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55)
탑 코더-155화(155/303)
# 155
완벽한 4레벨 자동차
너무 놀라면 오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법이다. 행사장내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린 채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승호도 이런 상황까지 기대하며 개발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그저 부산 시내를 완벽하게 자율주행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제로는 기대 이상을 해주고 있었다.
‘이거··· 제대로 사고 쳤는데.’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휴지처럼 구겨져 있던 정만식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입 꼬리는 눈가에 걸려있었다. 그에 반해 선진전자 회장 김희건의 표정은 살짝 어두웠다.
‘엄청나군. 주변 위험을 인지해서 사람을 구하는 자동차라··· 금현 자동차 올해 매출 신기록을 갈아 치우겠어.’
자신들의 스마트폰처럼 금현도 승호 효과를 기대 해볼법한 상황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아··· 방금 제로가 아이를 구했습니다. 인도를 살짝 침범한건 프로그램 오류가 아닌 주변 위험을 인지 한 후 사람을 구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자율 주행 차의 신기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자의 설명에 행사장에 참여한 내빈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취재진들은 이미 가열하게 플래시를 눌러댔다. 경호원들이 막지 않았다면 승호의 주변은 벌써 기자들로 가득 찼을 것이다.
순간.
스크린의 화면에 변화가 생겼다. 달려온 할머니가 유모차가 다시 끌고 간 후. 주변 상황이 정리되자 꺼졌던 제로의 시동이 다시 걸리며 출발 준비를 한 것이다.
그때 까지 운전석에 있던 운전자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인도침범에 당황하여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지 잊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제로’의 성능을 잘 표현해주는 모습을 연출해 주었다. 마치 처음부터 약속된 것처럼 제로는 다시 시동을 걸고 인도에서 빠져 나와 속도를 높였다.
-20km.
-30km.
-50km.
도로 상황에 맞춰.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는 30km 미만으로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는 80km 까지 속도를 올리며 목적지인 해운대를 향해 나아갔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들은 스크린을 찍는 한 편 승호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대표님. 이번에는 제로가 사람을 구했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방금 전 상황에 대해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최초부터 설계된 내용입니까?
질문이 너무 많았기에 하나하나 답할 수는 없었다. 승호가 비서를 통해 대신 말을 전 했다.
-행사 후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야 흥분한 기자들을 조금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승호의 사위를 포위하듯 앉아 있는 기업의 수장들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정만식이 놀란 표정을 여실히 노출 시키며 입을 열었다.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군요. 자율주행차가 사람을 구한다. 이렇게 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이건 정말 대표님의 희생적 사고가 ONE에도 깃 들었다고 밖에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승호의 대답은 냉정했다.
“결국은 알고리즘의 차이입니다. 최대한 인간의 사고를 닮을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니까요.”
정만식이 긴 숨을 토했다. 놀라운 광경에 온 몸이 움츠려 들어 있던 것이 겨우 풀리는 느낌이었다.
“휴우···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마치 경쟁하듯 김희건도 찬사를 쏟아냈다.
“과연 강 대표님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로도 대표님을 닮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행사는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사실 승호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 성능을 보여 주었다면 이미 반쯤은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100% 성공하려면 목적지를 찍고 돌아와야 한다.
“아직 테스트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하, 대표님의 그런 완벽함 덕분에 제로가 탄생할 수 있었군요.”
그때 비서가 승호에게 다가왔다.
“대표님. 부산 경찰청에서 행사 후 제로에게 표창장을 수여 하고 싶다고 합니다.”
꽤나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기에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산시장님께서 ONE에게 명예부산시민증을 수여 했으면 한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인공지능 ONE에게 시민증이라.
이번에도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비서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미 백악관에서 또 연락이 왔습니다. 한 번 만나고 싶다면서······.”
“일단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 준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사고 당사자 부모들이 감사표시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렇게 전달했으나 부모들이 너무 고맙다 며 꼭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하셔서요. 함께 있으면 그림도 잘 나올 것 같긴 합니다.”
“알았어요.”
그제야 비서가 물러나고, 승호는 다시 스크린에 집중했다. 행사장에 앉아 있든 내빈들 전부 스크린에 집중했다. 그리고 염원했다.
제로가 무사히 해운대에 설치된 목적지를 찍고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오기를.
***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도대체 뭐가 그리 바빠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는지.
“찾았습니다. 현재 부산에서 자율 주행 차 테스트 주행 중이라고 합니다.”
미카엘이 스마트폰으로 현재 튜브 넷에서 생중계 되고 있는 한국 뉴스를 비서실장에게 보여주었다.
“거짓말을 한건 아니었군.”
“보시면 한국인들 반응이 뜨겁습니다. 강승호가 만든 제로라는 자율주행차가 운전 중에 사람을 구했다고 합니다.”
“···뭐?”
“여기 참고 영상입니다.”
미카엘이 다른 태블릿으로 또 하나의 영상을 틀었다. 거기에는 주행 중이던 제로가 갑자기 정지. 후진으로 인도에 올라서는 영상이 플레이 되고 있었다.
