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62)
탑 코더-162화(162/303)
# 162
완벽한 4레벨 자동차
Navigant Research 발표 자율주행 순위.
1. 제로(한국).
2. 애니웨어(미국).
3. 바이두(중국).
4. 포드(미국).
5. GM(미국).
······.
12. 금현(한국).
순위의 대부분을 미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의 이름 제로.
그걸 볼 때 마다 정만식은 배알이 뒤틀려 참을 수가 없었다. 건강을 위해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당신들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야.”
족히 50여명은 넘게 들어갈 만 큼 커다란 회의실에 모인 각 자회사의 사장들이 통 씹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금현의 이름이 아직도 12위라니. 금현 모비스부터 한 번 떠들어봐.”
지목당한 사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희가 제공한 센서 및 카메라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에이오닉의 중앙 컨트롤러쪽 판단력이 부족해. 금현 자율주행차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는 과거 강 대표가 있을 때 이미 입증된 사안으로 그가 가져온 ONE을 적용했을 때는 뛰어난 성과를······.”
중앙연구소 소장이 급히 금현 모비스 사장의 입을 막았다.
“아니, 사장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모비스에서 납품해준 센서들 오류가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바로 어제만 해도 수건의 문제 보고서가 올라갔습니다.”
금현 모비스 사장이 탁자를 탁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장!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우리 센서에 문제가 있어?”
으드득.
이를 가는 소리에 서로 목청을 키우던 둘이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자네들 지금 뭐하자는 건가.”
“아, 아니··· 그게 사장님께서 먼저······.”
“연구소장 하는 말이······.”
삐이익!
정만식이 던진 마이크에서 흘러나오는 끔찍한 소음에 몇몇 사장들이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가리 찢어버리기 전에 조용히 해.”
조용히 흘러나온 거친 말에 회의실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적막해졌다. 정만식이 목소리를 낮추며 중얼 거렸다.
“올해 안으로 10위권 안으로 들어간다. 못하면 다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여기저기서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회의가 끝나고 집무실로 돌아온 정만식은 또 다시 비보를 맞닥뜨렸다.
“실패했다.”
그 한 마디에 비서의 이마가 바닥에 닿을 것처럼 허리가 숙여졌다.
“죄송합니다.”
“그런 일 하나 똑바로 처리 못하나? 자네 일 처리가 요새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비서는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아··· 이런 놈을 비서라고.”
“다행히 언론에 노출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금현과는 아무런 상관이······.”
쾅.
정만식이 책상위에 있던 인터폰을 던져버렸다. 갑작스런 굉음에 비서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당연 한 걸 왜 입으로 떠들고 있나.”
묵직한 저음.
그 속에 담겨 있는 음산한 기운에 비서가 입을 다물었다.
“죄송합니다.”
“그 놈의 죄송은. 나가봐 꼴도 보기 싫으니까.”
도통 되는 일이 없었다. 심장을 조이는 느낌에 정만식이 급히 혈압 약을 털어 넣었다.
겨우 숨을 돌리고 있을 찰나.
비서가 나간 문을 열고 정준구가 들어왔다.
“회장님.”
“되는 일이 없구나. 금현은 강 대표가 떠났던 그 시점 그 대로인데 제로는 미래를 달리고 있어.”
“죄송합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정만식도 아들에게만은 너그러 웠다.
“네가 죄송할 게 뭐 있느냐.”
“일단 택시 업계 쪽에 연락은 해놨습니다. 무인 택시가 출시되는 것만은 막아야 되지 않겠냐고.”
정만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라도 분란을 일으켜야지.”
“출시 일에 맞추어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겁니다.”
“이제는 생떼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다. 만약 이대로 부산을 넘어 전국으로 사용 승인이 확대되면··· 금현에게 남은 건 내리막 길 뿐이야.”
“알겠습니다.”
정준구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비서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만식이 인상을 구겼다.
“또 무슨 일이야.”
잔뜩 짜증섞인 목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비서가 스마트 폰을 내밀었다.
“이것 한 번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비서가 보여준 건 한 튜브넷 채널이었다.
-제목 : 제로 VS 애니웨어.
영상의 시작은 한적 한 골목길을 가고 있는 제로였다.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온 남자. 그를 피해 급히 후진하는 모습까지. 이내 포트의 애니웨어가 똑같은 상황에서 대처하는 모습이 플레이 되었다. 영상을 본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건 정만식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제로의 기술력이 더 뛰어나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거냐?”
정만식의 질문에 정준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순간에도 해당 영상의 조회 수는 꾸준히 올라갔다.
-조회 수 21,014,911.
어느새 2천만을 넘어서고 있었다.
***
제로 택시 출시 일.
한국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 자율 주행 차를 축하하기 위해 대통령까지 부산을 찾았다.
-사람 잡는 무인 택시! 물러가라! 물러가라!
-택시산업 다 죽이는 무인택시 척결하자!
그러나 대통령이 맞이한 건 빨간 띠를 두른 택시 기사들의 외침이었다. 그들은 무인택시 1호 승차 행사장을 둘러싸고 목이 찢어져라 소리치고 있었다.
악을 지르는 소리에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거대한 플랜카드에는 빨간색 글씨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홍상훈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아직 해결이 안 된 겁니까?”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국토부 장관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다가왔다.
