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59)
탑 코더-159화(159/303)
# 159
완벽한 4레벨 자동차
블랙워치.
그 혹은 조직이 누군지에 대한 의견은 세계 여러 나라 정보기관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북한.
러시아.
혹은 제 3국.
어떤 곳은 사실 미국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은 이내 부정되었다. 블랙워치가 노린 곳에는 미국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에.
바로 오늘처럼.
-연방 준비 은행 로그 확인 끝났습니다. 한 번 더 확인해 봤지만 연준 쪽 로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스위프트(국제결제시스템) 쪽도 확인 끝났습니다. 내부인 소행으로 보이는 악성코드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블랙워치가 내 부인을 매수 하여 작업을 한 겁니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말에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승호는 아니었다. 그저 물끄러미 정면의 스크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4개로 분할 된 화면의 오른쪽 상단에 있던 NSA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블랙워치가 스위프트 시스템 운용 인력을 매수 한 후 악성코드를 설치했다는 말이군요.
그러자 분할 된 화면의 다른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맞습니다.
-네.
-현재까지는 그렇게 파악 중입니다.
연속해서 들리는 그 말에 승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면 속 시선들이 일제히 승호를 향했다.
-미스터 강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살짝 눈을 감았다가 뜬 승호가 오른 손을 들며 미 대사를 찾았다.
“대사님.”
그러자 뒤 쪽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대사가 승호 쪽으로 다가왔다.
“네. 말씀하세요.”
“저희가 맺은 계약은 블랙 워치를 잡는 겁니까. 아니면 이 사건의 주범을 잡는 겁니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 생각에는 이번 사건이 블랙워치와 관계가 없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마이크는 ON 상태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당연히 화상통화 너머의 사람들에게 승호의 말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블랙워치가 아니라니.
-그가 남긴 사인이 서버에 남아 있는데도 그런 말씀을.
CIA, FBI, 정부에서 섭외한 민간 보안 기업의 전문가들이 볼멘소리를 흘렸다. 그러나 제임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겠습니까?
“그전에 먼저 확답을 받아야겠습니다. 대사님?”
대사가 난색을 표하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건이라 생각했는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내 전화를 끊고 입을 열었다.
“계약은··· 이번 사건의 범인을 잡는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건의 주범이 블랙워치 일 테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블랙워치가 아닙니다. 누군가 그를 사칭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승호가 미 대사관에서 지급된 노트북을 화면에 띄웠다.
userssystemprogram
디렉토리를 이동한 후 ls -al 이라는 명령어를 입력했다.
그러자.
101
여기서 101은
파일 사이즈를 뜻하는 숫자였다.
“보시면 파일 사이즈가 101. 과거 블랙워치가 크라운 그룹을 해킹하고 남긴 파일 사이즈는 100 바이트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주신 자료에서도
파일의 사이즈는 일정하게 100바이트였습니다. 그런데 이번만 101이다?”
-스페이스 바가 하나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니까요.
-그것만으로 블랙워치가 아니라고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너무 빈약합니다.
여기저기서 이견이 튀어 나왔다.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더 말씀해 보세요.
“두 번째로 스위프트에서 발견된 악성코드를 다들 분석해 보셨을 겁니다.”
CIA 요원이 살짝 흥분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더 확신하는 겁니다. 스위프트에 강제로 가상의 은행을 동록. 스위프트 API를 사용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건 블랙워치 수준이 아니면 안 됩니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번 밖에 경험하지 못했지만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악성코드는 블랙워치가 만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난독화가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내부 로직을 보면 불필요한 작업이 너무 많습니다. 이걸 한 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승호가 스크린에 다른 화면을 띄웠다.
54D:0100 mov ax,40
54D:0103 mov ds,ax
54D:0105 mov ax,test
54D:0108 mov [72],ax
54D:010B jmp ffff:0
······.
“여길 보시면 ax에 40을 넣고 이걸 다시 ds에 할당하고 다시 ax에 test를 할당하고 있습니다. 아마 악성코드를 만들면서 테스트를 하기 위해 넣은 것 같은데, 블랙워치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악성코드에서 이런 비효율은 한 번 도 발견 할 수 없었습니다.”
CIA 요원이 이번에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거야 이번만 다를 수도 있는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주신 블랙워치의 흔적에서도 찾지 못한 것들이 유독 이번에만 계속 발견되고 있군요.”
-······.
-그러면 미스터 강의 생각에는 이번 사건의 주범은 누구라 보십니까?
그 질문에 승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북한.”
-북한이요?
-북한이라······.
“몇 번의 사건을 겪으며 그들이 하는 해킹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 게 됐습니다. 바로 방금 전 디컴파일의 내용처럼 코드를 테스트한 흔적을 지우지 않고 내버려 두더군요.”
화상통신이 좋은 점은 상대방의 표정을 보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언어보다 확실한 바디 랭귀지.
찌푸려진 얼굴에서 그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북한 은행들은 스위프트에서 전면 퇴출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연동을 하고 있었으니 내부 시스템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악성코드를 퍼트린 내부인이야 돈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매수가 가능하고요.”
-어차피 그 모든 게 추측에 불가하지 않습니까.
