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58)
탑 코더-158화(158/303)
# 158
완벽한 4레벨 자동차
전화를 끊은 고동만이 잔뜩 들뜬 채 김희건에게 달려갔다.
“회장님! 강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김희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역시!”
“하하, 회장님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금현이 무리한 요구를 했나 봅니다. 강 대표가 자율 주행 차 이야기를 먼저 꺼내더군요.”
“내가 누구보다 정 회장 성미를 잘 알지. 아버지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아요.”
“정말 엄청나게 무리한 요구를 했나 봅니다. 유선 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상당히 딱딱했습니다.”
김희건은 혀를 차면서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쯧쯧,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다니. 가만히 두면 알아서 돈이 벌릴 것을.”
“정 회장님 소유욕이야 재계에 널리 알려진 것이니까요. 더구나 우리도 한 번 놓칠 뻔 하지 않았습니까.”
“하긴. 이제야 겨우 신뢰를 형성해 가는 관계이니.”
“바로 선진라인 자동차 지분 인수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이 정보 다른 곳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물론입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실무진 쪽에서는 미리 준비 끝내놨습니다.”
“뺏기다 시피 팔린 자동차 쪽을 다시 가져올 절호의 기회에요.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이 일은 보안이 생명. 절대적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김희건이 손바닥을 비볐다. 입가의 미소는 한층 더 진해졌다.
“최대한 빨리 진행해서 내년 1월 CES에 제로를 우리 쪽 부스에서 내놓으면.”
“아마 다들 깜짝 놀랄 겁니다.”
“강 대표가 지금 수준에서 만족 할 사람도 아니니··· 그때는 사람을 구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정말 사람처럼 행동 할 지도 모르겠군요.”
“하하, 뭘 생각하든 그 이상을 해내는 친구니까요.”
김희건이 만면에 드리워져 있던 미소를 조금 지웠다.
“자동차 다음은 아마 로봇이나 우주가 될 겁니다. 그때도 시내 소프트의 카운터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 두세요. 앞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사업을 하려면 꼭 필요한 존재가 될 테니.”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요즘 절실히 느끼는 중이었다. 어쩌면 시내소프트가 포트를 넘어 설 지도 모른다고.
***
같은 시각.
금현의 정만식은 황당함을 넘어 약간의 분노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항상 친절했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내 전화를 먼저 끊어?”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며 정준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
“사업을 시작한지 겨우 수 년 밖에 되지 않은 놈이 감히!”
점점 얼굴이 벌겋게 변해가는 모습에 정준구의 걱정이 더 커졌다. 최근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병원을 다닌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혈압이 높아 의사가 당분간은 일에서 손을 떼라고······.”
걱정가득한 말에 그제야 정만식이 쉼 호흡을 하며 숨을 골랐다. 조금씩 혈색이 돌아오며 가빠졌던 숨 이 안정을 찾아갔다. 그렇게 수 십 초가 더 지나고 나서야 정만식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 놈 정신이 나간 모양이다. 내 말에 알았다 며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어.”
“인공지능 개발은 포트에서도 적자가 날 만큼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팀에서 올라온 보고서에서도 ZONE 서비스 말고는 당장의 수익 모델이 없는 것으로 올라왔고요.”
흥분을 가라앉힌 정만식이 으드득 이를 갈았다.
“그게 기술자들의 약점이다. 마치 자신이 대단한 기술이라도 가지고 있는 양 행동하고 말하지. 그래서 기술자는 사업가가 되지 못하는 거야. 돈 보다 기술을 맹신하니까.”
그러나 정준구는 살짝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었다.
“그럴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로의 기술이 평범한 건 아니었고요.”
“결국 제한 된 환경에서 벌어진 테스트다. 더구나 그 유모차 사건. 어째 많이 본 그림 아니냐?”
“아······.”
“짜고 치는 고스톱. 예전 우리도 많이 해봤던 일이다.”
“그, 그럴 수도 있겠군요······.”
“물론 정말 조작이 아니라 사람을 구했을 수도 있겠지. 그렇다 해도 지금 제로가 사용하는 부품 단가만 해도 억 대가 넘어간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말이지. 그걸 낮추기 위해서 또 꽤나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데··· 시내 소프트에 그 정도의 돈은 없다. 그리고 그놈이 아주 크게 착각한 게 하나 있어. 대한민국 땅에서 사업하는데 이 정만식을 얕본 점.”
정만식의 두 눈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허공을 노려보는 눈빛에는 약간의 살기마저 맴돌았다.
“재벌이 왜 재벌이라 불리는지 모르면 가르쳐 줘야겠지.”
아버지가 이런 상태가 되면 아들인 자신도 말릴 수 없었다. 그저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정만식의 표적이 된 사람에게 애도를 표할뿐.
‘잘 가라.’
***
승호는 벌써 수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하하, 괜찮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되도록 잘 풀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선진을 비롯한 정부 요직에 있는 인물들의 걱정이 담긴 전화였다.
-금현의 정만식 회장 쪽이 움직이고 있다.
-조심하세요.
-금현의 녹을 먹고 사는 협력사만 수 백 개가 넘습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전화를 받은 승호는 옛 속담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방귀 낀 놈이 성낸 다더니.”
