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56)
탑 코더-156화(156/303)
# 156
완벽한 4레벨 자동차
“퇴사 하겠습니다.”
헤나 로페즈.
그녀의 말에 제프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런 결정을 내렸군.”
“뭔가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싫습니다. 그곳으로 가면 새로운 일을 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포트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그 말에 제프는 반박 할 수 없었다. 현재 시내소프트는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었다. 얼마 전까지 선진과 작업하여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출시하더니 또 며칠 전에는 ‘제로’라 불리는 자율주행차를 공식 런칭 했다. 그 제로가 선보여 준 기적이 관련 업계를 강타하는 중이었다. 제프가 개발 중인 델타도 애니웨어와 협력관계에 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알 고 있었다.
“강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배울 기회는 거의 없을 거다. 그는 무척이나 바쁠 테니까.”
“이곳에 있으면 그 적은 기회조차 잡을 수 없잖아요.”
“에이든에 이어 자네 까지······. 그렇지 않아도 고급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포트도 변하지 않으면 인력 이탈은 가속화 될 거예요. 지난 번 그 꼴을 겪었으면서도 가치는 잃어버린 채 기술이 아닌 돈에 집착하는 행태가 변하지 않고 있으니.”
“······.”
“이미 그곳에 자리를 잡은 에이든이 그러더군요. 현재 시내소프트가 블랙홀처럼 실리콘 밸리의 인력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제프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고도 이미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이 수 명을 넘어. 헤드 헌터에게 문의해 보니 다른 회사 사정도 비슷하다고 하더군. 시내소프트로 이직하려는 문의가 폭발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새로운 혁신이 사라지고 있는 실리콘 밸리에 나타난 시내소프트는 혁신.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그 말에도 제프는 반박 할 수 없었다. 헤나가 살짝 머리를 털며 말했다.
“요즘은 시내소프트. 아니 강승호 그 사람이 앞으로 또 어떤 걸 내놓을지 궁금해 미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함께 개발하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리고요.”
“나도··· 충분히 이해하네.”
“감사합니다.”
“만약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연락 줘. 자네 같은 능력 있는 개발자들은 언제나 환영이니까.”
그 말을 끝으로 헤나의 퇴사 면담이 마무리 되었다. 그건 포트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었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여러 기업이 겪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
청담 시내소프트 본사.
얼마 전 지급 된 인센티브로 인해 직원들의 표정에 생기가 넘쳐흘렀다.
“김 대리 선진이 새롭게 제안한 서비스 기획안 어떻게 됐어. 오늘 까지 대표님 보고 들어가야 한 다는 거 몰라.”
“마무리 작업 중입니다.”
“대표님은 디자인 같은 거 신경 안 쓰시니까. 그냥 요점 만 정리해.”
“알겠습니다.”
기획팀은 기획을 정리하고.
“오늘 들어온 이력서만 백 여 장입니다. 말 도 안했는데 헤드 헌터들이 이력서를 미친 듯이 넣는데요.”
“그것도 그냥 이력서가 아냐. 국내 대기업 연구원들을 비롯해서, 실리콘 밸리. 중국 엔지니어들도 이력서 넣었더라.”
인사팀 직원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조심해야겠네요. 인원이 많아질수록 산업 스파이 같은 놈들도 많아 질 거 아니에요.”
“내 말이. 제로 때문에 관련 기술을 탐내는 놈들이 더 많아 졌어.”
인사팀 직원이 분개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떤 놈들이 감히 우리 제로를!”
“그러니까 열심히 하자. 만약에라도 관련 기술을 탐내는 놈이 있다면 확실하게 잘라 버려야지. 그리고 우리 제로를 더 발전 시켜주실 수 있는 분으로 뽑아서.”
과장된 분노를 표하던 직원이 이번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 그래야 우리 인센티브도.”
그러자 대화를 나누던 직원이 싱글벙글 웃었다.
“말해 뭐하냐.”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 시내 소프트의 전반 적인 분위기였다.
그 분위기는 당연히 회사의 핵심 개발자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승호가 그 핵심 개발자들을 모아놓고, 일감을 분배하고 있었다.
“제로의 기반은 만들어 놨다. 이제 이걸 더 업그레이드 시켜야 돼.”
앉아 있던 고동수가 해죽 헤픈 웃음을 흘렸다.
“ONE처럼 말이죠?”
“그래. ONE처럼. 앞으로 제로의 성능을 1%, 2% 올리는 작업이 진행될 거야. 결코 쉽지 않을 거다. 그래서 지금 보다 더 많은 연구 인력이 필요해.”
앉아 있던 백채원이 한 마디 거들었다.
“마른 수건 짜내기라니···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볼게요. 자율주행은 예전부터 흥미 있었던 분야니까요.”
그렇게 각자의 역할에 대한 재분배가 마무리 되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예카테리나가 지긋이 승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이제 자세한 내용을 말씀 해 주시겠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ONE이 정말 ‘이타심’을 아는 수준 까지 올라간 건가요?”
정말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벌써 몇 번이나 물어 봤지만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한 번에 설명해주겠다며 대답을 미뤄 왔다.
오늘은 핵심개발자들이 전부 모인 정기회의 시간.
승호가 말한 약속의 시간이었다. 승호가 예카테리나를 보며 짓궂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가 ONE의 아버지라면 예카테리나 박사님은 어머니입니다. 박사님 생각에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카테리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절 놀리고 싶은 건가요?”