“이게 블랙워치의 소행이라는 사실도 추측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승호의 반문에 화상통신에 비춰진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제임스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승호를 쳐다보았다.
‘북한 이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그런데 강승호가 추측 만으로 말을 꺼내는 사람은 아닌데.’
그런 제임스의 예상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해킹이 발생한 IP를 추적하다 보니 중국 다롄에서 운영 중 인 조선 엑스포가 배후에 있었습니다.”
-119.54.xxx.xxx를 말하는 겁니까? 그거라면 우리가 이미 확인했습니다. 상하이 쪽 공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IP입니다.
승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 아이피를 사용하고 있는 서버에 원격 접속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습니까?”
그 말에 세 명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원격접속하고 있는 곳이 바로 조선 엑스포 였습니다. 거기부터 뒤져 보세요. 최대한 빨리 찾아봐야 할 겁니다. 벌써 철수 했을 지도 모르니까. 이 정도면 제 역할은 끝난 것 같군요.”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 대사를 보며 말했다.
“확인되면 말씀 주십시오. 설마 미국이 범인을 놓치거나 잡은 범인을 아니라 말하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전 바빠서 그럼 이만.”
미 대사가 빠르게 전화를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상통신 너머의 사람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승호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제임스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겨우 3일 만에······.’
그가 일을 승낙하고, 겨우 3일 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일주일 동안 고민했지만 해결 하지 못한 일이었다.
***
CES.
매년 1월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CT 전시회. 그곳은 세계 각국의 유명한 IT 회사들이 각 사의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곳이었다.
올해 CES의 화두는 AI.
국내에서는 선진을 비롯한, MG 전자, 넥스터, 바나나톡 등등 유명 대기업들이 부스를 마련하고 자사 서비스나 제품을 선전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금현 자동차도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자율주행 자동차 금현의 에이오닉입니다.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가 있는 에이오닉은 수 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율주행 테스트를 마쳤으며 올 연말이면 자율주행 4단계를 완벽하게 마스터 하게 될 것입니다.
-에이오닉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
30여 평에 달하는 부스에서는 에이오닉을 자랑하는 기계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만식이 흐뭇한 표정으로 에이오닉을 바라보았다.
“디자인부터가 시선을 확 잡아끌어. 아주 마음에 드는 군.”
정만식을 수행하던 정준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BMW 쪽 디자이너를 영입한 게 주효 했습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디자인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니까요.”
고개를 주억거리던 정만식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이상하지. 선진 전자 부스가 보이질 않아.”
“주최 측에서 보내 준 팜플렛에도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아는 사람도 없고.”
정만식이 CES 행사장 한 쪽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경쟁사인 MG 전자도 저렇게 큰 부스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그러게요. 최근 음성인식 서비스로 시내소프트와 트러블이 생겼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래서 출품할 게 없었던 건 아닐까요.”
정만식이 고개를 저었다.
“선진이 어떤 곳인가? 겨우 그런 일로 CES에 나오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이지.”
“전 그것보다 제로가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강 대표가 그 기술을 그대로 썩히지는 않았을 텐데······.”
“함부로 들고 나올 수도 없겠지. 이 정만식이 경고를 했으니.”
“하하, 하긴 그건 또 그렇군요.”
“아마 한국에서 사업을 한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처절하게 느끼고 있을 게다.”
그때.
행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행사장 바깥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제로가 나타났다고?
-그렇다니까. 함께 온 동료말로는 핸들이 사라졌다고 하더라.
-그러면 5단계 초입에 들어선 거잖아.
-버스 형태로 만들어져서. CES 행사장을 셔틀처럼 운행하고 있데.
그 소리들이 너무 컸기에 정만식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정준구가 안색을 굳히며 정만식을 보았다.
“회장님······.”
“나가보자.”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비서진을 비롯한 금현 자동차 직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복잡한 행사장을 겨우 빠져나와 그들이 맞이한 것은 줄지어 서있는 10인승 중형 버스 3대 그리고 그 앞에 버스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버스 측면에는 커다란 글씨고 ZERO 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설마······.”
특이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안전 요원들이 확성기를 통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앞으로 5분 뒤 제로의 쇼가 시작 되겠습니다. 손님여러분들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어쩐지 행사장 밖.
도로위에는 사람 한 명. 차량 한 대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수 십 초가 지나고 승용차 5대가 줄지어 행사장 앞에 도착했다. 그 첫 번째 차량에서 선진의 회장 김희건이 내렸다. 그리고 두 번째 차량에서 내린 건 승호. 3, 4, 5 번 차량에서도 한 명씩 사람이 내렸다. 승호가 착용하고 있던 헤드셋 마이크 부분에 입을 가져다 댔다.
“시작하겠습니다.”
그러자 5대의 차량이 다시 줄지어 출발했고, 하늘에서 펼쳐지는 에어쇼처럼. 지상에서 한 편의 쇼가 시작 되었다. 이내 사람들이 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이유를 알 고 있는 정만식이 마른 침을 삼키며 중얼 거렸다.
“정말 핸들이··· 없잖아.”
핸들이 사라진 차량 5대가 에어쇼를 펼치는 비행기들처럼 지상을 누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