옛 성현의 말씀 그대로였다. 아직 직접 적인 피해가 오고 있지는 않았다. 금현의 회장이 가진 역사가 아무리 길다지만 자신도 만만치 않은 시간을 보내왔다. 이제 시내소프트는 그의 한 마디면 날아갈 정도로 가볍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의 옆에는 든든한 우군이 있었다.
“제로가 완전히 완성 될 때 까지는 보안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금현과 완전히 척을 지는 것은 선진에서도 조금 부담스러운 일이라.”
김희건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해합니다.”
“대신 금현이 절대 시내소프트를 건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아시다 시피 선진의 힘은 대한민국 곳곳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승호도 충분히 인정하는 바였다.
그러나.
끈이 없다고 해서 약하다는 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시내소프트도 제 한 몸 지킬 정도는 됩니다.”
정 자신을 괴롭히면 골리앗 같은 놈을 퍼트리는 방법도 있었다. 물론 그건 최악의 방법으로 남겨 둬야 하겠지만.
“하하, 물론 그럴 겁니다. ONE의 성능은 세계 최고니까요.”
서류를 교환한 김희건이 손을 내밀었다.
“이걸로 시내소프트와 선진 전자의 합작 법인 ‘제로’와 관련된 계약은 끝입니다. 지분은 말씀 하신대로 시내소프트 7. 선진 3입니다.”
지분 70%.
특별결의를 통해 이사를 마음대로 선임하고, 회사의 주요 일을 결정할 수 있는 지분이었다. 말 그대로 70%면 내 마음대로 회사를 주무를 수 있었다. 승호가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네. 그러면 CES를 목표로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강렬했던 더위가 마지막 몸부림을 치던 8월 말 청담 시내 소프트 본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
미 백악관.
비서실장이 초조한 표정으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참지 못하고 미카엘에게 물었다.
“오늘도 연락이 없네. 혹시 너무 과한 요구를 한 걸까?”
“그럴 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시내 소프트 기술력이면 첫 번째 면허는 그리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 두 번째 면허는 로비스트를 활용하면 어찌어찌 될 테고, 그에 반해 공장 하나를 세우는 건······.”
미카엘의 바른 말에 비서실장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넌 도대체 누구 편이냐?”
“······.”
이내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쩝··· 사실 과한 면이 있지. 1조가 넘는 돈이 투자 돼야 하니까. 그러면 다시 연락을 해서 협상이라는 걸 해야 할 거 아냐. 이렇게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게 말이나 돼? 나도 애초에 이런 걸 바라고 한 말은 아니라고.”
“그쪽에서도 손 익 계산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 걸 테고요.”
“하아··· 그렇겠지. 손익 계산을 하고 있겠지.”
미카엘이 염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너무 피곤해 보이십니다.”
털썩.
비서실장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도 알잖아. 우리 VIP 께서 얼마나 까다로운 지.”
비서실장은 왜 전직 비서실장이 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두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떠나기 전.
인수인계 당시 측은한 표정으로 자신을 봤던 이유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순간.
띠리리.
하는 소리와 함께 비서실장 자리에 있던 전화가 울렸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 얽혀 들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건 기대했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FBI 국장입니다.
“네. 국장님께서 무슨 일로.”
대화를 나눌수록 비서실장의 안색에서 서서히 핏기가 빠져나갔다.
전화를 끊은 비서실장이 고개를 삐거덕 거리며 미카엘을 돌아보았다.
“뉴욕 연방은행의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에서 8100만 달러가 빠져나갔어. FBI 말로는 블랙워치 소행인 것 같다고.”
“네?”
“요원들이 투입되어 있기는 한데··· 강승호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그쪽 관리는 백악관에서 하기로 했으니 책임지고 불러오라네.”
미 백악관 비서실 내부에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강승호 담당은 원래 FBI 블레이크 아니었습니까?”
원래는 그랬다. 그러나 백악관의 지시를 전달하다 승호에게 밉보였고, 더 이상 연락 창구로 활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랬었지······.”
“그리고 아무리 블랙워치라도 FBI나 CIA에서도 잡지 못한다니.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그건 비서실장도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기에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연락 넣어봐. 최대한 빨리 협조해 달라고 하니까.”
“연락은 어렵지 않은데 보상은 어떻게······.”
비서실장의 고민이 깊어졌다.
***
블랙워치.
그 혹은 그 집단은 미 정보기관 최고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귀신같은 솜씨로 백악관 서버는 물론 펜타곤, NASA 때로는 NSA에 까지 접근해 정보 탈취를 시도했다. 몇몇 시도는 실패 했고, 몇몇 시도는 성공했다. 그 몇몇 중 하나에 또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정확히는 연방준비은행이 해킹 당한 건 아닙니다. SWIFT(국제은행간결제시스템)가 해킹당한 겁니다. 연준은 오히려 문제 상황을 이상거래탐지시스템으로 알아차리고 막아낸 겁니다.”
“뭐, 누가 해킹 당했든 제게 블랙워치라는 놈을 잡아 달라는 겁니까?”
“네.”
“이미 일이 많아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승호의 냉대에 미 대사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도와주시면 캘리포니아에서 무인 택시 면허까지 최대한 빠르게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로 S1 비자를 발급 해 드리겠습니다.”
S1.
승호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아마 처음 들어보실 겁니다. 일반인에게는 발급 되지 않는 비자니까요. 간단하게 말해 만약 한국에서 전쟁이 난다면 미국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건 약간 구미가 당기긴 했다.
“최강대국 미국이 안전을 보장해 주는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