“현재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택시 업계가 워낙 완강한 입장입이라.”
“그래서 기술의 혁신이 기존 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좌초되는 모습을 보겠다는 뜻입니까?”
“죄송합니다······.”
홍상훈이 슬쩍 시위대를 훑었다. 대부분이 60대. 간혹 70대로 보이는 노인들이 많았다. 택시 업계 평균 연령이 60대라는 통계가 거짓이 아니었다. 홍상훈이 옆에 있던 승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강 대표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혹시 고견이 있다면 경청하겠습니다.”
“저야 기술을 개발해 내놓는 사람일 뿐입니다. 제가 따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그러자 국토부 장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승호를 노려보았다.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러나 속마음을 그대로 말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하하, 하긴 그렇군요. 이런 일까지 신경 쓰기에는 지금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니.”
“네. 인공지능 개발 이라는 게 뚝딱 되는 일은 아니니까요. 더구나 자율 주행 차에 스마트 시티까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기위해 지금도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래요. 그래. 기업은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정부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건 공자님도 강조하신 사항이니까요. 잘 들었습니까 장관.”
한 발 뒤에 있던 국토부 장관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비서실장이 다가왔다.
“탑승하실 시간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승호, 국토부 장관. 그리고 부산 시장까지. 총 4명이 무인 택시 제로에 탑승했다.
-탑승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승객님께서 이동하실 목적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해운대.”
-해운대 해수욕장이 맞습니까?
“맞아.”
-현 위치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총 52분 거리입니다.
-예상 택시 요금은 20,200원입니다.
-이용하시겠습니까?
“출발해.”
-알겠습니다.
함께 탑승했던 부산시장이 요금을 확인하곤 물어왔다.
“이거 요금이 일반 택시보다 싼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기존 대비 30% 저렴합니다. 일반 택시처럼 인건비가 들지 않으니까요.”
부산 시장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오오, 역시.”
순간.
경찰들이 막고 있는 바리케이트를 넘어 계산 몇 개 가 제로 택시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탁.
타탁.
계란이 깨지면서 하얗고, 노란 색의 끈적이는 액체가 시야를 가로 막았다. 그러자 본 네트에서 빠르게 워셔액이 뿜어져 나왔고, 와이퍼가 재빨리 나머지 잔해를 치웠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계란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부산시장이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 금세 깨끗해 졌군요. 과, 과연 성능이 좋습니다.”
그러나 좁혀진 홍상훈 대통령의 미간은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할 때 까지 펴지지 않았다.
***
대통령이 탑승한 시승 행사가 끝나고, 국토부 장관이 승호를 따로 불렀다.
“대표님.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자칫 시범 면허까지 취소 될 지도 모릅니다.”
부산에서 허가 된 건 캘리포니아에서 허가 받은 것과 같은 시범 면허. 아직 정식 면허가 발급 된 건 아니었다. 일정 기간 사고 없이 진행되면 그 후 정식 면허가 발급된다. 그 이후에야 제로 택시는 전국을 누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토부 장관은 그 첫 번째 관문부터 어렵다고 말했다. 승호의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
“그건 규제샌드 박스 임시허가를 통해 해결 된 것으로 들었습니다.”
국토부 장관이 입술을 달싹이며 마른 침을 삼켰다.
“물론 정부쪽에서는 그렇게 해결이 됐지만 택시 업계 입장이 워낙 완강합니다. 제로 택시를 허용하면 자신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면서··· 상황이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정치권 까지 나서서 택시업계를 옹호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러나 승호의 표정은 냉담하기 만 했다.
“아까 말했듯이 기술 개발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부족합니다. 바로 본론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표님께서 약간의 양보를 해주시면······.”
“어떤 양보를 말씀 하시는 겁니까.”
“일단 택시 운행이 힘든 새벽 1시부터 아침 7시까지만 운행을 해주시고, 요금 역시 30%나 낮추는 것이 아니라······.”
승호는 그 말을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다.
“장관님.”
“네.”
“그런 식으로 운행하면 저희도 남는 게 없습니다. 아예 서비스를 안 하는 게 낫습니다.”
“하하, 뭐, 그, 그렇게 까지······.”
“오늘 캘리포니아에서도 시범 서비스가 아무런 이상 없이 시작 되었습니다. 당장 경쟁사인 포트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선 보였고요. 그래서 인지 미국 정부와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는 제로가 판매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겠다는 응답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 장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승호의 시선이 제로 택시 행사장을 둘러싼 시위대를 훑었다. 그리고 그 전면에 나서서 목청을 높이고 있는 미래당의 중진 의원를 슬쩍 쳐다보았다.
“이곳에서는 어디에서도 제로를 환영하지 않는군요.”
“이게 각 나라마다 환경의 차이라는 것이 있다 보니······.”
이번에도 장관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승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러면 전 환경이 좋은 곳으로 가겠습니다.”
그 말에 장관이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네?”
“중국이나, 일본은 좀 그렇고··· 미국이나 자동차는 독일이니 독일이 좋으려나··· 최종 결정 되시면 말씀 주십시오.”
승호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몸을 돌렸다. 당황한 국토부 장관이 잡으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