 대답에 승호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입니다. 농담. 사무관님도 아시잖아요. 자율주행차에 사무관님과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 시티까지. 지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거.”
박신우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와중에 선진 X ONE 작업까지 하신 분이니까요.”
“하하, 그러면 한 번 노력해 봐야겠군요. 그 작업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으니.”
그런 둘 사이에 금현 자동차의 회장이 끼어들었다.
“그때 금현에게도 언질 한 번 주십시오. 이번처럼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함께 있던 선진전자의 회장 김희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선진에서도 관련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순간 두 회장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박신우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대한민국의 두 기둥이 한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경쟁하다니··· 세상에 이런 적이 있었나.’
선진과 금현.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는 두 재벌.
선진과 금현의 매출을 합치면 대한민국 총 생산의 20%를 차지한다.
겨우 두 회사의 매출을 합쳤을 뿐임에도 20%.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재벌 공화국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러한 위치의 두 재벌이 승호에게 과한 표현으로 아양을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충격적이기 까지 했다.
그 사이 준비가 끝나고, 금현 자동차 직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면 지금부터 ONE과 금현자동차가 함께 개발한 자율 주행 차 제로의 부산 시내 첫 주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출발 버튼은 부산시장님께서 눌러주시겠습니다.”
그러자 부산시장이 단상위로 올라가 커다랗게 설치된 버튼 앞에 섰다. 들으나 마나한 축사가 끝나고, 부산 시장이 버튼을 누르자 행사장 한 편에 주차 되어 있던 자동차의 시동이 자동으로 걸리며 헤드라이트에 불이 켜졌다.
“그럼 출발 하겠습니다.”
그 말에 자동차가 속도를 올리며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운전석에는 운전자가 타고 있었지만 핸들에는 일절 손을 대고 있지 않았다. 자동으로 핸들이 좌우로 움직이며 코너링을 하고 있었다. 스크린으로 그 모습을 보던 선진전자의 김희건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역시 강 대표님이 개발해서 그런지 부드럽군요.”
“감사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만식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성과를 보게 될지 몰랐습니다. 더구나 첫 시내주행 테스트 현장이 국내에서 도로가 가장 복잡하다는 부산이라니.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부산에서 운전 마스터 하면 못할 곳이 없다는.”
그 말대로 부산의 도로는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그건 태생 적인 문제였다.
다른 계획도시들과 달리 부산은 자연발생적인 도시. 거기에 도로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거기에 산이 많고 평지가 좁은 지형적 특성이 더해지자, 부산은 운전하기 가장 어려운 도시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곳에서 성공해야 자율 주행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덕담이 오가는 가운데 자동차는 행사장인 부산 스마트시티를 출발해 목적지인 해운대. 그 둘 사이에 있는 서면역 쪽을 지나고 있었다.
순간.
스크린을 보고 있던 행사장 누군가가 놀라 소리쳤다.
“어··· 어. 저거 왜 이래.”
“저, 저거 고장난거 아냐.”
스크린 속 운전자도 잔뜩 당황한 표정이었다. 언덕길을 오르던 제로가 갑자기 정차한 것도 모자라 인도를 살짝 침범한 것이다. 스크린을 보고 있던 승호의 표정도 팍 구겨졌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만식의 표정이 썩어들어 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젠장······.”
행사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무거운 정적만이 가득 들어찼다. 허허벌판.
스마트 시티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
잠시 공사까지 멈추고 행사를 진행했기에 주변은 고요 하기만 했다.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상황은 이내 반전 되었다. 인도를 침범한 후 정차한 제로의 차체에 약한 충격이 가해졌다.
쿵.
뒤 따르던 취재진들이 셔터를 눌러 그 장면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제로, 도로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유모차를 위해 멈춰서다.
-유모차를 놓친 할머니. 제로가 자신의 손자를 살렸다.
-강승호 대표의 영웅적 행동이 그의 인공지능에까지 스며들다.
그 순간 속보로 전해지고 있는 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