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61)
탑 코더-161화(161/303)
# 161
완벽한 4레벨 자동차
승호가 긴장한 표정으로 폰을 넘겨받았다.
“전화 바꿨습니다.”
-하하하, 미스터 강의 시연회 아주 잘 봤습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광경이더군요.
뭐랄까.
TV에서 들었던 대로 그의 목소리는 걸걸했고, 약간의 쉰 소리가 섞여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입니다.”
-관심은 무슨. 모두 미스터 강의 능력입니다. 저는 미스터 강 처럼 능력 있는 친구들을 아주 좋아합니다.
보안을 위해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 비어있는 사무실에서 승호는 저도 모르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최강 대국 미국.
그 곳 대통령의 권위에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직원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입니다. 개발을 혼자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말에 미합중국 대통령 토마스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그렇지만 미스터 강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모습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번 스위프트 사건 당시에도 우리 요원들 칭찬이 대단 하더군요.
벌써 몇 번의 칭찬이 이어졌다. 미국 대통령의 칭찬에 기분 나쁠 사람은 없었다. 어떤 요구를 해올 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고양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도 되리라.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렇게 칭찬의 시간이 지나가고 본론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 참에 미국에서 생활 하는 건 어떻습니까? 미국은 인재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제안에 승호는 일순 답하지 못했다. 토마스가 말을 이었다.
-아인슈인타인도 미국에서 세계를 위한 업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제가 볼 때 미스터 강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기에 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사이 토마스가 말을 이었다.
-하하, 갑작스런 제안이니 천천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전화를 한 이유가 이건 아니고.
“네. 말씀 하십시오.”
-해킹. 그걸로 도움을 좀 받았으면 합니다.
“···네?”
-자세한 이야기는 CIA 국장을 바꿔 드리죠.
이내 전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바뀌었다. CIA 국장이 말을 이어나갈수록 승호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 나갔다. 근 5분여에 걸친 제안은 간단했다.
-북한을 해킹해 원자력 발전소들의 정확한 위치 확보.
-할 수 있다면 북한 자금줄의 파괴.
갑자기 튀어나온 북한이라는 말에 승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블랙워치도 아니고, 요원 교육도 아니고··· 북한?’
그들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자금줄 파괴라······.
팽팽 돌아가던 승호의 머릿속에 한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재선!’
어디선가 언론에서 본적이 있었다. 토마스의 최대 치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꼽았다고. 아마 그것 때문인 것 같은데······.
이어진 보상에 대한 내용 역시 파격적이었다.
-1억 달러 지급.
현재 환율로 1200억에 달하는 돈이었다. 승호는 일단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또 생겨 버렸다.
***
전화를 끊은 토마스가 혀를 차며 톡톡 탁자를 두드렸다.
“쯧쯧, 미국의 권위가 이렇게 까지 떨어졌을 줄이야. 생각해 보겠다? 하, 참.”
반대편에 앉아 있던 NSA 국장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이 가는 일일 겁니다. 북한 해킹이 쉬운 일도 아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북한 요원들이 혹 그를 찾아내······.”
NSA 국장은 굳이 뒷말을 잇지는 않았다.
“그거야 그쪽 사정이고. 그런데 스위프트 해킹한 본거지는 확실하게 털었나?”
그러자 CIA 국장이 입을 열었다.
“네. 중국 다롄에 있는 조선 엑스포가 맞았습니다. 빠져나간 7000만 달러는 회수 했습니다. 그리고 조선 엑스포에서 시도 했던 다량의 해킹 시도 흔적을 입수 했습니다.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에서 좋은 카드로 사용 될 것입니다.”
토마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능력은 뛰어나단 말이지. 그걸 어떻게 알아냈을까··· 우리 쪽 요원들은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는데.”
그 말에 CIA 국장이 살짝 시선을 피했다. NSA 국장도 입술을 꽉 깨물 뿐 입을 떼지 못했다.
“세계 최고라는 미국의 실력에도 한계가 있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안 그런가?”