그것만 보면 자율주행 테스트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한 2 초 뒤.
쿵.
작은 소리와 함께 언덕길에서 내려온 유모차가 제로의 측면을 들이 받았다. 유모차 안에서는 생후 수 개 월 된 아기의 놀란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생물인 자동차가 인간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광경.
그 감동적인 모습에 비서실장도 일순 눈을 떼지 못했다.
“보시면 제로가 아기를 감싸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입니다. 이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강승호 그 사람 정말··· 대단하긴 한 모양입니다.”
“얼마 전에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치여 죽인 사건이 하나 있었지?”
“네. 그 사건으로 코일 쪽 로비스트가 면허 취소 될까봐 전전긍긍 했었습니다.”
“그 전에는 우서 쪽 차도 사고가 났었고.”
“네.”
“그런데 저 친구가 만든 차는 사고를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구했다. 이 말이잖아.”
미카엘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기술이 외국에서 개발 되었다는 뜻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었기에.
“포트에서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군.”
“알고 있을 겁니다. 보시면 튜브넷에 올라간 이 영상 조회 수가 벌써 천만 회를 넘었습니다. 이 정도면 모를 수가 없죠.”
비서실장이 입맛을 다셨다. 아무것도 먹은 게 없음에도 쓴 맛이 확 올라왔다.
‘기고만장한 이유가 있긴 있었군.’
이쯤 되니 그의 실력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
부우우웅.
소리와 함께 제로가 행사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장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왕복 시간이 적혀 있었다.
– 왕복 1시간 30분.
제로가 해운대까지 갔다가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온 시간이었다. 실시간 교통상황을 전달받아 최적의 경로로 운행했다. 중간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시간이었다.
짝.
짝짝.
짝짝짝짝.
입구로 들어서는 차량을 향해 내빈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냥 자율주행에 성공 했다면 이 정도의 환대는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인명 구조.
언제나 칭찬받아 마땅한 그 일을 해냈기에 박수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도 시선은 가장 앞 줄 에 앉아 있는 제로의 아버지. 승호에게 향해 있었다.
이윽고 제로가 완전히 도착하고, 예정된 주차 구역에서 멈춰 섰다.
“이것으로 자율 주행 테스트를 마치겠습니다. 다음으로 강승호 대표님의 기자회견이 있겠습니다. 강 대표님.”
사회자의 부름에 승호가 단상위로 올라갔다.
촤라락.
촤라라라락.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단상위로 올라온 승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강승호 입니다.”
또 다시 터진 플래시.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승호는 한 치의 당황도, 긴장도 보이지 않았다.
“먼저 오늘 제로의 첫 시내 주행에 참석해주신 많은 내빈 여러분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까지도 고생하고 있는 수많은 연구원들 분들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말을 멈춘 승호가 단상에서 물러나 폴더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졌고, 승호가 다시 허리를 곧게 펴고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제로는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몇 가지 미흡한 점도 몇 가지 만족스러운 부분들도 보였습니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승호의 짧은 소감이 마무리 되고 본격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질문은 오늘 있었던 유모차 사건에 집중되어 있었다.
-오늘 유모차 사건에 대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로가 사람을 구할 거라 예상 하셨습니까?
-아마 세계 최초로 기록 될 사건 같은데요.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그간 대표님의 많은 영웅적 행동들이 이슈화 되었는데요. 제로에도 이런 알고리즘이 들어가 있는 겁니까?
질문들의 대부분은 제로에 대한 찬사였다. 승호는 천천히 그리고 명확하게 설명 해나갔다. 특히나 자신이 ONE이라는 인공지능을 자율 주행 차에 적용하며 핵심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을 강조했다.
-안전.
어떤 경우에도 승객과 행인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만들었다. 기자들은 받아쓰기를 하는 초등학생처럼 승호의 말을 받아 적었다.
그렇게 수십 분이 흐르고, 기자회견이 거의 끝나갈 때 쯤 한 기자가 손을 들고 물었다.
-현재 자율 주행 차 기술력의 선두에 포트의 자회사 애니웨어가 있는데요. 앞으로 제로가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습니까?
마지막 질문으로 손색이 없는 내용이었다. 승호가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ONE과 델타의 대결 당시를 떠올려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당시 ONE은 지고 있다가 무승부를 기록했고, 결국에는 이겼습니다.”
기자가 다시 손을 들며 질문하려고 했다. 그러나 승호의 말이 한 발 빨랐다.
“오늘은 비록 뒤져 있을지 모릅니다.”
승호가 잠시 입을 닫고 제로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제로는 오늘 또 한 번 성장 했습니다. 내일도 뒤져 있지는 않을 거라는 뜻입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 기자 쪽을 바라보았다.
“내년 1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제로는 그 성장의 기록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겁니다. 오늘 제로가 보여준 것처럼.”
결국 자신 있다는 말이었다. 그 소식이 다시 속보로 전국,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