“하하, 아닙니다. 이거 더 장난을 쳤다가는 큰 일 날 것 같으니 말씀 드리죠. 기본 적으로 ONE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 합니다. ‘이타심’같은 감정은 애초에 고려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한 마디에 예카테리나는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 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깨달은 내용을 정리할 때 나타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승호가 먼저 고동수에게 시선을 던졌다.
“처음 ONE을 개발 했을 때 기억나?”
끄덕.
“당시 ONE은 포트의 델타처럼 벽돌 깨기 게임에서 게임 개발자가 숨겨 놓은 히든 플레이로 최고 점수를 기록했었어.”
끄덕.
이번에는 백채원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번 상황도 그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ONE은 현재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을 한 거고. 그 판단에 이타 심 같은 감정은 존재 하지 않아요.”
예카테리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정확히 프로그램의 어느 부분을 거쳐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었죠?”
승호의 입가에 다시 짓궂은 미소가 나타났다.
“오후에는 데이터 센터로 예정된 부지를 가봐야 해서. 설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힌트를 드리자면 제가 초기 만든 뼈대를 한 번 더 자세히 살펴보세요.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제로가 보여준 기적은 그때의 결과물이니까요.”
말을 마친 승호가 고동수와 백채원을 향해 한 번 더 강조했다.
“특히 둘 은 더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도록 하세요. 그래야 제로를 지금 보다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테니까.”
둘은 동시에 살짝 목례를 했고, 예카테리나는 이미 생각에 빠져든 모습이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천재.
ONE의 뼈대가 되는 수식은 이미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 수식을 복기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
회의를 마친 승호는 사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차에 올라탔다.
그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인천 송도.
황호근이 알아본 데이터센터 부지 중 1순위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다른 차를 타고 뒤 따라온 황호근과 최기훈이 승호의 옆에 서서 잡초 들이 무성한 넓은 들판을 바라보았다.
“부지만 10만평 가량 됩니다. 넥스터 데이터 센터에 비해 거의 2배. 포트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크기입니다.”
“그들이 가진 데이터센터를 따라 잡게 될 첫 번째가 되겠군요.”
“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각종 세금 혜택을 미끼로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 오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큰 땅을 마련 할 수 있었고요.”
“그러면 이제 여길 채우는 걸 생각하면 되겠군요.”
그 말에 최기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인사팀에 들어온 이력서들 중에 포트 내부 하드웨어 개발자들도 수 명이나 있습니다. 포토 북에서도 지원서가 쏟아지고 있고, 저 내부를 채우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최기훈의 설명에 승호가 싱긋 웃어보였다.
“요즘 일이 너무 잘 풀려서, 오히려 그게 걱정입니다.”
“시작할 때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요. 이제 순탄하게 풀릴 시기가 되긴 했습니다.”
“하긴 저희가 초반에 고생을 많이 하긴 했습니다.”
그러자 황호근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래서 다들 그 고생에 대한 보답이 언제쯤 돌아오는 지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승호는 황호근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단박에 눈치 챘다.
“IPO 말인가요?”
“인센티브로 부자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초반부터 함께 하며 스톡옵션을 받은 친구들의 기대가 상당합니다.”
IPO.
기업 공개라는 말로 대부분 주식시장에 회사를 상장시키는 걸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사용한다. 그러나 시내소프트는 매달 로열티로 들어오는 현금 덕분에 굳이 외부 자금 수혈을 할 필요가 없었다.
“팔고 싶다면 제가 개인적으로 사겠습니다. 현재 회사에 현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어서 당분간 IPO를 할 계획은 없습니다. 만약 지분을 팔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합해서 말씀주세요.”
이미 유니 콘을 넘어섰다. 제대로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10조원을 말하고 있었다. 1%의 지분만 해도 천억. 최기훈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대표님이 1%만 매입하신다고 해도 천 억 정도의 들 것 같은데··· 정말 가능 하시겠습니까?”
“하하, 네. 두 분도 혹시 지분을 파실 거면 편하게 말씀하세요. 제가 살 테니까요.”
자신만만한 미소에 황호근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렇게 돈이 많은가······.’
그간 회사가 성장하며 발행한 유상증자로 자신들의 지분이 조금 더 줄어들 긴 했다. 그래도 둘이 합쳐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 하고 있었다.
그것 만 해도 1조.
승호의 저 미소는 개인적으로 1조가 있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건 황호근의 오해였다. 전체 자산은 1조에 턱 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승호가 보유하고 있는 시내소프트 지분.
그걸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린다면 다른 이들의 지분을 매입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보유중인 부동산이나 채권. 다른 회사 주식 등등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을 합치면 4천억 정도를 보유 중이었다. 그런 배경 덕분에 승호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황호근이 어떻게 그 큰돈을 마련 하냐고 물어보기도 애매한 일이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직원들에게는 그렇게 말해 놓겠습니다.”
대화를 마무리 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비서가 승호에게 다가왔다.
“또 백악관입니다. 이번에는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상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간의 연락으로 승호의 스타일을 파악한 것이다.
-먼저 대표님이 원하실 만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네.”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시내 테스트 면허. 만약 거기에서 성과를 보여주시면 무인택시 운송 면허까지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이미 포트의 애니웨어가 진행하고 있는 일이었다. 승호도 제로가 가야할 길이라 생각하고 있던 모습이었다.
“저에 대한 연구를 꽤나 많이 하셨군요.”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저희가 요청할 사안은 기존처럼 요원 교육 그리고.
승호도 겨우 요원 교육 하나로 면허를 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네.”
대답을 하자 전화기 반대편에서 다음 요청이 들려왔다.
-제로 생산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