넌지시 물어본 말에 둘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CIA 국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현재 요원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경로를 통해 인재를 섭외 중에 있고요. 곧 인력 충원이 될 겁니다.”
“충원을 하면 이런 일은 다시 벌어지지 않는 다 장담하나?”
토마스의 질문에 다시 입이 꾹 다물어졌다. NSA 국장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미스터 강의 실력은 확실히 남다른 면이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블랙워치 정도가 될까요? 할 수 만 있다면 미국 쪽으로 섭외를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건방진 놈이 실력은 있다는 말이군. 그러면 뭐하고 있나. 어떻게 해야 그가 미국에 호의를 가질지. 알아보게.”
토마스의 말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제로, CES 행사장을 발칵 뒤집어 놓다.
-CES를 사로잡은 제로. 무인 택시 출격 대기.
-시내소프트 제로를 통해 또 한 번 도약을 시도한다.
선진 전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제로 관련 뉴스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돈 만으로는 되지 않을 네트워크가 작동하며 한국, 미국, 중국, 유럽 등등 전 세계로 뉴스가 퍼져나갔다. 선진전자가 뉴스를 퍼트리는 건 뉴스, 신문으로 대변되는 전통의 언론.
승호는 다른 쪽에 집중했다.
-조회수 10,111,001
-조회수 13,218,451
-조회수 12,783,094
-조회수 11,056,382
-조회수 18,841,099
튜브넷에 올린 제로 관련 영상 5개가 모두 조회 수 천 만을 넘어섰다.
-구독자 701만 명.
구독자수는 어느새 700만 명.
글로벌한 채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각 영상 밑에 달려 있는 댓글들도 대부분 호의적인 것들이었다.
-캘리포니아에 제로 택시가 출시되는 것이 기다려집니다.
-한시라도 빨리 제로를 실제로 타고 싶다.
-출시하면 나오면 바로 구매.
중국, 미국, 유럽인들이 단 댓글 들 사이사이에 한국 사람들이 단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이제 제로 나오면 자동차 업계 바로 평정 각. 시내소프트 지금 업계 평정 각 재는 중??
-킹승호가 자동차까지 만들었네. 미쳤다리.
-제로 떡상!!. 금현 버리고 선진 선택은 빅 피처.
······.
댓글 만 해도 수 만 개가 달릴 정도로 제로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핸들이 사라진 자율 주행 차.
세계 최초로 5단계에 들어선 차량이 탄생했기 때문이었다. 제로가 만약 정상적으로 출시가 된다면 지금까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재편 될 수도 있을 정도의 파급력이었다.
제로 출시를 위한 준비는 양쪽에서 진행되었다.
부산 그리고 캘리포니아.
부산은 예카테리나.
캘리포니아는 승호가 직접 테스트를 진행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출시되어 서비스 되고 있는 포트의 무인 택시 서비스.
그걸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승호는 포트 무인 택시에 타는 순간 앞자리에 앉아 대시 보드에 손을 대고 0과1의 세계에 집중했다.
0100011111111000010101
mov ax, @data
mov ds, ax
mov ah, 9
······.
0과1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어셈블리어로 번역되고 그걸로 승호는 포트 무인 택시가 어떻게 구동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내부 프로그램이 정교해. 비효율이 하나도 없어.’
확실히 포트의 무인택시 서비스는 대단했다. 자율주행차는 완벽하게 작동했고, 이대로라면 제로처럼 핸들을 없애는 단계에 들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인 택시 서비스 출시 D-7
승호가 실리콘 밸리 메인 거리 중 하나인 팔로알토 지역의 린코나다 공원 주변 5층 빌딩 앞에 섰다. 거기에 시내 소프트라는 이름이 당당히 새겨져 있었다. 그 빌딩 앞에 설 때 마다 감회가 새로웠다.
‘미국에 회사 이름의 빌딩이 세워져 있다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한국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청담의 빌딩에 사무실이 입주되어 있고, 미국에서도 인터넷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실리콘 밸리에 빌딩을 인수해 회사를 세웠다. 새삼 시내 소프트라는 이름의 현재 위치가 실감되었다. 마침 출근하던 에이든이 손을 흔들었다.
“대표님, 왔어?”
“진행 상황은.”
승호는 에이든을 보자 마자 일 이야기를 꺼냈다.
“완벽하지. 벌써 시내 주행 기록만 천만 킬로를 넘어. 그 동안 사고가 한 번도 안 났고.”
“포트의 애니웨어는 이 천만에 달하는 기록을 가지고 있어. 아직 제로는 부족해.”
“후후, 알았어. 오늘도 최대한 빡세게 굴릴게. 그런데 포트 택시는 타봤어?”
“매일 타고 있지. 그거 타고 출 퇴근 하는 중이야.”
“100대 밖에 되지 않아서 잡기가 빡세다던데.”
“한 시간 전에 예약 하면 되더라.”
“오호, 나도 오늘은 그걸로 퇴근해 봐야겠다.”
“한 번 타봐. 배울 점이 많으니까.”
빈말은 아니었다. 매일 포트의 무인 택시를 타고 오며 그들의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오케이! 오늘도 수고!”
그렇게 에이든이 사무실로 올라가고 승호도 그 뒤를 따랐다.
저녁 6시. 퇴근 시간.
빌딩 앞에 미리 예약해둔 애니웨어 택시가 사무실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측면에 새겨진 애니웨어라는 로고. 그리고 천장에 달려 있는 라이다가 시선을 사로잡는 7인승 승합차였다. 승호는 익숙하게 조수석 문을 열고 앉았다.
그러자.
-스탠퍼드 파크 호텔로 이동하겠습니다.
특유의 기계음이 들렸다. 운전석에 앉은 엔지니어는 간단한 인사 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승호도 딱히 할 말은 없었기에 조용히 대시보드에 손을 대고 내부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동되는지 파악해 나갔다.
한 번 차를 타면 도착까지 대략 30분가량.
그 동안 파악 할 수 있는 건 한 계가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했다.
-신호 대기 중입니다.
-30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50m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중간 중간 차내에 익숙한 기계음이 들렸다. 포트의 애니웨어가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을 살피면 살필수록 놀라웠다. 차내를 흘러 다니는 0과1중 의미 없는 코드는 단 한 줄도 없었다. 과연 포트라고 해야 할까. 순수한 감탄을 하며 지켜보고 있을 때.
-20m 앞 우회전입니다.
차가 우회전을 하기 위해 핸들을 돌렸다. 순간 놀란 승호가 고개를 오른 쪽으로 돌렸다.
‘어.’
오른 편에서 횡단보도를 향해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게 애니웨어의 센서에 감지되었다. 그러나 내부 오류인지 자율주행차량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다. 엔지니어도 아직 인지하지 못했다.
이대로 두면.
콰앙!
차는 사람을 치고, 사고를 낼 것이다. 그 미래가 훤히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포트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이다.
‘그러나 사람 하나가 크게 다칠 수도 있겠지.’
툭.
결정을 내린 승호가 대시 보드 위를 몇 번 두드렸다. 그러자 핸들이 정지되고, 급브레이크가 밟혔다. 놀란 엔지니어가 재빨리 핸들을 잡으며 중얼 거렸다.
“뭐, 뭐야. 이거.”
같은 시각 한국 부산.
마치 나비효과라도 일어난 것 마냥 예카테리나가 탑승하고 있던 제로 차량을 검은색 그림자가 덮쳤다. 그러자 그 보다 한 발 빠르게 제로는 멈추는 것을 넘어서 후진 기어를 넣고 살짝 뒤로 빠졌다.
신기에 가까운 운전 실력.
베테랑 운전기사도 이런 운전 실력을 보여줄 수는 없으리라. 차가 완전히 멈춰서고, 조수석에 있던 예카테리나가 바깥으로 나가 그림자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습니까?”
운전석에 있던 연구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와 남자의 상태를 살폈다. 개구리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남자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 거렸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인적이 드문 한적한 주택가 한 가운데서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